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팔레스타인인처럼 된다면…

2024-05-31     기욤 바루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개시한 후 4달 동안 마젠 커바이는 거의 매일 전쟁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학살 단계 그리고 작가의 불안한 마음의 흐름대로 이미지와 단어들을 포스터처럼 구성했다.

 

2023년 10월 5일,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마젠 커바이는 ‘2008년 이래 사망한 가자지구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벽화를 그렸다. “나는 이곳이 향후 폭탄으로 사망할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장소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 미래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이처럼 처참할 줄은 몰랐다.”라고 며칠 후 인스타그램에 작품 사진과 글을 올렸다.

2006년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폭격했을 때 그리고 2008년~2009년 가자전쟁 기간 동안, 레바논 아티스트 마젠 커바이는 전쟁과 죽음을 매일 그렸다. 2015년 커바이는 가족과 함께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팔레스타인 지원이 쉽지 않은 망명 이후에도, 그는 그림그리기를 계속했다. 그렇게 멀어진 거리만큼의 ‘현실감 상실’이라는 감정을 이번 시리즈 안에 표현했다.

현재의 학살 규모로 인해 그는 새로운 표현 규칙을 택한 것 같다. 노출도 그림도 없고, 그의 특기인 비극적이면서도 웃긴 그래픽도 없다. 텍스트를 가장 중시하며, 순화된 이미지는 최소화하고, 대부분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거의 모두 같은 크기로 늘 흑백으로 표현했다. 상징과 아이콘으로 만들어진 포스터는 온라인에 게시했다.

그림, 음악, 최근에는 영화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마젠 커바이는 2024년을 안식년으로 삼으려 했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이 계획은 백지화됐다. “악순환을 종결시키기에 완벽한 작품 같았던 <팔레스타인인처럼> 시리즈의 마지막 그림을 그린 후, 나는 부족함을 깨달았다. 나는 이 시리즈를 더 그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그는 고백했다. 그는 추가로 더 그리지 않았다.

표기된 날짜는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날짜임.

 

 

 

글·기욤 바루 Guillaume Barou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Laure Ghorayeb, 당신에게 영감을 받은 이 그림을 당신께 헌정합니다.” 그녀는 작가의 어머니로 예술가였으며, 2023년 초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