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착각, “인도는 중국이 아니다!”

2024-05-31     르노 랑베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기자

성장, 인구통계, 국제적 영향력을 두고 볼 때 인도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하지만 담합으로 얼룩진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는 과연 그렇게 민주적일까? 인도 농민들이 4년 전 참여했던 투쟁을 재개한 가운데 인도 경제 지표는 왜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서구 국가들이 인도가 중국을 능가하리라고 희망을 거는 한, 이 점은 인도의 뛰어난 카드가 될 것이다.

 

중국이 미국 본토에서 반대파들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이 알게 된다면, 그로 인한 외교적 파장이 없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인도가 연루된 사건이 그렇다. 지난해 11월 미국 법무부 장관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크교 반대파 인사를 제거하려는 인도 비밀기관 작전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를 알게 된 바이든 미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저 1월 26일 인도공화국의 날 축하 행사에 함께하자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초청을 거절했을 뿐, 공개적으로 그 이유를 상세하게 밝히지 않았다. 인도는 이후 ‘자유 국가’ 서열상 아래에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초청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꺼이 인도 측 초청을 수락했으며 서구의 불만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안심시켰다.

북반구 국가들이 자신들의 우선권을 강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는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일부 국가는 다른 국가였다면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아시아의 강국인 인도는 사실 엄청난 지정학적 이점을 갖고 있다. 바로 중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인도가 경제적·외교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 점 때문에 서구가 이해심을 발휘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2002년에 구자라트주에서 발생한 무슬림 대학살 사건 때문에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당시 구자라트주 총리였던 모디 총리는 경찰에게 힌두교 군중들을 저지하지 말라고 했고, 힌두교 지상주의자들에게 자극받은 군중들은 이슬람교도들에게 폭력을 자행했다. 이 사건으로 무슬림 공동체에서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천 명이 강제 이주를 당했다. 모디 총리가 그 후 고수하게 될 정책이 힌두 민족주의를 이끄는 ‘민족의용단(RSS, 힌두교 민족주의 우파 단체-역주)’의 정책이라는 사실을 예고한 사건이었다.(1)

 

“힌두교는 자부심을 되찾았다”

2014년 연방정부의 수장이 된 모디 총리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권력을 중앙집권화시켰다. 인도 교과서에서 찰스 다윈 이론을 삭제하고, 공적인 영역에서 주요 비정부기구들(국제앰네스티, 그린피스, 옥스팜 등)을 배제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아첨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해도 될 정도로 개인숭배도 강하게 내세웠다. 언론인 소피 랑그랭과 기욤 드라크루아는 “모디 총리에게는 ‘나모(NaMo)’라는 스마트폰 앱이 있는데, 이 앱에는 총리의 행동을 찬성할 때마다 점수를 얻는 게임이 포함돼 있다”라고 보도했다.(2) 모디 총리는 판사, 지식인, 내부고발자 등 자신을 반대하는 기미가 보이는 모든 이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무엇보다도 이슬람교도들을 배척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모디 총리는 변하지 않았고, 서구에는 주류 질서를 옹호하는 서구 언론인들 가운데 인도 전문가가 있다. 프란츠올리비에 지스베르는 모디 총리가 한 말에 빗대어 인도는 “단지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어머니다”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의 ‘집권’ 아래 “힌두교는 색과 자부심을 되찾았다. 유럽과 미국 지식인들은 힌두교 혐오증을 가지고 있어도 ‘피해자들’의 종교인 이슬람교에 대해서는 반감이 덜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스베르는 “이슬람교도들의 운명이 파키스탄 내 (…) 소수 민족인 힌두교도들의 운명보다 훨씬 낫다”라고 강조했다.(3) 안타깝게도 이는 거짓이다. “파키스탄 내 힌두교도들의 상황은 위태롭다. 하지만 그들은 집단폭행을 당하지도 않고 투옥되지도 않으며 불도저에 가옥이 헐리지도 않는다”라고 로랑 가이예 연구원은 단언했다. 

하지만 위 사실은 중요치 않다. 인도는 중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서구는 과거 배척받던 이와 함께 하기를 원하고 있다. 2023년 6월 미국은 모디 총리를 초청해서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부탁했다. 그 같은 연설 기회는 드물고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한 달 뒤 모디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7월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 퍼레이드에 참여했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귀빈 만찬을 가졌으며 레지옹 도뇌르 훈장(Ordre National de la Légion d’honneur)을 받았다. 모두 과거 문제는 잊은 듯했다.

 

러시아산 원유와 무기 수입에 공들여

하지만 인도는 특별히 믿을 만한 동맹국이 아니다. 먼저 인도가 미국과 가까워진 것은 소련 해체 이후다. 미국과 호주, 일본이 참여한 외교 및 군사 협의체인 4자안보대화(Quad, 쿼드)에 인도도 참여하고 있다. 2017년 5월 인도는 일본과 함께 인도 서부와 동아프리카를 잇는 ‘아시아-아프리카 경제성장 회랑(AAGC)’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자유의 길’이라 명명된 해당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구상됐다. 에마뉘엘 렝코 연구원은 “중국이 좋지 않은 의도로 지켜보는(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일련의 조치라고 지적했다.(4)

또한 인도는 브라질, 중국,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브릭스(BRICS, 신흥경제 5개국 모임)’ 창립 회원국이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기도 하다. 두 기구 모두 미국의 지배를 받는 국제 질서에 저항하는 ‘글로벌 사우스’(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상징하는 조직이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도 않았고, 유럽과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유럽과 미국의 조치로 인해 러시아산 유가가 하락하자 인도는 이를 틈 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해서는 비싼 가격에 되팔았다. 그것도 러시아산 원유를 직접적으로 수입할 수 없는 유럽 국가들에게 판매했다.

인도의 최대 무기 공급국인 러시아는 이제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 됐다. 2023년을 기준으로 아시아 국가에 판매하는 ‘원유’ 비중은 러시아 연방 예산 수입의 15%를 차지했다. 인도의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17일 뮌헨안보회의(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에서 서방 ‘협력국’으로부터 해당 사안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제가 카드를 여러 개 갖고 있을 만큼 영리한 사람이었다면 여러분들은 저에게 비난이 아닌 감탄을 하셨을 겁니다.”(5) 인도에 대한 보복 조치는 전혀 없었다. 인도는 중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2020년 출간된 책에서 자신의 외교정책을 ‘인도의 가치와 신념’을 지킬 수 있는 ‘다층적 제휴’ 형태의 외교정책이라고 소개했다.(6) 하지만 인도의 변화무쌍한 외교정책은 두 가지 판단 기준으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는 인도가 민간 영역에서 창출하는 확실한 수익이고, 둘째는 국제무대에서 인도가 행사하는 영향력이다. 국제무대에서 모디 총리는 ‘글로벌 노스’와 ‘글로벌 사우스’ 간 새로운 권력 관계의 부상을 장려하면서 중국과 경쟁하려고 하고 있다. 조안 린 연구원은 “꿩 먹고 알 먹고”라며 현 상황을 간결하게 표현했다.(7)

인도가 변치 않는 분야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다. 2023년 10월 27일 인도는 유엔총회에서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표결 때 기권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우리 또한 테러리즘의 피해자다”라며 자국의 입장을 정당화했다.(8) 한 달 뒤 열린 브릭스 긴급 정상회의에서 인도는 가지지구에서의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기를 거부한 유일한 국가였다.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에게 지지를 보냈으나 노선을 바꾼 것이다.

 

이스라엘과 유사한 ‘인종적 민주주의’ 추진

1992년 인도와 이스라엘 양국 간 외교 관계가 수립된 이래 함께 ‘이슬람 테러리즘’에 맞선다는 핑계로 양국은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2000년대 중반 인도는 이스라엘 무기 산업의 최대 고객이 됐다. 양국 간 동맹은 모디 총리 당선 후 더 공고해졌다. 인도 경찰력 훈련, 이스라엘 스파이웨어 프로그램 ‘페가수스’ 이용에 이어 최근에는 (더 이상 이스라엘이 원치 않는) 저임금 팔레스타인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인도 노동자를 이스라엘에 파견하는 협약도 체결됐다.

이들 양국 간 동맹의 뿌리는 훨씬 깊다. 모디 총리가 내세우는 정치 프로젝트는 이스라엘이 만들어 낸 것과 유사한 형태의 ‘인종적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9)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1980년대 들어 점차 커지면서 1990년부터 정계에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는데, 그 반대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것이 ‘인종적 민주주의’의 목적이다. 힌두교의 통합을 선언하면서 카스트 제도에 대한 적대감을 넘어서겠다는 민족주의 운동이 급부상하게 된 것도 이때였다.(10)

위와 같이 브라만교(고대 인도에서 베다 경전을 근거로 성립된 종교로 브라만 계급을 중심으로 한다-역주)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보수주의적인 혁명이 전개되는 가운데 모디 총리는 이스라엘의 여러 정책을 모방했다. 공산주의 활동가인 아카시 바타차랴는 “시민들 간에 불평등을 야기하는 법률,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인구 비율을 조종하기 위한 시도, 불도저식 사법 정의는 이스라엘에서 모두 그 전례를 찾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11)

다른 국가에서 추진되는 위와 같은 정책을 두고 북반구 국가에서는 반감을 표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이스라엘이나 인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언론인 프란츠올리비에 지스베르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정신착란에 사로잡힌 이들이 우리나라 대학과 언론을 좌지우지하고 이슬람 극좌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다시 말하지만 인도는 중국이 아니다!

 

 

글·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기자. 저서에 『Les nouveaux chiens de garde 새로운 경계견』(공저, 2011)이 있다.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Ingrid Therwath, ‘La pieuvre de l’Internationale hindoue 전 세계에 마수를 뻗치는 힌두 근본주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3년 2월호, 한국어판, 2023년 3월호.
(2) Sophie Landrin et Guillaume Delacroix, 『Dans la tête de Narendra Modi 나렌드라 모디의 머릿속』, Solin/Actes Sud, Arles, 2024.
(3) Franz-Olivier Giesbert, ‘Narendra Modi, l’homme qui “modifie” l’Inde 나렌드라 모디, 인도를 ‘바꾼’ 남자’, <La Revue des deux mondes>, Paris, 2023년 11월. 지스베르의 말은 모두 이 기사에서 인용됐음.
(4) Emmanuel Lincot, ‘Inde/Chine : le match du siècle 인도/중국: 세기의 대결’, <La Revue des deux mondes>, 2023년 11월.
(5) Emmanuel Derville, ‘Entre New Delhi et Moscou, une alliance scellée par le pétrole 인도와 러시아 간 석유로 맺어진 동맹’, <Le Figaro>, Paris, 2024년 2월 23일.
(6) Subrahmanyam Jaishankar, 『The India Way. Strategies for an Uncertain World』, HarperCollins, London, 2020.
(7) Joanne Lin, ‘India and multi-alignment : Having one’s cake and eating it too’, 2023년 2월 21일, https://asialink.unimelb.edu.au
(8) ‘Narendra Modi has shifted India from the Palestinians to Israel’, <The Economiste>, London, 2023년 11월 2일.
(9) Christophe Jaffrelot, 『L’Inde de Modi. National-populisme et démocratie ethnique 모디의 인도. 민족주의-포퓰리즘과 인종적 민주주의』, Fayard, Paris, 2019.
(10) 상동.
(11) Akash Bhattacharya, ‘A disastrous friendship : The dangerous political economy of India’s support for Israel’, <Liberation>, New Delhi, 2023년 12월 23일.

 

 

압도적인 수치

 

인도 인구: 14억 1,700만 명
대도시 뭄바이(봄베이)의 인구: 2,170만 명
농촌 인구 비율: 64%
기대수명: 67세
국내총생산(GDP): 3조 4,200억 달러(약 3조 1,460억 유로)
구매력 기준 국가 순위: 3위
비공식 부문 경제활동: 경제활동인구의 80%
평균 급여(최고치) 우타르 프라데시 주: 월 2만 730루피(약 230유로)
평균 임금(최저치), 시킴 주: 월 1만 5,130루피(약 168유로)
인도 최고 부호 무케시 암바니의 재산: 1,175억 달러(약 1,080억 유로), 세계 9위
인도에서 사용되는 언어 및 방언 수: 780개 (22개의 공식 언어 포함)
문자 체계 수: 25개 (공식 문자 14개 포함)


출처: 세계은행, NEXT IAS, <포브스>, 국제연합, PLSI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