UFO의 실체, 드디어 밝혀지나?

2024-01-31     도미니크 팽솔 | 역사학자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비행물체)의 존재를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산하 미확인공중현상연구소(GEIPAN)를 통해 인정했다. 1970년부터 약 3,000건이 기록됐는데, 이중 약 3%는 여전히 설명이 불가하다.(1) 2023년 5월 31일,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비슷한 주제로 첫 공개회의를 열었는데, 이와 비슷한 수치를 내놓았다. 수백 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중 2~5%가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속했다(2023년 5월 31일, <AFP>).

이 수수께끼를 두고 프랑스 정치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 반면,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이 개발한 첩보용 드론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이에 2022년 7월 미 국방부는 ‘미확인 공중현상(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UAP)’을 연구하기 위한 ‘모든 영역의 이상 현상 조사국(All-domain Anomaly Resolution Office·AARO)’를 만들었다.(2) 

이 새로운 전략적 관심은 미국 UFO계의 음모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1970년대 말, 냉전시대의 비밀들은 미 정부가 1947년 뉴멕시코에 추락한 UFO를 비밀리에 수거했다는 음모론을 키웠다. 이 로스웰사건은 드라마 <엑스파일> 시리즈를 통해 대중에게 퍼졌고,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라고 믿는 신봉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단초가 됐다.

2000~2010년, UFO에 대한 관심은 살짝 수그러들었다. 그러다가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표심을 얻기 위해 자신이 당선되면 UFO에 대한 비밀을 밝히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2017년 12월 16일, <뉴욕타임스>의 폭로로 인해 UFO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폭발했다. UFO 마니아인 레슬리 킨을 비롯한 기자 3명이 미 정부가 2007~2012년에 2,200만 달러를 투자한 비밀 프로젝트, ‘첨단 항공우주 위협 식별 프로그램(Advanced Aerospace Threat Identification Program·AATIP)’의 존재를 폭로한 것이다.(3) 투자 규모는 미미했지만 케케묵은 주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이를 신박하게 활용해 새로운 미디어 및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미국의 UFO 산업은 경제적 잠재력이 엄청나다. 202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1만 명 중 절반 이상이 UFO의 존재를 믿는다고 답했다.(4)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 대기업들은 환상적인 픽션으로 스크린을 공략했다. 가수이자 록그룹 Blink-182(1990~2000년대 세계적으로 유명했음)의 기타리스트였던 톰 드롱지는 UFO 광신도로서 대중의 관심을 끌 기발한 방법을 개발했다.

2017년, 그는 짐 세미밴 전 CIA 요원과 합심해서 TTS(To the stars academy of arts and sciences)라는 회사를 차렸다. 이는 UFO 사건에 대한 폭로와 흥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혼합형 회사다. TTS는 당장 수익을 내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먼저 대중이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감추려는 정부에게 진실과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심어줬다. 리얼리티 방송이 각본에 현실성을 부여했다면, TTS는 반대로 추측을 바탕으로 미디어 뉴스를 생산했다. TTS는 이를 위해 2017년에 루이스 엘리존도 AATIP 전 책임자와 크리스토퍼 멜론 전 국방부 부차관(클린턴과 부시 정권)을 채용했다. 두 인물의 이력 덕분에 TTS는 미군으로부터 입수한 UFO 기밀 영상을 사심 없이 폭로했다는 이미지를 갖게 됐으며, <뉴욕타임스>도 해당 영상 중 일부를 보도했다(2017년 12월 16일).

 

설명할 수 없는 143건의 관측

우연의 일치일까? 2020년, 미 국방부는 이 문서들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새로운 법적 책무에 따라 UFO 자료들을 공개했다. 미 국방부의 2021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143건의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관측됐다.(5) TTS의 명성이 높아질 무렵, UAP(미확인 공중현상)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초당적 협의가 불거졌다. 존 포데스타(오바마 미 대통령의 고문이자 클린턴 정권의 백악관 비서실장), 마코 루비오(공화당 상원의원), 해리 리드(민주당 상원의원, AATIP 발족)(6)도 여기에 동참했다. 물론 이 시기에 트럼프 지지층을 계속해서 흔들어대던 망상적 주장들은 여전히 존재했으며, 특히 <폭스> 뉴스의 간판 앵커인 터커 카슨을 통해 2023년 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UFO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의견에 점점 힘이 실렸다. 결국 2023년 7월 중순, 상원은 미 국방부에 UAP 관련 투명성 조항을 도입한다는 초당적 발의를 제안했다.(7)

그런데 정보부 간부이자 장교였던 데이비드 그러쉬의 폭로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미 정부가 수십 년 전부터 외계생명체의 우주선을 회수해서 불법 연구를 자행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2023년 7월 26일, 데이비드 그러쉬는 하원 소위원회 공청회에서 선서 하에 증언했다. 전투 조종사였던 MM. 라이언 그레이브스와 데이비드 프레이버도 충격적인 목격 장면을 증언하기 위해 함께 출석했다. 이 둘은 2019~2020년에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시리즈(TTS 제작)의 주역이었다. 그러쉬의 증언은 상당히 모호하고 증거도 없었지만, 이 뉴스는 전 세계로 퍼졌다. 드디어 대대적인 폭로가 시작된 것일까? 당시 공청회에 참석했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대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진실을 추구할 책임이 있다”라며 외계인에 대한 추측을 피했다.(8)

이후 폭로전이 드라마처럼 이어졌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매번 결정적인 단계에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끝났다. 그러던 지난해 9월, UFO 커뮤니티가 애타게 기다리던 NASA 보고서가 발표됐고, NASA는 현재로선 UAP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9) 같은 시기, 멕시코 의회 청문회에서는 가짜 미라를 외계인의 시신이라고 주장하고 비웃음을 샀다.

TTS를 비롯한 외계인 전문가들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대중에게 끊임없이 긴장감을 심어줘야 했다. 그래서 UFO에 대한 증언을 미디어에 자주 노출시키고, 넷플릭스의 <인카운터: UFO와의 조우>처럼 완성도 높은 영상을 제작하고, 히스토리 채널의 <스킨워커 랜치의 비밀>처럼 리얼리티 방송을 활용했다. 그리고 소문을 근거로 기사를 내고, 자잘한 UFO 정보를 다루는 팟캐스트를 쏟아냈으며, UFO와 초자연현상이 서로 연관이 있다며 떠들어댔다.

미확인 현상에 대한 상상에는 어떤 제약도 없다. 그러나 어떤 가설이든, 그 타당성을 평가하는 과학적 방법론은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 이론의 위력은 그 이론을 확증하는 사실이 많을 때보다, 그것을 부정하는 사례가 적을 때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계문명과의 접촉 가능성에 관해서는, 미디어에 등장하는 소수의 미스터리 때문에 밝혀진 현상의 95~98%가 묻혀버렸다. 일례로 아비 로브 하버드대 천문학과 교수는 지구와 우주에 존재할지 모르는 외계생명체의 기술을 추적하면서 ‘과학 쇼’를 벌인다는 비난을 받았다.

반면, 이 분야의 선구자이자 본보기인 GEIPAN과 NASA는 선정주의와 거리가 먼, 진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UFO든 다른 과학적 주제든, 공공자금은 ‘꿈 판매상’의 엉뚱한 생각보다 더 유용한 곳에 쓰여야 하지 않을까?

 

 

글·도미니크 팽솔 Dominique Pinsolle
역사학자, 『À bas la presse bourgeoise ! Deux siècles de critique anticapitaliste des médias. De 1836 à nos jours 부르주아 언론 타도! 1836년부터 현재까지 2세기에 걸친 반자본주의 언론 비판』(2022년)의 저자

 

번역·이보미
번역위원


(1) www.cnes-geipan.fr/fr/stats
(2) ‘DoD announces the establishment of the all-domain anomaly resolution office’, 2022년 7월 22일, www.defense.gov
(3) ‘Glowing Auras and ‘Black Money’: The Pentagon’s Mysterious U.F.O. Program’, <New York Times>, 2017년 12월 16일.
(4) Renan Larue, Estiva Reus, ‘Les extraterrestres 외계인들’,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Paris, 2022년.
(5) 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Preliminary assessment : Unidentified aerial phenomena’, 2021년 6월 25일.
(6) Keith Kloor, ‘How wealthy UFO fans helped fuel fringe beliefs’, <Scientific American>, New York, 2023년 8월 25일.
(7) ‘Schumer, Rounds introduce new legislation to declassify government records related to 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 and UFOs’, 2023년 7월 14일.
(8) Adam Gabbatt, ‘UFOs back in spotlight as “surreal” Washington hearing buoys believers’, <The Guardian>, London, 2023년 7월 29일.
(9) ‘La NASA rejoint la quête pour comprendre les ovnis NASA, UFO에 대한 연구 동참’, www.france24.com, 2023년 9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