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정말 실패인가?
영국의 EU 탈퇴 3년
영국 대법원은 2023년 11월 15일 난민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이송하려는 정부 계획을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브렉시트 찬성자들이 보수당 정권 재창출을 보장하는 듯했지만, 쇠퇴한 보수당이 다시 정권을 차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론조사에서는 브리그레트(Bregret),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실패’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서식스주의 이스트본에서 요크셔주의 반즐리까지, 웨일스의 콤브란에서 (스코틀랜드)에이셔주의 킬마녹까지 같은 포스터 150개가 걸렸다. 지난해 봄, 브렉시트에 앞장섰던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BBC>와의 인터뷰(2023년 5월 15일)에서 “브렉시트는 실패했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자 그의 당황한 얼굴을 실은 포스터가 전국에 도배됐다. 반브렉시트 단체인 ‘Led by Donkeys’가 주도한 이 포스터 캠페인을 보며, 영국의 EU 탈퇴 반대자들은 나이절 패라지를 비웃었다. EU 탈퇴 국민투표를 주도한 또 다른 인물인 보리스 존슨 총리는 사임한 지 10개월이 지난 후, 용서를 구하는 듯한 느낌을 풍겼다. EU 탈퇴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영국을 나락에 밀어 넣은 두 사람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다.
실패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 범위는?
영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떠들썩한 분석들이 대거 등장했다. 영국은행의 전 총재인 마크 카니는 2022년 10월 “2016년 독일 경제 규모의 90% 정도였던 영국 경제는 오늘날 70% 이하로 떨어졌다”(1)라고 단언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브렉시트의 여파에 대한 먹먹한 침묵’을 개탄하며, 브렉시트로 인한 GDP 4% 손실을 의심했다.(2) <파이낸셜 타임스>는 영국과 유럽의 경제 기득권층의 바이블과도 같은 신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편집진과 독자들은 마거릿 대처 보수당 전 총리(임기 1979~1990)가 주도했던 유럽 단일 시장 탈퇴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다. 유럽 단일 시장은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임기 1997~2007)의 지지로 동쪽으로 확대됐다. 그들이 대부분 런던 시민이기 때문일까? 2016년 6월 23일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가장 부정적인 후폭풍을 맞이한 직장인들은 런던 시민들이다.(3) 런던의 중도좌파 일간지인 <가디언>에서도 이 같은 트라우마가 엿보인다. <가디언>에 의하면, 경제, 사회, 사교계의 모든 문제의 원인은 브렉시트다.
브렉시트의 실패를 지적하는 것은 이런 기사들만은 아니다. 영국 경제학자들도 EU 탈퇴로 인해 어려워진 현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마크 카니가 독일 경제와 비교한 점을 비판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경제학 교수이자, 브렉시트 반대자인 조나단 포르테스 교수는 “전 영국은행 총재의 계산 방식이 터무니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연간 실질 성장률을 국가 화폐로 환산해보면, 2016년 이후 영국과 독일은 거의 유사한 비율로 성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4)
영국경제문제연구소 소속 경제학자이자, 브렉시트 찬성자인 줄리안 제솝은 국부(GDP)의 4% 손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그는 브렉시트 반대자들이 2010~2015년의 평균을 GDP 성장 기준으로 잡은 건 아닌지, 현 GDP 평가방식을 지적한다. 제솝은 “이 기간은 2007~2008년 경제위기 이후 매우 크게 반등했던 때”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영국 경제는 국채에 발목 잡힌 유로 존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년을 기준으로 보면, 브렉시트로 인한 손실은 매우 낮을 것이다.” 그는 손실을 1%~2.5% 정도로 낮춰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의 경제 성장률이 2023년 G7 국가 중 가장 나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영국의 경제 성장률은 2021년, 2022년에는 G7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었고, 2025년~2028년에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5) 그리고 영국 통계청은 2021년 말 영국의 GDP 성장률은 팬데믹 이전보다 1.2% 낮은 것이 아니라 0.6% 높았다고 지난해 9월에 수정했다. 영국의 GDP 성장률은 2023년 6월 1.8%를 넘어섰다.(6) 이웃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브렉시트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국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 최소한 이웃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동의 변화, “훨씬 느리고 짧아졌다”
그러나 영국 사회의 논쟁은 경제보다는 이민 문제에 집중돼 있다. 브렉시트 반대자들은 유럽 노동자들의 이탈에 대한 불안감을 뒤흔든다. 2020년 2월 말에는 EU 국적의 노동자 261만 명이 영국에서 일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1월(266만 명)과 비슷한 수치다. 그리고 2016년 5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보다는 30만 1,600명 늘어난 수치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비 유럽권 노동자의 수는 33만 4,800명 늘어난 211만 명이라고 영국 국세청은 밝혔다.(7) 10개월 후인 2021년 1월, 영국 내 EU 법령 발효가 종결됐을 때 EU 국적 노동자 16만 4,400명이 감소했고, 비유럽권 노동자는 9,300명 증가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제3세계 노동자 수가 처음으로 유럽 노동자 수를 추월했다. 2022년 12월, 영국 국세청은 제3세계 노동자가 유럽 노동자보다 49만 7,100명 많다고 밝혔다.
오늘날 EU 국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7.7%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유럽권 노동자가 9.3%로 더 많다. 이민 문제 전문가인 조나단 포르테스 교수는 “브렉시트 이후 자유로운 통행이 불가능해지고 새로운 이민 제도가 도입되면서, 특정 분야에서 하급, 저임금 노동자의 유입이 이전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민을 자유화하면서 중급, 고급 인력과 임금 노동자의 유입은 늘었다. 장기적으로 이런 시스템은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민이 브렉시트를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빠르고 중요한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서머싯주 래드스톡에 위치한 캐슬미드 풀트리 농장의 작업 책임자인 리처드 니클레스는 자신이 느낀 변화에 대해 말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사장이 전화하면, 폴란드인 노동자들이 바로 왔다. 다른 단골 일꾼들로 교체되기 전까지 그들은 4~6개월 동안 일했다. 그들은 일하는 속도가 아주 빨랐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긴 시간 일하길 원했다. 반대로 영국인들은 훨씬 느리고 짧게 일한다.”(8)
그 후 옆 마을의 폴란드 식료품점 2개가 문을 닫았다. “지난 일 년 동안, 이 힘든 일을 할 사람을 찾고 교육한다는 게 지옥 같았다”라고 리처드 니클레스는 증언했다. 25명의 노동자 중 폴란드인은 이제 5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영국인으로 대부분 주변 마을에서 왔다. 2020년 이후 임금은 25% 이상 올랐다. 농업, 양식업, 임업 분야에서 유럽 노동자들이 떠났다. 이 자리를 채우기 위해 비유럽권 노동자 1만 명, 영국인 1만 5,000명을 고용했다. 영국 국세청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105만 명의 영국인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았다고 평가했다.
이민에 대한 인식 변화
2015년 9월, 유럽에서 난민 문제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 타블로이드지들은 이 주제로 돈벌이를 했고, 영국 국민의 56%는 이민 문제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여겼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있기 얼마 전에는 이런 수치가 40% 밑으로 내려갔다. 따라서 난민 거부는 브렉시트 찬성자들의 첫 번째 동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브렉시트 투표 승리 이후 이런 의견은 계속해서 후퇴했고, 최근에는 고무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무비자 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보수당 정부는 난민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이송하는 계획을 통해,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 했다.(9)
2016년 이후, 국민들은 합법적이기만 하다면 이민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다. 변화하는 유럽의 영국 연구소(UK in a Changing Europe)의 아난드 메논과 소피 스토워스는 “이렇게 인식이 변화되는 데는, 이민 통제가 일조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영국에 누가 들어올 것인지, 영국 정부가 결정한다는 것에 영국 대중은 안심했다. 많은 유권자들은 순수 이민자 수의 감소에 찬성하지만, 대부분은 공중 보건, 농업, 교육 분야에서 일할 노동자의 증원을 원한다.”
메논과 스토워스는 이런 인식의 변화에는 노동 비자의 취득이라는 새로운 조건의 영향도 있다고 설명한다. 영국 정부는 2024년 봄, 보건 및 개인 간호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연간 임금은 4만 5,100유로, 연간 임금 하한선은 3만 500유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아난드 메논과 소피 스토워스는 “비유럽권 출신 이민자들은 가난한 북부 도시들보다는 런던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다. 런던은 이민자들에게 관대하다”라고 말했다.(10) 맨체스터 대학의 정치학 교수 로버트 포드는 “정치인들은 불법 이민에 집중한 나머지, 이런 여론의 변화를 간과한 듯하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지난해 5월, 나이절 패라지는 BBC에서 새로운 이민 시스템을 “모두에게 열린 문”이라고 소개했다.
갈팡질팡하는 여론
<BBC> 인터뷰에서 나이절 패라지가 언급한 “브렉시트는 실패다”라는 말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말은 사실 극자유주의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지 못하는 보수당의 무능력을 겨냥한 것이었다. 한편, 보수당 내 극단적인 브렉시트 찬성자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일례로, 우리는 법인세 때문에 영국 기업들을 밀어냈다. 물론 우리가 다시 통제권을 거머쥐었지만, 영국은 EU 회원국 시절보다 영국 기업들을 더 많이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EU와 가까워지길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스텔란티스 그룹은 “영국은 생산공장을 유지하려면 EU와 통상조약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영국의 전기차 생산 비용이 경쟁력도, 생존 가능성도 없다면 기업들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자동차 업계가 결집해 수십만 명의 노동자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브렉시트 이전에, 임금 억제를 위해 대다수의 경제 분야가 함께 EU의 이민을 지지했던 것처럼 말이다.
EU의 기준들을 따라야 한다는 경영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재협상의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 2022년 11월 21일, 리시 수낵 총리는 말했다. “나는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다. 나는 브렉시트를 믿으며, 브렉시트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다고 본다. 규제의 자유 속에서 이미 브렉시트는 새로운 가능성과 수많은 결과물을 가져다줬다.”
2025년 1월 28일 예정된 총선이 정세를 바꿀 수도 있다. 보수당은 확실히 권력을 잃을 것이다. 지난해 9월 몬트리올에서 있었던 토론에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당수는 영국과 EU 사이에 차이가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식품, 환경, 노동 등에 대한 기준들을 삭제하기를 원치 않는다.” 다우닝 10번지에 거주할 새로운 총리는, 처음에는 이 정도 발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 반대자들 중 패배를 수용하지 못하는 자들의 말에도, 브렉시트는 실패했다는 말에도, 여론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가디언>, 국제 언론의 독자들보다 훨씬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글·트리스탕 드 부르동파르므 Tristan de Bourdon-Parme
기자, 『Boris Johnson. Un Européen contrarié 보리스 존슨. 난감한 유럽』 (éditions Les Pérégrines, Paris, 2021)의 저자.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Edward Luce, ‘Mark Carney : “Doubling down on inequality was a surprising choice”’, <The Financial Times>, London, 2022년 10월 14일.
(2) George Parker, Chris Giles, ‘The deafening silence over Brexit’s economic fallout’, <The Financial Times>, 2022년 6월 20일.
(3) Iain Docherty, Donald Houston, ‘The UK regional economy and the uneven impacts of Brexit’, <UK in a Changing Europe>, 2023년 6월 30일, https://ukandeu.ac.uk
(4) Dominic Lawson, ‘Britain's economic problems have little to do with Brexit(whatever the BBC’s viral videos might say)’, <The Daily Mail>, London, 2022년 10월 31일.
(5) Chirs Giles, ‘UK to have slovest growth of G7 nations in 2023, says IMF’, <The Financial Times>, 2022년 4월 19일.
(6) John-Paul Ford Rojas, ‘Economists say UK economic narrative has been “revised away” after new figures show Britain bounced back from Covid two years quicker than thought’, <The Daily Mail>, 2023년 9월 2일,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GDP monthly estimate, UK:June 2023>, 2023년 8월 11일.
(7) ‘UK payrolled employements by nationality, region and industrey, from July 2014 to December 2022’, <Her Majesty Revenue & Customs(HMRC)>, 2023년 3월 23일, www.gov.uk
(8) Tristan de Bourdon-Parme, ‘La chasse aux serveurs est ouverte(한국어판 제목: 인력난에 시달리는 영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1년 12월호.
(9) <Economist/Ipsos September 2015 Issues Index>, 2015년 9월 30일, / <Ipsos Issues Index>, 2023년 11월, www.ipsos.com
(10) Anand Menon, Sophie Stowers, ‘Immigration and public opinion - more than a numbers game?’, <UK in a Changing Europe>, 2023년 5월 23일, https://ukandeu.ac.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