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여행을 ‘발견’하다
Special 관광, 탈출산업
이제 중국 대학생이나 기업 비서가 한 해에도 몇 번씩 휴가를 떠나는 일이 흔해졌다. 홍콩 아이쇼핑, 동남아 카지노 투어, 배낭여행, 만주 스키여행, 유명 산수 단체여행 등 도시 중산층을 위한 여행이 다양한 형태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도 가끔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절을 방문하거나 온천여행을 하는 일이 늘고 있다. 봄 연휴(춘절) 기간을 이용해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이 증가해 2월의 구정 연휴 가족모임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 보통 회사에서 휴가 기간과 날짜를 정해주기 때문에 공공연히 휴가를 요청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1년에 수차례 여행 계획을 세우는 회사원들이 증가하고 있다. 빈곤층과 경쟁력 문제로 생산 속도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소상인들에게 새롭게 부상하는 '여가사회'라는 용어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기껏해야 봄 연휴 기간에 가족끼리 모임을 갖는 정도에 그친다.
15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중국인들에겐 '휴가'라는 용어가 낯설었다. 하지만 이제 중국 국민은 중국 관광산업의 핵심 고객층으로 자리잡았다. 소비에트연방과는 달리 초반 반세기 동안 공산주의 중국은 관광홍보 정책에 작은 비중도 두지 않았다. 1978년 이후 경제개혁이 실시되면서 중국은 당시 홍콩 거주 중국인과 재외 국민을 겨냥해 12곳에 새롭게 휴양지를 개발했다.
1980년대 말부터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국내 관광산업이 성장했다. 공무원층을 대상으로 한 단체여행이 통상적이었다. 봄 연휴와 일요일을 제외하면 여가시간이 없었고, 관광산업의 발달로 인한 매춘과 도박 증가를 우려한 일부 지도층의 거부감으로 개인 차원의 여행은 성장이 지체됐다. 1990년대에 이르러 전통문화와 민속관습을 주요 테마로 한 놀이공원 2천~2500곳이 문을 열었다. 놀이공원이 애국심을 증진시키는 데 긍정적이라 판단한 중국 정부는 이 정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1998년 소비 촉진을 위한 관광산업 홍보정책이 채택되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이듬해부터 10월 1일과 5월 1일, 봄 연휴 기간에 걸쳐 3주간의 휴가가 국가적으로 채택됐다. 도시 중산층은 이 정책을 십분 활용해 여행을 일상생활로 받아들였다. 관광부가 집계한 2011년 10월 1일 '황금연휴기'의 3억200만 명이라는 관광객 수는 이를 여실히 드러낸다.(1) 가장 최근에 발표된 수치는 해석하기 힘들지만, 2008년 같은 기간 집계된 관광객 수의 2배 이상을 웃돈다.
배낭여행이 젊은 층에게 인기라면,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회사나 여행사 차원, 혹은 친구들끼리 단체여행을 선호한다. 단체여행은 중국에서 한동안 인기 있는 여행상품이 될 듯하다. 단체여행은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형태인데, 이들이야말로 관광시장의 핵심 고객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절과 산, 유적지가 선호하는 관광지다. 불교에 대한 관심도 다시 떠오르고 있는데, 관광차 절에 간 김에 경외심을 갖고 향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아직 문화유산 지정 제도가 미비하지만 자연경관이 뛰어난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남서부 지역의 티베트와 타이족, 동, 미아오 등 소수민족 문화지역 관광과, 문화혁명 기간에 파괴됐거나 복구된 유적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가 높은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들이고, 중국 정부의 노력 덕에 그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같은 자발적인 태도가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중국의 서부 지역이야말로 빈곤과 접근성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정부는 관광산업을 이 지역의 개발전략 핵심으로 활용하려 한다. 티베트를 포함한 남서부 지역 곳곳에서 관광이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중국 정부는 환경과 지속 가능한 개발, 문화유산 보호에 새롭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쓰촨성 주자이거우지구의 거주 인구 수는 티베트족 수천 명에 그치나, 매년 관광객 수는 300만 명이 넘는다. 대규모 호텔만 해도 44개에 이르며, 이 중에는 셰러턴· 인터콘티넨털·메리어트 호텔도 있다.
역사가 깊든 새로운 곳이든 간에 관광지들은 공간적으로 경계가 뚜렷이 구분돼 있고, 여러 마을이 포함돼 있거나 전광판과 거대한 인프라 시설이 들어서 있다. 입장료를 내면 가이드 뒤를 따라서 경관을 감상하거나 전통무용쇼를 관람한다. 서구 관광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현지 문화 체험 욕구는 중국에서는 배낭여행객들과 극히 일부인 세련된 부유층의 전유물이다. 산속에 유명 건축가가 지은 호화 별장을 소유한 일부 소수층들이나 찾을 수 있다. 해변에서 보내는 휴가도 관광산업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피부 태우는 걸 꺼림을 감안할 때, 해변에서 긴휴가를 보내는 관광은 주요 관심거리가 아니다.
해외여행객 수도 급증했다. 저가 외국항공이 중국시장에 입성했고, 동남아가 최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도착비자 발급을 통해 입국 절차를 간소화했다. 그 결과 2011년 중국의 해외여행객 수는 6500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1997년보다 13배 증가한 것이다. 유럽과 아프리카 등 기타 지역에 대한 여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지는 주말을 활용한 홍콩 여행과 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타이 같은 동남아 배낭여행이다.
글•팔 니리 Pal Nyiri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 인류학세계사 교수.
번역•김윤형 hibou98@naver.com
(1) 1949년 10월 1일 공화국 수립을 기념하는 연휴 주간.
관광업, 노동운동의 새로운 투쟁장
모두가 공통으로 꼽는 관광의 특징이 있다면 바로 관광이 모든 정치적 면을 배제하고, 오로지 오락적·경제적 면만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에드가 모랭은 다음 구절을 통해 관광의 탈정치성을 칭송했다. "휴가의 가치는 가치의 부재에 있다."(1) 사회학은 관광을 신화화하는 데 기여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신화'란 롤랑 바르트가 정의한 의미의 신화를 뜻한다. 즉, 역사를 제거한 탈정치적 언술(Parole)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철학자 토니 앙드레아니가 주장한 가설을 통해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앙드레아니는 "민주주의나 정치·문화의 영역은 주로 노동의 영역에 속하지, 결코 여가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가정했다.(2)
관광의 신화학은 제 소임을 다한 것이 분명하다. 여기저기 사회적 역할의 포기를 의미하는 이미지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오포두 여행사 광고(2007년)이다. 모리셔스섬 해변에서 관광객 두 명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포착한 광고인데, 그들이 바다로 뛰어들기 전 벗어놓은 외출복과 마스크가 놓인 모래사장을 정면에서 클로즈업했다. 이것은 곧 관광이 '해방', '사회 탈출', 심지어 '집단 퇴사' 욕망의 관습적 표현임을 뜻한다. 여기서 '관광객'이라는 단어를 통해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정적 함의를 살펴볼 수 있다. 즉 관광객은 경박한 호사가에 도락을 즐기는 세상만사에 냉소적인 사람을 뜻한다.
관광을 일상 세계와는 다른 세계로 신화화하려는 각고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수많은 징조가 이런 변화를 알리고 있다.
먼저 지역적 차원에서는 관광이나 레저 단지 개발을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쓰레기소각장이나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항의하는 시위에 버금갈 정도로 저항이 거세다. '꿈의 공장'에 대한 반감은 이제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을 넘어 '이곳도, 다른 곳도 모두 안 된다'는 이른바 '니나'(NINA·프랑스어 'Ni Ici, Ni Ailleurs'의 약자) 현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결국 관광은 지역 정체성을 증진하는, 친환경적 성격을 지닌 고용 창출의 원동력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잃어버린 채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회 소통, 지역 발전 등 모든 면에서 관광에 덧씌워진 신화적 이미지가 벗겨지고 있다.
한편, 노사분규도 한층 심해지고 있다. 2000년대 초 이후, 부문별로 관광업 종사 노동자들의 사상 첫 파업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2004년 2월 프랑스 스키장 리프트 부문 노동자들이 사상 첫 파업을 벌인 데 이어, 2004년 6월 칸영화제가 한창인 가운데 코트다쥐르 지역 호텔에서 노사분규가 일어나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이후 2005년 9월 관광청 노동자의 사상 첫 파업, 2006년 3월 샤모니 계절직 노동자의 첫 시위, 2008년 5월 관광업체 프람 본사 직원의 60년 만의 첫 파업이 줄을 이었다. 노동운동이 흔한 프랑스에서 관광 노동자가 이토록 시대에 뒤처져서 노동운동에 가세했다는 사실은, 관광이라는 업종이 지닌 특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쨌든 이를 계기로 관광 부문은 고용불안, 불법노동, 열악한 거주환경, 저임금 등 계절직 노동자가 떠안고 있는 많은 만성적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노동운동의 투쟁장으로 떠올랐다.
글•필리프 부르도 & 로돌프 크리스탱
(1) 에드가 모랭, <인간 정책에 대한 입문서>, 쇠유 출판사, 파리, 1965.
(2) 토니 앙드레아니, <이성의 존재: 호모 에코노미쿠스에 대한 비평>, 실렙스 출판사, 파리,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