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키와 지드의 우정
1935년 12월, 앙드레 지드는 그의 팬 한 명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그의 젊은 팬은 <라 누벨 르뷔 프랑세즈>(프랑스의 문예비평지)에서 출판한 지드의 작품 『일기(Journal)』 중 몇 페이지에 대해 비난하며 화를 냈다.
지드의 팬이 비난하는 부분은, 지드가 평생 생계비를 벌어본 적이 없는 것, ‘생계형 노동’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한 대목이다. 블라디미르 말라키라는 당돌한 인물은, “평생 ‘감상주의에 대한 냉소’를 설파해온 지드 당신이, 과연 지루한 생계형 노동을 견뎌낼 수 있었겠냐”는 질문을, 감히 지드에게 던졌다.
1908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말라키는 17세 때 모국을 떠나, 온갖 일을 하면서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그리고 밤마다 책을 읽으며 프랑스에서 살겠다는 꿈을 다졌다. 지드는 말라키에게 감동해, 답장을 하면서 당시 돈으로 100프랑짜리 우편환을 동봉했다. 지드는 더 많은 돈을 보내지 못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했다. 공산주의 사상에 동조했던, 『지상의 양식(Les Nourritures terrestres)』의 저자 지드는 프롤레타리아 작가 말라키의 처지를 걱정했다.
지드는 말라키가 자필로 쓴 글을 읽고, 그의 책 머리말을 써주고, 종종 경제적인 도움을 줬다. 그러나 말라키는 경제적인 도움에는 모욕감을 느껴 지드에게 받은 우편환을 돌려보냈다. 말라키는 우편환 대신 한 시간의 논쟁을 요구했다. “대체 당신은 무엇을 원합니까? 사람들은 앙드레 지드를 비난하지 않습니다…사람들은 별처럼 빛나는 문인들의 영향력, 그들의 문학이 주는 쾌락을 비난하지 못합니다.”
지드와 말라키는 1936년 초에 만나,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앙드레 지드가 195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두 사람은 때때로 격렬한 우정을 나눴다. 그들 사이에 오간 수많은 편지가 그들의 우정을 증명한다.(1) 지드는 편지를 통해 말라키가 <라 누벨 르뷔 프랑세즈>에서 인맥을 쌓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끔 격려했다.
1936년 여름, 이야기는 파리 문학계와는 떨어진 곳에서 전개된다. 프롤레타리아 연대에 열광한 말라키가 마르크스주의 통일 노동자당과 손을 잡으며, 스페인 내전이 막 시작된 바르셀로나로 돌아간 것이다. 그는 공화국 군대 중심의 의용대 징집에 반대했다. 그것은 그에게 ‘혁명의 실패’와 동의어였다. 그는 파시즘 선동가에게 붙들렸다가 가까스로 사형을 면했다. 스페인에서 말라키가 겪은 갑작스러운 사건들은, 미공개된 그 날에 묻혀있다.
같은 시기에, 지드는 소련 작가 동맹의 초청을 받아 소규모 작가 그룹과 함께 소련을 방문했다. 그가 귀환 후 낸 저서 『소련 기행(Retour de l’URSS)』(2)에는 좌파 지식인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지드의 신봉자 말라키가 이 공격을 공개적으로 방어했다.(3) 말라키의 첫 소설 『자바 사람들(Javanais)』은 레온 트로츠키의 찬사를 받았다. 라 롱드 레모르 지역에서 광부로 일하는 이민자들 틈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공통의 숙명’ 중 하나를 그린 이 소설은 1939년 출간됐다.(4) 그리고 말라키에게 르노도상(Le Prix dex Renaudot)을 안겨줬다.(5)
국적 없는 유대인인 말라키는 동부전선에서 프랑스 군대에 징집됐다.(6) “사람들이 빠져나간 텅 빈 지역과 도시를 보며, 그 황폐함을 시로 썼다.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글에 담았다.” 포로가 된 후 탈주한 말라키는 마르세유에서 지식인들을 지원하는 위원회를 만들었다. 지드의 중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곳에서 멕시코행 비자를 얻기 위해 3년 동안 분투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의 사연은, 잘 알려진 그의 저서 『비자 없는 행성(Planete sans visa)』(7)에 담겨있다.
1945년, 말라키는 귀화를 신청했던 프랑스를 떠나 뉴욕으로 갔다. 결국 미국 국적을 얻은 말라키는 노먼 메일러를 만나고, 메일러의 첫 소설,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The Naked and the Dead)』를 프랑스어로 번역했다.(8) 그리고 저서 『실수꾼(Le Gaffeur)』을 출간했다.(9) 정치적인 상상이 담긴 이 작품 속 예견들은, 조지 오웰의 작품 『1984』 속 이야기들에 못지않다.
말라키는 철학에 집중했다. 1998년, 그의 관이 닫힐 때까지.
글·카를로스 파르도 Carlos Pardo
저널리스트
번역·김진주
번역위원
(1) Pierre Masson et Geneviève Millot-Nakach, 『Correspondance entre André Gide et Jean Malaquais, 1935-1950 앙드레 지드와 장 말라케(말라키)의 서신 교환』, 2000년 페뷔스(Phébus, Paris)에서 초판을 출간했으며, 더 많은 편지와 자료들을 담아 2023년 클라시크 가르니에(Classiques Garnier, Paris)에서 개정증보판을 냄.
(2) 1936년 초판, 1937년 개정판 『나의 소련 기행(Mon retour de l’URSS)』 출간.
(3) 1945년, 말라키는 『Le Nommé Louis Aragon ou le Patriote professionnel 루이 아라공이라 불리는 인물 또는 프로 애국자』를 펴낸다.(Syllepse, Paris, 1998.)
(4) Phébus-Libretto, Paris, 2013.
(5) 공쿠르상(Le Prix de Goncourt), 페미나상(Le Prix de Femina), 앵테랄리에상(Le Prix de Interallié)과 더불어, 프랑스의 4대 문학상 중 하나.(-역주)
(6) 그의 저서 『Journal de guerre, suivi du Journal d’un métèque 체류자 일기에 이은 전쟁일기』는 1943년 뉴욕에서 초판이 나왔으며, 이후 1997년 페뷔스(Phébus)에서 재판됐으며, 재고는 없다.
(7) Phebus-Libretto, Paris, 2009.(초판은 1947년)
(8) 『Les Nus et les Morts』, Albin Michel, 1950.
(9) 『Le Gaffeur』, L’Echappee,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