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논란 속의 “마야”라는 이름의 열차
누구를 위해, 무엇을 향한 열차 노선인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멕시코 대통령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6월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설 수 없다. 멕시코 헌법의 연임 금지조항 때문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임기 중, 멕시코는 화려하게 국제 정치 무대로 귀환했다. 그러나 그의 최대 역점 사업인 멕시코 남부 지방을 잇는 열차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22년, 승객은 3,000만 명 이상이었다. 기록을 경신했다. 멕시코의 칸쿤 공항은 하루 평균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500편에 이른다. 라틴 아메리카 행선지 중 선두에 있다. 시카고, 마드리드, 프랑크푸르트, 보고타, 토론토, 이스탄불 등 수많은 도시에서 도착하는 비행기가 줄을 선다. 미국 관광객이 가장 많고,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이곳은 봄 방학을 보내기 좋은 도시다. 멕시코 카리브 해안과 리비에라 마야 해변에 즐기려고 오는 방문객들이 많다. 게다가 칸쿤은 유카탄반도에 접근할 수 있는 입구다. 유카탄반도는 열대 기후의 광활한 고원인데 자연이 아름답고 문화유산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관광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와 환경문제 고려해야
여기서부터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칸쿤-공항’ 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마야 열차’라고 이름 붙여진 철도 네트워크의 미래 중심지가 될 장소다. 2018년부터 멕시코 대통령이 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190억 유로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2024년에 1,554km의 철도 노선이 개통된다. 이 철도는 고리 모양으로 이어져 있는데,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3개 주(캄페체, 유카탄, 킨타나로오)를 가로지르고 타바스코주를 거쳐 치아파스주에 도착한다.
지역의 주요 도시들을 연결해 연간 최대 300만 명의 승객을 정기적으로 수송할 42개 열차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 마야 열차는 현재 해안가에 집중된 관광객의 동선을 분할하려 한다. 역사적으로 국가에서 방치했던 지방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요컨대 멕시코 정부의 말에 의하면 “경제를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진행하는 프로젝트다.(1)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결과적으로”에 모두가 동행하는 것은 아니다.
50여 년 전, 관광진흥기금(Fonatur)은 “완전히 계획형으로 건설되는” 새로운 해수욕장을 칸쿤에 만들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전에는 순수한 정글과 텅 빈 해변으로 둘러싸여 있던 어부들의 섬이었다. 지금은 매년 관광객으로 인해 수십억 유로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고급 호텔이 즐비한 지역에서 보내는 아름다운 엽서 이미지 뒤에는 이 프로젝트가 특히 사회적 측면에서 명백하게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요소가 숨어있다.
호화로운 호텔의 뷔페나 항구에 드나드는 화려한 크루즈 선박과 거리가 먼 곳에서는 200개 이상의 불법 주거 지역이 띠처럼 이어져 형성돼 있는 빈곤 지대가 있다. 이 지역은 인접해 있는 정글을 갉아먹으며 확장 중이다. 여기서 거주하는 250만 명의 사람들 대부분은 수돗물이나 하수 처리 시스템은 물론, 때로는 전기도 없이 임시로 지은 낡은 집에서 살고 있다.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호텔은 이 원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2023년 르노 라리아공 감독이 만든 <마야폴리(Mayapolis)>(2023)(2)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보여주듯 이곳에서는 “하는 일이 인종별로 분리”돼 있다. 멕시코 역사상 첫 좌파 대통령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마야 열차 프로젝트를 관광진흥기금에 맡겼는데, 이는 그의 진영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관광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2019년부터 당시 관광진흥기금 총괄 이사였던 로젤리오 히메네스 폰스는 칸쿤 사례를 언급하며 절대 따라서는 안 되는 선례라고 강조했다.(3)
“재규어만 토실토실, 아동들은 굶주려”
정부는 선한 의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국제연합의 다양한 기구와의 긴밀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연합은 이번 프로젝트가 “토지 개발, 기반 시설 건설, 경제 성장 그리고 거주민들의 사회적 복지를 목표로 지속 가능한 관광 개발 등 전반적인 영역을 아우르는 프로젝트”임을 보증한다.(4) 그리고 80%가 식물로 덮인 지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환경적 영향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히메네스 폰스 이사는 “사람이 우선”이라며, “재규어만 토실토실하고, 아동들은 굶주리는 이 나라에는 균형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5)
연방 고속도로 307노선을 타고 남쪽으로 가면 리비에라 마야 해변이 우리를 맞이한다. 외부인 출입제한 주택지의 장점을 나열한 광고판이 가득하다. 입구에서부터 위풍당당함을 경쟁하느라 정신없는 고급 주택가와 5성급 리조트들이 보인다. 그 가운데 2023년 12월에 문을 연 로얄톤 스플래쉬 리비에라 호텔이 있다. 1,000개의 객실과 12개의 레스토랑, 휴양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워터파크 시설을 자랑한다. 내륙으로 더 들어가면 마야 철도망 제5구간이 간선도로와 평행하게 110km까지 뻗어있다. 환경 단체로부터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구간이다. 이 노선을 만들기 위해 60m 폭의 산림 지대를 훼손해야 했다. 관광진흥기금에 따르면 220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거나 이동”됐다고 한다.(6) 그린피스는 이를 두고 “멕시코의 다양한 환경법과 국제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7)
몇 달 후에 이 구간의 첫 번째 기차역이 위치할 장소는 현재 그저 먼지가 잔뜩 낀 거대한 공사 현장일 뿐이다. 수십 헥타르에 달하는 빽빽한 숲을 목재 절단기로 싹 다 밀어버렸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수십 대의 덤프트럭과 노동자를 실은 소형 트럭들이 태양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가운데 스쳐 지나갔다. 향후 철도 노선이 깔릴 구간을 따라 크레인들이 쭉 줄지어 나열돼 있었다. 우리는 ‘북부 제5구간’에 도달했다. 멕시코군 공병대 색상으로 ‘북부 제5구간’이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이 휘날리고 있었다. 기존의 대형 프로젝트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은 이번 건설 프로젝트 책임을 멕시코 국방부에 위임했다. 국방부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3분의 1, 즉 550km에 해당하는 구간 건설과 6개의 대형 호텔 건립을 담당하게 됐다. 이 건설 현장에서는 약 3만 명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고 2,000개 이상의 굴착기와 불도저가 투입됐다.
마야 열차가 초래할 ‘생태계 파괴’
공중에서 철도를 지탱하게 될 고가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현장 사진을 몇 장 찍자마자 한 군인이 달려와 우리에게 현장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현재 마야 열차 건설은 국가 안보 문제에 속하는 프로젝트다. 미국 정부가 “‘가짜 환경보호론자’ 그룹으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았다”고 비난하며 간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한 경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8) 국가 안보 프로젝트로 분류되자 마야 열차 건설 계획은 행정 절차를 면제받았고, 이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환경운동가들이 내세운 법적 절차 역시 피해 갈 수 있었다.
또한 열차 운행이 시작되면, 군대가 공기업에 준하는 기업을 통해 철도망 전체 운영 관리를 담당할 예정이다. 멕시코는 부패로 유명한 국가다. 그런데도 2021년 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국방부를 이용하면 좋은 관리 운영을 보장받을 뿐 아니라, 민영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9)
여기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한 그룹의 노동자들이 타마린드 주스나 부서진 얼음으로 가득 찬 오르차타 음료를 한껏 마시며 갈증을 풀고 있었다.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한 기업에서 일하는 가브리엘라 레예스 건축가는 의심의 기색이 없었다. 마야 열차 건설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는 환경부에서 파견한 팀과 함께 동·식물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악어, 거북이, 뱀, 개구리 등이 있었습니다. 동물들을 보호 구역으로 옮기기 위해 수의사 팀도 동원했습니다.”
그의 동료도 환경보호론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철도 노선을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여기 이 구간은 식물들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철길을 한층 높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철도망 중 상당히 많은 구간이 기존 철도 노선을 그대로 이용할 예정입니다. 그러므로 산림을 파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멕시코 환경법 센터(Centro Mexicano de Derecho Ambiental, CEMDA)는 이 프로젝트가 전반적으로 “2,500헥타르의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자연 보호 지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비난했다.(10) 열차에 반대하는 이들은 “생태계 파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멕시코 우파 정당이 환경보호에 관한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한다. 멕시코 정부는 이들 비난에 맞서기 위해 과거 대선 후보였던 에콰도르 원주민 운동가인 야쿠 페레스 같은 국제 인사들의 지원 사격을 받으며 자신이 얼마나 환경보호에 적극적인지 상기시키고자 노력했다. 현재 정부가 약 5억 그루의 나무와 과수를 45만 헥타르에 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조림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자연보호구역을 확장하고 심지어 새롭게 자연보호구역을 만든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자연보호구역이 생태통로와 연결돼 있지 않아서 특정 고유종을 보호하는 데 쓸모가 없습니다.” 환경 교육 전문 기관인 ‘재규어 야생동물 센터(Jaguar Wildlife Center)’의 공동 책임자인 라울 파딜라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셀마메 델 트렌(Selvame del Tren, 열차에서 나를 구해달라는 의미)’ 단체와 함께 정부 당국이 환경 영향 평가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예를 들자면 멸종위기종 중 하나이자 생태계 균형을 조절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재규어의 존재를 연구에서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혹은 바다에 뚫려있는 해저 동굴에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나 멕시코의 자랑이자 전 세계 동굴 탐험가로부터 찬사를 듣고 있는 세노테(Cenote, 카르스트 지형)에 마야 열차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다. 파딜라는 지역 전반적으로 벌어질 환경 재앙을 염려하고 있다. “열차는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시를 발전시킬 겁니다.” 그는 야생동물 촬영용 카메라로 최근에 찍은 동물 사진들을 컴퓨터 화면에 펼쳐 놓았다. 퓨마, 노루, 회색 담비, 주머니쥐 등 다양한 동물이 찍혀 있었다. “정부가 뭐라고 하든 간에, 산림 파괴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범죄의 해변’이 되기를 원치 않아”
푸에르토 모렐로스의 평화로운 해변의 중심에 위치한 광장에서 우리는 레이문도 알마르테를 만났다. 그는 쿼드 바이크를 타고 정글을 안내하는 투어 관광 가이드다. 그는 “결과적으로 멕시코인을 돕는” 프로젝트에 항의하는 이들에게 분노를 표했다. 20년 동안 관광업계에 있었던 그는 200km 해안지대를 속속들이 안다고 자부했다. “유럽인과 ‘그링고(Gringo, 멕시코에서 미국인을 뜻하는 속어)’가 모든 것을 파괴하러 왔을 때는 아무도 불평하지 않던데요.” 그는 화난 목소리로 투덜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스페인 대형 호텔 경영자들이 거의 전 해안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숲을 파괴하고 해안가에 건물을 건설하고 오염수를 카리브해에 방출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벌써 파괴한 맹그로브 숲이 수천 헥타르는 될걸요?”
레이문도의 걱정은 따로 있었다. “우리는 여기가 ‘플라야 델 크리멘(범죄의 해변)’처럼 되기를 원치는 않습니다.” 그는 인근의 ‘플라야 델 카르멘’에 붙여진 별명을 들먹였다. 리비에라 마야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도시 플라야 델 카르멘은 실제로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경험했다. 1980년에 1,000명도 안 되던 주민 수가 오늘날 무려 30만 명 이상이 됐다. 관광객이 쇄도하자 탐욕에 눈먼 이들이 폭력적인 카르텔을 형성했다. 신나는 전자 음악이 들리는 해변에서 자동소총을 눈에 띄게 들고 다니는 군인을 마주치는 일은 일상이 됐다.
푸에르토 모렐로스에서 남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서 우리는 케트살 차브를 만났다. 그는 소외된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운동가다. 그는 우리를 지프차에 태우고 먼지 낀 길을 돌아다니며 안내해 줬다. 갓길에서는 형광 노란색 삼각대에 장착된 측량기 주변에서 지형학자들이 측량 작업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케트살 차브는 “대다수의 지역 사회 사람들은 열차가 건설된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주민들이 소유권 증명서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거주민들 의견을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2023년 이 지역에서 진행된 사회 프로그램에 투입된 금액은 연금, 장학금, 다양한 보조금과 장려금 포함해서 39억 유로가 넘는다. 철도 노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130개 지역 주민은 “388개 건설 현장과 사회적 활동”으로 인해 혜택을 받았다. 차도와 고속도로 복구, 공공장소 보수, 전기·보건·생산 시설 및 주택 재개발 등이 포함됐다.(11)
‘비다 이 에스페란사’라는 마을의 사례 역시 이와 비슷하다. 향후 건설될 철도에서 몇 분 떨어진 장소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이곳엔 기적적인 효능을 갖고 있는 나무도, 복음주의 교회도 많다. 미겔 공고라는 이곳에서 허름한 천막으로 덮어놓은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대체 무엇을 판매하고 있는 곳인지 알쏭달쏭한 곳에서 그는 우리에게 꿀에 절인 야자나무 열매 씨앗을 대접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지역사회가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순 없습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다만 우리 역시 그 혜택을 받아 누릴 수 있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열차가 다니게 되면 (관광용이 아닌) 일반용 대중교통 서비스도 제공된다는 의미다. 그는 그렇게 되면 젊은 세대들이 교육받고 “공학자가 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성장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합니다.”
조금 더 걸었더니 이번엔 지역 커뮤니티 비서관인 알베르토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는 돌보던 닭들을 둔 채 우리를 채소밭으로 직접 안내했다. “열차가 건설되면 우리 마을도 전력 공급망에 연결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이웃 지역의 지도자들과 함께 국방부와 관광진흥기금으로부터 “길을 새롭게 만들고 포장”하기로 한 약속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배우나 가수 같은 인사들은 소셜 미디어와 국제 언론을 통해서 환경보호론자들이 이 프로젝트를 얼마나 염려하고 있는지 내용을 공유한다. 그러나 이런 환경보호론자들의 의견은 우리가 만난 대다수 사람의 의견과 달랐다. “우선 이것은 몇몇 단체에 의해 촉발된 미디어 운동일 뿐, 사회 운동이 아닙니다.” 에티온 본 벨트라브 멕시코 교수가 해명하듯 말했다. 그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에서 환경 정치학을 담당하는 전문가이자, 마야 열차 영향에 관한 학제 간 연구 그룹의 공동 창립자기도 하다. “환경보호론자들은 대중의 지지를 못 받고 있어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책에 대놓고 지지를 보내는 에티엔 교수에게 있어서, “명백하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거대 기업의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유카탄반도가 분쟁의 중심지가 되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이보다 더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에서조차 매우 강력한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는 일을 종종 겪었습니다. 그러나 마야 열차 프로젝트에서 시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곧 기차역이 들어서게 될 도시 주변에서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식품 가격과 임대료가 상승했다고 불평하고 있다. 중기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우려하는 부분은 마약 밀매와 부동산 투기로 인해 치안이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툴룸 해변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플라야 델 카르멘과 칸쿤의 자매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관광지는 과거 어부들의 마을이었지만 오늘날 관광객 숙소가 1만 1,000개에 이른다. 작년에는 180만 명의 휴가객이 툴룸 해변을 찾았다. 해변의 분위기, 독자적인 비치 클럽, 네오샤머니즘이 섞인 영적 체험 서비스에 이끌려 온 것이다. 청록색으로 빛나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정상에는 한때 마야 요새 도시였던 유적의 잔해가 남아있다. 툴룸 해변은 의심의 여지없이 인스타그램 사용자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천국이다. “꿈같은 해변, 반짝반짝 빛나는 문화, 눈부신 성장, 툴룸은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상적인 투자처입니다.” 멕시코 부동산 전문가 협회(AMPI)는 지역 방송으로 자랑스럽게 광고했다.(2023년 6월 5일, 페이스북)
“관광업 촉진은 새로운 식민정책”
이렇게, 자연을 파괴하고 본래 주인으로부터 토지를 빼앗는 무질서한 성장이 진행 중이다.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운 호텔 경영자들의 압박 속에 도시는 주변 정글을 짓밟으며 점점 확장되고 있다. 도로, 전기, 배수, 교통과 같은 공공 서비스는 이런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지방 당국은 열차가 들어오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를 걸고 있다. 열차가 들어오면 연간 550만 승객이 오가는 새로운 국제공항도 함께 연결되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 여러 가지 토지 개발 프로그램이 동반될 예정이다. 지방 정부 관계자는 개발업자들의 “좋은 의도”를 믿고 있으며 “그들에게 환경 기준을 지키며 계속 투자하기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심지어 돈으로 법망을 피하는 것조차도 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국가에서 아무리 정부가 야심차게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토지가 상품화되는 것을 막는 일은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이 지역에서 자본주의의 가장 잔인한 본능을 통제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경험해 봐서 알겠지만, 좋은 의도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습니다.” 본 베르트라브의 분석이다. “특히 포식성이 강한 관광 산업을 앞에 두고 좋은 의도를 믿는 것은 순진한 태도 아닌가 싶습니다.”
남쪽으로 이동하면 펠리페 카리요 푸에르토라는 도시가 나온다. 3만 명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고 기차역이 들어설 예정인 이 도시 근처에서 앙헬 수루브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는 “땅 문제도 있지만 지금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의 언어, 우리의 관습, 우리의 사회적 조직, 다시 말해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에 미칠 영향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형식적으로’ 마야 열차에 반대하는 일부 환경론자와는 달리, 수루브는 국립 원주민 위원회(CNI)의 위원으로서 “반자본주의, 반식민주의 입장”을 피력했다.
“이것은 단순히 관광 문제에서 끝날 사안이 아닙니다. 열차를 이용한 화물 운송도 시작되겠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지협을 가로지르는 통로를 만드는 겁니다.” 그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것은 오악사카주와 베라크루스주를 횡단하는 철도 노선을 만들어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파나마 운하와 견줄 정도의 철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반기는 것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급진주의적 사람들이나 다국적 기업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마야 열차 도입을 환영하는 현실에 그는 놀라지 않았다. 멕시코 정부가 ‘동화 정책’을 펼친 지 100년이 지났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카스트 전쟁(1847~1901) 동안 저항했던 마야 후예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포스터가 잔뜩 있는 방에서 그는 관광업의 발전이 “새로운 식민정책(Néocolonisateur)”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관광은 진보의 수단으로 여겨지지만, 시골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곳이라고 다들 생각합니다. 청년들은 리비에라에서 일하기 위해 학업에 힘씁니다. 어찌 그들을 탓하겠습니까? 국가를 위해 교육을 받았고, 그 국가가 기업을 위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자연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어 독립적으로 살던 우리 선조들의 삶의 방식보다는 대도시 칸쿤 빈민가에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마야인’은 누구인가?
연방 고속도로 186노선을 타고 우리는 캄페체주에 도착했다. 자동차와 대형 트럭이 칼라크물 자연 보호지역을 통과한다. 칼라크물은 중남미 대륙에서 아마존 다음으로 넓게 펼쳐진 열대 우림 지역이다. 이 정글 안에는 100여 개의 선사 시대 유적이 잠들어 있다. 그중에는 오늘날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가장 오래된 마야 도시도 있다. 당당하게 위엄을 자랑하는 고대 마야문명의 유적지가 있는 곳이 바로 칼라크물이다.
에레사르 이그나시오 드시브 에크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자랐다. 자신이 마야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그는 법학 학위를 취득하고 고향에 남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지역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야 열차가 끼칠 영향에 대해 걱정하는 원주민 형제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화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연방 고속도로, 새로운 철도, 인터넷 연결 없이 과연 살아갈 수 있겠냐고 그는 반문했다. 마야족, 초칠족, 사포텍족 등 어느 종족 할 것 없이 “칼라크물 84개 공동체는 대통령의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모레나 당(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2014년 창당한 당)의 지지자이기도 한 그는 마야 열차가 모든 악의 축으로 비난받는 모양새에 질린 것 같았다. 불법적인 산림 파괴, 과도한 광산 채굴, 유전자 조작 식품과 살충제 문제로 점철된 농업 산업,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는 도시 문제를 언급하며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열차가 건설되든, 되지 않든 간에 그런 문제는 이미 옛날부터 있었다고요!”
마르코 알메이다 푸트에 따르면 마야 열차를 두고 두 개의 세계가 충돌하고 있다. 진정한 ‘마야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일어난 싸움이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마야인이나 장사를 시작하는 마야인이 땅을 경작하는 마야인보다 덜 마야인답다는 건 대체 누가 정한 건가요?” 멕시코의 수도권 자치 대학교(Universidad Autonoma Metropolitana, UAM)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그가 질문을 던졌다. 일부 원주민들이 관광업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발적으로 관광업계에 취업하는 원주민들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들은 본인의 선택으로 관광업계에 들어가서 자신의 사업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관광 공동체는 대규모 관광 사업이 지속적이고 사회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토지 공동 소유, 자원의 수평적 분배, 지역 방어 같은 가치를 내세웠다. 초기에 관광진흥기금은 마야 열차가 지역에 들어오면 지역 공동체가 누구보다 우선으로 혜택을 받는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이런 대안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일은 척척 진행돼 관광 공동체를 위해 유카탄반도 연합과의 협약까지 잘 이루어진 찰나, 갑자기 모든 것이 중단됐다. 2022년 초, 당시 관광진흥기금 총괄 이사였던 폰스가 공사 진행이 지체된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있어선 기반 시설 구축이 최우선 과제였던 셈이다.
정치적 이슈의 우선순위 때문에 잠시 중단된 것일까, 아니면 야심 찬 계획이 결국 꺾여버린 것일까? “우리는 아무런 공식적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마리오 투스 메이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관광 협동조합의 회계다. 유카탄반도 동쪽에 위치한 에크 발람의 마야 유적지 입구 쪽에 있는 전통 농촌 마을에서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한 사람이다. “우리가 아는 것은 새로운 총괄 이사가 전임자와 맺은 협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협약은 유카탄반도가 ‘칸쿤화’되지 않는 이상적인 방법이었는데도 말이죠.”
마야 열차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6년 임기의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 유산이 독이 든 선물이 될지, 남동부 지역의 거주민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한 해방의 수단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글·루이스 레이가다 Luis Reygada
기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이정민
번역위원
(1) 멕시코 정부 공식 사이트 내 마야 열차 관련 페이지, https://www.gob.mx/
(2)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3) Juan Luis Ramos, ‘Será el Tren Maya polo de desarrollo: Jiménez Pons’, <El Sol de México>, 2019년 1월 19일.
(4) ‘El trabajo de la ONU en relación con el proyecto del Tren Maya’, 2020년 7월 18일, www.unesco.org
(5) ‘Fonatur: “Obvio” que habrá daño al medio ambiente’, <Diario de Yucatán>, Mérida, 2019년 2월 6일.
(6) 관광진흥공사의 공개 정보에서 발표한 수치, 2023년 2월 21일.
(7) Greenpeace Mexico, ‘Análisis técnico de la Manifestación de Impacto Ambiental Regional tramo 5 norte del Tren Maya’, 2022년 8월 16일.
(8) ‘Tren Maya fue declarada obra de seguridad nacional por intervención de EU, afirma AMLO’, El <Financiero>, Mexico, 2022년 7월 25일.
(9) Emmanuel Carrillo, ‘Entrega de obras de infraestructura al Ejército es para evitar su privatización: AMLO’, <Forbes México>, 2021년 11월 4일.
(10) www.cemda.org.mx/tren-maya (2023년 11월에 참고한 사이트).
(11) Communiqué du Fonatur, 2023년 6월 26일, www.gob.m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