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지지 않는 카타스카페의 족쇄

고대 그리스에서 최악의 형벌 중 하나는 연좌제였다. 시민 의회는 정치적 살인이나 대역죄를 저지른 죄인에게 집을 파괴하고 가족을 추방하는 형벌인 카타스카페(kataskaphê, 연좌제)를 선고했다. 역사학자 월터 R. 코너는 물리적으로 “죄인과 그의 후손을 사회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카타스카페의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1) 죄인과 그 후손들의 재산은 매매 혹은 거래되지 못하도록 완전히 파괴됐으며 때로는 조상의 유골을 파내어 도시 밖에 유기하기도 했다.

과거 중국에서도 고대 그리스 못지않게 엄격한 연좌제가 존재했다. 중국 황실은 수 세기 동안 일부 죄인의 가족까지 처형하는 ‘멸족’의 원칙을 적용했다. 이 형의 적용 범위는 배우자의 친족은 물론 더 방대한 인척을 포함해 가계 전체로 확대되기도 했다. 1402년, 명나라 대학자 방효유는 황제의 정통성을 부정한 이유로 조카, 제자, 친구를 비롯한 총 837명의 측근과 함께 처형됐다.

이처럼 고대와 중세에 흔히 적용됐던 엄격한 연좌제는 오늘날의 시각에서는 야만적인 형벌로 보일 것이다. 현대 사법제도는 개인 책임의 원칙에 기초하며 국제법은 연좌제 적용을 ‘전쟁 범죄’로 분류한다. 누구도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잘못으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 가장 권위주의적인 정권조차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이 원칙을 인정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여전히 연좌제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에게 테러 혐의가 제기되면 유죄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집을 파괴하고 오로지 복수, 모욕, 협박을 목적으로 그들의 가족을 거리로 내몰았다.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친족의 행동으로 인해 거주 허가증을 박탈당할 수 있다. 전쟁 중인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은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건물 전체를 포격하는 등 이웃 전체를 표적으로 삼는다. 심지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에는 도시 전체가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됐다. 가자지구 주민 전체가 하마스가 저지른 학살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프랑스 역시 연좌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민자 범죄가 발생하면 이내 모든 외국인을 차별하는 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자녀가 잘못을 저지르면 부모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도 한둘이 아니다. 발레리 페크레스(공화당)는 아동수당 박탈을, 에리크 제무르(재정복당)는 공영 주택에서 퇴거를, 에리크 시오티(공화당)는 징역형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부모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결석 일수가 과도한 학생의 부모를 며칠간 감옥에 가두는 제도가 실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으며 오히려 이미 취약한 가정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었다.

한때 프랑스 극우파의 전유물이었던 이러한 아이디어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진영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2023년 여름 소요 사태 직후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 참가자가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즉시 그 가족에게 재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법을 처음 위반하는 순간부터 최소한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족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국민이 더 순종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마피아식 논리다. 이 제안을 구체화하는 임무를 맡은 연대가족부 장관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모”에게 사회봉사 명령을 내리고 이를 위반할 시 징역형에 처하는 형사 처벌 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카타스카페 옹호가들은 새로운 사회 계약을 발명해 냈다. 부유하고 힘 있는 이들의 성공에는 개인적인 보상이 따르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실패에는 연좌제가 적용된다.

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Walter R. Connor, ‘The razing of the house in Greek society’, 『Transactions of the American Philological Association』, vol. 115,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