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기묘함

진 스태포드, 『퓨마(The Mountain Lion)』

2024-03-29     장 필립 로시뇰 | 작가

진 스태포드와 몰리 포셋은 조금씩 잊히고 있었다. 진 스태포드는 미국의 기자이자 소설가로, <뉴요커>와 협업하였고 1970년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몰리 포셋은 그런 스태포드가 창조해낸 인물이다. 한 명은 혼란으로 가득한 삶을 살다가 1979년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또 다른 한 명은 변함없이 책장 속의 존재로 남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까지도 살아 숨 쉬며 서로 연결된 채 투지를 품으며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스태포드는 1947년 『퓨마(The Mountain Lion)』에서 여주인공 몰리를 빚어냈는데,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뒤에는 몰리에 대해 괴로운 심정을 담아 이런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딱하기도 해라, 불쌍한 몰리! 나는 그녀를 마음 다해 사랑했다. 이제는 몰리가 평안 속에 잠들기를 바란다.”(1)

몰리 포셋은 누구인가? 성홍열을 앓은 데다 안경과 비뚤배뚤한 치아로 더더욱 볼품없어진 냉소적인 여자 아이일까? 마크 트웨인의 모험 따위에 푹 빠져 있는 말괄량이일까? 아니면 인종차별에 앞장서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시 읽기를 좋아하는 일종의 반항아일까? 사실 전부 정답이다. 그리고 몰리의 주변에는 나이는 두 살 더 많지만 어릴 때는 거의 쌍둥이처럼 자랐고, 속내는 거울로 보듯 똑 닮아 있는 오빠 랄프와, 로스앤젤레스 외곽에서 살아가며 예의범절에 집착하는 엄마, 엄마의 “구겨진 검은 블라우스”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두 언니들, 저 먼 미주리에서 목장을 운영하며 아내를 옆에 꼭 끼고 다니는 할아버지, 그리고 얼빠진 하인들과 고양이 ‘부주’가 있다. 

한편 노예제 폐지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이 청교도적 세계에서는 맞불을 이용하는 것이 나은 법이다. 그리고 몰리는 여기서 빛을 발한다. 시니컬한 유머 감각을 타고난 그녀는 삶을 옥죄는 불합리한 제약들을 타파했다. 몰리에게는 그야말로 금지에 맞서는 재주가 있었다. 몰리는 세상의 평범한 일들과 결코 조화를 이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는 부르주아들의 것이라고 생각하던 몰리는 단 한 번도 좋아하는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몰리가 받은 선물이라고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모자 보관함이나 옷에 달 수 있는 모조 꽃 브로치 따위의 자질구레한 것들뿐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 스태포드는 엘리자베스 개스켈이나 버지니아 울프와 같은 작가들과는 그 성격이 달랐다. 스태포드는 한 인물의 섬세함이란 내적 갈등과 숨겨진 균열, 서서히 무거워지는 공기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 소설에서 그려진 첫 번째 전환점은 몰리의 엄마가 랄프와 몰리를 콜로라도에 사는 삼촌 클로드의 농장에 맡기고 언니들과 세계 일주를 떠난 뒤에 나타난다. 불편한 점심 식사로부터 벗어나 이제 소떼와 로키산맥을 곁에 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대지로의 회귀였다.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대평원』,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유도라 웰티의 『화석인』 등을 통해 형성된 하나의 신화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경계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맥을 지닌 이런 종류의 문학은 야생의 자연과 인간의 나약함을 담아낸다. 

한편 두 번째 전환점은 랄프와 몰리 사이에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였다. 바라는 것이 넘쳐나는 청소년기가 상처 입은 유아기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성장할 수도 없고, 그대로 아이인 채로 있을 수도 없다. 바로 그때, 숲속에서 퓨마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스태포드는 “문학은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약”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혼란에 빠지면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글·장 필립 로시뇰 Jean-Philippe Rossignol 
작가

번역·김보희 
번역위원


(1) 프랑스의 출판사 ‘도(Do)’는 2019년 진 스태포드의 『단편집 The Collected Stories』에서 여덟 개의 단편을 발췌하여 새롭게 옮긴 『아이들은 일요일이 심심하다 Les enfants s’ennuient le dimanche』(장 제라르 쇼프토·베로니크 베갱 역)을 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