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철의 여인, 대처> 자크 르뤼에
저자가 1991년 출간한 <대처 현상>에 한 챕터를 더 추가해 개정판으로 내며 제목을 <철의 여인, 대처>로 바꿨다. 책에서 저자는 마거릿 대처가 총리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권력을 잡은 후 일상에서 보인 제스처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소개한다. 책의 40페이지 정도는 대처의 경제·사회 정책, 즉 민영화, 노조 활동 제한, 보건·교육 시스템 개혁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날카로운 종합 능력이 돋보이는 책으로서, 대처 정부가 가진 기본적인 모순도 다루고 있다. 대처는 중앙집권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정부의 군살빼기도 목표로 했다.
<일본 자본주의의 거대한 변신> 세바스티앙 르슈발리에
일본이 전후에 경제와 기술에서 뒤처진 부분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평을 받는 일본식 모델. 실제로 일본은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 사내 안정과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바탕으로 한 기업 정책을 펼친 덕분에 1980년대 초반 전성기를 맞았고, 이어서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경제학자에게서 오랫동안 찬사를 받은 일본식 모델이 1990년대 말부터 쇠퇴하기 시작했고,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장기 침체에 들어갔다. 저자 세바스티앙 르슈발리에는 일본이 장기 침체하게 된 원인은, 일본식 경제 모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시작한 신자유주의 개혁에 있다고 주장한다.
<젠더와 성별의 사회관계> 롤랑 페페르코르
사회학자로 활동하는 저자 롤랑 페페르코르는 페미니스트들과 사회과학 여성 연구원들이 성별 관계, 특히 젠더의 개념(남녀의 성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사회 체제 등)과 성별의 사회관계(계급·세대와 관계된 개념)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같은 유물론적 입장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 강조한다. 유물론적 입장은 성별 관계를 생각할 때 물질적, 경제적, 사회·정치적, 물리적 기반을 중시한다. 동시에 상징적인 면을 고려하고, 남녀 사이에 서열을 만든 사회·역사적 배경을 분석한다.
<계몽시대 초기의 학문, 방종, 그리고 은밀함> 클로딘 코엔
익명으로 출간된 <텔리아메드>는 17세기에 주이집트 프랑스 영사를 지낸 브누아 드 마이에가 저자라는 사실만 막연히 알려져 있다. 이 책은 바닷물이 줄어들고 생물이 변화할 것이라는 이론에 바탕을 둔 토지와 생명의 역사를 그린다. <텔리아메드>를 연구한 철학가 겸 학문역사학자 클로딘 코엔은 인식에 많은 변화가 찾아오고, 작가들이 익명과 은밀함 사이에서 방황하고, 철학적이면서 실존적인 방종의 정신이 피어오른 파란만장한 18세기를 지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했다.
<잃어버린 명분을 수호하기 위하여> 슬라보이 지제크
"잃어버린 명분은 정확히 말하면 세상을 구했을 수 있는 명분을 가리킨다." 소설가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이 한 말로 슬라보이 지제크가 이 책에서 인용한다. 지제크는 혁명의 공포에 담긴 비극적인 면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해 분석하려고 이 책을 집필했다. 그러므로 보편적인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사용된 잔인한 방법과 투쟁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배경은 분리해버릴 필요가 있다. 지제크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사상,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스탈린의 행동, 안토니오 네그리의 개념, 알랭 바디우의 개념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좌우의 전체주의가 자본주의의 독점적 지배와 연결된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프레드리히 하이데거, 카를 마르크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이론을 근거로 대며, 사회 과정은 결국 사회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며 중심을 넘으려는 모든 도전도 결국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의 틀을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