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하는 ‘골드러시’ 물결, 심해 지정학

2024-01-31     디디에 오르톨랑 | 전직 외교관

이제 광산업은 심해저까지 손길을 뻗칠 것일까? 하지만 심해저에 묻힌 광물과 희토류를 채굴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국제법도 심해 채굴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향후 심해 개발이 불가피해 보임에도 말이다. 유럽국가들의 반대 속에서도, 중국과 개발도상국들은 미래 심해 채굴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2021년 6월 말, 자메이카 킹스턴에 소재한 국제해저기구(ISA)는 오세아니아의 소국, 나우루의 대통령이 보낸 한 협박성 서한을 받고 큰 혼돈에 휩싸였다.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근거로 설립된 ISA는 (당시까지만 해도 비교적 무관심한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 심해저(the Area) 관리를 주관해왔다. 여기서 심해저란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연안국 대륙붕 외곽에 자리한 공해의 해저를 지칭하는 말로, 전체 해저의 56%를 차지한다.

ISA는 심해저 관리를 위해 방대한 규범 마련에 주력하며, 각종 연구기관과 기업을 상대로 향후 개발계약으로 전 환 가능한 31건의 탐사계약을 승인했다. 망간, 니켈, 구리, 코발트 등이 가득 묻혀 있는 심해저는 전 세계가 눈독을 들이는 꿈의 시장이다. 하지만 기술적, 사법적, 재정적 걸림돌이 존재하는 탓에 심해 채굴은 해저 괴물을 상대하는 것만큼 어렵다. 망간단괴는 해저 4~6km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온갖 암초 속에서도, 일부 탐사계약자들은 가능한 조속히 심해 채굴을 본격화하려는 굳은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에 ISA 이사회(36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ISA의 행정기구)는 심해 채굴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본래 2022년으로 예정됐던 가이드라인 제정은 각종 기술적 문제와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연기된 상태다. 캐나다 기업 ‘더 메탈스 컴퍼니’(TMC)는 지지부진한 규정 마련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TMC는 태평양의 세 소국(나우루, 통가, 키리바시)에 설립된 현지 법인을 매개로, 현재 총 3개의 심해 탐사권을 보유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모든 탐사계약은 해당 지대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국가들의 후원을 받는다. 하지만 행정 수준이 열악하고, 자본 투명성도 결여된 나라들이 감당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형편이다.

 

나우루의 이례적 행보

2021년 6월 나우루 대통령이 ISA에 보낸 서한은 법적 공백을 악용해, 관련 규제 마련을 조속히 이행하도록 ISA를 위협했다. 1994년 심해저 관련 이행 협정에 따르면, 심해 개발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 이사회는 탐사계약을 후원 중인 나라가 제출한 상업 채굴 허가 신청서를 무조건 2년 안에 “검토하고, 잠정 승인”해야 한다. 나우루 대통령의 서한은 2023년 6월 30일까지 ISA가 관련 규정을 속히 채택하도록 촉구하며, 해당 시한 이후로는 무조건 심해 개발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사상 최초로 대규모 심해 채굴을 본격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나우루의 주장은 TMC와 벨기에 기업 ‘글로벌 시 미네랄 리소스’(GSR, DEME의 자회사)가 이미 해저 5,000m 지점에 심해 채굴 기구를 투입해, 해상의 선박과 연결된 파이프로 망간단괴를 흡입, 채굴하는 실험에 성공한 만큼, 더욱 신빙성이 높아 보였다. 나우루의 이례적인 행보는 조만간 무분별한 심해 채굴이 초래할 예기치 못한 환경 피해에 대해 국제사회가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세계자원연구소’, ‘그린피스’를 비롯한 많은 환경단체들은 심해 채굴이 생태계에 미칠 미지의 환경 피해에 대해 경고했다.(1)

한편 나우루의 행보는 ISA 이사회의 심기도 불편하게 했다. 2023년 7월 회의에서 이사회는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상황에서 모든 상업 채굴 신청을 거부하기로 하고, 12개월 안에 가이드라인 제정을 마무리 짓기로 결정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열린 ISA 총회에서 나우루 대통령은 규정 마련이 지체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일단 채굴 허가 신청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나우루 대통령의 서한을 둘러싼 해프닝은 이로써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심해 채굴의 시대가 본격화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2024년 관련 규정·규범·지침이 채택되더라도, 곧바로 채굴 허가가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채굴 신청서의 승인 여부를 검토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며, 본격적인 채굴을 위한 준비 기간이 몇 년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30년 전에 심해 채굴을 본격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나우루가 탐사권을 보유한 TMC의 훈수를 받고 ISA 압박에 나섰던 사건은 그나마 불안정하던 ISA 내부(ISA의 이사회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비준한 168개국으로 구성된 ISA의 총회도 모두 마찬가지다)의 균형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지금까지 회원국들은 해양 환경에 피해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만 개발을 허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해양 환경 vs. 친환경 에너지

하지만, 일각에서는 환경 영향의 경중을 따져 평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대표단은 여전히 이사회의 표결이야말로 심해저를 관리하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심해 채굴을 승인하려면, 이사회의 2/3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또한 각국의 상황에 따라 소속된 총 5개 이사회 그룹(심해저 주요 투자국(프랑스도 여기에 속한다), 심해저 광물과 같은 종류의 광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심해저 광물과 같은 종류의 광물을 육상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주요 수출국 등)별로도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일부 서구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채굴 유예안은 끝내 대표단을 설득하지 못했다. 채굴 유예 주장은 매우 중요한 사안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발도상국의 권리다. 심해저와 그 자원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개발도상국에 그 상징적인 의미가 깊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모든 심해 개발에 따른 이익은 개발도상국에 우선적으로 배분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해 채굴을 중단하자는 제안은 제3세계 국가들의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심해 채굴을 중단하라는 말은, 개발도상국의 권리를 빼앗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심해 채굴 전쟁에서 선봉에 위치해 있다. 2022년 11월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장 밖에서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다시 말해 국제법에 반해 심해 채굴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로 유럽국이 주축이 된 20여 개 국가가 예방적 중단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국가들 중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는 없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도, 환경 보호를 외교정책의 중추로 삼는 코스타리카와 심해 채굴이 자국 구리 수출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는 칠레, 단 두 나라뿐이다. 물론 팔라우 공화국과 바누아투도 채굴 유예를 위해 싸우고 있다. 한 마디로,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이 개발 유예안에 반기를 들고 심해 채굴을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심해 탐사계약을 후원 중인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본래 선진국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이 직접 심해 광물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누리기를 희망했다. 이들에게는 지정학적 위험과 가격 변동성 해소가 중요한 사안으로 간주됐다. 육상의 경우, 심해저 광물과 동일한 종류의 광물 채굴이 지리적으로 한 곳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가령 콩고민주공화국(RDC)은 전 세계 코발트 생산의 70%를 장악하고 있다.(2) 그런가 하면 칠레와 페루는 구리 생산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니켈 생산을 독점하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이들 핵심 광물들은 ‘희소자원’에서 ‘중대광물’로 지위가 바뀌었다.(3) 전기 배터리 생산(니켈, 코발트)과 전력망 확대(구리)로 인해 이들 광물의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이들 광물에 대한 수요가 두 배, 혹은 심지어 네 배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지금까지 발견된 육상 광맥만으로도 모든 수요를 충당하기에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IEA는 언제든 수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위험성을 배제하지 않는다.(4) 그런 의미에서 심해 광물 채굴은 일부 국가들에는 전략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문제인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

특히 글로벌 광물 처리 플랫폼으로 널리 활약 중인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어느새 바다를 향해 눈을 돌리는 등,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수급망을 다각화하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가령 망간단괴 관련 계약 3건을 포함해, 모두 5건의 계약을 ‘후원’하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는 채굴 유예나 예방적 중단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의 국제법 위반을 문제 삼는다. 한편 인도나 일본, 한국 등도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심해저 광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은 특수한 예에 해당한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비준하지 않은 미국은 회원국 자격이 없는 국제해저기구(ISA)에 탐사계약을 요청할 수 없다. 하지만 UNCLOS의 규정이 어느새 관습법으로 통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도 아마 섣불리 ‘무단으로’ 심해 채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미 정부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활동과 관련해서도 기꺼이 법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니 말이다.(5) 

그럼에도 미국은 심해저 광물에 접근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월까지 영국은 영국해저자원(UKSR)이 보유한 탐사계약을 후원했는데, 이 회사는 미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의 영국 자회사였다. 이후 이 기업은 노르웨이의 ‘로크 마린 미네랄’에 매각됐다. 사실상 현재 자국 대륙붕에 다량의 광물(주로 황화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노르웨이는 앞으로 석유산업의 바톤을 이어받을 새로운 채굴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야심찬 꿈에 부풀어 있다.

미 정부는 여전히 나우루가 후원하는 TMC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TMC의 대표가 미국에 협력을 제안했기 때문이다.(6) 사실상 망간단괴 채굴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모두 세 가지 부문을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광물 채굴 기술, 광물 처리 선박, 그리고 제철소다. 지금까지 TMC는 제철소 부지 선정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TMC가 개발하려는 망간단괴는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에 위치한 수백㎡ 규모의 클라리온 클리퍼톤 단열대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자잘한 군도들을 제외하면, 이 단열대에서 가장 가까운 연안국은 미국이다. 한 상원의원이 보낸 서한에 대해, 에너지부 책임자는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심해저 자원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7)

현재 심해 채굴의 최대 쟁점은 법률 준수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심해저 개발을 허용하고 있으며, 특히 ISA가 징수하는 세금을 비롯해, 심해저 개발로 발생한 이익을 개발도상국에 우선적으로 분배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설령 심해 채굴 허가가 유예되더라도, 중국은 어떻게든 모든 다자간 감독 체계에서 이탈해 심해 채굴을 본격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또한 중국은 ‘77그룹’(개발도상국 연합체)의 지지를 등에 업고, 심해 개발 유예와 예방적 중단을 주장하는 국가들을 오히려 국제법을 위배한다는 논리로 비난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심해 채굴에 반대하는 국가는 ISA 회원국 168개국 중 20여 개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그동안 서구가 주장하는 ‘규범에 입각한 글로벌 질서’를 위반한다는 비난에 줄기차게 시달리던 중국이, 이번에는 정작 자국의 입맛에 딱 맞는 법률의 강력한 수호자로 변신했으니 말이다. 

 

 

글·디디에 오르톨랑 Didier Ortholland
전직 프랑스 외교관. 유럽대외부에서 해양권 문제를 담당했다.

번역·허보미
번역위원


(1) Oliver Ashford 외, ‘What we know about deep-sea mining - and what we don’t’, 2023년 7월 19일. www.wri.org. ; Louisa Casson 외, ‘Deep trouble. The murky world of deep sea mining industry’, www.greenpeace.org, 2020년 12월.
(2) Akram Belkaïd, ‘La face honteuse du métal bleu(한국어판 제목: 낯부끄러운 ‘청색 금속’ 코발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7월호·한국어판 2020년 9월호. 
(3) Camille Bortolini, ‘La guerre des terres rares aura-t-elle lieu?(한국어판 제목: 중·미간 희토류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7월호·한국어판 2020년 9월호.
(4) 국제에너지기구, ‘Critical minerals market review 2023’, 2023년 7월 ; ‘The role of critical minerals in clean energy transition’, 2021년 5월.
(5) Didier Cormoran, ‘Et pour quelques rochers de plus...(한국어판 제목: 진화하는 국제법, 영해분쟁 해결될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6월호·한국어판 2016년 7월호.
(6) 미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에 전달된 2022년 3월 31일자 서한.
(7) 블룸버그 통신, 2023년 7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