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수혜자는 누구인가?

Special 관광, 탈출산업

2012-07-09     질 케르

‘나른하게 태양을 즐기는 가운데 저개발국을 돕는다’. 귀를 솔깃하게 하는 세계관광기구의 이 홍보 전략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여러 국제기구에 따르면 관광은 이동성, 소비, 무역 자유화 등 세계화의 첨병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계화뿐만이 아니다. 세계관광기구(WTO·유엔 산한 관광 전문 기구)에 따르면 "관광은 사회·경제적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1)이기도 하다. 2006년 '세계 관광의 날'을 맞아 WTO는 '개인, 가정, 공동체, 세계를 풍요롭게 해주는 관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관광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경제적 이익, 민족 간 화합, 농촌 지역 고용 유발, 환경보호 등 관광이 지닌 긍정적 영향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과거 '원조가 아닌 교역을'(Trade, not aid)을 외쳤다면 이제는 '원조가 아닌 여행을'(Travel, not aid)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이런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무턱대고 믿을 수 있을까?

WTO에 따르면 관광의 장점은 이렇다. △선진국 소비자에게 저개발국 생산자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대개 관광의 수단인 자연·문화 자원은 빈국의 유일한 자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외계층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넓힌다. 높은 구매력을 지닌 소비자가 관광지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현지 생산자나 영세 숙박시설 운영자를 만나 직접 상거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양성평등에 기여한다. 관광 부문에서 여성의 고용 비율(관광 부문에 종사하는 전세계 노동자의 70%)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에게 만남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좀더 보편적인 사회적 관계를 증진"하는 한편,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거나, 평화에 기여하거나, 타인과 소유·통제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2)

이같은 주장에는 관광이 일종의 산업이란 사실이 간과돼 있다. 관광도 엄연히 'TUI트래블', '아코르'를 비롯한 다국적기업이 장악한,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한 기술상업적 협력망을 조직하고 있는 산업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가 개최한 학술 세미나에서, 국제관광운영자협회(IFTO) 사무총장은 벨기에·독일·영국 등지에서 판매되는 국제 관광상품의 수익 배분 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수익의 평균 20%가 여행자의 모국에 돌아갔고, 37%는 항공사가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전체 요금의 43%만이 관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그조차 상당액이 음료, 식품, 에어컨, TV, 연료 등 관광객의 필수품을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공제됐다.

더욱이 관광객은 대개 리조트에 갇혀 생활하거나, 단체관광의 경우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관광하기 때문에 실제 현지 영세업자가 생산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잠시 튀니지 해안을 일주일간 관광하는 여행상품의 봉사료를 포함한 요금을 살펴보자. 프랑스 관광객이 성수기 요금으로 지급한 총 상품 비용은 600유로였다. 그 가운데 튀니지로 들어가는 금액은 350유로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요금은 프랑스에 지급하는 공항세나 부가가치세, 항공기 연료, 판매수수료, 예매업체 마진 및 경상비로 빠져나갔다. 물론 현지 공항세와 부가가치세를 공제하고 난 250유로가 현지의 호텔이나 리조트 비용으로 지급됐다. 하지만 여기서 또다시 선진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수입비나 과실 송금이 제외됐다. 결국 현지 경제로 들어가는 수익은 기껏해야 150유로에 불과했다.

또 다른 예로, 프랑스 여행업체가 판매한 에어프랑스 항공편을 이용하는 모로코 아틀라스산맥 일주일 트레킹 상품을 살펴보자. 이 경우에도 전체 요금 950유로 가운데 540유로는 모로코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 '도보 여행'은 튀니지와는 달리 대부분 현지 자원을 이용하고 있어 그리 많은 수입비가 공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로코 안에서 수익이 불공정하게 배분됐다. 370유로가 마라케시 경제를 살찌우는 데 사용됐다면, 단 40유로만이 현지인(요리사, 노새 부리는 사람)의 몫으로 떨어졌다. 결국 관광국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여행업체가 벌어들인 전체 수익의 5%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사실상 저개발국은 국제관광의 혜택을 거의 누리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 저개발국 몫으로 떨어진 수익 가운데 상당액이 현지 정치·경제를 주무르는 과두세력에게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부유한 국가에선 대규모 기업 집중 덕에 관광산업이 체계화돼 있지만, 개도국의 관광시장은 중구난방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 여행업체는 같은 지역이나 다른 지역의 서비스업자 사이에 경쟁을 붙여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질 케르 Gilles Caire 푸아티에대학 경제학 부교수.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1) 세계관광기구(WTO) 홈페이지 http://unwto.org/fr.
(2) ‘Tourism and Poverty Alleviation’, WTO, 마드리드, 2002.


쪽빛바다 그리고 무역풍

1908년 소설가 잭 런던은 와이키키 해변 아웃리거클럽 테라스에서 그 뒤 몇 세대에 걸쳐 회자될 와이키키 해변의 바다색을 묘사했고, 해변가 모습에 새로운 미적 형태를 부여했다.

위 문장을 써 내려가며 시선을 들어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나는 지금 오아후섬 와이키키 해변에 있다. 멀리 새파란 하늘에는 바람에 밀려간 구름이 청록색 바다로 미끌어지듯 흐르고 있다. 그보다 가까운 곳에는 올리브 같은 옅은 녹색과 에메랄드색으로 물들은 파도가 눈에 들어온다. 산호초로 수면은 자줏빛과 적색이 군데군데 섞여 보인다. 더 가까운 곳에는 산호초색 띠들이 갈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산호초 무리 사이로 모래가 살짝살짝 보인다. - 파리7대학 ‘이동성, 경로, 관광’팀이 잭 런던의 글(1908년 8월 1일 <하퍼스위클리>)을 인용. 관광산업3, 지속 가능한 혁명(베를린·파리·2011)


누가 여행을 떠나나?

유급휴가를 받는 세계 인구수: 40억 명
1년에 최소 1번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 수
-2억∼2억5천만 명, 세계인구 30명당 1명꼴
-유럽연합 인구의 26%
-덴마크·네덜란드·노르웨이·오스트리아 국민의 50~60%
-독일·벨기에·영국 국민의 40% 이상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국민의 20% 미만

*프랑스 내 고위 간부급과 전문직 종사자들의 22%가 해외여행을 즐기나, 이들은 전체 국민 중 7%에 지나지 않는다.

자료: 국제노동사무국·세계관광기구·유럽연합 통계(2008), 관광사무국(Direction du Tourisme·2005)
세계 수출 부문의 주요 산업
-에너지: 1조8천억 달러
-화학: 1조4500억 달러
-통신 및 전문기기: 1조3천억 달러
-농산물: 1조1500억 달러
-관광산업: 1조320억 달러(서비스 세계 수출의 30% 차지)
-자동차산업: 8500억 달러
-섬유산업: 5300억 달러

*국내외 관광은 직간접적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고, 세계적으로 2억5천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자료: 세계여행관광협회(WT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