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플랫폼 노동자를 인정 않는 정부의 배후

2024-02-28     안 뒤프레슨 l 브뤼셀 대안경제전략연구소(Gresea) 연구원

2023년 12월 22일 오전 브뤼셀, 27명의 대사가 모인 정기 회의에서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 2,600만 명에 달하는 플랫폼 노동자에 관한 유럽 법안을 승인하는 자리에서였다. 이미 9일 전에 유럽의회, 유럽연합집행위, 회원국들 사이에 정치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던 사안이라 사실 이날의 회의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일정대로라면 이 법안은 2024년 1월 말에 채택되어, 우버(Uber) 택시 기사와 딜리버루(deliveroo) 배달 기사 약 500만 명에게 특정 조건을 만족시킨 경우에 한해 임금과 소속 등에 관한 지위와 권리(의료보험과 실업보험 포함)를 부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프랑스가 다른 12개국과 함께 이 법안이 디지털 플랫폼 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현재 프랑스에서 우버 택시를 운전하는 자영업자는 최소 14시간을 일해야 최저 임금에 도달할 수 있고, 우버 이츠(Uber Eats)의 사설 보험은 장애 보상금과 사망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당시 노동부 장관이었던 올리비에 뒤소는 우버 택시 기사의 지위를 ‘가짜 자영업자’에서 임금 노동자의 수준으로 올리는 이 “대대적인 상향” 계획이 다소 무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1)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분명한 요구에 따라 시작된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상향 법안은, 최소한의 합의를 거쳐 완성되기는 했지만 사실 지금까지는 무법지대나 마찬가지였던 이 분야에 아주 약간의 규제만을 추가하는 수준이다. 최근에 벌어진 이 불상사는 약 10년 전부터 대립해 온 두 세력 간의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거대한 집단행동에 맞서기 위해 법원에 도움을 요청해 소정의 성과를 거둔 분열되고 차별받던 노동자들과, 고용 관계 회피에 기반한 경제 모델을 제도화하려 안달이 난 플랫폼 회사와 압력 단체들 간의 대립이다.

 

‘제안 22’ 통과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는 노동 유연성

이 모든 것은 플랫폼 회사들과 고객과 식사를 운반하는 사람들 간에 어떤 성질의 관계가 성립되어 있는지와 관련되어 있다. 만약에 이들이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관계라면, 노동법에 따라 최저 임금, 최대 근무시간, 사회보장 분담금, 유급 휴가, 파업권, 단체교섭권 등 다수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반면에 독립 계약자라면, 플랫폼 회사들은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보수나 급여를 받지 않는데 동의한 수많은 택시 기사와 배달 기사를 기반으로 사업을 꾸려갈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미 현실화되었는데, 플랫폼 회사에 의해 일자리가 좌우되는 노동자는 임금 노동자로 간주한다는 ‘고용 관계 추정 원칙’을 담은 2019년 법안이 우버의 주도로 폐지됐기 때문이다.

당시에 우버는, 2018년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우버와 우버 택시 운전자 간의 관계가 고용주와 직원 간의 관계라고 규정함에 따라 우버의 택시 운전자들을 모두 고용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플랫폼 회사들은 ‘제안 22(proposition 22)’를 주민투표에 부쳤다. 우버 택시 기사를 위해 ‘개선’된 독립 계약자의 지위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교통 노조가 들인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무려 2억 달러를 로비 활동과 주민 설득에 쏟아부은 결과, 미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2020년 11월 3일에 ‘제안 22’는 캘리포니아 주민 58%의 찬성을 받아 통과됐다. 그러나 독립 계약자의 지위는 여전히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제안 22’가 통과된 직후에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우리는 ‘제안 22’와 같은 법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도록 더욱더 노력할 것입니다. 택시 기사들이 그토록 바라는 노동의 유연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임금 노동자가 누리는 각종 혜택을 보장해 줄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정부들과 협력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최우선 과제입니다.”(2)

우버가 어떻게 ‘정부들과 협력’했는지는 2022년 7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작성된 124,000건 이상의 내부 문서가 공개되면서 만천하에 드러났다. 로비 활동을 담당한 우버의 전직 임원 마크 맥건이 영국의 일간지 <더 가디언>에 유출한 문서였다.(3) 유럽연합 집행위와 유럽의회에서 일했던 공무원들을 우버 이사회에 영입하고, 주요 결정권자들을 매수해 편향된 연구 결과, 수치, 분석을 내놓게 하고, 변호사, 홍보회사, 연구소, 유럽 내 각종 기업 협회들로 구성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식이었다.

 

플랫폼 회사들의 강력한 로비에 맞선 유럽 노동자들

2019년에 당시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었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이 플랫폼 노동자 문제를 정치적인 안건으로 제시하고 2021년에 지침 초안까지 마련하자, 우버와 딜리버루를 비롯해 볼트(Bolt), 월트(Wolt), 프리 나우(Free Now), 딜리버리 히어로(Delivery Hero), 글로보(Glovo)는 브뤼셀에서 로비 활동을 벌이며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장해 나갔다. 법안이 작성되는 동안 유럽연합 집행위의 고용부와 플랫폼 회사 대표들은 100여 차례 회의를 가졌다. 2014년과 2022년 사이에 우버의 로비 활동 관련 지출은 무려 14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4) 처음에는 공격적이었던 우버는 나중에는 전략을 바꾸어, 정치인들에게 신뢰할 수 있고 협력적인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우버에게 유리한 법안이 제정되도록 유럽연합을 설득하는 일은 너무나도 쉬웠다. 왜냐하면 유럽연합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32,000명이었고 우버의 로비스트가 25,000명이었기 때문이다. 

플랫폼 회사들의 강력한 로비 활동에 맞서, 2010년대 중반부터는 관련 노동자들의 항의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에 VTC(운전기사가 딸린 자동차) 분야에서 발생한 소란스러운 논쟁은 언론에서 주기적으로 다루어졌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의 입장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5) 가장 원시적인 착취의 대상이면서, 불법 이민자 대부분에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가 전부인 플랫폼 노동자들이 투쟁을 주도했다.

대규모 항의 운동의 시작은 2016년 8월 영국, 배달 기사의 임금이 시급에서 건당으로 바뀌면서부터였다. 그 결과 런던의 딜리버루 배달 기사들은 이전에는 시간당 7파운드(8.20유로)와 추가로 배달 한 건당 1파운드(1.17유로)를 받았지만, 이제는 무조건 건당 3.75파운드(4.40유로)만을 받게 되었다. 

이들이 벌인 대규모 시위가 성공을 거두자 영국 외에서 활동하는 배달 기사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이듬해에 유럽에서는 약 15개 도시에서 40회 이상의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 시위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약점을 보였는데, 바로 낮은 밀집도, 노조와의 연결성 부족, 비조직적이고 충동적인 행동(통행 제한, 플랫폼 회사 본사 앞에서의 시위) 등이었다.(6)

2018년 10월, 영국독립노동자연합(IWGB) 소속의 한 배달 노동자가 브뤼셀에서 첫 유럽 배달 기사 총회를 개최했다. “우리는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낄 때 우리는 힘이 납니다.”(7) 유럽 전역에서 온 단체들의 요구 사항은 개인 정보 보호와 알고리즘의 투명성, 그리고 ‘시간당 최저 임금 보장’으로 압축됐다. 사실 임금 문제가 핵심인데, 배달 기사들은 자신들이 시급이 아닌 건당으로 돈을 받는 이유가 바로 독립 계약자라는 지위 때문이라는 것을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급제에 대한 요구는 결국에는 임금 노동자 지위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므로, 레일라 샤이비(프랑스 앵수미즈 정당 소속)와 같이 노동법에 호의적이고 관련 지침도 작성할 수 있는 정치인과 노조와 협력할 수밖에 없다.

2019년에 노동 조건과 근로 조건이 또다시 하향되면서 노동계는 다시 한번 변화를 맞았다. 불법 이민자의 수는 증가했고, 노동자들은 더욱더 불리한 상황에 놓였으며, 생존 문제가 급해지면서 시위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집단행동은 줄었지만 노조를 등에 업은 법적 소송은 전보다 더 많아졌다. 2014년부터 일부 국가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독립 계약자 지위를 임금 노동자의 지위로 바꾸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6월에 유럽에서는 최초로 스페인 발렌시아의 노동 법원이 “계약의 이행 여부가 당사자 간에 합의된 노동 형태에 우선한다”는 이유로 딜리버루와 배달 기사 간의 관계는 임금 노동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8)

다시 말해, 플랫폼 회사가 공식적으로는 중재의 역할만 한다고 해도, 종속 관계를 보여주는 여러 지표로 미루어 보았을 때 플랫폼 회사는 배달 기사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GPS 추적, 배달 가격대와 배달 가능 범위의 설정, 플랫폼 회사들이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터넷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된다는 점, 오토바이에 부착되는 기업 로고 등이다. 

이러한 판례는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2018년 11월 프랑스의 파기원도 플랫폼 회사 테이크 잇 이지(Take Eat Easy)와 배달 기사 간에 임금을 주고받는 종속 관계가 성립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스페인에서는 2020년 대법원이 플랫폼 회사 글로보(Glovo)와 배달 기사 간의 ‘고용 관계’를 인정한 뒤로 정부도 배달 기사들의 법적 지위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른바 ‘라이더 법’이 2021년 8월 12일에 발효되어, 이제는 플랫폼 회사와 일하는 모든 배달 기사는 자동으로 임금 노동자로 분류된다. 이 법이 발효되기까지 엄청난 논쟁이 있었고 발효된 후에도 플랫폼 회사들의 꼼수 탓에 현장에서는 그다지 법적 효력을 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향상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EU 내 쟁점, 임금 노동자로 지위를 향상시키는 방안

이번에 프랑스와 ‘start-up Europe’ 동맹국들의 반대로 부결된 플랫폼 노동자 관련 법안의 시초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7월에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EU 최저 임금의 도입을 추진했다. 그 기저에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임금 노동자 권리의 하위 범주를 제도화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플랫폼 회사, 플랫폼 회사의 로비스트, 플랫폼 회사를 지지하는 유럽연합과 회원국의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대통령도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유럽연합 의원인 실비 브뤼네가 이 문제를 맡았으면 좋겠다면서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2020년 가을에 몇몇 국가의 법원이 배달 기사들의 손을 들어주고, 유럽연합좌파(GUE) 내에서 샤이비가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거기에 유럽노조연맹까지 힘을 보태면서, 2021년 12월 9일에 제안된 첫 번째 초안은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아예 임금 노동자의 지위로 상향하는 쪽으로 바뀌게 됐다. 이 초안의 쟁점은 알고리즘의 투명성 보장과, 일부 조건하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임금 노동자로 인정하는 문제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법안에는 플랫폼 회사가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5개의 기준이 포함되어 있었다. 임금의 수준 또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지, 애플리케이션이 서비스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지,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대를 선택할 자유가 있는지, 고객 노출, 고객에게 가는 이동 경로, 서비스 이행 여부와 관련된 규칙이 있는지, 제3자를 위해 일할 가능성을 제한하는지 등이었다. 이 중 2개 이상에 해당할 경우 플랫폼 회사는 고용주로 간주됐다.

이 법안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 회원국 대표들의 지지를 얻어야 했다. 그런데 전자인 유럽의회는 고용 관계 추정 원칙에 적용되는 모든 조건을 삭제하고 플랫폼 노동자를 무조건 임금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플랫폼 회사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좌파 성향의 요소를 법안에 첨가했다. 후자는 법적 절차를 통해 노동자의 지위를 변경할 수 없게 하는 기준을 추가하고, 고용 관계 추정 원칙에 예외를 허용하면서, 우파의 요소를 넣었다. 이렇게 12월 13일에 완성된 임시 협약은 유럽이사회가 보기에 여전히 좌파적이었고, 결국 크리스마스 3일 전에 최종 결정 연기를 발표했다. 덕분에 우버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오는 6월 초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로 인해, 정치 책임자들은 2월 전에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글·안 뒤프레슨 Anne Dufresne
브뤼셀 대안경제전략연구소(Gresea) 연구원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Les Échos>, Paris, 2023년 12월 22일.
(2) Jeremy B. White, California ballot initiative as a model for other states, www.politico.com, 2020년 11월 5일.
(3) <The Guardian>, London, 2022년 7월 11일.
(4) Lora Verheecke, Uberfiles 2 à Bruxelles. Les coursiers du lobbying 브뤼셀의 우버 파일(Uber files) 2. 로비 활동의 기사들, <Observatoire des multinationales>, 2022년 10월.
(5) Sophie Bernard. 『UberUsés, Le capitalisme racial de plateforme à Paris 우버 택시 기사들, 파리의 인종차별적인 플랫폼 자본주의』, PUF, Paris, 2023.
(6) 런던 시위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Callum Cant, 『Riding for Deliveroo. Resistance in the new Economy』, Polity Press, 2020 참조.
(7) 2018년 배달 기사들이 유럽의회에서 벌인 투쟁의 주체와 형태에 관해서는 Anne Dufresne, Coursiers de tous les pays, unissez-vous! 모든 국가의 배달 기사여, 연합하라!, <Gresea Échos>, Brussels, n° 98, 2019년 4월-6월 참조.
(8) Marco Rocca, ‘Perspective internationale : les juges face aux plateformes. La liberté d’allumer l’app et celle d’éteindre le droit du travail 국제적인 관점 : 플랫폼 앞의 심판자들. 앱을 켤 자유와 노동법을 끌 자유’, Auriane Lamine & Céline Wattecamps, 『Quel droit social pour les travailleurs de plateformes?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법은?』, Arthémis, Brussel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