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온이 4도 상승한다면, ‘악몽의 시나리오’
기후변화 적응의 한계
냉난방 시설이 완벽한 미래의 도시 두바이에서, 2023년 12월 초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렸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의 주된 목표는,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프랑스 역시 21세기 말까지 지구의 기온이 4도 이상 상승한다는 시나리오에 대비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악몽 같은 일이다.
2022년 기준으로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15도 높았다. 기온은 특히 육지에서 더 크게 상승해, 프랑스의 경우에 지금과 같은 온난화 속도라면 3도 미만으로 상승도를 제한하는 것조차 어려워 보인다. 2023년 여름에 열린 공청회에서 프랑스 정부가 제안했던 대로, 우리는 지구의 기온이 3도 이상 상승한다는 시나리오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하는 것일까? 지구의 기온이 3도 이상 상승하면 프랑스의 기온은 4도 이상 올라갈 것임이 분명하다.
과학 자료와 각종 예측에 따르면,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경우 인류는 더 이상 지구에서 현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극단적 기상 이변, 즉 가뭄 및 폭염과 그로 인해 발생한 화재가 수확량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을 목격했다. 기후 현상이 가진 관성에 따라,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많아지고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의 기온은 기준점을 넘어서서 더 높게 상승할 것이고 그로 인해 각종 폐해가 도미노처럼 일어나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지구과학 전문가인 윌 스테픈과 요한 록스트룀은 경고했다.(1)
전 세계가 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열대 우림이 사바나로 변해 ‘지구의 폐’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일로 초래되는 엄청난 위험을 모두 감내하겠다는 뜻이다.(2) 극지방의 만년설은 점점 더 빨리 녹을 것이고, 이는 해수면의 수위를 높이며, 그 결과 세계 여러 지역의 기온을 조절하는 대규모 해류의 움직임은 약화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기후변화가 가져올 전 지구적인 이동이 프랑스와 유럽 지역에 미칠 영향도 간과하고 있는데, 전염병의 확산,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구의 대이동 등이 대표적인 예다.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서명하면서,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런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서약을 지키는 국가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서약조차도 공동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불충분한 수준이었는데도 말이다. 관련 기업들은 화석연료의 개발과 채취 그리고 유해한 화합물의 사용 다각화를 위한 투자금을 오히려 크게 늘렸다. 2016년 이후 이 분야의 투자금은 2억 2천만 달러에 달했다. 2030년까지 수많은 기업이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 범죄는 반인륜 범죄
석탄 분야의 차이나 에너지, 석유 분야의 토탈에너지스와 사우디 아람코가 대표적이고, 기후변화를 엄청나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뜻에서 ‘탄소 폭탄’이라 불리는 분야에 투자한 기업도 여럿이다. BNP 파리바, 크레디 아그리콜, 소시에테 제네랄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형 국제 은행도 이런 활동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고 또 그로부터 어마어마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반인륜 범죄와 환경 범죄를 부추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온난화로 인한 높은 기온에 적응하기 위해 헛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당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지구상의 생명체를 파괴하는 기타 모든 활동을 억제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이에 책임이 있는 기업들을 규제해야 한다. 파국을 향한 달리기는 지금이라도 언제든지 멈출 수 있다.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 기업이 인류와 환경에 피해를 끼치며 얻은 이익을 계산해봐야 한다. IMF의 추산에 따르면, 이 금액은 매년 5억 달러가 넘는다.(3) 기업에 인류의 건강과 천연자원에 준 이익과 피해를 대차대조표에 기록해보면, 이익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결국, 기업은 주주에게 부정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셈이다.(4)
- 공공 자본을 개편해야 한다. 기업이 이런 피해를 유발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기후변화에 적절히 적응할 수 있도록, 공제 및 보조금 지원 시스템, 즉 공공 자본을 개편한다.
-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인류의 건강과 천연자원을 파괴하는 일을 계속해서 지원하는 기관들에, 마약 밀매, 테러 등 범죄를 지원했을 때와 똑같은 제재를 가한다.
- 불평등을 타파해야 한다. 세계 인구의 상위 10%에 해당하는 부유층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60%에 책임이 있다. 이들은 간접적인 조세 압력에도 쉽게 대응하고 심지어 우회할 수도 있다. 따라서 소득, 재산, 영향력 등 그들이 누리는 특혜를 공격해야 한다. 프랑스 스트라테지가 보고서에서 권고한 이례적이고 임시적인 증세안은, 여전히 낮음에도 재정경제부 장관에 의해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장관은 이성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그들과 공범일까?(5)
- 자본을 이동시켜야 한다. 기후변화에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로부터, 언제나 가장 먼저 희생됐던 개도국들로 막대한 금액의 자본을 이동시켜야 한다. 미국의 기후특사 존 케리는 이동해야 할 자본액을 연간 3~4억 달러로 예상했다.(6)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연간 약 6억 달러로 추산했다.(7)
지구 기온의 4도 상승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 주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적응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다만 소득과 재산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지 않으면, 물질적 조건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온난화가 치명적인 사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적응’의 과정을 실제로 보여주는 몇몇 사례가 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곡물 생산자들은 토양과 식물 줄기의 상태를 고려해 구획별로 살수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시스템 덕분에 이전에 사용하던 물의 양의 20%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한편, 프랑스 푸아투샤랑트주의 곡물 생산자들은 지상의 인공 저수지와 연결된 지하수층에서 무제한으로 물을 공급받는다.
이렇게 미국의 곡물 생산자들은 물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도입했지만, 산업형 농업이 초래하는 다양한 형태의 폐해에는 무지하다. 이런 생산방식의 경우, 토양의 성분과 주변 환경은 비료와 살충제 없이 유지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두 종류의 화학물질(비료와 살충제)은 토양 자체뿐만 아니라 하천, 수생 환경, 해수를 심각하게 오염시킨다. 그리고 기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아산화질소의 배출 때문이다.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의 280배에 달하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물질로, 장기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 지구가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인도의 농업종사자 수백만 명은 재배 효율이 높은 품종을 선택하고 화학물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녹색 혁명’의 폐해를 체감했다. 이에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농업종사자들은 당국의 지원을 받아 농업생태학을 시도하고 있다. 한 가지가 아닌 여러 종의 식물을 나란히 또는 원형으로 심으면 토양이 비옥해지고 해충을 막는 데도 효과적이다. 또 이 식물들 사이사이에 나무를 심으면, 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공기 중의 질소를 흡수해, 나무도 잘 자라고 주변의 식물들도 잘 자라게 한다. 유럽의 농학자와 경제학자로 구성된 한 팀은, 사람들이 기존의 입맛과 소비 습관을 개선하기만 한다면 농업생태학의 방법만으로도 유럽연합의 모든 시민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8)
대규모의 환경 조성을 통해서도 기후변화에 현명하게 대비할 수 있다. 일례로 해수면 상승은 이미 불가피하므로, 해안지역의 보호에 힘써야 한다. 네덜란드는 더 이상 높은 제방을 건설하지 않고, 염전, 버드나무숲, 굴이나 홍합 양식장 등 폭풍우의 파괴력을 흡수할 수 있는 생태계를 해안지역에 조성 중이다. 시민들 자신도 바다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로테르담은 경고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성하고, 시민 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미화되는 환경파괴자들을 규제해야
이런 접근법은 폭우로 인해 홍수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정비하고 관리하는지에 따라 이를 확대할 수도, 막을 수도 있는 강 유역의 정비에서도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거리, 정원, 도시 공원 등 소규모 공간의 정비에 관한 모범사례도 있다. 일례로 영국의 로열 보태닉 가든은 연못을 만들 때 연못의 가장자리에는 가뭄에 강한 식물을 심고, 연못의 바닥에는 물의 양이 많을 때 물을 흡수했다가 이를 천천히 배출할 식물을 심는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의 인구는 점점 늘고 있지만, 대도시의 생활조건은 특히 폭염으로 인해 계속 악화하고 있다. 2007년 그르넬 국제환경회의에서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리노베이션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는 건물 소유주와 세입자들을 위한 기술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 사안이라 진행이 매우 복잡하고 느리다. 다만 적외선을 흡수하는 유리의 시공, 건물 내부에 다양한 식물을 심어 내부 온도를 8~10도 낮추는 것 등 해결책은 많다.
기후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적응법의 핵심은, ‘평등’이다. 노력도, 성과도 공평하게 나누는 방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들 중 21세기에 태어난 세대는 또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환경을 파괴하는 행동을 즉시 그리고 적극적으로 멈춘다면, 우리는 조금 불편하지만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는 미래와 만나게 될 것이다. 이런 노력에 덧붙여 우리는 소송의 개념을 달리 생각해야 한다.
최근 ‘에코 테러리스트’라는 용어를 흔히 볼 수 있다. 무절제한 세계시장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때로는 구속되고 수감되는, 대개 청년층의 활동가들을 일컫는 말이다. 반면, 환경파괴에 큰 책임이 있는 이들이 주목받고 심지어 미화되기도 한다. 우리가 감시하고 제압해야 하는 대상은 인류 역사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고 약탈하는, 이런 미화된 이들이 아닐까?
글·알랭 그랑장 Alain Granjean
경제학자, Carbone 4의 창립 회원, 기후고등위원회(HCC) 회원
클로드 앙리 Claude Henry
물리학자 겸 경제학자,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컬럼비아 대학교(뉴욕)의 명예교수, 대표 저서로 『Pour éviter un crime écologique de masse 대규모의 환경 범죄를 막으려면』 (Editions Odile Jacob, Paris, 2023)이 있다.
장 주젤 Jean Jouzel
기후학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전문가 그룹(GIEC)의 전 부대표, 대표 공저서로 『Climat : l’inlassable pionnier 기후 : 지칠 줄 모르는 개척자』 (Editions Ouest France, Rennes, 2023, 폴 구피와 공저)가 있다.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Will Steffen, Johan Rockström, coll.(2018), ‘Trajectories of the earth system in the Anthropocene’, <PNAS>, Oxford, vol. 115, n°33, 2018년 8월 6일.
(2) Chris Boulton, Timothy Lenton and Niklas Boers, ‘Pronounced loss of Amazon rainforest resilience since the early 2000s’, <Nature Climate Change>, London, vol. 12, 2022년 3월.
(3) Ian W.H. Parry, Simon Black, Nate Vernon, ‘Still not getting energy prices right : A global and country update of fossil fuel subsidies, <IMF Working Papers>’, 2021년 9월 24일.
(4) Transition énergétique : “La comptabilité des entreprises oublie le carbone” (tribune cosignée par Alain Grandjean) 에너지 전환 : “기업의 회계장부에는 탄소가 없다.” (알랭 그랑장의 연설), <르몽드>, 2023년 4월 28일.
(5) Jean Pisani-Ferry, ‘Selma Mahfouz, Les incidences économiques de l’action pour le climat 기후를 위한 행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France Stratégie, 2023년 5월.
(6) ‘Responsabilité historique des pays riches et délocalisation de la pollution 선진국들의 역사적인 책임과 오염의 이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년 11월.
(7) Andrew Fanning, Jason Hickel, ‘Compensation for atmospheric appropriation’, <Nature Sustainability>, n°6, London, 2023년 9월.
(8) Michele Schiavo et al., ‘An agroecological Europe by 2050 : What impact on land use, trade and global food security?’, Study, 프랑스 지속가능 발전 및 국제관계 연구소(IDDRI), Paris, n°7, 2021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