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신
<공동 학교> 교육 대중화 연구그룹
6~17살 학생을 같은 반에서 공부하게 하는 공동 학교가 학교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교육 대중화 연구그룹이 집필한 이 책은 이미 같은 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앙케트와 분석을 종합한 것이다. 현재 교육 시스템은 문제가 많지만 학벌과 성적을 강조하는 풍조와 교육을 개혁하려는 정치인의 의지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지 않다. 이 책은 교육의 문제점을 개인에게 돌리기보다는 교사와 교수들의 지나친 이론 중심 수업을 재점검하고 학습 논리를 재검토해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교육 대중화 연구그룹은 한 가지 확신을 갖고 있다. 수업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지식을 배우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졸업장의 사회> 마티아 미예, 질 모로
졸업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회학자, 경제학자, 역사학자 사이에 언제나 논의 대상이 되는 이 문제를 마티아 미예와 질 모로가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졸업장이 따로 없는 교육 환경이었지만 20세기 후반 졸업장이 어떻게 해서 필수로 취득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는지를 두 저자는 밝혀내려 노력한다. 졸업장은 단순히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증서일 뿐만 아니라, 특정 직업에서 경쟁할 때 우위를 줄 수 있는 방패막이고, 귀족 작위처럼 남과는 다른 차별성을 부여하는 마크가 되고 있다. 두 저자는 여러 졸업장을 분석하며 프랑스 사회가 졸업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노동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졸업장을 어떻게 취득해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전개해간다.
<분쟁에 대한 찬사>미구엘 베나사야그, 앙젤리크 델 레이
분쟁은 해결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분쟁은 결국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분쟁은 해결되기 힘들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사회기준에 어긋나게 분쟁을 일으키는 대상들(흡연자, 파업 시위자, 투쟁가)을 사회 안정을 위해 뿌리 뽑아야 하는 병적인 증상으로 이해한다. 두 저자는 이같은 사회 표준이라는 폭력이 개개인의 정체성을 하나로 고정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분쟁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므로 정의를 위해서는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보 없는 사회주의> 드와이트 맥도널드
미국 기자 드와이트 맥도널드(1906~82)는 1940년대에 전쟁으로 인해 나타난 끔찍한 사건들(강제수용소, 히로시마 원폭 등)을 예로 들며 과학이 진보하면 인류가 해방될 것이라고 본 대다수 마르크스주의자들을 비판한다. 에세이 형식의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려고 할수록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고, 인간의 자연 정복이 결코 사회주의를 불러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진보주의자들의 과학 방법보다는 세상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윤리적 감성을 중시한다. 저자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와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원자력 사고 등을 보며 원자력에 비판적 입장을 갖게 되었다.
<마르크스가 본 인간> 이봉 키니우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인류학을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이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이 인간을 자연적이자 역사적인 존재로 본 마르크스의 인간론에 할애되어 있다. 실제로 마르크스는 ‘역사는 인간의 진정한 자연적 역사’라고 쓴 바 있다. 이에 따라 마르크스는 인간의 미래는 인간이 만드는 물질의 조건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의 인간관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인간관과 충돌하기도 한다. 프로이트의 인간론은 마르크스의 인간론을 뒤흔들거나 학문적으로 보완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이론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와 프랑크푸르트학파 이론이 소개되면 좋았을 텐데 이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