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 앞의 건강, 과연 평등한가?
분리주의가 지켜지는 곳은 학교 밖에 없다. 프랑스에서 엘리트 의사들의 이탈은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만든다. 의료 산업계는 필수 약품 공급보다는 이윤에만 열을 올리고, 의사들은 민간병원으로 떠나고 있다. 재정의 90%를 공적자금으로 지원받는 민간병원의 업무는 덜 힘들지만, 돈벌이는 더 좋다. 프랑스 정부는 의료보조나 외국인 임시의료진을 형편없이 대우하면서, 그들에게 일반 환자를 맡긴다. 임원보다 노동자가 당뇨병이나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 두 배 더 높다. 의료에서 평등은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의료 공영화만이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
“소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올해 1월 16일, 기자회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료계의 자율권을 이중으로 감독하겠다며 낙관적으로 말했다. 흔히들 상상으로 앓는 환자라 진단하는 환자들을 억제하기 위하여 프랑스 정부는 계속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표현대로, 국가의 보물인 병원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2022년 병원에서 6,700개의 병상이 사라졌다. 올해 인상된 예산만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분을 메우지 못한다.
2024년 프랑스의 공공서비스 전체의 재정 적자는 최소 15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이면 투석치료 15,000건 또는 암 치료를 위한 500,000일의 입원이 가능하지만, 포기해야 한다.’(1) 그러나 이는 대다수의 환자나 의료진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정부, 의회, 건강보험, 지역보건소에서 재정 지출을 담당하는 고위 공무원들이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예방을 토대로 한 공공의료 정책으로는 지출을 억제할 수 없다. <르몽드>는 2023년 12월 20일 “발암물질인 아질산염은 조만간 개와 고양이 먹이에서 퇴출될 예정이지만, 인간의 식료품에서는 함량만 감소 될 예정이다.”라고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건강보험은 개인병원의 경쟁 격화는 거부하면서, 일반의의 진료비는 인상하려 한다. 프랑스 일반의는 이미 평균 임금보다 3배 더 높은 임금을 받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2) 절약을 강조하지만, 대형 제약사에는 맞서지 못한다. 미국의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시스는 C형 간염 치료제 Sovaldi를 56,000유로에 계약한 후, 2014~2016년 프랑스 건강보험에서 7억만 유로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너무나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라서, 처음에 프랑스 정부는 이 약품이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공급하기를 포기하려 했었다.
프랑스 정부는 실제로 환자들을 희생시키고 수많은 의료진을 절망에 빠뜨리면서, ‘공공지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들’을 끈질기게 실행에 옮겼다. 2023년 11월 13일 상원에서 당시 보건부 장관이 내뱉은 것처럼 말이다. 여론조사 기관 Sofres의 조사에 따르면, 1995년 프랑스인의 63%는 공공병원에 만족했다고 한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 IFOP에 따르면, 73%의 프랑스인은 앞으로는 공공병원의 기능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우려했다.(3)
떠나는 의료진
1980년 이후 인구 천 명당 병상 수가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의료진 수 대비 병원 업무량이 두 배 빠르게 늘어나고, 동기간 유일하게 남은 응급실 이용자 수가 천만에서 이천만으로 두 배 늘었다.(4) 작년에만 389개의 응급실 중 163개가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응급실 대기 중에 노인들이 사망할 위험성이 커지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제어되었음에도 응급실들이 문을 닫았다. 2022년 인구 전체의 사망률은 2020년과 2021년을 추월하며,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은 사망률을 기록했다.(5) 그리고 2022년 프랑스 65세 노인의 건강한 기대수명은 줄어들었다.(6)
점점 더 많은 의료진이 도망가듯 떠나고 있다. 의료진 증원 없이 더 많은 환자를 받도록 강요받고 업무 강도가 높아지자, 결국 다들 결근하거나 떠나고 싶어 한다. 간호학과 학생의 1/4은 학업을 끝마치지 않고, 1/4이 넘는 간호사들은 중간에 그만둔다.(7)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병상 수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통원치료조차,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개업의는 개업의대로 환자의 부재, 진료환경의 악화, 일반의 수의 감소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따라서 진료 시간을 줄이거나 또는 페이닥터 수를 줄이고 있다. 공공이나 민간이나 마찬가지이다.
개업의 방사선사 임상병리사에 이어, 영리적인 목적의 의료센터 개원이 이어지며, 의료 분야의 자본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나라에서 잘 관측된다. 2010~2021년, 미국에서 1차 치료에 투자된 민간자본은 1,500만 달러에서 160억 달러로 증가했다.(8) 프랑스 정부의 선택은 민간 투자를 촉진시킨다. 새로운 의료센터에서 의사들은 건강보험이 부과하는 행정업무 증가나 생산성 향상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공공병원보다 훨씬 좋은 의료 장비를 사용하고, 원격진료를 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원격의료를 재차 장려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주식회사인 Ramsay Health Care의 프랑스 자회사인 리옹, 푸아티에, 루에일-말메종 의료센터는 한 달에 11.99유로를 내면 주7일, 하루 24시간의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제학자 니콜라 다실바는 “자본은 수익성이 높은 곳에만 투자되기 때문에, 이러한 자본화는 불평등을 10배 심화시킨다”면서 “‘자본이 투자된 곳에서 (...) 환자들은 환급되지 않는 추가비용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불평등은 심화된다”라고 설명했다.(9) 토마 파토메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올해 1월 20일 <프랑스 앵테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통 단기적으로 (...) 순전히 자본주의적인 목적으로 의료업계에 뛰어든 자들이 걱정된다.” 어쩔 수 없이 정부는 새로운 민간 의료업계에서 축적한 건강 자료들 또한 계산에 넣어야만 할 것이다. 진료 예약 시장을 점령한 닥터립(Doctolib) 어플처럼, 자본은 진료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렇지만 닥터립(Doctolib)이나 램지 헬스 케어(Ramsay Health Care)가 앞으로도 손해를 보면서까지 공공의료를 위해 일하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공유화가 필요한 그랑드 세퀴 프로젝트
2021년 6월 21일, <Décideurs Magazine>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금융그룹의 회장은 이미 프랑스 의료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노 프티는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려는’ 정부의 결정에 크게 기뻐했다. 그러나 자본화라는 정치적 선택은 번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의 자본화보다는 핵심 서비스의 공유화라는 더 좋은 대안이 있다.(10) 치료, 공공보건, 청결, 사회, 교육 등 집단생활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공유화하는 것이다. 관련 근로자를 위한 법령을 제정하고, 분담금의 형태로 재정을 지원하고, 보험가입자의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충분히 징수한다. 또, 서비스 생산자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 수단을 지급하고, 연구 및 새로운 치료제 생산, 예방 운동의 개선에 투자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더 이상 유토피아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1~2022년, 공공병원의 위기 속에서 감사원과 건강보험미래를 위한 고등자문위원회(HCAAM)는 나름대로 그랑드 세퀴(Grande Sécu) 프로젝트(건강보험 강화 프로젝트)의 전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오랜 기간 좌파에서 주장한 대로, 추가적인 사보험 없이도 협약을 맺은 수가를 100% 환급해 줄 것이다.(11)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증가와 민간 보험사의 지급 회피 비용을 비교하면서, HCAAM의 보고서는 보험가입자와 사용자들이 54억 유로 상당의 이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그리고 이는 부유하지 않은 80%의 사람들에게 유리하다고 발표했다. 절약을 구실로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의 환급금에만 집중한 그랑드 세퀴 프로젝트는 낭비와 치료의 포기를 혼합하며, 경영 법칙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그러면서 그랑드 세퀴 프로젝트 또한 평등의 조건으로 공유화가 필요하다고 확언한다.
글 · 그레고리 르젭스키 Grégory Rzepski
번역 · 김영란
(1) Nos services publics, ‘Un répit avant l'austérité? Des textes budgétaires 2024 en deçà des besoins de la population et qui présagent d'une fin de quinquennat particulièrement contrainte. 긴축재정 전 유예인가? 임기 말, 필요한 예산보다 낮은 2024년 예산안을 강제하다.’, 2023년 11월, https://nosservicespublics.fr
(2) Nicolas Da Silva, ‘À propos de la rémunération des médecins libéraux 개업의의 보수에 관하여’, 2022년 12월 9일, www.alternatives-economiques.fr
(3) Denis Olivennes, ‘Les Français et l'État : un réformisme de proximité 프랑스인과 정부, 혁신주의’, Sofres, L'État de l'opinion 1997, Seuil, 파리, 1997년 ; ‘6 Français sur 10 jugent les services publics défaillants 프랑스인 10명 중 6명은 공공서비스가 쇠퇴했다고 생각한다’, Le Journal du dimanche, Paris, 2022년 11월 5일
(4) Nicolas Da Silva, ‘La Bataille de la Sécu. Une histoire du système de santé 건강보험 전쟁. 보건 시스템의 역사’, La Fabrique, Paris, 2023년
(5) Nathalie Blanpain, ‘53,800 décès de plus qu'attendus en 2022 : une surmortalité plus élevée qu'en 2020 et 2021, 2022년은 예상보다 53,800명이 더 사망했다. 2020년과 2021년보다 훨씬 더 높은 사망률’, Insee Première, n˚1951, 국립통계경제연구소, Paris, 2023년 6월 6일
(6) Thomas Deroyon, ‘L'espérance de vie sans incapacité à 65ans est de 11,8ans pour les femmes et de 10,2ans pour les hommes en 2022, 2022년 65세 노인의 건강한 기대수명은 여성은 11.8년, 남성은 10.2년이다’, Études et Résultats, n˚1290, 평가, 조사, 연구, 통계국(Drees), Paris, 2023년 12월
(7) Pierre-André Juven, Frédéric Pierrru, Fanny Vincent, ‘La Casse du siècle. À propos des réformes de l'hôpital public 공공병원 개혁에 대하여’, Raisons d'agir, Paris, 2019년
(8) Daniel Benamouzig, Yann Bourgueil, ‘La financiarisation dans le secteur de la santé : tendances, enjeux et perspectives 의료 분야의 자본화의 경향, 관건, 전망’, Sciences Po-Chaire santé, 2023년 7월, www.sciencespo.fr
(9) Nicolas Da Silva, ‘L'irrésistible financiarisation des soins? 돌이킬 수 없는 의료의 자본화?’, Alternatives économiques, Paris, 2023년 5월
(10) Pierre Rimbert, ‘La puissance insoupçonnée des travailleuses 노동자들의 예상 밖의 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1월
(11) 감사원, ‘Les complémentaires santé 추가 보험’, 2021년 7월 21일, www.ccomptes.fr ; Haut Conseil pour l'avenir de l'assurance-maladie, ‘Quatre scénarios polaires d'évolution de l'articulation entre Sécurité sociale et assurance maladie complémentaire 건강보험과 추가 보험 사이의 진전에 대한 4가지 극단적인 시나리오’, 2022년 1월, www.securite-social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