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돈놀이

2012-07-09     세드리크 구베르뇌르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극빈층에게 소액대출을 해줘 영리활동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울 목적으로 창안됐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주주들의 이익이 우선시된다. 인도의 마이크로크레디트 회사들은 취약한 계층의 고혈을 짜내어 자산을 불리고 있다.

락스미는 아내 라마와 함께 매일 비디(향담배) 만드는 일을 했다. 하루 12시간 일해서 비디 1천 개비를 만들면 70루피(약 1.1유로)를 번다. 그들에겐 딸이 둘 있었다. 일에 지친 부부는 한 마이크로크레디트 회사에서 5천 루피(약 78유로)를 대출받아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와랑갈 교외 지역에 베텔넛(야자수 열매의 일종)을 파는 조그만 노점을 열었다. 매주 130루피를 갚아야 하는 부담이 있어도 생활이 좀 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웬걸, 락스미가 병으로 몸져눕고 말았다. 라마는 남편이 "4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채무 상환이 연체되면서 이자가 불어났다. 이웃 사람들이 부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회사가 도입한 공동책임제 때문이다.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이웃 사람들이 대신 돈을 갚아야 하는 제도다. 이웃들의 독촉과 협박에 시달리던 부부는 대출을 갚기 위해 또다시 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두 번째 대출을 갚기 위해 세 번째 대출을 받았다. 그렇게 받은 대출만 총 5건, 금액은 1천 유로에 달한다.

채권자들은 락스미 부부의 오두막 앞에 말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들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락스미 부부의 베텔넛 노점과 가스레인지, 금붙이 등을 빼앗고 20살 된 딸 에이가가 옷을 지어 팔기 위해 사용하던 재봉틀까지 가져가버렸다. 에이가가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느냐"고 따지자 그들은 "얼굴이 예쁘니까 몸이나 팔라"며 이죽거렸다. 모욕감을 느낀 에이가는 2010년 9월 28일 분신자살했다.

레디 수브라마냠 인도 농촌발전부 장관은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가는 엄청나다"고 말한다. "각종 비용을 포함해 금리가 거의 60%에 달한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처음 착안했다. 원래 의도대로라면 추가 지출을 위해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새로운 소득의 원천을 획득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인도의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소비대출을 닮아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되짚어봐야 할 문제다. 수브라마냠 장관은 "극빈층은 병원비, 지참금, 결혼식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심지어 텔레비전을 사거나 성지순례를 떠나기 위해 대출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극빈층 사람들을 가난에서 해방시키고 그들에게 존엄성을 되찾아주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들을 비참함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채무자 간 공동책임제는 연대감을 형성하기는커녕 마을 공동체를 안에서부터 파괴하고 있다.

돈 벌려면 가난한 사람들한테 가라?

안드라프라데시주에는 인도 전체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4분의 1이 집중돼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총 625만 가구가 520억 루피(약 81만8천 유로)를 대출받았다.(1) 인터넷 저널 <인디아 마이크로파이낸스> 편집장 아베이 N은 "2000년대 주정부는 (특히 농촌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마오주의자들(2)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마을 자조단체(SHG·Self-Help Groups) 소속 여성들에게 은행대출을 권하면서 이자의 일부를 부담해주기도 했다.

와랑갈 지역의 다르마사가람 마을에 사는 여성 베르기아는 SHG를 통해 은행에서 이율 12%(그중 9%는 정부가 부담)로 1천 유로를 대출받아 릭샤(인력거)를 한 대 사서 동생에게 빌려주었다. "릭샤를 빌려준 대가로 한 달에 6천 루피(약 94유로)를 번다. 그중 2700루피는 대출을 상환하는 데 쓴다."

그러나 민간업체들은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유럽식 소비대출 상품을 팔기 위해 SHG 조직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일탈은 인도의 66개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 대부분이 이제 '이윤'이라는 유일한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 중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SKS는 1998년 비크람 아쿨라가 설립했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사회복지사였다. SKS는 비영리단체로 시작했다. 하이데라바드에 위치한 본사에서 대변인이 설명한다. "법적 지위에 따른 제약으로 대출 요구에 충분히 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2005년 아쿨라는 SKS의 성격을 비은행 금융회사로 전환했다." 인도 법에 따르면, 이런 회사는 대출은 해줄 수 있지만 예금 수취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접촉을 시도한 모든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 책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아쿨라 역시 '아주 바쁘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다. 아쿨라의 대변인은 채무자들의 자살에 대해 자사의 책임을 모두 부인했다.

안드라프라데시 주정부(의회당 집권)는 최근 대책을 하나 내놨다. 대출회사 직원들이 채무자 집을 직접 방문하는 것을 금지하고 새로 대출받을 경우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더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1999~2004년 집권한 텔루구데삼당(TDP)은 수백만 명의 채무자에게 상환을 거부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하이데라바드 교외지역에서 카우샬리아와 이웃들을 만났다. 이 씩씩한 여성은 반신불수가 된 남편을 치료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 그러나 돈 갚을 능력이 없었다. 동네의 다른 채무자들에게 시달림을 받게 될 터였다. 그녀는 그들과 연대해 채무 상환을 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은 "2010년 11월부터 회사에 한 푼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사리를 걸친 이 여성들의 표정에는 자부심과 비장함이 감돌았다. "대출회사 직원들이 감옥에 보내겠다고 우리를 위협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그들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안드라프라데시주 전체에 비슷한 방식의 주민 연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자율은 97%에서 20%로, 심지어 10%까지 떨어졌다. 수브라마냠 장관은 "50건의 자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채무자를 협박한 사람들은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SKS의 임원 39명은 2010년 말 위기가 불거지자 보유 중이던 스톡옵션을 팔아치웠다.(3)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현재 마이크로크레디트 회사들은 낙후 지역에 사는 아디바시스 원주민 부족에 찾아가 대출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대부분 문맹인데다 고립된 지역에서 비참한 삶을 이어가는 순진한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이다. 유머작가 알퐁스 알레(1864~1905)의 농담은 인도 마이크로크레디트 회사들에 그대로 적용된다. "돈을 벌려면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 가야 한다. 그들은 돈은 적지만 머릿수가 많다."

세드리크 구베르뇌르 Cédric Gouverneur

번역정기헌 guyheony@gmail.com


(1) Narasimhan Srinivasan, <Microfinance India: State of the sector report>, SAGE Publications India Pvt Ltd, 뉴델리, 2010.
(2) ‘인도 낙살라이트 게릴라의 확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7년 12월호.
(3) <Express India>, 뉴델리, 2011년 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