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의 나라로 가는 위험한 이주 여정

잠비아, 남아공행 이주 경로의 중심지

2024-03-29     폴 부아예 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기자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잠비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행 이주 경로의 중심에 자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유럽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하는 목적지다. 이들은 분쟁이나 가난을 피해 온갖 위험을 무릅쓴다. 유럽과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잠비아는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합법적인 이민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잠비아 수도 루사카 남부의 한 주차장을 수십 명의 젊은 남성들이 하릴없이 배회한다. 16~30세의 이 청년들은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수단 혹은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이다. 여권을 주머니에 넣은 채 가방을 등에 멘 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도시들로 정기 운행하는 버스들이 오가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이들 중 얼굴에 수 센티미터 길이의 흉터가 있고 오른쪽 눈이 찢어진 한 명이 인터뷰에 응했다. “나는 모가디슈에서 공격을 받았다. 소말리아를 떠난 이유는 폭력 때문이다.” 20대의 이 청년이 기억하는 조국 소말리아는 언제나 분쟁으로 분열된 상태였다. 1991년 1월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정권 전복 후 무정부 상태에 빠진 소말리아는 군벌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1) 

 

“강한 자만 살아서 도착한다”

매일 수십 명이 화물차 적재함에 몰래 올라탄다. 밀수업자에게 돈을 지불하는 이들도 있다. 주차장에서 만난 익명의 소식통은 “이 트럭들은 요하네스버그에 식료품을 운송한다. 하지만 일부 차량들은 속임수를 쓴다. 밀수업자들은 트럭 내부에 수십 명이 누울 공간을 만들어 단속을 피한다. 숨 쉴 공기가 부족하다. 강한 자만 살아서 도착한다”라고 설명했다. 미성년자로 보이는 한 청년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심이 선 듯 1970년대 산 낡은 세미 트레일러를 가리켰다. “남아공에 갈 다른 방법은 없다. 이대로 저 차를 타고 가겠다.”

남아프리카 지역의 이주민 이동은 특히 규모가 크고 경로가 복잡하다. 번창한 일부 지역들은 때때로 과도한 희망을 품게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제2위 경제 대국으로 2021년 국내총생산(GDP) 4,190억 달러(3,890억 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역내 GDP의 2/3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렇다 보니 인근 남아프리카 국가들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뿔(소말리아 반도) 출신 이주민들 역시 케이프타운, 더반, 요하네스버그를 꿈의 행선지로 여긴다. 이로 인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하는 길은 유럽으로 건너가기 위해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경로 다음으로 아프리카 역내 이주의 두 번째 주요 경로를 구성한다.

역내 4위 경제 대국(2021년 GDP 220억 달러(200억 유로)) 잠비아는 아프리카 내 인구 이동의 영향을 3중으로 받는다. 이주민이 출발, 경유, 도착하는 국가에 모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23년 7월 31일 기준,(2) 잠비아가 받아들인 난민, 망명 신청자 및 기타 실향민은 8만 9,109명에 달했다. 대부분 콩고민주공화국, 브룬디, 르완다, 앙골라 출신이다. 이들 모두가 루사카를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40년간 집권 중인 우간다, 이슬람주의 단체의 공격에 시달리는 모잠비크 등 주변 국가의 권위주의나 정치적 불안정을 피해 탈출한 이들에게는 잠비아가 최종 목적지다. 반면 잠비아가 경유지에 불과한 이들도 있다. 이들은 체력을 회복하거나 충분한 돈을 모으는 즉시 짐바브웨 국경을 넘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할 것이다. 

루사카의 한 주요 도로변에 있는 작은 카페 겸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알리는 12년 전 소말리아에서 왔다. 그는 허름한 가게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오며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조국을 떠났다. 셰밥(Shebab,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를 침공한 2006년 창설된 소말리아 이슬람주의 단체)이 집 근처에서 사람들을 죽였다”라고 악몽을 떠올렸다. 알리는 소말리아보다 환경이 나은 잠비아를 떠날 생각이 없다. “이제 직업도, 합법적인 거주 허가증도 있는데 남아공으로 떠날 이유가 없다. 이제 루사카가 내 집이다.” 

알리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 대부분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하는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아주 예외적인 사례다. 국제이주기구(IMO)에 따르면 2023년 5월, 매일 190명의 이주민이 잠비아에서 짐바브웨로 넘어갔다.(3) 잠비아 남쪽에 있는 짐바브웨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이의 국경은 남아프리카에서 가장 붐비는 이주 통로로 동기간 하루 평균 613명이 이 국경을 넘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책임자인 카테린 위톨 드 웬덴은 “남아공이 주요 이주 대상국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는 적도 이남 영어권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주민에게만 해당하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4) 

 

‘넬슨 만델라의 나라’라는 환상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인종차별적 공격이 증가하고 있으며 때로는 국가 최고위층에서 이런 폭력을 정당화한다.(5) 이런 상황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다. “남아공으로 향하는 이들은 그곳에서 더 나은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남아공은 무지개의 나라, 넬슨 만델라의 나라로 불린다. 아프리카에서 이런 상징성이 가진 힘은 크다.”

2022년 12월 11일, 잠비아 경찰은 루사카 외곽에서 굶주림과 탈진으로 사망한 에티오피아인 26명을 발견했다. 20~38세 청년 남성들의 시신은 밀수업자들이 길에 버린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시신들 사이에서 발견된 생존자 1명은 병원으로 후송됐다. 2023년 5월 9일, 현지 경찰은 에티오피아인 12명의 국경 통과를 돕던 잠비아 밀수업자 2명을 체포했다. 2017년, 잠비아는 1~5년간 구금 중이던 에티오피아 출신 이주민 150명을 대통령 사면으로 석방한 뒤 추방했다. 2008년, 잠비아는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해 IOM의 지원을 받아 “인신매매” 근절법을 채택했다. 

이 노력에는 역효과도 따랐다. 최근까지 잠비아 내 불법 체류자는 “인신매매에 동의”한 혐의로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2022년 11월, 잠비아 의회는 유엔(UN)자유권위원회와 자국 단체들의 압력으로 2008년 법을 수정했다. 이 법의 새로운 조문은 인신매매 대상자를 피해자로 간주한다. 수정된 법률과 잠비아 당국의 태도에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2023년 3월 3일, 자유권위원회 전문가들은 “난민의 이동과 노동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지적하며 “국제 인권 기준에 위배되는” 잠비아의 난민 구금 상황을 비난했다.(6)
아프리카 이주민의 흐름은 각국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에리트레아, 수단과 국경이 맞닿은 에티오피아에서는 티그라이 자치지역에서 벌어진 내전으로(7) 수십만 명이 전투와 기근을 피해 피난길에 올랐다.(8) 콩고민주공화국의 북(北)키부주(州)에서는 2004년부터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인권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친르완다 반군 단체 M23은 “즉결 처형, 강간, 강제 징집 등 대규모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9) 2023년 4월 15일 분쟁이 발발한 수단에서는 집권 군부와 반군이 대치중이다.(10) 

이 모든 상황은 인구의 이동을 유발하고 아프리카대륙에서 가장 안정적인 지역에 속하는 남아프리카가 피난처 역할을 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2023년 7월 31일 자 보고서에 의하면 잠비아에서 집계된 8만 9,109명 중 64%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이었으며 앙골라(15%), 브룬디(11%), 르완다(6%), 소말리아(4%) 출신이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의 89%는 메헤바, 마유콰유콰, 만타팔라 난민캠프에 거주 중이다. UNHCR 잠비아 사무소 대표 프레타 로는 “잠비아의 난민캠프는 과밀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물, 에너지, 의료서비스 접근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주민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정부와 파트너들의 지원을 받아 학교와 병원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세 개의 위험한 경로

사하라 이남 출신 난민 10명 중 9명은 아프리카를 떠나지 않으며 대부분 주변국에 머문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중·남아프리카감시단 코디네이터 티에리 비쿨롱은 “지난 4월 분쟁이 시작된 이래 100만 명 이상이 수단을 떠났다. 사람들은 전쟁을 피해 도망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2014~2023년, 남아프리카 불법 이주 과정에서 478명이 사망했다. 

데이터 분석가 메르나 압델아짐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어지는 이주 경로 전문가로 세 개의 주요 경로를 설명했다. 탄자니아 항구도시 탕가에서 만난 알델아짐은 “첫 번째는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출발해 남아공으로 향하는 경로다. 두 번째 경로는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브룬디에서 탄자니아와 남아공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는 말라위, 짐바브웨를 필두로 한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남아공으로 넘어가는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몇 개월, 심지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이 세 개의 경로에는 인신매매, 성폭행, 식량과 물 부족이 도사리고 있다. 압델아짐은 “집계된 수치는 과소평가됐다. 유기되는 시신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주민들은 탱크로리 차량에 숨어 국경 통과를 시도한다. 여기서 많은 이들이 질식사한다. 밀수업자들은 이들의 시신을 불태워 버린다”라고 전했다. 이주의 현실은 가장 낙관적인 이들이 품고 있는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이주민들은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의 거부감에도 직면한다. 잠비아에서는 외국인 혐오 폭력 사건이 아직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 시위는 비극으로 발전했다. 

2016년 6월, 루사카는 폭동에 휩싸였다. 절단된 사체가 발견되자 주민들은 르완다 공동체의 인신 공양 의식을 의심했다. 2일 만에 상점 60여 개가 약탈당하고 불탔다. 2명은 산채로 불에 타 숨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외국인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2022년 4월, 요하네스버그 교외의 딥슬루트에서는 주로 짐바브웨 출신을 겨냥한 공격이 잇달아 발생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내세운 남아프리카공화국 자경 단체들이 이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프랑스개발연구소(IRD) 연구책임자 실비 브레델루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더 엄격한 이민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사회인류학자 브레델루는 아프리카 역내 이주 전문가로 “2013년, 아프리카인의 78%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입국할 때 비자가 필요했다.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협정들의 유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는 아프리카의 국경이 유럽만큼 강화되는 것을 지켜봤다”라고 지적했다.(11)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경을 더욱 옥죄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중해 이주 위기가 절정에 달한 2015년 몰타의 수도 말레타에 모인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은 ‘개발 계획’을 대가로 인구 이동 통제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4일, 브뤼셀에 모인 유럽연합(EU) 27개국도 국경 감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글·폴 부아예 Paul Boyer, 레미 카르통 Rémi Carton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기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Gérard Prunier, ‘Terrorisme somalien, malaise kényan 소말리아의 테러, 케냐의 불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3년 11월호.
(2) Ministry of Home affairs and Internal security, Office of the commissioner for refugees, ‘Zambia Country stastistical Report’, Lusaka, 2023년 7월 31일.
(3) Organisation internationale pour les migrations, ‘Southern Africa – Monthly Flow Monitoring Registry Report (May 2023)’, Genève, 2023년 7월 5일.
(4) Catherine Wihtol de Wenden, 『Atlas des migrations. De nouvelles solidarités à construire 이민 지도. 새로운 연대 구축 필요성』, Autrement, Paris, 2021.
(5) Thierry Brésillon, ‘Indésirables Subsahariens en Tunisie 튀니지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하라 이남 출신 이주민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5월호.
(6) 유엔난민기구(UNHCR), ‘Zambie : le Comité des droits de l’homme salue l’abolition récente de la peine de mort et porte notamment son attention sur le statut du droit coutumier, les conditions de vie en détention, la jouissance des droits politiques, le droit de réunion et d’expression 잠비아: 사형폐지를 환영하며 특히 관습법 현황, 구금 생활 환경, 정치적 권리, 집회 및 표현의 자유 보장을 주시하는 자유권위원회’, 제네바, 2023년 3월 3일, www.ohchr.org 
(7) Laura Maï Gaveriaux & Noé Hochet-Bodin, ‘Le Tigré, victime de la réconciliation entre l’Éthiopie et l’Érythrée(한국어판 제목: 티그라이,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화해의 희생양)’,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7월호, 한국어판 2021년 9월호.
(8) ‘Éthiopie : l’ONU dénonce la “brutalité extrême” et des possibles “crimes de guerre” dans le conflit au Tigré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분쟁의 ‘극심한 폭력’과 ‘전쟁범죄’ 가능성을 규탄하는 유엔’, <ONU Info>, 2021년 11월 3일, https://news.un.org 
(9) ‘DR Congo: Killings, rapes by Rwanda-backed M23 rebels’, <Human Rights Watch>, 2023년 6월 13일, www.hrw.org 
(10) ‘Crise au Soudan: le conflit a fait près de 4 millions de déplacés et réfugiés 수단 위기: 내전으로 약 400만 명의 이재민 및 난민 발생’, <ONU Info>, 2023년 8월 2일, https://news.un.org 
(11) Sylvie Bredeloup, ‘Migrations intra-africaines : changer de focale 아프리카 역내 이민: 초점을 바꾸다’, <Politique africaine>, Paris, vol. 161-162, n° 1-2,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