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조직범죄’ 자경단의 나라

국가를 집어삼키는 민간 경비산업

2024-01-31     샤를 페라쟁 | 콜렉티프 생귈리에 소속 기자

불가리아의 민간 경비산업은 무너진 공산주의 공공질서의 폐허 속에서 등장했다. 오늘날 불가리아 인구는 프랑스의 1/10에 불과하지만, 민간 경비산업 종사 인구는 프랑스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민간 경비산업은 비단 재산을 보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공 서비스를 대신하고 있으며, 정치, 범죄 집단, 금융 권력 등 다양한 이해관계의 교차점에서 번창하고 있다.

 

이제 노보젤레자레(Novo zhelezare)에 살기 위해 오는 사람은 없다. 농산물 보관 창고는 햇볕에 색이 바랬고 농가는 폐허로 변했다. 트라키야 평야의 이 외딴 마을 거리에서는 점심 이후 휴식시간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교회 앞부터 시청 앞 광장까지 텅 비어있다. 회색 콧수염이 재킷과 잘 어울리는 디미타르 가르고프는 흡사 미국 보안관으로 보인다. 이 지역 경비업체 트래픽 소트(Traffic Sot)에 소속된 디미타르는 겨울철 동안 식량, 의약품, 목재 배달을 하지 않을 때는 불시에 순찰을 돌기도 한다. 그는 문을 두드리며 “여기서 죽으면, 몇 달이 지나도 아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라고 푸념했다. 

마침 검은색 상복 차림의 펜카 리토바 부인이 문을 열었다. 부인은 20년 전에 이웃 마을로 이사를 왔다. “병든 부모님을 모시러 여기에 왔어요. 자식들은 모두 영국으로 이주해서 13년째 여기서 혼자 살아요. 대중교통편도 없어서 약국에 가려면 꼬박 하루를 걸어야 해요.” 디미타르와 동료들은 리토바 부인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간혹 꽃을 배달해주기도 한다. 리토바 부인은 “이 사람들이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어요”라고 알려주었다. 


경찰과 군인의 2배에 달하는 민간경비원

불가리아의 민간 경비원 수는 약 13만 명으로, 불가리아 경찰(2만 9,000명)과 군인(3만 7,000명)을 합친 숫자의 2배에 달한다. 인구 1,000명당 1.8명으로 프랑스(0.2명)나 이탈리아(0.07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민주연구원(CSD) 범죄학 전문가 티호미르 베즐로프는 “경비원들은 공공장소와 개인주택을 지킬 뿐만 아니라 외딴 마을의 사회복지 서비스까지 제공해요”라고 설명했다.

경비원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노보젤레자레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를 운전해 가면 불가리아의 문화 수도이자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플로브디프가 나온다. 이 지역 적십자 협회의 주방에서 타냐 게오르기에바 지부장이 배달할 생필품을 준비해 분류하고 있다. 적십자 협회는 트래픽 소트를 통해 배달할 전분과 식용유가 담긴 바구니를 전달한다.

“사회에서 고립된 사람들을 위해 청소, 행정 업무뿐 아니라 정서적 지원까지 해주죠. 여기서는 당장 죽어가는 게 아니면 구급차가 오질 않거든요.” 하지만 경비회사의 로고가 붙은 차량은 정기적으로 협회에서 출발해 노인들을 돌보러 간다. 93세의 안나도 지팡이를 짚고 앉아서 경비원들을 기다린다. 커다란 사각형 안경을 쓴 그녀는 한탄했다. “혼자서는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해요. 지난 3년 동안 아플 때는 이 사람들이 구급차를 대신해서 나를 병원에 데려다줬어요.” 

국가체계가 붕괴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민간 경비업체가 그 자리를 채운다. 유럽연합(EU)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경찰의 고정 업무 경감을 위해 공공 당국의 경범죄 대응에는 민간 경비인력 사용을 장려한다.(1) 불가리아에서는 1990년대 이후 쇠퇴 중인 농업지역에 장기적으로 경찰력을 대체하기 위해 민간 경비업체를 투입했다. 베즐로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산주의 정권이 도입한 산업화 계획으로 농촌 인구가 급감했어요. 그 결과, 21세기 초에는 경작하지 않는 농지가 40%에 이르렀죠. 대형 농장에서는 노동력이 필요했습니다. 2000년대에는 실업률이 20%에 달하면서 사회적 고통이 농촌으로 옮겨갔고 불안감이 증폭했습니다.” 

2015년 8월, 불가리아 정부는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 인력을 튀르키예 국경에 재배치했다.(2) 노동부는 어떤 법적 틀도, 규제도 없이 지역사회가 경비업체와 더 많은 계약을 체결하도록 장려하는 대대적인 계획을 도입했다. 비딘(Vidin)과 같은 일부 소도시에서는 지방 당국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민간 경비업체들이 지자체 가입 제도를 도입했다. 지역 질서 유지를 위해 여러 가구가 함께 민간 경비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법적으로 이 경비업체들의 역할은 주택, 학교나 공원과 같은 특정 장소를 지키는 데 국한돼야 한다. 하지만 실상 민간 경비는 마을, 자치단체, 루마니아와의 국경 지역까지 훨씬 더 넓은 지역을 관할하기 시작했다. 경비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차량 검문, 수색, 체포까지 담당한다. 때로는 민간 경비가 경찰보다 경범죄, 특히 강도 소탕을 더 잘해낸다.(3) 

 

“국가가 통제력을 잃고 있다”

2018년, 보수당이 다수당이 되자 시장들이 민간부문과 계약을 맺고 민간업체에 시 전체의 경비 권한을 부여했다. 당시 상공회의소 소속의 민간부문 대표였던 타티아나 이바노바는 이렇게 회고했다. “경찰의 민영화이자 봉건주의로의 회귀였습니다. 지방 당국이 자체적으로 경찰을 고용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저는 대통령에게 국가가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직접 경고했어요.” 결국 6개월 만에 이 법은 개정됐다. 하지만 민간 경비 부문 노조들에 의하면, 농촌 지역에서 민간 경비원이 경찰로 교체되지 않았고, 경찰이 추가로 배치되지도 않았으며, 누구도 사설 경비의 역할을 따지고 들지 않았다고 한다.

튀르키예 국경에서 멀지 않은 트라키아 평야 동쪽의 작은 공업 도시 하스코보에 가면 여러 상점과 주택에는 경비를 맡은 회사의 배지가 붙어있다. 1995년부터 이 도시에서 살았던 인상 좋은 전직 레슬링 선수 데얀 요르다노프의 배지가 유독 눈에 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경비 지출을 줄이고 있지만, 우리 회사 같은 소규모 업체는 학교나 낮은 연금을 받는 노년층의 경비를 맡고 있어요. 우리는 교회와 가라테 클럽 활동을 후원하기도 한답니다.” 마을의 광장과 식료품점에서 종종 나이 많은 전직 경찰관들이 경비원 제복을 입고 건물 주위를 서성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소도시에는 경비 용역을 주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부들이 많았지만, 농업이 산업화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민주연구원의 보안 전문가 아타나스 루세에프가 설명했다.

경비직은 여전히 국가에서 가장 일자리가 많은 비공식 부문으로 꼽히며,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불안정한 일자리 군이다. 몇 년 전, 하스코보에 있는 수도회사가 경비원에게 지급한 임금은 불가리아 최저임금보다 16% 낮았다. “공기관 일자리는 포기했고, 결국 불법 취업밖에 없었어요. 돈을 아끼려고 사회보장제도 납입금을 지급해야 할 시점에 직원을 해고했다가 다시 고용하는 고용주들이 있어요.” 요르다노프는 씁쓸하게 토로했다.

불가리아 산업 자본협회(Association of Industrial Capital in Bulgaria)는 상당 부분 비공식 경제 영역에 머물러 있는 불가리아의 민간 경비산업 규모가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21%를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연구원 루세프는 차분한 어조로 이렇게 전했다. “비공식 경제 부문은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서유럽으로 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실업률이 4%까지 떨어졌습니다.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빈곤층은 비공식 경제보다 더 나은 보수를 받는 공식 경제의 일자리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간 경비업체를 찾는 고객이 줄었고, 불법 고용도 덩달아 줄었다. 이 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지난 6년 동안 민간 경비업계는 기존 인력의 1/4, 많게는 1/3을 잃었다. 그런데도 합법적인 고용이 많아지면서 2012년 이후 고용 신고율이 80% 증가했고, 그 규모는 연간 약 5억~8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군사기지까지 진출한 민간경비원

한편 불가리아 정부는 발전소, 항구, 심지어 군사기지 같은 주요 시설까지 민간업체에 경비 용역을 맡기면서, 최대 고객이 됐다. 2013년까지만 해도 내무부는 주택과 기업, 공공장소의 경비를 담당하는 자체 부서를 운영했다. 타티아나 이바노바는 “국가의 용역을 받은 민간 경비회사는 경찰이 가지는 법적 의무가 없어요”라고 설명했다. 자체 부서가 해체된 후, 전직 내무부 직원들이 여러 민간업체에 고용돼 재교육을 받았다. 그중에는 실력미달인 이들도 있었다. 사회학자이자 내무부 소속 국무장관을 지낸 필립 구네프는 “그들의 힘은 마약, 무기 밀매, 인신매매의 위험이 있는 국제 항구 같은 위험한 장소를 지키기에는 부족하죠”라고 지적했다. 

2022년 7월에 카르노바트 인근 엠코(Emco)사의 군수품 창고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자 불가리아군 시설을 민간 경비에 맡기는 상황에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계는 러시아 특수부대를 의심했다. 2011~2020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에 공급할 탄약을 보관하는 무기 창고에서 4건의 다른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2021년에 불가리아 검찰은 해당 사고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불가리아에는 소련 시절부터 우크라이나 무기와 호환되는 첨단 탄약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몇 안 되는 회사(엠코 포함)가 있는데, 흑해 너머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해당 기업들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대량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불가리아 국방부는 민간 기업의 군사기지 경비를 금지했다. 

전직 군인이었던 일리얀 판체프는 민간 경비가 군사 부문에서 제외됐다는 말을 전혀 안 믿는다. 불가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경비업체 연합회 NAFOTS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 민간업체는 경찰보다 비용이 덜 들어요. 항간의 풍문에 따르면 민간 경비가 갈등을 해소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순기능이 있어 조만간 형사 사건은 민간 경비업체를 거쳐 직접 법원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농촌 지역에서는 미행과 같이 필수 불가결한 보안 활동의 경우 민간 경비업체가 계속해서 인적 자원과 기술 자원을 경찰에 제공한다. 4,000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한 최대 경비회사 소트161(Sot 161)의 파벨 비데노프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만약 불가리아가 부국이라면 국가의 주권을 위임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지만, 현재 불가리아가 처한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범죄학자 안톤 코주하로프는 법적인 틀이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경비 면허는 개인이 아닌 기업에 부여됩니다. 그러다 보니 운전기사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경호 일을 맡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게다가 경비원의 특권에 관한 법은 매우 모호하며, 무력 사용이 허용되는 상황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비데노프는 “범인 체포와 관련한 법의 모호성 탓에 막대한 소송비용이 발생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입법부는 무기 휴대와 관련해 경비원과 일반 시민을 구분하지 않는다. 민간 차원의 수사 권한에 관한 규제도 없다. 

 

공공입찰 조작 … 정계와 유착 악순환

소도시 라드네보 주변의 평원에는 광대한 갈탄 광산이 있는데, 과도한 갈탄 추출 탓에 토지가 심하게 훼손됐다. 이곳에서 채굴한 갈탄은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오염 문제를 빚은 발전소로 악명 높은 2번 발전소를 비롯해 마리차 이즈토크 광산의 3개 발전소에서 전력 생산에 활용된다. 이 지역 경비업체 관리자 보리슬라브 비네프는 약국과 세차장 사이에 있는 사무실 한편에서 이 모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문제의 국영 회사 마리차 광산은 입찰 요청을 조작한 혐의로 여러 차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2014년에는 전체 산업단지(5,000만 유로 상당)의 경비 계약을 갱신하는 절차가 의도적으로 축소됐다. 경쟁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기도 전에 이 회사는 불가항력적 이유(‘중요’ 시설로 분류된 현장)를 들어 경비업체를 직접 선정했다. 2년 후, 이 기업은 특정 계약 내용을 국가 기밀로 분류했다. 계약 상대는 하원의원이자 과두 정치인인 델리안 피브스키와 관련된 업체로, 경비 사업비 1,500만 유로를 청구했다. 이 금액이 공개되자 정부는 금액이 과다하다고 평가했다.(4)

타티아나 이바노바는 공공입찰 3건 중 2건이 조작된다고 밝혔다. 필립 구네프는 문제의 근원이 민간 경비 산업과 정치계 간의 역사적 유착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다. 공산주의 국가의 급격한 몰락 이후, 새로운 부르주아 계층이 등장했다. 인맥을 활용해 돈을 벌어들인 전직 국가 기관 공무원들이다. 루세프에 따르면 경비회사 관리자의 80%는 전직 내무부 간부, 15%는 전직 장교 출신이다. 이처럼 빈틈이 많은 국가 서비스와 민간 경비산업은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라드네보 시의원을 지낸 보리슬라브 비네프는 이렇게 말했다. “경쟁 업체들이 저를 시에서 내쫓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악순환의 연속이에요. 공금을 횡령하고, 우리 같은 소규모 기업의 고객을 빼앗고 공공 계약을 따내려고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거든요. 그 대가로 정치적 영향력을 얻게 되죠.”  

 

“국가가 민간에 점령당했다”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인 나데게 라가루는 국가가 “점령당했다”라고 말한다. “고위 공무원들은 민간 부문에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대형 공공 계약을 이용해 지방에서 환심을 삽니다. 이런 관행은 경제의 전 분야에 그대로 적용되고요.” 경비회사 델타 가드(Delta Guard)는 2019년 지방 선거 기간에 고르나오랴호비차 마을에서 보수 정당인 유럽발전시민당(GERB)의 표를 매수하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을 폭로한 사람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최근 사회당(공산당의 후신)에서 제명된 국회의원 이아보르 보얀코프였다.

“틀에 박힌 방법입니다.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동네 식료품점에 가면 점원이 거스름돈을 터무니없이 많이 거슬러 주는 식이죠. 경비원들은 가게를 염탐하는 불순분자로부터 가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요. 이민, 농촌 이농, 낮은 투표율 때문에 후보자는 지방 자치 단체 선거에서 단 천 표만 사면 당선될 수 있거든요.” 보얀코프 전 의원은 경비원들이 지역 내 다른 마을 주민들을 협박해 투표를 가로막으려고 한다고 검찰에 신고했다. “업체들은 용역을 따내 공공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들 나름대로 정치를 펴죠.”

원칙적으로 내무부에 소속된 관리팀은 경비업체를 감시하고, 위반이 발생하면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범죄학자 코주하로프는 이렇게 지적했다. “현재 무기한 면허를 가진 수천 개의 회사를 모니터링하는 내무부 직원은 고작 7명뿐이에요. 시장이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죠.” 한편, 범죄학 전문가 베즐로프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경찰이 알면서 눈을 감아주고 있는 겁니다. 중도 해고당하지 않으면 퇴직 후에 사설 경비업체에 취직하는 경찰들이 많습니다. 미래의 고용주를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속셈이죠.” ‘민간 경비 부문과 국가 최상위 계층 간의 깊은 유착 관계’를 고려할 때, 통제가 강화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엘리트-경비-조직범죄단

불가리아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경제, 정치 엘리트와 조직 범죄단 간에는 경비 부문에서 강력한 연결 고리가 생겨났다. 1994~2004년에는 불법적인 관행을 제재하기 위해 1) 내무부가 관리하는 면허제도 도입, 2) 보안과 보험활동 감독, 3) 경비원 최소교육 요건에 관한 세 가지 법률이 통과됐다.

경비업체들은 법인명과 관리자를 바꾸거나, 폐업하기도 했고, 불법적인 활동을 멈추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정상화 작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1995~2003년에는 조직범죄와 관련된 민간 경비원 수가 4분의 3으로 줄었다. 경비회사들은 인맥을 활용해 에너지, 도박 산업, 관광, 건설 사업 등 다른 분야에서 새로 돈줄을 찾았다.(5) 가라테 선수 출신으로 1991년에 이폰-1(Ippon-1)을 설립한 보이코 보리소프처럼 정계로 진출한 이들도 있다. 그는 국회의원, 소피아 시장을 거쳐 세 차례(2009~2013년, 2014~2017년, 2017~2021년) 총리를 지냈다. 

오늘날, 이 얽히고설킨 관계를 이해하려면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의 중심부로 가봐야 한다. 시립 은행 지점 밖에서는 덩치가 우람한 사내 두 명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순찰한다. 비정부기구인 반 부패기금(Anti corruption Fund)의 설립자인 니콜라이 스타이코프는 “현금 수송차를 기다리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경비원들은 현금 운반 업체와 마찬가지로 보리스소프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회사 이폰-1 소속입니다. 이런 것이 이해 충돌이 아니고 뭐겠어요? 이 회사에서 발칸 반도의 최대 정유 공장 루코일-네프테힘(Lukoil-Neftekhim) 창고 경비도 맡았어요. 이 공장 연료의 상당 부분이 암시장에서 팔리고 있다는 것은 세간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불가리아 석유 가스 협회에 따르면 20~30% 내외).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경비업체예요.”

 

정치권력의 필수 불가결한 지원군

전직 기자였던 스타이코프는 불가리아 검찰 수뇌부, 특히 2015년까지 검찰청의 수사 책임자였던 페티오 페트로프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 후 살해 협박을 받았다. 스타이코프에 따르면, 3년 전에 페트로프는 “사법부 후배들의 비호를 받으며” 불가리아 최대 승강기 공장인 이자메트(Izamet)를 소유한 일리야 즐라타노프의 공장 두 곳을 강탈하려고 했다. 페트로프 수하의 경비업체 델타 가드 요원들은 즐라타노프가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제지했다. 페트로프는 스타이코프 측의 폭로와 ‘갈취’, ‘불법 녹음’ 혐의로 소송이 진행되자 행방을 감췄다.

결국 일부 경비업체는 공금 횡령부터 유권자 매수, 기업 갈취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권력자들을 위한 사설 민병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검찰의 비호 아래서 진행 중이다. 국가 속의 또 다른 막강한 국가 검찰은 부패 혐의가 있고 보리소프와 가까운 과두 정치인들에 대한 모든 법적 절차를 피해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6) 정치학자 나데게 라가루는 “체제 전환기의 정치 개혁 과정에서 사법부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은 공산주의자들의 정치적 관여를 막기 위해서 입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견제 수단도 마련하지 않은 채 검찰에 과도한 권한을 쥐여주면, 그런 검찰이 경제 주체들과 은밀한 유착 관계를 맺을 때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죠.” 

2020년 7월, ‘마피아 독재’의 종식, 특히 보리소프 당시 총리와 이반 게셰프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불가리아 시민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이후 주요 정치 세력 간 연정이 결렬돼 2021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총 다섯 번의 총선이 치러졌다. 그렇게 임시 내각이 이어지다가 보리소프 전 총리의 유럽발전시민당이 지난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한 키릴 페트코프의 자유주의 정당 ‘우리는 변화를 계속한다(PP)’-민주불가리아(DB)와의 연정을 구성해 새 총리를 선출했다.

그런데 페트코프는 과거 보리소프와 그 측근들을 상대로 부패 타도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2022년에 한시적으로 정부를 구성했지만, 내각 불신임결의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부자연스러운 정당 간 연합의 결과로, 사법부 최고위원회에 있는 유럽발전시민당 의원들은 게셰프 검찰총장을 해임했다. 검찰총장 해임은 사법제도 개혁과 함께 연정의 2대 조건이었던 것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강화했고, 특히 명백한 중대 범죄에 대한 기소를 유예하는 경우 독립적인 검사를 임명해 수사하도록 하는 제도를 법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게셰프 전 검찰총장의 후임자인 보리슬라프 사라포프가 여전히 그의 대리인이기 때문이다. 스타이코프는 “오래된 수뇌부, 새로운 가치”라고 꼬집었다. 민간 경비업계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2018년에 채택된 하도급 금지처럼 불합리한 조항을 폐지해야 해요. 이 법은 비공식 부문을 통제하는 조치라고 하지만, 오히려 소규모 기업이 일할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습니다”라고 일리얀 판체프는 지적했다. 타티아나 이바노바는 이렇게 강조했다. “민간 경비업계는 더 이상 내무부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적인 경제활동의 주체가 돼야 합니다.”

이 모든 장치가 부패와 횡령에서 벗어나기에 충분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필립 구네프는 민간 경비, 정치, 경제의 유착이 1990년대 말 이후 국가 전체 기능을 해쳐 왔다고 말한다. 일부 업체는 전통적인 범죄에서 벗어나 화이트칼라 범죄로 전환했고, 청탁과 뇌물을 대가로 계약을 맺어준 공기업 지방 당국의 졸개 노릇을 했다. 한때 경찰과 약화한 사법제도를 보완하던 민간 경비업체는 이제 모든 정치권력의 필수 불가결한 지원군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글·샤를 페라쟁 Charles Perragin 
콜렉티프 생귈리에(Collectif Singulier, 독립 언론인 공동체) 소속 기자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La participation de la sécurité privée à la sécurité générale en Europe 민간 경비의 유럽 일반 보안 참여’, Livre Blanc(백서), CoESS(유럽 보안 서비스 연합)/INHES(고등보안연구원), 2008년 12월.
(2) Franziska Klopfer, Nelleke van Amstel, 『Private Security in Practice. Case studies from Southeast Europe』, DCAF, Geneva, 2016.
(3),(4) Franziska Klopfer, Nelleke van Amstel, 『A Force for Good ? Mapping the private security landscape in Southeast Europe』, DCAF, Geneva, 2015
(5) Felia Allum, Stan Gilmour, 『Handbook of Organised Crime and Politics』, Edward Elgar Publisching, Cheltenham, 2019.
(6) Jean-Baptiste Chastand, ‘Le procureur général, intouchable, figure du système judiciaire bulgare ‘검찰총장, 불가리아 사법 시스템의 손댈 수 없는 대상’, <르몽드>, 2020년 10월 13일.

 

 

과거 공산정권 관료·경찰, 대규모 복귀

 

35년 동안 독재정치로 불가리아 인민공화국을 통치한 토도르 지브코프는 베를린 장벽 붕괴 다음 날인 1989년 11월 10일, 서기장과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그 후 공산주의 정권은 2년도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경찰과 군대 수는 급감했고, 불가리아는 경제적, 물리적 불안에 시달렸다.(1) 1993년 법원이 선고한 유죄판결 건수는 1/3로 감소했지만, 절도 범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범죄율은 2배로 증가했다. 

긴급 보안 수요는 풍부한 맞춤형 공급으로 충족됐다. 해직 경찰들과 군인들, 공산주의 정권의 총애를 누리던 전직 운동선수(복싱, 레슬링, 역도)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운동선수들은 공공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고 체육시설이 폐쇄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2)

1991년부터 민간 경비회사들은 항만, 소규모 상점, 관공서 보안을 도맡았다. 새로운 조류에 따라 과거 공산주의 정권의 관료였던 이들은 인맥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았다. 그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전 문화부 장관 일리야 파블로프다. 1990년에 그는 초기 민간 경비기업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전시회와 연주회를 주관했고, 나중에는 카지노를 사들여 돈을 벌었다.

경비 업체 SIC(Security Insurance Company)를 설립한 전직 레슬링 선수 믈라덴 미할레프는 파블로프 소유 사업체의 경비를 도맡아 운전기사와 경호원을 제공했다. 밀수망을 운영한 경험(특히 구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금수 조치 시기)이 있는 전직 경찰관들도 석유밀매 등 불법 활동에 동원됐다. 1990년대에 SIC 요원들은 멀티그룹(Multigroup)의 자회사였던 바르텍스(Bartex)의 대규모 설탕 밀수 작전을 진행했다. 당시 이들은 흑해 연안의 부르가스 항구에서 화물을 하역하고 거래를 감독하는 일을 했다.(3) 

1994~1997년 민간 경비기업의 수는 4배로 늘어났다. 레슬링 선수와 전직 경찰관들이 시청과 주요 은행을 감시하고, 매춘 업소와 골목 상점이 진 빚을 회수하기 위해 무력과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 대형 기업과 마피아 조직의 경우 적수를 제거하고, 현금 흐름을 확보했고, 선출직 공무원을 뇌물로 매수하거나 중상모략을 폈다. 사회학자 마리나 츠베트코바에 따르면, 정치계는 아주 일찌감치 경비 업체, 특히 이사회에 여러 명의 의원이 포진한 PIMB 은행과 연계된 SIC 사와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1994년에는 전직 대테러 경찰관들이 아폴로 시큐리티(Apollo Security)를 설립했다. 창립자 즐라토미르 이바노프는 불과 몇 년 만에 마약 밀매의 주요 인물이 됐고, 재산 보험(주택, 자동차, 사업체)으로 위장갈취 수단인 ‘보호비(Pizzo)’ 사업을 시작했다.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재산을 도난당하거나 훼손당하곤 했다.(4) ‘보호비’ 제도는 1995년 이후 4개 회사(아폴로 시큐리티와 SIC 포함)가 불가리아 내에서 도난과 중고 판매망을 관리하며 널리 확산됐다. 서양산 수입 신차의 90%가 해당 보험에 가입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이들 업체는 경찰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고객의 도난 차량을 추적해 회수할 수 있었다.

‘보호비’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됐다. 사회학자이자 내무부 장관을 지낸 필립 구네프는 법적 개혁을 단행해도 이런 협박 제도는 돈의 권력, 범죄자, 정치계층 사이에서 쉽게 끊어지지 않는 연결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샤를 페라쟁 Charles Perragin
콜렉티프 생귈리에(Collectif Singulier, 독립 언론인 공동체) 소속 기자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Alan Bryden, Marina Caparini, 『Private Actors and Security Governance』, DCAF, Geneva, 2006.
(2),(3) Nadège Ragaru, ‘Multigroup, une trajectoire entrepreneuriale dans la construction du capitalisme bulgare(멀티그룹, 불가리아 자본주의 건설의 기업가적 궤적)’, Jean-Louis Briquet, Gilles Favarel- Garrigues, 『Milieux criminels et pouvoirs politiques. Les ressorts illicites de l’État(범죄 집단과 정치권력. 불법적 국가 수단)』, Karthala, Paris, 2008.
(4) Philip Martinov Gounev, ‘Backdoor traders. Illicit entrepreneurs and legitimate markets’, 사회학 논문, London School of Economics, 2011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