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급 차별에 WHO 규정 위반도 다반사

프랑스 의사들이 외면하는 공공병원을 지키는 외국인 의사들

2024-02-28     에바 티에보 l 탐사보도 전문기자

프랑스 공공병원의 부족한 인력은 비유럽권 학위를 소지한 외국인 의사들로 일부 충원되고 있다. 이제 외국인 의사들의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관련 의료 정책은 거의 40년 동안이나 불안정하고 부실하기만 하다. 게다가 이 정책들은 프랑스가 맺은 국제 조약에 위배된다. 

 

마르세유 공공병원에서 응급 마취-소생과 의사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아이샤 S는 최근 몇 년 동안 겪은 일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며 진저리를 쳤지만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그녀는 2006년 남편이 있는 프랑스로 이주하기 전 이미 10년 동안 알제리에서 의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다시 학위를 인정받기 위해 그야말로 ‘투쟁가의 삶’을 살아야 했다. 

그녀는 결국 16년이나 걸렸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의사 20만 명 중 의사협회에서 학위를 인정받은 외국인 의사는 1만 5,000명에 불과하다. 이 ‘비유럽권 학위 소지 의사’ 대부분이 알제리, 튀지니, 모코로, 시리아인들이며 주로 공공병원 마취과와 같이 민간병원만큼 급여를 줄 수 없어 구인난을 겪는 분야나 응급의학과, 정신과와 같이 고된 비선호 과에 종사한다.

이들의 역사는 공공병원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오랜 기간 빈곤층의 돌봄 센터 역할을 했던 공공병원은 세계 2차대전 이후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의사 수가 늘어났고 병원 지출도 급증했다. 덩달아 의대생 수도 늘어났다. 연구원 마르크 올리비에 데플로드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의료계 소수 보수주의자들은 프랑스 68혁명 저항 정신에 물든 신세대 때문에 불안했는데 저소득층 출신이 섞인 의대생 수 증가 자체가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1) 

 

1970년대 의대 2학년 대폭 감축, 전공의 구인난 초래

결국 1971년 프랑스 의료 협회와 노조는 의대 2학년 진급 합격률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1973년과 1979년 석유 파동으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자 프랑스 의사들은 수입이 줄어들까 염려했다. 결국 사회보장 비용을 삭감하려는 프랑스 정부의 주도하에 2학년 진급 정원을 1972년 8,588명에서 1980년 4,000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 영향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급여가 비교적 낮은 인턴(2023년 세후 급여 2,300유로, 당직 수당 제외)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수련 중인 인턴들은 특히 야간과 주말에 당직을 담당하며 ‘지속적 보살핌’을 제공하는데 이 인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게다가 1982년 의대 개혁이 단행되자 레지던트들은 일반병원(CH) 대신 명망 있는 대학병원(CHU)으로 향했다.

이 일반병원들은 1983년부터 연간 예산이 줄어 이미 재정난을 겪고 있었는데 경제 위기까지 덮치자 심각한 전공의 구인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프랑스 밖에서 외국 의대생과 의사들이 프랑스 병원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마그레브, 근동,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출신이 대부분이었으며 프랑스에서 수련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프랑스 공공병원은 이들에게 파격적으로 낮은 급여(2023년 세후 1,600유로, 당직 수당 제외)를 주면서 ‘인턴 업무직(FFI)’으로 고용하여 인력난을 해소했다. 그리고 1990년대에도 의대 2학년 진급 정원은 3,500명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졌고 외국인 의사들이 프랑스에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외국인 의사의 의료행위 허가 제도가 부실한 탓에, 이들은 부당한 대우를 감내해야 했다.

 

차별 겪은 외국인 의사, “우리는 항상 2등급”

일부 프랑스 의사들의 반대, 그리고 완고한 쿼터제에 부딪혀 프랑스 의사협회는 외국인 의사들의 학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프랑스 의대생들조차 의사고시 합격이 하늘의 별 따기인데 외국인 의사들의 학위를 어떻게 인정해 주겠는가? 1999년이 되어서야 쿼터제가 상향 조정되었고 기초의료보험(CMU)에 관한 법이 그해 7월 27일에 제정되어 프랑스에서 이미 몇 년 이상 의료행위를 하고 있었던 외국인 의사에 한하여 학위를 인정해 주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 이 법 덕분에 8,000명이 의사 학위를 인정받았다.(2)

그런데 기초의료보험법은 이후 프랑스로 입국한 외국인 의사의 고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외국인 의사들이 여전히 낮은 급여를 받으면서 계약직 의사, 인턴업무직(FFI), 실습 의사와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고용되었고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가장 오래된 외국인 의사 노조 중 하나인 의료진 연맹(FPS)의 회의가 있었던 날 한 외과 의사는 “우리는 항상 2등급 의사”라고 말했다. 외국인 의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차별을 겪지 않은 이가 없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의사 학위를 받은 후 프랑스에서 인턴업무직(FFI)를 거쳐 동종요법발전협회(APHM)산하 병원에서 마취-소생과의로 근무하고 있는 한 의사는 “남아프리카에서의 인종차별은 매일 일상에서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좀 더 교묘하다. 예를 들면 간호사는 다른 프랑스 의사를 불러서 내가 쓴 처방전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털어놓았다. 사회학자 크리스텔 피파텐 아운수는 이것이 바로 외국 의사들을 경시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의사들의 처방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2000년대 인구 고령화, 만성 질환 비율 증가, 환자 요구사항의 다양화 등으로 인해 보살핌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 상황에서 병원은 재정난까지 겪으니 인력 충원이 더욱 어려웠다. 결국 외국인 의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말렉 A는 알제리에서 7년간 근무 경력이 있었지만 테러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2000년 프랑스 부쉬 드 론으로 이주했다. 초기에는 마르티그 일반병원(CH)에서 전공을 살려 소화기내과에서 근무했지만, 곧 응급실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런 작은 소도시에서 특히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과이다. 보건지리학자 빅토르 코트호는 이것이 바로 비유럽권 학위를 소지한 의사들이 가는 일반적인 경로라고 했다. 

이렇듯, 기초의료법 도입 이후 프랑스로 이주한 의사 수천 명이 부당한 근무 조건을 감내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2007년 사회보장재정지원법(LFSS)이 도입되면서 외국 의사들의 학위 인정 절차를 재정비했다. 이제 외국 의사들은 바늘구멍 같은 고시를 통과하고 병원에서 별정직 형태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의료행위 허가 위원회에 학위 인정을 요청할 수 있었다. 마르세유 병원 마취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이샤 S는 “아기가 있었지만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고시에 매달렸는데 아슬아슬하게 시험에 떨어졌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프랑스, WHO 의사 채용 규정 위배

2012년 공공병원에서 부족한 정식 의사 비율이 무려 24%였다.(3) 2000년대 중반 이후 의대 2학년 진급 정원 수를 7,400명으로 증원했지만 전문의까지 약 10년이나 걸리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는 없었다. 2004년 유럽연합 확대 이후 프랑스에서 자국의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유럽 국가 의사들이 대거 몰려왔지만 인력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비유럽권 의사들은 씁쓸했다. 어제만 해도 유럽권 출신 의사들도 학위를 인정받지 못했는데 다음날이 되자 학위를 인정받은 정식 의사가 되었다. 프랑스에서 유럽권 학위를 소지한 의사 1만 1,600명 중 루마니아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이탈리아, 벨기에 출신도 많다.(4) 특히 이 중에는 프랑스 의대생이 쿼터제를 피해 다른 유럽국에서 학위를 받고 돌아온 경우도 포함된다.(5)

그리고 개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공공병원의 의사 구인난이 가중된다. 전공의 중 27%, 그리고 외과의 중 43%는 개업을 선택한다.(6) 하지만 공공병원 의사도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월평균 급여는 인센티브와 당직 수당을 포함하여 세후 6,000유로로 전체 의사의 평균 급여보다 월등히 높다.(7) 그러나 개인병원 의사의 수입은 훨씬 높다. 가장 급여가 높은 마취-소생과의 경우 월평균 급여가 세후 1만 7,000유로이다.(8) APHM의 한 마취과의는 “공공병원은 의사가 부족해서 업무 강도가 높다. 그런데 요즘 젊은 의사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공공병원 회피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니 2010년대에도 불안정한 고용조건에서 낮은 급여를 받고 근무하는 비유럽권 외국인 의사들이 수천 명에 달했다. 이 상황에서 2019년 보건 제도 조직과 개선에 관한 법이 제정되면서 ‘의료행위 허가 임시 제도(stock)’를 마련하여 급여를 정상화하면서 처우를 개선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 법은 외국인 의사가 고시를 치른 후 ‘보조 의사’라는 독특한 지위로 몇 년간 병원 근무 기간을 거쳐야만 학위를 인정했다. 이 의무기간 동안 보조 의사는 당직 수당을 제외한 월 급여가 겨우 세후 2,500~2,700유로였다. 프랑스 비유럽권 면허 의사 노조(SNPADHUE)의 부사무총장 네피사 라크다라는 당시 10년 이내에 급여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실 병원 현장에서는 새로운 직위를 만들어 외국인 의사들을 고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2023년 1월 1일 집계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 병원에서 ‘보조 FFI’와 ‘수련생’의 신분으로 근무 중인 외국인이 6179명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2019년 ‘의료행위 허가 임시 제도’ 덕분에 특별히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이 제도는 2023년 봄 종결되었다. 그리고 일부는 국시를 통과한 후 2023년 12월 이민법에 따라 ‘의료종사자’로서 4년간 프랑스에 머무를 수 있는 다년 체류증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학위를 인정받지 못한 나머지 외국인 의사들 수천 명이 남아있다.

 

부당대우 받는 외국인 의사들

2021년 프랑스가 외국 학위(유럽권 학위 포함)를 인정하여 OECD에 신고한 외국인 의사 수는 2만 6,600명이다.(9) 그러나 정확한 외국인 의사 수를 집계하려면 이 수치에 2023년 의사협회에서 학위를 인정을 받지 못한 채 공공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보조 의사 5,000여 명, 그리고 FFI와 수련생 수천 명을 포함시켜야 한다.(10) 아무튼 프랑스는 미국(2016년 21만 5,600명으로 전체 의사 중 25%) 영국(2021년 6만 6,200명으로 전체 의사 중 32%), 독일(2021년 5만 2,200명으로 전체 의사 중 14%)과 함께 외국인 의사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11)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외국인 의사들은 결국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세계보건기구 의료인 채용에 관한 규정은 “해당 국가에서 교육받은 의료 인력에 대한 대우와 동등하게 교육 수준, 경력, 책임 범위와 같이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외국인력을 채용하고 진급시켜야 하며 급여를 책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12) 그리고 세계 보건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Wemos 네덜란드 협회의 코린느 힌로펜은 “자국에서 의사 학위를 수료한 의사를 수년 동안이나 능력에 적합한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낮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세계보건기구의 규정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프랑스 공공병원은 외국인 의사를 영입함으로써 국내 의료 서비스 불균형을 해소하고 민간병원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퀘벡처럼 외국 학위를 즉각 인정하는 것에 아직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글·에바 티에보 Eva Thiébaud
탐사보도 전문 기자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Marc-Olivier Déplaude, 『La Hantise du nombre, Une histoire des nunerus clausus de médecin 숫자에 대한 강박, 의대생 퀘터제의 역사』, 벨 레트르, Paris 2015년. 
(2) Marc-Olivier Déplaude, ‘Une xénophobie d’Etat? Les médecins étrangers en France 정부의 외국인 혐오? 프랑스 내 외국인 의사’, Politix, vol.3, n〬95, Paris, 2011년.
(3) ‘Evolution du taux de vacance statutaire des PH temps plein et temps partiel de 2007 à 2017 selon la discipline 2007~2017년 진료과별 풀타임, 파트타임 정식의사 공백률 변화’, 공공병원 의료진과 경영진 관리청(CNG), 2017년 7월, www.cng.satte.fr
(4) 활동 의사에 해당함. ‘Atlas de la démographie médicale en France 프랑스 의료인력 분포도’, 의사협회 위원회, 2023년 1월. 
(5) Philippe Bacqué, ‘La Roumanie, voie de recours des étudiants français en médecine 루마니아, 프랑스 의대생들의 탈출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7월. 
(6) ‘Atlas de la démographie médicale en France 프랑스 의료인력 분포도’, 의사협회 위원회, 2023년 1월, www.conseil-national.medecin.fr
(7) ‘Les salaires dans la fonction publique hospitalière-En 2021, le salaire net moyen augmente de 2,8% en euros constants 공공병원의 급여-2021년 평균 세후 급여 유로화로 2.8% 상승’, Insee Première, n〬1965, 2023년 9월.
(8) Christophe Dixte, Noémie Vergier, ‘Revenu des médecins libéraux : une hausse de 1,9% par an en euros constants entre 2014 et 2017 개업의 수입 : 2014년에서 2017년 사이 유로화로 연간 1.9% 상승’, <Etudes et résultats 연구와 결과>, n〬1223, Paris, 2022년 3월 3일. 
(9) ‘Statistiques annuelles des établissement de santé 의료기관 연간 통계’, 연구, 조사, 통계청(Drees), www.sae-diffusion,sante.gouv.fr
(10) <Migration of doctor>, Organisation de coopération et de développement économiques (OCDE)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1) 비유럽권 학위 소지 의사들의 의료행위 허가 절차를 관리하는 CNG가 제공한 수치. 
(12) 의료 인력 국제 채용을 위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관례법. WHO, www.wh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