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이 ‘동맹’ 관계가 될 수 없는 이유

교역은 늘었지만 걸림돌은 그대로

2024-03-29     아르노 뒤비엥 | 프랑스-러시아 연구소(모스크바) 소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 유럽 간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났으며, 러시아와 중국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더욱더 공고해졌다. 프랑스, 유럽연합(EU), 영국은 러시아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면 중국을 향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러시아 내에서 중국에 예속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2월 중국을 방문한 뒤 중국과 ‘무제한적인’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하자, 서방은 일제히 촉각을 곤두세웠다.(1) 일간지 <로피니옹(L’Opinion)>과의 대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가 중국에 사실상 예속됐다”라고 선언하면서, 당시 서방 의사결정권자와 관찰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를 대변했다.(2) 서로 균형도 맞지 않고 진정성도 찾아볼 수 없는 러시아와 중국 간의 밀월은, 우크라이나전 이후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가 강력하고 까다로운 인접국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지책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상황을 지켜보는 러시아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물론 몇몇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약간의 불안감이 감지되기는 했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러시아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의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말에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불화로 결별한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의 지도자들은 중국과의 협력을 단 한 번도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3) 이러한 변화에는 양국이 모두 핵무기 보유국인 점도 작용했다. 이번에 러시아와 중국은 고작 10년밖에 유지되지 않은 두 공산주의 체제 간의 ‘영원한 우정’을 다시 선언하는 대신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다소 소박한 용어를 사용했다.

 

러시아의 최대 무역국이 된 중국

1996년부터 형식을 갖추기 시작해 2001년에 양국 간의 우호 조약으로 공식화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 이후 ‘동쪽(중국)으로 향하는’ 형태로 바뀌기 시작해, 2022년 2월 이후부터는 이러한 경향이 심화됐다. 전 세계가 ‘탈서구 중심주의’를 외치는 현 상황에서 러시아는 자국이 선택한 방향이 옳다고 믿고 있다.(4) 러시아가 보기에,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느냐 패하느냐에 관심이 없고, 서방과 달리 러시아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거나 정치적 모델을 바꾸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러시아와 중국 간의 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양국 간의 적은 무역 규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6년에 630억 7천만 달러였던 무역 규모는 2022년에 1900억 달러(1740억 유로)를 기록한 뒤 2013년에는 2400억 달러라는 신기록을 세웠다.(5) 이제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무역국이 됐다. 2022년부터 1위 자리를 지켜온 유럽연합은 2023년 러시아와의 무역액이 1000억 달러 아래로 급감했다. G7 국가들이 공식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자,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2배로 늘리면서 인도와 함께 러시아의 새로운 자금줄이 되어 줬다.

 

러시아 은행들, 서방 제재 피해 중국 결제시스템 이용

양국 간의 관계는 질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러시아의 전략적 최우선 과제였던 국제 무역 시의 ‘탈달러화’는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현실에 가까워졌다.(6)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에 따르면 오늘날 러시아와 중국 간 무역의 90%가 양국 통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 12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을 다시 방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해 3월에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해 10월에 베이징을 방문했기 때문에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이 불과 2개월 만에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여기에다 미슈스틴 총리는 러시아와 중국 간의 파트너십을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양국의 경제 합병은 은행 분야에서도 눈에 띈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국가 간 결제 시스템인 SWIFT를 사용할 수 없는 러시아의 30여 개 은행은 중국이 개발한 국제 결제 시스템인 CIPS를 사용하고 있다. 2022년에만 러시아 금융 분야에서 중국 은행의 비중이 4배나 증가했다(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등).(7) 또한 르노, 폭스바겐 등 서유럽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빠르게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현재 러시아 내 자동차 판매 지점의 46%를 중국 업체가 관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 현지 생산도 시작했다.(8) 

 

중국산 반도체, 드론, 방탄조끼 등 대량 수입

이러한 무역 활성화는 전적으로 양국 정부의 노력 덕분이다.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2023년 4월 말에 상하이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주요 ‘중국 로비’ 기업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모든 대기업과 독점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석유 기업인 로스네프트(Rosneft), 알루미늄 생산 기업인 루살(Rusal), 석유화학기업인 시부르(Sibur)).

또한 비록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지는 않지만, 중국은 러시아가 벌이는 이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홍콩에 본부를 둔 조직을 통해 엄청난 양의 반도체를 수입한 사실을 공개했다.(9) 전쟁이 발발한 첫해에 중국산 드론 1200만 대가 국경을 넘었고,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업체에서 조종하는 전파방해장치들이 발견됐다.(10) 또한 상하이 소재의 한 업체가 10만 벌의 방탄조끼와 10만 개의 모자를 공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리고 미국의 정보기관이 공개한 정보들을 떠나, 공식 발표된 통계만 보아도 러시아와 중국 간의 긴밀한 관계를 알 수 있다. 보호장구에 주로 사용되는 중국산 도자기의 수출량은 지난해에 무려 70% 증가했는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출량은 반대로 60% 급감했다.(11)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협상 타결 안돼

물론 러시아와 중국 간의 관계가 마냥 핑크빛 일색은 아니다. 야말반도에서 중국까지 연간 500억 ㎥의 가스를 운송할 예정인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을 둘러싼 협상은 아직도 완료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중국의 수요를 고려해서 이 프로젝트가 적어도 10년 안에 마무리되기를 원한다. 이는 야쿠티아에서 중국 북동부까지 연결된 연간 수송량 380억 ㎥의 가스관인 ‘시베리아의 힘’을 보완하는 프로젝트이다. 러시아의 가즈프롬과 중국의 국영석유기업 CNPC가 2019년 12월에 합의한 이 프로젝트를 시점으로,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에너지를 주로 유럽에 수출했던 것에서 벗어나 중국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사실 2022년 9월에 노르트스트림 1과 2의 폭발 사고가 일어나 유럽 국가의 대부분, 특히 오랫동안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 온 국가들이 러시아 가즈프롬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공급업체로 가버린 탓에, 가즈프롬에게는 변화가 절실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현 상황은 감정과 무역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은행들, 러시아 기업의 계좌 개설 거부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는 다른 장애물도 있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시장에도 진출해 있고 다른 서방 국가들과도 연결돼있는 일부 중국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러한 기업들이 유럽과 미국의 금융 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을 상환하는 것과, 러시아와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의 지점으로 배당금을 송금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한편 서방의 제재를 충실하게 따르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 많은 중국 은행들은, 제재 대상이 아닌 러시아 기업들의 계좌 개설도 거부하고 있다. 화웨이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한동안 러시아에서 말이 많았다. 세계적인 IT 기업인 화웨이는 러시아에 대규모의 R&D 투자를 감행했다가 돌연 중단한 뒤, 현재는 이를 비밀리에 다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더 구조적인 문제로, 취약한 인프라로 인해 동시베리아 지역에 물자보급이 어려운 상황 역시 양국 간의 경제 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마도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실패로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이자, 러시아와 중국 간의 관계가 불균형하다고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이러한 가정에 의지할 수는 없다. 몇 년 전부터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해진 중앙아시아에 관해(카자흐스탄 제외), 러시아는 중국이 여전히 공산주의를 지지해주고 또한 러시아가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매개로 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놔둔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12) 

이제까지 러시아가 외부의 지정학적 주체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통방어를 해왔던 북극 지방에서 양국 간의 협력 강화 문제는, 중국의 투자 규모에 따라 그 향방이 달라질 것이며, 러시아는 이 지역에 대한 주권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구소련이 해체된 뒤부터 서방 언론을 통해 주기적으로 제기되어 온 시베리아의 중국인들 문제는 근거 없이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영토 일부가 포함된 중국의 공식 지도와 관련해서는 정작 러시아보다 유럽과 미국에서 더 많은 논란이 일었는데, 러시아는 중국이 쿠릴 열도 분쟁에 관한 입장을 최근에 변경한 것에 큰 만족감을 표하며 이를 크게 문제로 삼지 않았다. 중국은 러시아와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열도에 관해 이제까지는 일본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중립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러시아는 중국과 문화적 코드가 달라

2022년 2월 24일 이후 러시아는 중국과 관련해서 협력이라고 할 만한 그 어떤 결정이나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중국 역시 러시아에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제재가 비로소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일부 평론가들은 말하지만, 이는 러시아가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이나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강화될 상황을 우려하는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다.(13) 통신 분야 등 기술적인 의존에 관해서는 러시아가 서방보다는 차라리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덜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서방과의 결별을 지지하는 이들이 오히려 러시아 문화의 유럽적인 특성을 더 내세우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학자 중 한 명인 세르게이 카라가노프는 러시아는 절대로 중국에 예속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이유로 러시아는 “남다른 문화적 코드”를 가지고 있어 문명의 매력과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14)

푸틴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면 러시아의 이러한 접근법이 바뀔까? 그러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러시아가 ‘서방으로 돌아서’거나, 아니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패하는 등 뭔가 결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 분열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이 두 시나리오 모두 현실성이 없다. 지금은 문을 닫은 러시아 카네기 센터의 대표는 2016년에 러시아와 중국 간의 관계를 두고 “서로 반대였던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함께였던 적도 없는 사이”라고 정의했다.(15) 그리고 러시아가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글·아르노 뒤비엥 Arnaud Dubien
프랑스-러시아 연구소(모스크바) 소장, 국제전략관계연구소(IRIS) 준 연구원, 슈아죌 연구소 소장 고문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Joint Statement of the Russian Federation and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on the International Relations Entering a New Era and the Global Sustainable Development, 베이징, 2022년 2월 4일, www.en.kremlin.ru
(2) <L’Opinion>, 2023년 5월 14일.
(3) Serge Halimi, Hier, révolutionnaires et rivaux 과거의 혁명가이자 라이벌, <Le Monde diplomatique> 프랑스어판, 2018년 8월.
(4) Didier Billion, Christophe Ventura, Vers une désoccidentalisation du monde? 세계의 탈서방중심주의를 향해?, <Revue internationale et stratégique>, Paris, n° 103, 2023.
(5) Anastasia Stepanova, Trade Between Russia and China: Factors and Limits to Growth, Valdai Discussion Club, 2023년 7월 19일, https://valdaiclub.com 
(6) Renaud Lambert & Dominique Plihon, Est-ce vraiment la fin du dollar? 달러화의 종말인가?, <Le Monde diplomatique> 프랑스어판, 2023년 11월, 한국어판, 12월.
(7) Owen Walker & Cheng Leng, Chinese lenders extend billions of dollars to Russian banks after western sanctions, <Financial Times>, 2023년 9월 3일.
(8) Russian car sales jump in September as Chinese brands expand market share, <Reuters>, 2023년 10월 4일.
(9) Support provided by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to Russia, 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2023년 7월, page 6.
(10) Ibid., page 8.
(11) Sarah Anne Aarup, Sergey Panov, Douglas Busvine, China secretly sends enough gear to Russia to equip an army, <Politico>, 2023년 7월 24일.
(12) Giulia Sciorati, Central Asia: is China crossing Russia’s red lines, IPSI, Milan, 2023년 7월 17일.
(13) Mikhail Korostikov, Is Russia really becoming China’s vassal?, Carnegie Politika, 2023년 7월 6일.
(14) Sergej Karaganov: “My sbrasyvaem zapadadnoe igo”…, Biznes Online, Kazan, 2023년 5월 28일.
(15) Dmitri Trenin, SŝA-Kitaj-Rossia : formula soŝušestvovanija, Russian Council of International Affairs, Moscou, 2016년 1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