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내세워 ‘자유와 익명성’ 위협
올림픽 기간에 여유로운 산책이 가능할까?
대도시들은 대규모 행사 개최를 두고 경쟁한다. 올림픽, 국제 정상회담, 교황 방문 등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당국은 사고, 테러, 무질서를 막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지난 세기부터 이어진 안전관리법을 바꾸고 있다.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군중의 흐름을 통제하기 쉽게 공간을 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7월 14일 파리. 샹젤리제를 지나는 군사 퍼레이드에 이목이 쏠리는 동안, 한쪽에서는 파리 경찰청이 구축한 보안 체계가 펼쳐졌다. 파리시 20개 구 중 11개 구를 관통하는 1차 보안 구역에 주차가 부분 금지됐다. ‘바스티유 습격’ 기념장소에 가까워질수록 제한조치는 늘고, 검문검색은 강화됐다. 5㎢에 달하는 면적에서 차량 통행이 금지됐고, 인파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군중의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RER(일드프랑스 지역 급행열차)와 지하철 13개 역이 폐쇄됐다. 파리 시내 중심부에는, 시 행정명령에 따라 약 1.5㎢ 구간에서 “모든 종류의 항의 집회”를 금지하고,(1) 관중들의 몸수색을 위해 19개의 검문소를 마련했다. 관중들에게는 유리병 소지와 음주가 금지됐다. 또한, “얼굴 일부나 전체를 고의로 가릴 수 없다.”(2) 감시 카메라와 드론 수백 대도 현장을 주시했다.
프랑스 당국은 대규모 행사가 열릴 때를 대비해, 테러 등의 위험을 방지하고자 이런 보안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시위장소에서는 군중 통제를 위해 공간 재정비 작업을 시행하고, 공항의 보안 체계와 유사하게 자유로운 왕래도 제한했다. 이런 방식은 18세기 산업화의 시작을 경험한 프랑스 엔지니어들이 도입했던 합리적 인파 및 물자 관리 방법에서 일부 유래했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초기 철도 관계자들이 군중의 움직임을 관리하고 혼란을 피하고자 동일한 방식을 적용했다.(3)
군중을 가두는 방식도 진화한다
공간을 구획해 사람들이 선로 위를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했고,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한데 모이는 것을 제한했으며, 차표 소지자와 무임승차자를 분리했다. 이런 공간 안정화는 기차역을 방어 요새처럼 변모시켰다. 각종 울타리와 분리대는 승객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했고, ‘관리 감시 요원들’은 사람들을 계층에 따라 서로 다른 대기실로 안내한 뒤 일시적으로 가뒀다.(4) 객차별로 승객을 구분해서 탑승시키는 방법은 혹시 모를 위험한 움직임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여겨졌다.
1842년, 베르사유에서 파리로 향하던 열차의 탈선으로 42명의 탑승객이 열차에 갇힌 채 불에 타 사망했다. 이런 열차 사고들과, 객차별 탑승 구분의 불편함 때문에 철도 관리자들은 승객 분류방식을 재고하게 됐다. 관리자들에게는 안전과 승객 관리, 수익성을 조율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광업-통신 연구소(IMT)의 플로랑 카스타니뇨 교수에 따르면, “여행객의 안정적인 통행을 위해,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통제적인 방식으로 군중을 가둔 채 관리하는 방식에서, 자동 제어 및 표적 관리를 목표로 하는 보안 메커니즘으로 바뀌었다.”
이런 체계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기차역이나 공항 등 대중이 모이는 기반시설과 대규모 도심 행사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 경기장과 2019년 비아리츠에서 개최된 G7 정상회담 사례에서 보듯, 안전 관리 규모와 기능은 예전보다 훨씬 더 확대되고 발전했다. 유명 범죄학자 알랭 보에의 설명처럼,(5) 두 행사 모두 한정된 공간을 분할해서 보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으로 군중을 관리했다.
2015년 테러 대상이 됐던 스타드 드 프랑스는 8만 석의 좌석과 응원단의 충돌 등 여러 이유로 위험이 큰 시설이다. 건축가는 전직 소방청 소방감의 조언에 따라, 상황별 예방 기술에 중점을 두고 문제를 줄일 수 있도록 공간을 정비했다. 그 결과, 군사 건축물인 요새의 개방된 경사면처럼 완충 지대가 경기장을 둘러싸면서, 공격자들이 몸을 숨길 수 없게 만들었다. 경찰들의 감시와 개입 능력을 강화한 배치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들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도록 구석진 공간, 사각지대, 좌석 및 편의시설은 제거하거나 최소한으로 줄였다. 감시 카메라를 장착한 고성능 가로등을 설치했기 때문에 어두운 곳이 줄었다.
원격 조작이 가능한 개폐식 문은 경기장 보안 요원과 경찰의 업무를 용이하게 한다. 관중들은 고속도로 나들목을 출입하는 자동차들처럼, 때에 따라 각기 다른 3개의 RER역을 통해 보행자 전용 도로로 유도돼 경기장에 도착하는데, 이는 서로 다른 응원단 간의 만남을 피하게 해준다. 또한, 관중들은 역에 도착한 순간부터 경기장 좌석에 다다를 때까지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건축가 폴 란다우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도 외곽에 위치한 “계엄령이 내려진 경기장”(6)의 시스템이 도시 중심부로 옮겨오고 있다.
2019년 G7 정상회담이 열렸던 도시 비아리츠에서는 네 구간으로 이뤄진 원형 보호 구역을 설정하고, 중심에 가까울수록 통제를 강화했다. 마치 도시 일부를 돔 안에 가둔 듯한 통제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각국 국가 원수와 대표단, 기자 등 약 8,000명을 맞이하는 장소로 비아리츠를 선택한 이유다. 비아리츠는 중간 크기의 도시로, 주민 수가 2만 5,000명에 불과하며 국가권력을 상징하는 주요 기관이나 은행 본사가 없어 시위대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적었다.
이틀에 한 번 시행된 ‘특수 조치’
행사의 안전을 담당한 내무부가 전략적으로 지정한 4개 구역은 각각 고유한 역할을 수행했다.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 구역’의 면적은 1㎢ 미만으로, 이곳에 출입하려면 신분증과 특별 허가서를 제시해야 했다. 특별 허가서는 주민과 일부 상인 및 직원, 의료 인력 등만 받을 수 있었다. 당국은 또한 해변 3km 이상 구간에 대해 차량 통행, 해수욕 및 기타 해상 활동 등을 금지했으며, 해당 구역 내 공영 주차장을 폐쇄했다. 면적이 약 1.5㎢인 두 번째 구역은 ‘보호 구역’으로, 주민과 허가를 받은 이들만 출입증을 소지한 채로 통행할 수 있었다. 장크리스토프 모로 전 G7 의장단 부총재는, 2만 2,000대의 차량을 검사하고 5만 명을 선별해 보호 구역 내 이동을 허용하는 통행증을 발급했다고 발표했다.(7)
특별 구역 설정을 통한 보안 조치는 도시 경계 너머까지 확장됐다. 군사경찰이 담당한 세 번째 구역에서는, 기차역과 공항을 임시 폐쇄했고, 스페인 국경에 검문소를 설치했으며, 비아리츠, 바욘, 앙글레를 잇는 삼각지대의 모든 도로를 통제했다. 마지막 구역은 프랑스 영토 전체로, 프랑스 및 주변국의 정보기관이 협력해 위험인물들을 차단하고 450건의 입국 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한, 이웃 도시 앙다예에 모인 G7 반대시위대의 과격 행동을 막기 위해, 당국은 검사 17명을 동원하고, 유치장 내 구금실 300개를 비웠다.(8)
이런 보안 조치를 위한 공식 예산은 3,640만 유로로, 2018년에 G7 회담을 개최했던 캐나다가 행사 안전을 위해 사용한 1억 9,000만 유로에 비하면 적은 금액인 듯 보인다. 캐나다는 미주정상회의(SOA) 개최 당시 교도소 한 곳을 통째로 비워둔 것으로도 유명하다.(9) 다만, 프랑스 정부는 보안 인력 동원에 소요된 막대한 비용을 공식 예산에 포함하지 않았다.(10)
자유와 익명성이 사라진 파리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의 안보 책임자인 알드리치 루데셔에 따르면, “평화의 시대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안보 행사”(11)인 2024년 파리 올림픽은, 군중 감시와 관리에 있어서 큰 도약을 약속한다. 파리 올림픽에는 외국인 100~200만 명을 포함한 관객 1,50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되고, 파리 지역 25곳의 경기장을 포함한 35곳의 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리며, 개막식 관중은 50만 명, 외부 ‘응원 구역’에 800만 명 등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 1만 7,000명, 기자 2만 5,000명, 운영인력 30만 명(자원봉사자 5만 명 포함), 그리고 국가 원수 100~150명을 비롯한 저명인사들에 대한 통행증 발급과 관리도 상당히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12) 이런 전망은 기업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당국의 불안을 키운다.
당국은 우선 사회·도시 마찰을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노숙자와 불법 이민자 등 불청객들을 다른 지방에 위치한 수용센터로 옮기는 조치를 마련했고, 시 행정 명령을 통해 수도 북부 지역에서의 무료 식품 배급을 금지할 예정이다. 파리 경찰청은 내무부의 요청에 따라 파리와 센생드니에 ‘범죄 제로’ 계획을 세우고, 순찰을 강화하며 검문을 확대하기로 했다.
파리 경찰서에 따르면, 파리의 특징인 자유와 익명성은 올림픽 동안 소멸할 예정이다. 지난 11월 말, 로랑 누네즈 파리 경찰청장은 테러 방지법에 따라 올림픽 개회식 당일 대규모 보호 구역을 설정해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특수 조치는 2017년 11월 1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 총 612회,(13) 그러니까 이틀에 한 번 시행됐다.(14)
수도 전체 면적의 5%를 차지하는 보호 구역에는 주민 차량, 병·의원 이송 차량, 수리용 차량(승강기, 배관), 장애인 이동 차량의 통행이 금지된다. 자전거 이용자들의 출입도 금지되며, 보행자들은 검색을 받는다. 두 번째 구간은 면적이 20㎢로(파리 면적의 20%) 가사 도우미 서비스 및 버스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의 통행이 ‘제한’될 예정이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이동 목적(집, 직장, 병원 방문 등)이 확인되는 경우에 한해 차량 통행이 허용된다.
그런데, 이 보안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까? 경찰은 7월 14일 혁명기념일 행사와 G7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효율성을 높이 평가했다.(15) 하지만, 경기장 주변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여전히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2022년 5월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경기에서 일련의 소요사태가 발생해 프랑스와 영국의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한 것처럼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도시 디지털 보안 시장 전문가인 국립과학연구소의 미르티유 피코 연구원은, 이런 축제와 후원의 순간들은 기업들이 “프랑스의 능력을 세계 시장에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무엇이 가능한지 한정된 시간 동안 무엇을 안정화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수년간 불법적으로 사용됐던 알고리즘 기반의 영상감시가 공식적으로 시행될 예정이고,(16) 이와 더불어 2019년 국립연구청(ANR)과 국방 및 국가안보국(SGDSN)이 시작한 프로젝트 공모는 “이런 대규모 행사의 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최상의 기술적 해결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 사업에 투입되는 공적 자금은 “안보 산업이 체계화되고, 혁신적이며 국제적 명성을 얻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17) 2022년 4월, 산업전략위원회(CSF)가 내무부와 협업해 시작한 또 다른 프로그램은, “89개 기업의 참여 덕분에 공공 공간을 200개의 해결책을 실험할 연구실”로 변화시킨다.(18) 파리가 공항처럼 변해가는 동안, 도시 안전 분야의 챔피언들은 이미 금메달을 획득했다.
글·토마 쥐스키암 Thomas Jusquiame
기자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경찰청, 2023년 7월 14일 군사 퍼레이드를 위한 보호 구역 설정 및 경찰 조치 수립에 관한 제2023-00817호 행정 명령.
(2) 경찰청, 2023년 7월 14일 파리 정부 행사 시 파리에서 적용 가능한 경찰 조치에 관한 제2023-00838호 행정 명령.
(3) Florent Castagnino, ‘Les chemins de faire de la surveillance : une sociologie des dispositifs de sécurité et de sûreté ferroviaires en France 감시하는 철도: 프랑스 철도 안전 조치의 사회학’, 박사 논문, université Paris-Est, 2017.
(4) Isaac Joseph (dir.), 『Villes en gares 기차역의 도시』(Éditions de l’Aube, La Tour d’Aigues, 1999)중 Georges Ribeill, ‘D’un siècle à l’autre, les enjeux récurrents de la gare française 한 세기에서 다음 세기까지, 반복되는 프랑스 기차역의 문제들’.
(5) Alain Bauer, ‘Undefensible Space, terrorisme: sanctuariser les lieux ou protéger les personnes ? 방어할 수 없는 공간, 테러리즘: 공간을 성역화하거나 사람들을 보호하라?’, www.geostrategia.fr, 2018.5.9.
(6) Paul Landauer, 『L’Architecte, la ville et la sécurité 건축, 도시와 안전』, PUF, Paris, 2009.
(7) Hugo Robert, ‘Sécurisation des sommets internationaux : retour d’expérience sur le G7 de Biarritz et le G20 de Buenos Aires (Milipol) 국제 정상회담 안전: 비아리츠 G7 정상회담, 부에노스 아이레스 G20 정상회담(Milipol)의 경험 돌아보기’, www.aefinfo.fr, 2019.11.22.
(8) ‘Biarritz : Les anti-G7 sont prêts, la justice aussi 비아리츠: G7 반대시위대는 준비됐다. 사법당국도 마찬가지다.’, France24, 2019.8.20.
(9) ‘Sommet des Amériques : le libre-échange au programme 미주정상회의. 의제에 오른 자유무역협정’, 2001.4.18, www.lemonde.fr
(10) Cédric Pietralunga, ‘G7 à Biarritz : un budget aux contours flous 비아리츠 G7 정상회담: 불투명한 예산’, <르몽드>, 2019.8.24.
(11) ‘Les Jeux comme vecteurs de transformations et d’héritages 변화와 유산의 매개로서 올림픽’ 좌담회, <Milipol Paris>, 2023.11.17.
(12) Stéphanie Fever, Fabien Lacombe, 『Sûreté des grands événements sportifs et des JO Paris 2024 주요 스포츠 행사 및 2024 파리 올림픽의 안전』, VA éditions, Versailles, 2020.
(13) 상원, 법률위원회 Marc-Philippe Daubresse, Agnès Canayer, 보고서 n° 694(2020~2021), 2021년 6월 16일 상정.
(14) 최대 하루 한 번으로 계산함.
(15) 상원, 법률위원회 Marc-Philippe Daubresse, 정보 보고서 n° 348(2019~2020), 2020년 2월 26일 상정
(16) Thomas Jusquiame, ‘Les cuisines de la surveillance automatisées(한국어판 제목: 국민을 감시하는 지능형 CCTV의 공작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2월호, 한국어판 2023년 9월호.
(17) 프랑스 국립연구청, 2019년 3월 22일자 보도자료.
(18) 주요 행사 및 2024년 올림픽 일반 보안 계획. 프랑스 육상 및 항공 방위·보안 산업그룹(GICAT), 2023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