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 ‘실패한 제4 권력’

2024-04-30     파비안 샤이들러 | 기자, 작가

많은 서방 국가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는 언론 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언론에 대한 비판이 자유로운 나라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언론사 편집장들은 언론의 획일주의 경향이나 일탈에 대한 비판을 음모론이라 폄하한다.

 

“언론이 언론에 대한 비판을 대하는 방식은 새들이 조류학을 대하는 방식과 똑같다. 귀를 닫고 듣지 않는다.”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와 함께 『제 4의 권력. 다양한 의견은 어떻게 하나의 주류 여론으로 만들어지는가(Le quatrième pouvoir. Comment l’opinion majoritaire est faite, même si elle n’en est pas une)』(1)를 2022년 공동 집필한 하랄트 벨체르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들이 관찰한 바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주제의 경우, 독일 주요 언론들은 균형 잡힌 취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일방적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경향을 보였다. 독일 언론에 나타나는 의견과 관점들이 실제로 국민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벨체르의 책이 출판되기 전부터 독일 언론에서는 저자들에 대한 혹평을 쏟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일 언론의 이런 반응은, 사실에 기반한 논거 대신 도덕적 판단이나 여론의 판단을 앞세우는 ‘과호흡 저널리즘’ 가설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독일 언론들이 이 책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일정한 양상을 띤다. 독일 기자들은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사건(2018년에 밝혀진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허위 보도 사건, 2023년 <RBB> 채널 내부 비리 사건)을 다룰 때, 자유주의 좌파 진영에서 나온 비판을 포함한 모든 구조적 비판을 우파의 음모론으로 치부한다. 일간지 <슈테른>은 『제 4의 권력』의 저자들이 극우파가 사랑하는 ‘거짓된 언론’이라는 구호를 지지한다고 비난했다.(2)

독일 언론의 보도 방식에서는 많은 것이 드러난다.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 내용을 분석해 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화기 지원에 우호적인 사람들에 관한 기사는 넘쳐나지만, 외교적인 방법으로 평화 해결을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은 많지 않다. 자유민주당(FDP) 출신 마리아그네스 슈트라크치머만 독일 하원 국방위원장 그리고 ‘동맹90/녹색당’의 안톤 호프라이터 의원은 언론 취재가 적었던 대표적 인물들이다.(3) 같은 기간에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중화기 수출에 반대했고 과반수가 외교적 해결책을 바란다고 응답했다.(4) 라이프치히 대학의 우베 크뤼거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실제 여론과 보도를 통한 의견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크뤼거 교수는, 독일 언론의 군국주의 성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전에도 이미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독일이 가입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1999년 국제법을 위반해 세르비아를 폭격할 당시 그리고 독일 연방방위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을 때 대부분의 독일 언론 사설은 이 결정을 환영했지만, 다수의 독일 국민은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5) 2022년 2월 24일 이후, 언론의 압박은 독일 외교가 급격한 전환점을 맞는데 기여했고, 집권당 독일 사회민주당은 동서 화해정책인 ‘동방정책’의 창시자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평화 정책 유산을 버렸다. 2022년 10월, 라르스 클링바일 사회민주당 대표는 “지금은 러시아에 맞서 안보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6)

 

대서양 연안 네트워크, 미국식 외교정책의 전달 통로

크뤼거 교수는 2013년, 독일 언론인들의 대서양 지역 싱크탱크 합류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쥐트도이체 차이퉁>), 클라우스디터 프랑켄베르거(<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 <FAZ>) 등 국제정치부 국장들, 주간지 <차이트>의 공동대표 요제프 요페, 카이 디크만 당시 <빌트차이퉁> 편집장 같은 유명 언론계 인사들이 ‘아틀란티크브뤼케’, ‘삼극위원회’, ‘애스펀 연구소’ 회원이었지만(일부는 여전히 회원이다) 이 사실이 신문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또한, 크뤼거 교수는 신문 기사 내용 및 배치를 분석해, 이 신문들이 NATO와 미국이 고수하는 견해에 동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7) 베른트 울리히 <차이트> 부편집장 역시 대서양 연안 네트워크가 “미국식 외교정책을 전달하는 통로”라고 인정했다.(8)

요헨 비트너의 사례는 이런 상황의 핵심을 잘 드러낸다. <차이트>의 논설위원인 요헨 비트너는 2013년, 대서양 연안 국가들의 관계 강화를 위한 기관인 미국의 ‘독일 마셜 재단’과 함께 독일의 대외 안보 정책에 관한 전략 문서를 작성했다. 이 문서는 뮌헨 안보회의에서 요아힘 가우크 전 독일 대통령이 발표한 중요한 연설의 밑바탕이 되었다. 당시 요아힘 전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보다 더 적극적인 독일의 군사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요헨 비트너는 자신의 이중 임무를 밝히지 않은 채, <차이트>를 통해 요아힘 대통령의 연설이 “센세이셔널하다”며 환영했다.(9)

2014년 4월 29일, 독일 제2 국영 TV 채널 <ZDF>의 사회 풍자 프로그램 ‘디안슈탈트’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해 크뤼거 교수의 연구 내용이 독일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다. TV에서 독일 언론에 대한 비판이 이뤄지는 희귀한 순간이었다. 폭로 내용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고, 교수에 대한 언론인들의 법적 조치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언론사의 편집국이나 대학 연구소 어느 곳에서도 이 중요한 주제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지 않았다.

국제 분쟁(우크라이나, 중동, 중국 등) 관련 보도에 대한 대서양 연안 국가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관한 보도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현재도 마찬가지다). 언론인뿐만이 아니라 ‘아틀란티크브뤼케(독일과 미국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대서양주의를 장려하는 비영리단체-역주)’회원이자 ‘독일 마셜 재단’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녹색당) 등 엘리트 정치인들도 이 네트워크와 관계됐기 때문이다. 

언론 매체와 언론인 개인의 정치 성향이나 이념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언론의 편향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판매 부수 감소, 광고주 이탈, 디지털 플랫폼과의 경쟁 등으로 인해 독일 언론은 지난 20년간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독일 남동부 도시 에를랑겐에서 ‘미디어 책임연구소(IMV)’를 설립하고, 프랑크푸르트암마인 고등 언론학교에 재직 중인 자빈 시퍼 교수는 직업적 불안정이 언론 활동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강조했다. 시퍼 교수에 따르면, 언론인이라는 직업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더욱 위험해졌다.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건 기회주의자들이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조회수에 대한 집착 때문에 언론에서는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엑스(옛 트위터)’ 같은 플랫폼에서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콘텐츠들만 탐색한다. 일례로, 2022년 11월 15일 밤, <ZDF> 방송국은 “러시아 미사일, 폴란드 영토 강타”라는 트윗(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트위터’에 올리는 짧은 글– 역주)을 올렸다. 폴란드가 NATO 회원국인 만큼 충격적인 보도였다. 슈트라크치머만 국방위원장은 곧바로 이 소식을 공유했고, 오스트리아의 ‘유력’ 일간지 <데어 슈탄다르트>의 한 기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 분명 유럽과 맞서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의 전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거짓 정보였다. 폴란드의 작은 도시 프셰보두프에 떨어진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발사한 것이었다.(10)

 

독일 언론의 다양성 퇴색돼

가짜 뉴스와의 전쟁은 정부, 언론, 유럽 기관의 주요 관심사이지만, 해당 언론사의 편집진은 독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ZDF>는 은밀히 기사 제목을 바꿨고,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올린 트윗을 삭제했다. 이러한 언론의 역기능은 기자들이 스스로 나서지 않는 이상 공론화하기 힘들다. 하지만 독일 언론인들은 자기비판을 껄끄러워한다. 기자들 사이의 지면 경쟁이 자정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잘못된 보도나 변조된 정보는 다른 기자들의 정정 욕구를 자극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언론 매체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독일의 언론 다양성은 쇠퇴하고 있다. 물론, 언론사들에 대한 소유권 집중 현상이 프랑스나 영국, 미국에서 관찰된 것처럼 극단적인 형태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수십 년 전부터 언론사 통폐합이 시작돼 독일 언론의 특징이었던 분산된 미디어 환경을 변화시켰다.(11) 2022년, 상위 10개 기업이 일간지 부문 시장 57.8%를 점유했고, <빌트>로 대표되는 거리판매점의 타블로이드 “유료신문” 시장의 83%를 유럽 최대 미디어 기업 악셀 스프링거가 홀로 차지하고 있다.

주간지 분야에서는, 다섯 개 그룹이 대중 잡지 63%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출판 기업들의 지분 대부분은 소수의 억만장자가 보유하고 있다. 몬 가문(<베텔스만>, <RTL>, <그루너+야르> 소유), 스프링거되프너 가문(<빌트>, <디벨트> 소유), 샤우브 가문(<메디엔-우니온>, <쥐트도이체 차이퉁> 소유), 부르다 가문(<포쿠스> 소유)이 대표적이다.(12) 쾰른, 뉘른베르크, 프라이부르크, 라이프치히, 루르 지역 대부분, 주도인 슈투트가르트, 하노버, 비스바덴, 마그데부르크, 마인츠 등의 지역과 도시 3분의 2 이상에서 하나의 기업이 일간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킬, 에르푸르트, 자르 주 전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디어 권력과 자본 권력의 결탁은 보도 안돼

물론, 기업 소유주들이 일상적인 보도업무에 개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그들은 편집장을 임명하고, 예산을 결정하면서 편집 방향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한다. 게다가 부유층들의 자본 통제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공공 예산의 안정화를 위한 부유층 증세나 국유화에 관련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2002년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과 <디벨트>는 로비 단체인 ‘가족 기업 재단’과 협력을 맺고 상속세 폐지 운동에 동참하기까지 했다.(13) 독일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디어 권력과 자본 권력의 결탁에 관한 내용이 지면을 장식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권력과 대항 세력 간의 애매한 관계 외에도, 다양한 의견과 자기비판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존재한다. 하랄트 벨체르는, 주요 언론들이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에 속해 있지만, 점점 더 특정 주제들에만 집중하고, 다른 지배계급들과 함께 일종의 연대의식과 부화뇌동하는 집단사고(응집력 있는 집단의 구성원들일수록 토론이나 논쟁을 통해 좋은 결정을 도출하기보다는 한 방향으로 쉽게 의견의 일치를 보이는 현상-역주)를 발전시킨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어빙 제니스가 1970년대에 관찰한 바에 따르면, 엘리트 집단에 소속됐다는 점은 위기 상황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 실패(1961)나 베트남전 확전 결정이 그렇다. 오히려 엘리트 집단은 다양한 관점을 멀리하고 대안 제시를 억제하는 경향을 보인다.(14)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코로나 19 유행 당시 독일 미디어 그룹 지도자들에게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2020년 1월에서 2021년 4월 사이 독일 주요 언론 11곳에서 발표한 기사와 보도를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단 1.6%만이 봉쇄 조치를 비롯한 정부의 바이러스 퇴치 정책들에 적대적인 관점을 드러냈다. 독일 정부 정책이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를 언급한 기사는 거의 없었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 언론 보도는 친정부 성향이면서도 비판적이었다. 다시 말해,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독일 언론 역시 대부분 매우 엄격한 조치를 요구했었기 때문에 독일 정부의 조치를 지지한 것이고, 정부의 조치가 너무 소극적이고 뒤늦게 시행됐기 때문에 비판한 것이다.”(15)

 

<쥐트도이체 차이퉁>, “더 강력한 독재를 희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으로, “코로나와 나치를 부인하는 사람들” 또는 “코로나 겁쟁이”라는 꼬리표 붙이기가 주요 논쟁이 돼버렸다. 2019년까지 <쥐트도이체 차이퉁> 편집장을 지냈던 헤리베르트 프란틀은 이런 경멸적인 표현은 언론의 자유를 남용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기자는 모욕적인 말이 아닌 근거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 코로나 19 유행을 마주한 주요 신문들은, 다른 상황이었다면 스스로도 용납하지 않았을 관점이 담긴 기사들을 발표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에는 작가 토마스 브루시히의 ‘더 강력한 독재를 희망한다’라는 심각한 제목의 글이 실렸고(2021.2.9.), 

<차이트>에는 대학교수 두 명이 ‘백신 미접종자들에 대한 차별은 윤리적으로 정당하다’라는 글을 게재했다(2021.7.23.). 프란틀은 행정, 입법, 사법 권력이 함께 기본 권리를 제한할 때야말로 ‘제4의 권력’이 교정 세력으로 개입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쟁은 독일 거대 언론과 국가권력이 어떻게 공조하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사례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은 인권과 국제법에 적합하게 행동하고 있으며” 이와 반대되는 주장은 “부당하다”는 그릇된 발표를 했을 때(2023.11.14.)에도 독일 거대 언론에서는 아무런 비판도 나오지 않았다. 

 

극우파 위협, 언론의 비판 공간 줄어들어

이들은 교묘히 국제법의 관점을 다루지 않는 쪽을 택했다. 10월 7일 공격 이후 석 달이 지난 시점에, <타게슈차이퉁>의 기자 다니엘 박스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2024.1.7.). “이 나라의 수많은 언론인은 국가 이성의 수호자를 자처한다. 그들은 독일과 이스라엘의 우호적인 관계에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비판하기 바쁘다. 그들은 독자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대신, 포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제4의 권력으로서 그들은 실패했다.”

독일에서 이런 형태의 ‘단일 사고’가 급진화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크뤼거 교수는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크뤼거 교수는 언론계의 기능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공개적인 발언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언론에 대한 비판을 극우세력의 음모론이라 몰아가는 분위기 때문이다.

발단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과 분열된 이념이다. 2013년, 우익대중주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이 창당됐다. AfD당은 점점 극우 정당으로 변화했고, 창당 10년 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독일 내 2위 정치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비슷한 시기인 2014년, ‘서양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 유럽인(Pegida)’이라는 극우 운동이 생겨나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는 겨우 수천 명을 밑돌았지만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거짓된 언론’이라며 언론을 비난했다.

그런데 이 ‘거짓된 언론’이라는 구호는 길고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848년 3월 독일 혁명 이후, 보수주의자들은 자유주의 좌파 언론을 향해 이 구호를 내세웠고, 반유대주의 의미를 담아서 쓰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독일의 관점에 적대적인 모든 언론이 ‘거짓된 언론’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 전통은 나치 독일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이 용어는 노동 운동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거대 언론 기업들의 반노조 선전에 항의하기 위해서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망명 작가들이 나치주의 출판물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다. 

21세기 초, 독일의 극우세력은 지배 언론을 향해 비판적 담론을 펼치기 시작했고, 여론은 미디어 비판을 음모론적, 인종차별적 이념과 연관 짓게 됐다. 이 때문에 위험한 양극화가 생겨났다. 극우세력은 모욕적인 방식으로 언론 비판을 확대했고, 고립당했다고 느낀 수많은 언론은 자신들에 대한 모든 비판을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파시스트들의 공격이라며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언론에 대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비판이 들어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글·파비안 샤이들러 Fabian Scheidler
기자, 작가. 저서로 『La Fin de la mégamachine. Sur les traces d’une civilisation en voie d’effondrement 메가머신의 종말. 몰락하는 문명의 발자취를 따라서』(Seuil, Paris, 2020)가 있다.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Richard David Precht, Harald Welzer, 『Die vierte Gewalt. Wie Mehrheitsmeinung gemacht wird, auch wenn sie keine ist』, S. Fischer, Frankfort, 2022.
(2) ‘“Ist es nicht manchmal besser zu schweigen, wenn man wie Sie kein Experte ist, Herr Precht ?”’,<Der Stern>, Hambourg, 2022.9.27.
(3) Harald Welzer et Leo Keller, ‘Die veröffentlichte Meinung. Eine Inhaltsanalyse der deutschen Medienberichterstattung zum Ukrainekrieg’, www.fischerverlage.de
(4) ‘ARD-DeutschlandTrend’, Tagesschau, 2022.4.28., 2023.3.2, www.tagesschau.de
(5) Ulrich Albrecht, Jörg Becker(지도), Medien zwischen Krieg und Frieden, Nomos, Baden-Baden, 2002 중 Christiane Eilders, Albrecht Lüter, ‘Gab es eine Gegenöffentlichkeit während des Kosovo-Krieges ? Eine vergleichende Analyse der Deutungsrahmen im deutschen Mediendiskurs’, Adrian Pohr, ‘Indexing im Einsatz. Eine Inhaltsanalyse der Kommentare überregionaler Tageszeitung in Deutschland zum Afghanistankrieg 2001’, Medien und Kom-munikationswissenschaft, vol. 53, n° 2-3, Hambourg, 2005.
(6) Tagesschau, 2022.10.19.
(7) Uwe Krüger, 『Meinungsmacht. Der Einfluss von Eliten auf Leitmedien und Alpha-Journalisten – eine kritische Netzwerkanalyse』, Herbert von Halem Verlag, Cologne, 2013.
(8) Bernd Ulrich, 『Sagt uns die Wahrheit !』, Kiepenheuer und Witsch, Cologne, 2015.
(9) Jochen Bittner, Matthias Naß, ‘Kurs auf die Welt’, <Die Zeit>, Hambourg, 2014.2.6, 크뤼거의 연구조사 이후, 해당 일간지는 비트너의 역할을 명시하는 주석을 추가했다. 
(10) Bernhard Pörksen, ‘Zündelnde Tweets und gefährliche Sätze’, <Zeit> Online, 2022.11.19, www.zeit.de
(11) Horst Röper, ‘Zeitungsmarkt 2022 : weniger Wettbewerb bei steigender Konzentration. Daten zur Konzentration der Tagespresse’, <Media Perspektiven>, n° 6, Berlin, 2022.
(12) René Bocksch, ‘Die Superreichen des deutschen Mediengeschäfts’, 2023.4.26, https:// de.statista.com
(13) Harald Schumann : ‘Beenden wir das Rattenrennen ! Was kritischer Journalismus heute bedeutet’, Blätter für deutsche und internationale Politik, vol. 63, n° 3, Berlin, 2018.
(14) Irving Janis, Victims of Groupthink : A Psychological Study of Foreign-Policy Decisions and Fiascoes, Houghton Mifflin, Boston, 1972.
(15) Marcus Maurer, Carsten Reinemann, Simon Kruschinski, ‘Einseitig, unkritisch, regierungsnah? Eine empirische Studie zur Qualität der journalistischen Berichterstattung über die Corona-Pandemie’, Rudolf Augstein Stiftung, 2021.10, https://rudolfaugstein-stiftung.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