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와 자살을 부추기는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화’

비인간적 감시목적의 알고리즘

2024-04-30     시몽 아랑부루 | 고위 공무원

공공 행정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이용 시간이 줄거나 전화 응대를 중단하는 등 축소되는 추세다. 그 빈 자리를 채운 것은 디지털 행정과 ‘404오류(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를 연발해 이용자를 미치게 만드는 디지털 플랫폼. 소외를 부추기는 애플리케이션과 감시 목적의 알고리즘이다.

 

시작은 전산화였다. 1980년대에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 공공 행정기관에서는 직원들에게 개인용 컴퓨터를 지급해 생산성을 측정하고 민간 부문과의 연계를 도모했다.(1) 2000년대부터 탈물질화, 이른바 디지털화 작업이 진행됐다. 원론적인 디지털화의 목적은 이용자를 위한 공공 서비스 수준 향상이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비용 절감이다.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달리 디지털화와 ‘탈물질화’의 목적은 모두 경제적 효과다. 일각에서는 디지털화가 부정 축재를 방지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결과, 절차가 오히려 더 복잡해져서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졌다.

활동연대수당(RSA), 성인장애인수당(AAH), 가족수당, 주거수당 등, 가족수당금고(CAF) 지급 수당의 수혜자는 3,200만 명에게 달한다. 가족수당금고는 2010년부터 알고리즘을 사용해 웹사이트 방문, 전자 양식에 대한 응답, 이메일 교환 등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혜 가구에 대한 의심 점수를 매겨왔다. 실업 상태이거나 활동연대수당을 받거나, 낙후 지역에 거주하면 의심 점수가 높아지고, 점수가 임곗값에 도달하면 조사가 이뤄진다.(2)

사회적 최소 수당을 신청하는 플랫폼 이용자들은 복잡한 기준과 증빙 서류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이렇게 발생한 실수로 초과 지급된 금액을 포함, 2022년 감시 감독에 따라 회수된 총액은 전체 지급 수당의 1%에 불과했다.(3) 그러나 알고리즘 감시 정책과 이에 따른 두려움은 간접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과도한 통제나 복잡한 자료 제출이 꺼려져서 권리를 포기하는 이용자가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에는 10건 중 1건 미만이었던 사회 복지 혜택 미사용 사례가 2021년에는 5건 중 1건으로 증가했다.(4)

 

이중고 초래한 디지털 행정서비스

이처럼 디지털화는 특정 인구 집단의 공공 서비스 접근에 걸림돌이 된다. 교육 수준, 직업 경험, 양질의 개인 장비를 갖춘 경영진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은 행정기관 창구에 직접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어 만족스러워한다. 하지만 다른 범주의 사람들에게 디지털화된 국가 행정 서비스는 이중고를 야기한다. 교육 수준이 낮고 디지털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회 계층은 혼란을 겪는다. 더 많은 서류와 기계를 다룰 줄 알아야 하고, 행정 언어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디지털화라는 명분으로 접수 시간은 단축되고 창구 수마저 줄어들면서 도움을 받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온라인 공공 서비스는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을 떨어트리며, 15세 이상의 문맹 인구 800만~900만 명을 더 고립시킨다. 가정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비율은 대졸 이상 학력자 경우 95%에 달하지만, 고졸 미만 성인은 60%, 최저생계비 수급자는 76% 수준이다.(5) 국민의 권리 수호단체(la Défenseure des droits)는 2022년 ‘공공 서비스 디지털화 보고서’에서 최고 취약계층이 ‘사회적 권리를 누리는 데 디지털 기술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컴퓨터 화면을 보며 분노하고 절망하는 이용자들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공공 서비스 접근의 장애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보고 기뻐하는 기업도 있다. 정부는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위해 수많은 사업 입찰을 내고, 기업들은 해당 사업을 수주해 프로젝트 관리부터 행정 포털과 플랫폼 개발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디지털 도구 개발 비용뿐 아니라 수년에 걸친 유지보수 비용을 청구하기도 한다. 일례로 오픈데이터소프트(Opendatasoft) 같은 기업은 2016년 10월에 제정된 ‘디지털 공화국을 위한 법(Loi pour une République Numérique)’에 따라 공공 데이터 접근권 운영 입찰을 따낼 수 있었다. 프랑스 컨설팅 그룹 캡제미니는 불만 사항 처리 디지털화 도구 개발 사업을 맡아 800만 유로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제는 실패로 돌아갔다. 컨설팅 그룹 맥킨지는 결함이 수두룩한 주택 수당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명목으로 388만 유로를 챙겼다.(6)

디지털화의 모순은 불필요한 중개 행위를 근절하고자 시작됐지만, 오히려 중개업의 확산을 부추겼다는 점이다. 행정 절차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규정은 더 난해해지며, 운영 시간은 파악하기도 어렵고, 창구에서는 공무원을 만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용자를 대신해 유료로 행정 절차를 처리하거나, 자격이 되는 정부 지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주겠다며 손을 내민다.

2017년 가을, 차량 등록 서류와 운전 면허증을 발급하던 기관이 문을 닫고 국립보안증서청(ANTS)이 설립되자 수많은 이용자가 혼란을 겪었다. 이제는 마치 공식 기관 웹사이트처럼 보이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민간 업체들이 해당 서비스를 대행하면서 수수료를 받는다.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국립보안증서청보다 이용의 제약(기술 지원 미제공, 카드 결제만 허용, 프랑스커넥트 계정 개설 의무 등)이 적어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

2018년 입시 플랫폼 파르쿠르쉬프(Parcoursup) 탄생 역시 자유주의 관료제의 복잡함을 해소해주는 수많은 대행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업체들은 300~1,500유로의 수수료를 받고 서류 등록부터 ‘동기서’ 작성, 지망 학과 선택에 이르는 입시에 필요한 온갖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금 개혁이 잇따라 단행되자 행정 인력이 감축됐고 지점 수도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 컨설팅 업계는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이들 업체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 요원한 상담 기회, 연금 계산 오류 가능성 등을 이용해서 300~6,000유로의 수수료(일부는 세금 공제 가능)를 받고 미래의 퇴직자들에게 은퇴 계획 평가와 연금 수령법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두 과거에 공무원들이 무상으로 제공하던 서비스다.

 

‘디지털화’, 공공 서비스 암시장 조장

메잘로크(Mes-Allocs)와 같은 중개업체들은 수당 미수혜자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시장의 수요를 간파했다. 이들 업체는 가입비 29.9유로와 분기별 정액 구독료를 받고 가입자가 수혜 자격이 있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파악하고 수당을 신청할 수 있게 도와준다. 메잘로크는 프랑스 정부가 개발해 무상으로 제공하는 오픈피스카(OpenFisca)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프랑스 공공 투자은행(BPI France)의 후원도 받는다. 이 회사의 온라인 스토어에는 1,300유로짜리 코칭 프로그램이 있다. 지원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지만 ‘프랑스 정부가 100% 지원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 다른 분야에서는 ‘디지털화’가 인력 감축과 결부돼 개발도상국에서나 있을 법한 이른바 공공 서비스의 암시장을 조장한다. 프랑스에서 체류 허가증을 갱신하려는 외국인들은 30~500유로를 내면 불법으로 도청 방문 예약 시간을 구매할 수 있다.(7)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민간 기업이 사회적 최소 수당 수혜자에게 자격이 되는 혜택을 파악해주고, 대가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았다면 디스토피아나 다름없다는 빈축을 샀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위즈비(Wizbii)는 바로 이런 사업 모델을 채택해 이용자에게 수수료를 4%씩 부과한다.(8)

이런 변화는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확산하고 있다. 1999년에 영국 우체국은 회계를 디지털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본 회사가 설계한 회계 프로그램 ‘호라이즌’의 오류로 우체국 직원 3,500명이 횡령 혐의로 기소됐고, 80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200명이 수감됐다. 이들 중 네 명은 목숨을 끊었다. 더 최근에는 호주에서 자동 프로그램의 오류로 2015~2019년 기간에 사회 복지 혜택을 너무 많이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가구에 44만 건이 넘는 상환 요청을 보냈다. 여러 사람이 목숨을 끊자 왕실 위원회는 해당 시스템을 금지했다.(9) 네덜란드에서는 이민자 가정에 더 높은 위험 점수를 매기는 알고리즘 때문에 빈곤층의 2만 6,000여 가구가 부당하게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10)

호주와 네덜란드 정부의 몰락을 초래한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를 차치하더라도 디지털 복지 행정 서비스 구축에는 너무 큰 위험이 따른다. 유엔 인권이사회 극빈·인권 특별보고관 필립 앨스턴은 보고서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알고리즘을 모니터링하고 규제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시장 효율성에 중점을 둔 사기 방지, 예산 절감, 제재에서 탈피해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불우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게 해주는 사회 보장 예산 활용 방안과 같은 본질적인 사안으로 관심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11)

디지털화는 도구일 뿐이다. 공공 기관에서 개발하고, 인적 자원을 갖춰 운영하면서, 이용자의 감시를 받고, 공공의 선을 위해 활용돼야 세상 사람들의 삶과 공무원의 업무가 더 편해질 것이다. 앨스턴 특별보고관의 말을 빌리자면 ‘신자유주의 공세를 위한 트로이 목마’로 전락하고 탐욕스러운 민간 기업에 행정 서비스를 내맡긴다면 사회의 분열이 커질 것이다.

권력자들이 찬양하는 현대의 ‘디지털화’는 용인할 수 있는 ‘비인간화’의 또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디지털화는 공공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신생 기업의 배를 불렸고, 공동체를 빈곤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보살펴야 할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고통과 굴욕, 좌절을 안겨줬다. 이렇듯 전자 행정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전자화를 결정한 사람들’에 대한 신뢰 상실, 무력감, 복수심에 찬 분노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책 결정자들이 언젠가는 자신들의 행동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길 바란다. 문맹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등한시한 책임자들이여, 무인화돼 사라진 지원 창구에서 피해를 본 이용자들을 마주한 채로 경력을 마감하길!

 

 

글·시몽 아랑부루 Simon Arambourou
고위 공무원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Danièle Guillemot, Gilles Jeannot et Aurélie Peyrin, ‘공공 부문 업무와 민간 부문 업무: 유사점과 차이점(Travail du public, travail du privé : similitudes et différences)’‘조직 변화와 정보화’에 관한 초기 연구(Premiers apports de l’enquête “changement organisationnel et informatisation”, <프랑스 행정학회지(Revue française d’administration publique)>, 제132호, Paris, 2009.
(2) La Quadrature du Net, « 수혜자 등급: 이제 부인할 수 없는 가족수당금고의 부당한 관행(Notation des allocataires : l’indécence des pratiques de la CAF désormais indéniable) », 2023년 11월 27일, www.laquadrature.net
(3) ‘2022년 가족수당금고(CAF) 부정행위 방지 결과(Résultats 2022 des Caf en matière de lutte contre la fraude)», 2023년 6월 5일 자 보도 자료, www.caf.fr
(4) Hadrien Clouet, Vincent Dubois, Jean-Marie Pillon, Luc Sigalo Santos, Claire Vivès; 『실업자 여러분, 서류 제출 바랍니다!(Chômeurs, vos papiers !)』, Raisons d’agir, Paris, 2023; Claudine Pirus, ‘사회 혜택: 10명 중 4명은 특히 정보 부족으로 혜택을 받지 못함(Prestations sociales : pour quatre personnes sur dix, le non-recours est principalement lié au manque d’information)’ », <연구와 성과(Études et résultats)>, 제1263호, Paris, 2023년 4월. 
(5) Solen Berhuet, Patricia Croutte, Radmila Datsenko, ‘빈곤과 사회적 배제에 관한 이해 및 관리(Améliorer la connaissance et le suivi de la pauvreté et de l’exclusion sociale)’, 생활 조건 연구 및 관찰 조사 센터(Crédoc), Paris, 2021년 11월.
(6) 프랑스 감사원, ‘스크리브 프로그램에 관한 긴급 감사(Audit flash relatif au programme Scribe)’, 2022년 7월, www.ccomptes.fr ; Clotilde Mathieu, ‘버그와 민영화 확산 : 실패한 공공 서비스 민영화(Bugs et privatisation rampante : la numérisation accélérée des services publics tourne au fiasco)’, <뤼마니테 L’Humanité>, Saint-Denis, 2022년 10월 23일; Maxime Vaudano, ‘컨설팅 회사 캡제미니: 국가 행정에 없어서는 안 될 값비싼 서비스 제공업체(Cabinets de conseil : Capgemini, le coûteux prestataire dont l’État ne sait plus se passer)’, <르몽드 Le Monde>, 2022년 7월 4일; Raphaëlle Aubert, Léa Sanchez, ‘오픈데이터소프트는 어떻게 공공 데이터 개방의 핵심 주자가 됐는가(Comment Opendatasoft est devenue l’acteur incontournable de l’ouverture des données publiques) », <르몽드 Le Monde>, 2024년 3월 6일.
(7) Cassuto Karen, ‘오트가론 도청의 귀화 인터뷰 사업과 사기 사건 Business et arnaques autour des rendez-vous de naturalisation à la préfecture de Haute-Garonne’, france3-regions.francetvinfo.fr, 42020년 12월 4일. 
(8) Laura Fernandez Rodriguez, ‘공공 서비스, 탈물질화가 상품화와 맥을 같이 할 때(Services publics : quand dématérialisation rime avec marchandisation)’, <라 가제트 데 코뮌La Gazette des Communes>, Paris, 2022년 1월 31일. 
(9) Mathilde Saliou, ‘호주: 왕립위원회, 부채 제도 자동화 책임자 질타(Australie : la commission royale étrille les responsables du système de robot-dette)’, <넥스트Next>, www.next.ink,  2023년 7월 17일.
(10) Doaa Abu Elyounes, ‘네덜란드 내각의 사퇴가 알고리즘 감시와 규제의 중요성을 잘 상기시켜 주는 이유(Why the resignation of the Dutch government is a good reminder of how important it is to monitor and regulate algorithms)’, medium.com, 2021년 2월 10일.
(11)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유엔 인권 전문가, 세계가 좀비처럼 디지털 복지 디스토피아로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World stumbling zombie-like into a digital welfare dystopia, warns UN human rights expert)’, 뉴욕, 2019년 10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