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의 트럼프’라 불리는 송코의 집권
민주주의 모범국인가, 권위주의 정권인가?
3월 24일, 마키 살 대통령의 대선 연기 시도로 위기에 휩싸였던 세네갈이 마침내 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야당 후보 바시루 디오마이 파이의 깜짝 승리였다. 크게 휘청거렸던 세네갈의 제도는 대대적인 민중시위에 힘입어 견고함을 입증했다. 하지만 세네갈은 여전히 엄청난 정치·사회적 과제를 안고 있다.
3월 24일 일요일, 세네갈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투표는 전국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시민들은 안도감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 시민은 “나는 내 의지와 신념에 따라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1) 총 730만 명의 유권자 중 60%가 투표에 참여한 이번 선거는 2019년 대선과 비슷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부정 선거 위험을 예방하고 특히 투표 결과 승복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 선거참관단과 주요 정당의 관계자들이 투표를 지켜봤다. 사회운동 단체들도 1,000명 이상의 대표를 투표소에 파견했다.
갑작스럽게 변경된 대선 일정으로 선거 운동 기간은 단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명의 후보는 집회와 지방 유세를 조직하며 열띤 선거 운동을 펼쳤다. 정치학자 질 야비는 일부 후보들의 경우 “독창적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공약을 소개했다. 장가(Jangat)와 같은 인공지능 플랫폼이나 은담리(Ndamli)와 같은 스포츠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후보도 있다”라고 설명했다.(X, 2024년 3월 23일)
이번 선거가 단기 및 중기적으로 세네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렇지만 일단 지난 1월부터 세네갈 정계를 혼란에 빠뜨린 대선 파행 사태는 일단락됐다. 2024년 2월 25일로 예정됐던 대통령 선거를 몇 주 앞둔 시점까지 세네갈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2023년 7월 3일, 2012년 초선에 이어 2019년 재선에 성공한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마침내 3선 출마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던 긴장 상태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듯하던 2월 3일, 살 대통령은 돌연 TV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선 연기를 발표했다. 그가 내세운 연기 사유는 “부패 사건을 둘러싼 국회와 헌법위원회 간의 공개적인 갈등”이었다. 살 대통령은 이러한 갈등이 “선거 전후 분쟁의 씨앗으로 작용해 혼란을 초래하고 투표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2)
임기 종료 앞둔 대통령의 미심쩍은 대선 연기
살 대통령의 결정은 국외, 특히 2020년 이후 위기 사태와 쿠데타로 타격을 입은 서아프리카 지역에 큰 충격을 안겼다. 가장 온건한 관망자들조차 위험천만한 “권력 남용”을 규탄했고 다수의 관망자들은 “제도적 강권력 행사”, “헌법적 쿠데타”를 비난했다. 심지어 군사 쿠데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흔히 ‘공화주의’ 군대로 묘사되는 세네갈군은 지금껏 한 번도 쿠데타 성향을 띤 적이 없다. 이러한 세네갈에서 군사 쿠데타 가능성이 거론된 것은 놀라운 일로 이는 어떻게 보면 살 대통령의 권위주의에 대한 고발에서 비롯된 가설이다.
2019년 대선 당시, 두 명의 유력 야당 인사인 할리파 살 전 다카르 시장과 압둘라이 와드 전임 대통령의 아들인 카림 와드 전 장관은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각각 횡령과 불법 축재로 5년과 6년 형을 선고받고 구금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세네갈 법원은 권력에 복종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21년 이후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언론인들은 협박과 압력에 시달렸다.(3)
살 대통령이 대선 연기를 시도했던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추측 가능한 이유는 살 대통령 측 후보인 아마두 바 총리의 저조한 여론조사 결과와 특히 바시루 디오마이 파이(이하 디오마이)의 승리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디오마이는 법원에서 여러 차례 유죄 판결을 받아 출마 자격을 박탈당한 우스만 송코의 대타로 나선 인물이다. 살 정권 지지자들은 송코를 “세네갈의 트럼프”로 묘사하며 그가 “친이슬람 및 지하디즘” 논리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비난했다.(4) 하지만 세네갈 청년들은 송코에 환호했다. 송코의 정당인 파스테프(Pastef)는 “부패하고 외세의 이익에 매수당한” 살 정권을 비난하며 “세네갈적 가치”의 부활과 CFA 프랑존(CFA Franc Zone) 탈퇴라는 통화개혁을 제시했다.(5)
2월 6일, 다수의 야당 의원이 의사당에 투입된 경찰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하는 극심한 진통 끝에 의회는 대선을 12월 15일로 연기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는 헌법상 4월 2일 종료되는 살 대통령의 임기가 연장됨을 의미했다. 또다시 수도 다카르와 생루이에서는 대선 연기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고 공권력이 이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십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월 7일, 국제인권연맹(FIDH)과 연맹 소속 세네갈 단체들은 보도 자료를 통해 “긴장 악화, 반복적인 기본권 침해, 정치적 위기 격화 위험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살 대통령이 촉발한 이번 위기는 세네갈, 더 나아가 서아프리카 전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약화시킨다”고 비난했다.
살 대통령, “송코만 아니면 된다”
정부와 야당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던 가운데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월 15일, 헌법위원회는 대선을 12월 15일로 연기한 대통령령을 무효로 선언했다. 독립성을 유지한 이와 같은 결정은 국내외에서 큰 환영을 받았으며 임기 말 권력 공백 상황 속에서 헌법위원회가 가진 운신의 폭을 보여줬다. 7명의 헌법위원은 대통령에게 ‘최대한 조속히’ 대선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즉각적인 입장표명 없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던 살 대통령은 마침내 헌법위원회의 결정에 승복하고 여전히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예정대로 4월 2일 자신의 임기를 종료하겠다고 재천명했다.
정부는 3월 24일 일요일을 1차 투표일로 정했다. 하지만 이후 일련의 상황들이 쉴 새 없이 벌어졌다. 급작스럽게 ‘국가적 대화’를 주재한 살 대통령은 사면법을 제안했다. 야권은 이 대화에 참여를 거부했다. 며칠 후인 3월 6일, 의회는 사면법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2021년 이후 열린 정치 시위와 관련된 행위”로 수감된 모든 이들이 사면 대상이 됐다. 가장 대표적인 수혜자는 우스만 송코와 바시루 디오마이 파이였다. 두 사람은 8개월간의 구금 끝에 3월 14일 석방됐다.
정상 궤도를 거의 회복했지만 여전히 혼란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19명의 대선 후보들은 전례 없는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한 가지 잡음이 있었다면 세네갈민주당(PDS)이 카림 와드의 입후보 자격 회복을 위해 헌법위원회에 두 차례 항소를 제기한 점이다. 하지만 이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별다른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이로써 세네갈의 정치 위기는 일단락된 것일까? 임기 종료를 앞둔 국가 원수가 이토록 큰 위험을 감수하고 국가의 제도를 뒤흔든 이유는 무엇일까? 살 대통령은 수년 전부터 “송코만 아니면 된다”라는 논리로 공세를 펼쳐왔다. 그는 송코를 위험한 포퓰리스트로 규정하며 송코의 정치적 구상을 경계할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살 대통령은 결국 송코와 송코의 대체자 디오마이의 승리를 두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3월 24일 치러진 선거로 세네갈의 정치적 안정 강화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세네갈의 제도적 장치가 얼마나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는 확인됐다. 그리고 세네갈 국민과 대표자들은 제도적 장치를 활용해 위기를 해소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일찍이 다당제를 확립해 (1976년 3당 체제에서 1981년 완전한 다당제로 확대) 오랫동안 ‘민주주의적 예외’로 불린 세네갈은 과거에도 위기 상황을 경험했다. 1988년 이후 세네갈이 치른 모든 선거는 갈등, 부정행위, 항의 시위, 탄압, 반대파 투옥, 제도를 수단화하려는 시도 등으로 얼룩졌다...
세네갈, 위기 속에도 해결 메커니즘 갖춰
1988년 대선 당시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 초대 대통령의 후계자인 압두 디우프가 논란 끝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후 유력 경쟁 후보였던 압둘라이 와드를 비롯한 다른 지도자들이 투옥됐고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5년 후에도 같은 대결이 벌어졌다. 디우프 대통령과 와드는 결국 1991~1992년, 1995~1997년 두 차례 연정을 구성했고 와드는 디우프 대통령 재임 동안 장관직을 맡았다. 2000년 대선에서는 세네갈 국민의 대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와드가 디우프 대통령을 제치고 집권에 성공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당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에서는 이미 야당이 승리한 적이 있지만 세네갈은 이때 최초로 진정한 정권 교체를 경험했다. 2번의 임기를 마치고 맹렬한 비난 속에 3선에 도전한 와드 대통령은 2012년 마키 살에게 패배했다. 2024년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연이어 벌어진 민중 시위가 국가 기관들에 압력을 가했다.
이처럼 세네갈은 1980년 이후 모범적인 민주주의 신화를 무색하게 하는 갈등을 수차례 경험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열을 통해 세네갈은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에서 보기 드문 위기 해결 메커니즘을 구축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와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다양한 위협이 존재하는 오늘날, 세네갈 국민이 보여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강한 애착은 눈길을 끈다.
2023년 8월, 야당 지도자 송코를 주축으로 한 양극화와 살 대통령의 3선 출마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 1,000명이 넘는 국회의원, 대학교수, 종교인, 재계 인사, 예술가로 구성된 한 단체가 언론에 발표한 성명이 주목을 받았다. “세네갈은 민주주의, 공적 자유 및 개인의 자유 그리고 모든 권리를 전적으로 존중한다 (...). 세네갈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건재하다. 절제, 관용, 대화라는 유구한 전통을 지닌 국민성이 그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 진실의 길은 험난하다. 하지만 특정 개인과 정파의 이해관계보다 국익이 우선임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 이로운 유일한 길이다.”(6)
세네갈의 새로운 대통령은 중대한 사회·경제적 과제를 해결하고 변화에 대한 깊은 열망에 부응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살 대통령이 두 번의 임기 동안 야심차게 추진한 ‘세네갈부흥계획(PSE)’(7)은 불평등을 축소하지는 못했다. 수도 다카르와 주변 지역에서는 새로 건설된 인프라가 위풍당당함을 뽐내는 반면 지방에서는 빈곤이 악화됐다. 이처럼 현저한 지역별 격차는 새 정부가 얼마나 큰 과제를 떠안았는지 보여준다. 이에 더해 세네갈 정계와 국민은 최근 발견된 유전 및 천연가스전의 개발로 향후 발생할 이익 분배를 놓고 동요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열악한 삶과 실업으로 이민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8)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세네갈 청년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당분간 해외 이민뿐인 것으로 보인다.
글·프랑시스 라루포 Francis Laloupo
기자,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객원 연구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Radio France Internationale(RFI)>, 2024년 3월 24일.
(2) Anne-Cécile Robert, ‘L’arc des tensions ouest-africaines s’étend au Sénégal 세네갈까지 번진 서아프리카 긴장 사태의 불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4년 3월호.
(3) Ndongo Samba Sylla, ‘Les “cinq coléreuses” secouent le Sénégal ‘분노의 5일’이 세네갈을 뒤흔들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6월호. Cf. Amnesty International, ‘Sénégal. Il faut enquêter sur les homicides et les violences policières à l’encontre des manifestantes 세네갈 여성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살인과 폭력 조사 필요성’, 2024년 2월 13일.
(4) Manon Laplace, ‘Sénégal : Ousmane Sonko accusé de propos extrémistes après la diffusion d’une vidéo 세네갈, 동영상 배포 후 극단주의 발언으로 고발당한 우스만 송코’, <Jeune Afrique>, Paris, 2018년 10월 16일.
(5) Matteo Maillard, ‘Présidentielle au Sénégal : Ousmane Sonko, un candidat antisystème pas si rebelle que ça 세네갈 대선: 예상만큼 반체제적이지 않은 반체제 후보 우스만 송코’, <르몽드>, 2019년 2월 13일.
(6) ‘La démocratie sénégalaise reste debout 세네갈의 민주주의는 건재하다’, 2023년 8월 23일, www.impact.sn
(7) Ndongo Samba Sylla, ‘En Afrique, la promesse de l’émergence reste un mirage 아프리카, 여전히 신기루에 불과한 부흥에 대한 약속’,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6월호.
(8) Benoît Bréville, ‘Cynisme à Lampedusa 람페두사의 냉소주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한국어판, 2023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