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박수치는 언론인들
새로운 군견으로 전락한 프랑스 언론
프랑스와 러시아가 전쟁을 벌인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실존적 전쟁’과 우크라이나에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을 가정이 실체화되고 있다. 이후 프랑스와 러시아의 발언 수위가 연일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프랑스 언론은 신이 나서 자국 대통령의 장단에 맞추고 있다.
연금술사의 허황된 연구를 이어갈 후계자가 마침내 등장했다. 지난 겨울 말, 프랑스 기자들은 대통령의 실언을 보석 같은 지정학적 분석으로 둔갑시키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그리고 2024년 2월 25일(월), 마크롱 대통령은 “오늘 지상군 파병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정된 합의는 없었지만, 어떤 것도 배제해선 안 된다. 우린 러시아의 승리를 막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에서 말했다.
이후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반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는 프랑스 대통령의 섣부른 입놀림에 “한 가지는 확실하다. 유럽과 NATO는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2월 27일). 우크라이나의 두 주요 지원국도 이에 장단을 맞췄다.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체코와의 기자회견에서 “우리도 체코와 같은 입장이며,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NATO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에 NATO 전투병력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미국은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대변인이 돌아가며 불씨 잠재우기에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미군은 우크라이나 지상전에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도 “대규모 파병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헝가리, 스웨덴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뉴욕 타임스>, “마크롱이 동맹국들을 들쑤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대실패로 이어졌다. 숄츠 총리는 마크롱이 주장했던 ‘전략적 모호성’에 힘을 싣기는커녕 오히려 서방이 파병 거부에 만장일치한다는 사실만 극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독일 보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는 ‘진심일 리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프랑스 외교정책을 “허술하고 경솔하다”고 비판했다(2월 27일). <뉴욕타임스>는 “마크롱이 러시아를 불안하게 만들려고 내기를 걸면서 동맹국들을 들쑤시고 있다”고 쏘아붙였다(2월 29일).
이처럼 각국 지도자들이 프랑스 대통령의 역량을 의심하는 순간, 다행스럽게도 열두 명의 기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프랑스 박수부대가 그의 전략적 혜안을 축하하기 위해 몰려왔다. 2년 전 우크라이나에서부터 동원된 이 무리는 러시아와 보다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원하기에, 대통령의 실언을 ‘신성한 선물’처럼 음미했다.
피에르 세르방은 마크롱이 언급한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 “놀랍고 기쁘다”고 고백하며, “매우 적절한 발언”이라고 뉴스채널 <LCI>에서 칭찬했다. NATO 지지자인 그는 ‘이것이 용의주도하게 준비하고 검토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2월 27일). 마크롱 대통령의 무모함은 예상을 뛰어넘어, 그의 실수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워졌다. <르몽드>는 대통령 고문의 말을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언제나 매우 일관되어 있다”고 보도했다(3월 14일). 국가 저널리즘의 전투병들은 충동적이고 비전문적인 감정에 맞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들의 대화는 때론 코미디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2월 29일 <LCI>에서 오고 간 대화를 살펴보자.
- 장 카트르메르, <리베라시옹> 브뤼셀 특파원: 마크롱 대통령이 맞는 말을 했습니다. (...)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았고, 모두가 예상했던 일입니다.
- 다비드 퓌자다: 아, 지금 중요한 말씀을 하셨는데요. 전 이번 사건을 분석하면서 대통령이 무모하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 장 카르트메르: 절대 그렇지 않아요!
- 이자벨 라세르, <르 피가로> 기자: 그건 치밀하게 계획된 거예요! 스웨덴도 이미 알고 있었고요.
- 장 카트르메르: 발트 3국도요!
- 이자벨 라세르: 맞아요, 모두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마크롱 대통령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전략적 불확실성을 다시 끌어들이려는 거죠.
공론을 흐리는 마크롱 지지 언론인들
<프랑스 앵테르>의 아침방송 사회자들도 부러워할 만한 화려한 불꽃 쇼였다. <프랑스 앵테르>도 2년 전부터 이 갈등을 교묘하게 편파적으로 다루고자 애썼기 때문이다. 이 나팔소리에 모든 평론가가 응답했으며, 이들 뉴스의 어조는 다리우스 로슈뱅이 <LCI>에서 저녁 시간에 진행하는 ‘반러시아 살롱’의 대화 톤과 유사했다. 게스트도 같았다.
2월 28일, 니콜라 드모랑과 레아 살라메는 마크롱 대통령의 깜짝 발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피에르 세르방과 이자벨 라세르를 초청했다. 이번에는 위베르 베드린 전 외무부 장관도 함께였다. 세르방은 대통령의 발언이 “매우 적절하고, 유익하고, 환영받을 만했다”며 LCI에서 했던 말을 반복했다. 더 나아가 ‘6월 18일 대국민 호소문’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자벨 라세르도 이에 동조하며, 서방 지도자들이 뮌헨회담 때처럼 유화정책을 쓴다고 애석해했다. “우리가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면, 이런 논쟁을 벌일 일도 없었을 거다.” 위베르 베드린 전 장관은 확전은 거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하루속히 미사일과 전투기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르방은 베드린 전 장관의 (상대적) 신중함에 분개했다. 그리고 그가 “푸틴의 지적 손아귀에 있으며, 이는 순종의 형태”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베드린 전 장관은 “바보 같은 말”이라고 일축하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성명을 내보내고, 다음날 정정하고, 군대가 아닌 군대를 보내겠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푸틴보다 약하다는 방증이다.”
방송 사회자, “대통령의 발언은 평화를 재조명하는 계기”
이로부터 몇 분 전, 같은 방송국의 정치 프로그램 사회자 야엘 구즈는 대통령의 의도가 푸틴을 자극하려 했다기보다는 “6월 9일 유럽의회 선거의 쟁점을 극화하려는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연합(RN)의 모순, RN의 오랜 친푸틴 역사, 비동맹국들의 기묘한 평화, 일부 좌파도 원하는 그 평화를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기뻐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정치적 경쟁자를 견제하려고 핵전쟁 비화 위험성과 지상군 개입에 대한 위협을 도구처럼 휘두르는 것, 이처럼 공론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에 대해 <프랑스 앵테르>는 어떠한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지 않다.
한편 다원성과 관련해서 최악의 상황은 다른 곳에서 벌어졌다. 악의적 정보를 지속적으로 쏟아내는 개인 채널이 아니라, 시사문제를 점잖게 다루는 <프랑스 퀼튀르>의 일요일 방송에서 말이다. 지난 3월 3일, 네 명의 참가자가 ‘논쟁’을 벌였다. <르몽드>의 실비 코프만 편집국장, 세르프 출판사의 장프랑수아 콜로시모 사장, <에스프리> 잡지의 안로랜 뷔종 사장, <테라 노바> 싱크탱크의 티에리 페슈 사장이었다. 공격을 먼저 개시한 코프만은 대통령의 입장을 먼저 짚은 다음 자신의 생각을 밝혔는데, 두 입장이 일치했다.
“언젠가는 이 빨간 선을 넘을 수밖에 없으며, 러시아의 공격 수준에 비례하는 대응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는 것이다.” 외교적인 해결책이 나오려면 아직 기다려야 한다. “왜냐하면 이제 푸틴과는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콜로시모도 이에 반박하지 않았다. “악당이 러시아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 악당은 무력과 폭력의 법칙밖에 모르기 때문에 겁을 좀 줘야 한다.”
페슈는 좀 더 고상하게 동조의 뜻을 밝혔다. “푸틴은 오사마 빈 라덴, IS 등과 생각이 같다. 그는 우리를 반추동물로 여긴다. 풍족한 삶에 빠져 아무것도 변하지 않길 바라는 겁쟁이 무리이며, 돈바스(우크라이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래서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이 옳은 것이다.” 사회자 에르베 가르데트는 세 명의 의견이 일치함을 지적한 후, 네 번째 토론자는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르길 기대하며 말을 건넸다. 아아, 그러나 <에스프리> 사장도 “앞서 말한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국민연합(RN)은 수년째 러시아를 방조하는 태도를 취해왔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것은 다름 아닌 프랑스 정부가 선택한 유럽연합 선거캠페인 전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스라엘 지원 문제와 더불어 저널리즘에서 극단적 행동주의가 발생한 극히 드문 주제 중 하나다. 한 네티즌이 온라인 채팅에서 “러시아인 중에 친푸틴이면서 친절한 사람이 있느냐”라고 질문하자, <르몽드>의 에마뉘엘 그리스팡 특파원은 “친나치가 친절할 수 있을까요? 그거랑 같습니다”라고 답했다(3월 5일).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기자 생활을 길게 하기 힘들지만, 러시아에 한해서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로르 망드빌은 <피가로>, 다리우스 로슈뱅은 <LCI>, 엘사 비달은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나시오날>, 마리옹 반 렌테르겜은 <렉스프레스>에서 경쟁하듯 호전적인 설교를 해댔지만, 가자지구의 대학살에 관해서는 잠잠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군사적 격화를 옹호하기 위해 브뤼노 테르트레, 토마 고마르, 베르나르앙리 레비, 피에르 세르방, 니콜라 텐제르 등의 전문가를 언급하거나 초대했다.
프랑스 국민 76%, 마크롱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반대
NATO 산하 전문가그룹 일원이자 파리정치대학 강사인 니콜라 텐제르는 지정학 분야에서 시릴 하누나의 유치한 도발적 방식을 사용했다. 그 결과, 그의 미디어 영향력은 2021년 대비 18배 증가했다.(1) 텐제르는 <프랑스 앵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전적으로 옳다”고 말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러시아는 몰락하고 있는 하찮은 존재다. 러시아 대통령은 일종의 범죄자다.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기에, 우크라이나가 우리 대신 싸우게 할 순 없다. 어쨌든 우리도 러시아를 물리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협상의 여지에 관해서는 “타협, 더 나아가 부패이자 멍청한 짓”이라고 일축했다.
파병 소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은 코웃음만 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호의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하고 있다. 무기 지원에 찬성하는 비율도 절반으로 줄었고(어느 정당도 언급하지 않음), 대다수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적어도 한 부분에 있어서는 국민의 합치를 이뤄냈다. 우크라이나 파병에 거의 만장일치(76%)로 반대하고 있으니 말이다.(2)
마크롱의 위험한 매카시즘적 노림수
그러나 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전략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서 정치판을 ‘레지스탕스’(르네상스와 동맹들,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 지지자)와 ‘대독협력자(RN, 공산당, LFI)’로 쪼개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통령은, 서구적 열정이 부족하면 공산주의자로 매도해버리는 매카시즘적 ‘견제세력’에 의지할 수 있게 된다.(3) <프랑스 앵테르> 기자이자 <리베라시옹> 칼럼니스트인 토마 르그랑은 “LFI, 공산당, 마리안과 같은 기자들이 1930년대 후반의 비겁했던 일부 엘리트들을 상기시킨다”라고 적었다(2024년 3월 11일). 그는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의 파스칼 보니파스 소장과 친나치 사회주의자였던 마르셀 데아를 비교하며 “평화주의자와 대독협력자 간의 놀랍고도 인상적인 유사성을 찾아냈다”라고 덧붙였다. 베르나르앙리 레비는 <르 파리지앵>에 도미니크 드 빌팽 전 총리가 ‘최악의 음모론적 행태에 동조한 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2024년 3월 17일). <르몽드 데 리브르>는 수필가 에마뉘엘 토드가 “야만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라고 썼다(2024년 1월 20일).
토마 르그랑은 <리베라시옹>의 또 다른 기사에 ‘러시아는 프랑스에 언론을 갖고 있다’는 제목으로 볼로레 그룹의 방송사가 “여론을 양극화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분열시키는 기계이며,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러시아의 전략을 실질적으로 돕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선을 중심으로 정치 스펙트럼을 양극화해서 ‘극단주의자들’을 악의 진영으로 내몰려는 건, 엄밀히 따지자면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 아닌가? <CNews>와 <프랑스 앵테르>는 편집상 깊은 적대감을 넘어 대중을 자극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극우 언론들은 ‘잃어버린 공화국 영토’의 탈환을 부추기고, 이민자와 ‘이슬람좌파주의’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한다. 중도 우파 언론들은 NATO와 러시아의 전쟁을 부추기고, 프랑스에 숨어있는 러시아 제5열(스파이)을 규탄한다. 전자의 외침은 시민의 평화를 위협하고, 후자의 저주는 평화 자체를 위협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 모인 손님들에게 “어쨌든 내년에는 오데사(우크라이나 남부 최대도시-역주)에 사람들을 보내야 한다”라고 즉흥적으로 말했다(<르몽드>, 2024년 3월 15일). 막대한 권력을 부여받은 충동적인 마크롱 대통령. 프랑스인들은 이런 대통령과 앞으로 3년을 더 살아가야 한다. 언론이 대통령을 합리적으로 변화시키리라는 기대는 하지도 말자.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전 발행인
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기자
번역·이보미
번역위원
(1) 유로프레스 애그리게이터에 따라 방송과 기사에 인용된 회수를 계측했다.
(2) 2024년 2월 23일 IFOP 설문조사와 2024년 2월 27-28일 CSA 설문조사
(3) 1950년대 초 미국, ‘내부의 적’에 집착한 조셉 매카시 공화당 상원의원이 추진한 반공운동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고 감옥에 가거나 망명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