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코트의 영향
영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도널드 우즈 위니코트(1896∼1971)는 아동 발달을 이해하는 데 혁신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선보였다. 그 덕분에 아동심리학이 생겨났다. 미셸 그리빈스키가 번역하고 종합적으로 편집한 위니코트의 저서는 위니코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추천할 만하다.
위니코트는 이 저서에서 동시대 동료들, 즉 멜라니 클라인과 해럴드 설즈, 미카엘 발린트 등의 저서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있다. 그중에서 카를 구스타프 융의 자서전 <나의 인생: 추억, 꿈 그리고 생각>에 대한 위니코트의 비평이 눈길을 끈다.
위니코트는 융이 4살 때부터 앓은 정신분열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밝히고 있다. 융이 사용한 방법은 '자아분리'였다. 융과 프로이드가 이론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프로이드는 무의식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했지만, 융은 자아를 분열시켜 자아가 머물 무의식도 없애버린 것이다.
위니코트의 이론에서 핵심이 되는 '자아'는 인간에게 있는 좀더 특별하고 내밀한 것을 의미한다. 위니코트는 자아가 발전하고 표현되려면 환경이 충분히 갖춰져야 하는데, 만일 환경이 충분하지 않으면 현실에 그냥 적응해가는 '거짓 자아'가 형성돼 진정한 자신을 발달시키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융은 한평생 진정한 자아를 찾아헤맸다. '집단 무의식' 개념은 프로이드 이론에 나오는 무의식과 관계된 것이다. 무의식과의 접촉이 부족하면 이를 상쇄하기 위한 반응으로 집단 무의식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위니코트는 자아의 중심과 만나는 일보다 개인의 삶을 지탱해주는 근본적인 힘에 도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위니코트에 따르면, 이 근본적 힘의 실질적인 원천은 창의력이다. 창의력이야말로 자아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융이 평생 두려워한 것은 바로 자아의 파괴였다.
위니코트는 1951년의 저서 <그림 그리는 꿈>에서 창의적 과정에서 주체가 하는 역할과, 주체가 환상·자발성과 맺는 관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위니코트의 이론에서 창의력에 대한 고찰은 중요해서 학회지 <위니코트와 인간의 창의>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이 책을 위해 글을 기고한 인물 가운데 릴 정신병동 과장 피에르 들리옹은 위니코트와 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대담을 주선해주기도 했다. 위니코트의 이론에서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이 '충분히 좋은 엄마'인데, 엄마가 아이의 심리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자아가 발달하는 데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셈이다. 위니코트는 위대한 치료사이며, 인간이 정신장애를 극복하는 데 지속적으로 도움되는 지적인 방법을 만든 인물이다. 위니코트의 저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인간은 언제나 점점 더 독립적으로 되려 노력한다."
글•장피에르 레만 Jean-Pierre Lehmann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