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민심은 가자주민 동정, 정치권은 이스라엘 지지

깊어지는 영국 정계와 여론의 갈등

2024-05-31     대니얼 핀 | 기자, <뉴 레프트 리뷰> 부편집장

2003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주도하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이후 오랜만에, 지난해 11월 11일 런던에서 가자지구와 연대하자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주최자들에 따르면 무려 80만 명 이상이 이 시위에 참여했으며, 이스라엘 전쟁을 지지하는 보수당 정부와 노동당을 한목소리로 강력히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시작된 이래로 영국 정계와 여론 간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리시 수낵이 이끄는 영국 보수당과 키어 스타머의 노동당은 베냐민 네타냐후가 벌인 전쟁을 이스라엘의 방어권이라는 명분 아래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영국 국민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몰아내겠다며 가자지구에 폭탄 세례를 퍼붓는 행위에 반대한다. 2023년 11월 유거브(YouGov)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이스라엘이 전쟁을 멈추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19%만이 전쟁을 계속하는 데 찬성했다. 올해 2월 실시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6%가 휴전을 원한다고 답했고 13%만이 전쟁에 찬성했다. 최근에는 여론의 56%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 금지를 원하고 있고, 17%만이 무기 판매를 계속해도 좋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1)

3월 말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보수파 위원장인 얼리샤 컨스는 이스라엘이 국제 인권법을 위반한 정황을 기록한 영국 정부의 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기는 했지만, 이 문서를 공개하는 것은 거부했다. 그 후 4월 1일에 이스라엘의 미사일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던 국제 자선 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World Central Kitchen)의 영국인 직원 3명과 동료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다음 날에, 퇴임한 대법관 3명을 포함해 600명 이상의 영국 법조계와 학계 인사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의 불법성을 규탄했다.(2)

 

런던시 경찰청, 내무부 장관의 요구에 반대 

6개월 전부터 영국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영국 현대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크다. 매주 그리고 매달, 런던과 영국 내 기타 도시에서는 휴전을 외치는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그중 가장 규모가 컸던 시위에는 수천 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였다. 이에 수낵 정부는 시위대를 비판하면서 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2023년 11월에 수엘라 브레이버만 영국 내무부 장관은 런던시 경찰청에, 이미 예정되어 있던 대규모 시위를 취소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런던시 경찰청이 내무부 장관의 이 같은 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자, 브레이버만 장관은 시위대가 전쟁기념비를 훼손하려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브레이버만은 이러한 주장이 극우파를 자극하고, 극우파가 시위대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무부 장관은 이를 빌미로 향후에 있을 집회를 모두 금지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브레이버만 장관의 발언에 화가 난 시위대는 경찰을 공격했고, 그 결과 몇몇 경찰이 다치고 일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수낵 총리는 브레이버만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와 우파 언론은 휴전을 외치는 시위대를 “증오의 행진”으로 비난하며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갔다. 또한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울 것이다”라는 시위대의 슬로건은 반(反)유대주의라며 비판하기까지 했다. 유대인을 향한 적개심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브레이버만은 내무부 장관이던 시절 경찰에게 이 구호를 “완전히 파괴된 이스라엘을 보겠다는 폭력적인 욕망의 표현”으로 봐줄 것을 요청했고, 치안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이러한 구호의 사용을 처벌해줄 것을 요구했다.(3) 적어도 한 사건에서는 경찰이 브레이버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맨체스터에서 팔레스타인 출신의 한 젊은 여성이 인종차별주의적인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4)

 

보수당, 여론에 맞서 극단주의 들먹여 

이스라엘의 지지자들은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울 것이다”라는 슬로건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팔레스타인 해방 이후의 유대인 학살 또는 추방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슬로건의 의미가 인종 청소가 아니라 평등이라고 말하는 팔레스타인인들과 그 동료들은 영국 언론과의 접촉이 지속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의 지지자들은 “이스라엘의 방어권”과 “실재할 권리”를 언급한다. 그러나 첫 번째 권리는 이스라엘이 자기방어를 위해 합법적으로 어떠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명시하고 있지 않으며, 두 번째 권리는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옆에 실재할 권리와 상충된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은 이를 당연히 자신을 향한 위협과 공격으로 인식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지지하는 이들의 언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3월 초에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 앞에서 있었던 수낵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팔레스타인과의 연대 시위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응 수위는 또 한 단계 높아졌다. 수낵 총리는 휴전을 외치는 시위가 “사회적 혼란과 극단주의자들의 범죄 행위를 충격적으로 증가시켰다”면서, 이는 “위협, 협박, 폭력 행위의 준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사실 시위는 평화롭고 질서정연하게 진행되었고, 비슷한 규모의 음악 축제나 스포츠 행사에서보다 체포된 사람의 수도 적었다.(5) 수낵 총리의 발언은 런던이 유대인 금지 구역이 되려고 한다고 근거도 없는 소문을 퍼뜨린 무책임한 기자들의 선동적인 주장에 기인한 것이었다.(6)

 

노동당, 지지자들과 다르게 휴전 반대 

기술부 장관인 미셸 도넬런이 하마스 지지자로 지목한 두 명의 대학교수는 미셸 도넬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7) 이에 캔터베리와 요크의 대주교가 “무슬림을 지나치게 겨냥하는” 접근법에 우려를 나타내자, 보수당 정부는 균형발전·주택부 장관인 마이클 고브에게 극단주의의 정의를 새롭게 수립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신보수주의 우파를 대표하는 마이클 고브는 오래전부터 영국 내의 무슬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확신해왔던 인물이다. 그의 주도 아래, 오늘날 영국 정부는 영국의 제도와 가치를 뒤흔드는 모든 시도를 극단주의로 여기게 됐다.(8)

팔레스타인과의 연대 시위에 대한 공격은, 오웰주의(전체주의, 감시, 억압 등을 동원한 시스템)를 표방하는 존 우드콕과 같은 정부 관련 인사의 각종 발언에서도 힘을 얻었다. ‘폭력과 정치적 혼란과 관련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고문관’인 우드콕은 최근에 주요 정당에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집단에 대한 ‘무관용’”에 동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연대 캠페인(PSC, Palestine Solidarity Campaign)을 그 대표적인 집단으로 꼽았다.(9)

이에 토리당 의원인 미리엄 케이츠는 3월 4일 다음과 같이 우려를 표명했다. “‘극단주의’적인 의견이 불법이라면, 그 ‘극단주의’를 정의한 당사자가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이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독재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드콕은 본래 노동당 소속이었다가 2019년에 보수당에 입당했다. 그러나 당수인 키어 스타머를 포함해 노동당 의원의 많은 수가 가자지구 공격 반대 시위에 대한 적대감을 우드콕과 공유한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개시한 초기에, 통상적으로 민간인에게 물과 전기의 공급을 끊는 행위는 전쟁 범죄로 간주됨에도, 스타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거주민들에게 물과 전기 공급을 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간에 비난이 들끓자 스타머는 자신이 이 문제를 잘못 이해했다면서 그러한 발언을 철회했다.(10)

그리고 스타머는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두 명의 노동당 의원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노동당의 앤디 맥도널드 의원은 런던에서 있었던 시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이유로 정직을 당했다.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한, 그리고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이스라엘 국민과 팔레스타인 국민 모두가 자유와 평화 속에서 살날이 오지 않는 한.”

또한 케이트 오사모 의원은 국제법원이 이미 이스라엘에 대한 남아프리카의 제소를 받아들였음에도, 가자지구 공격을 대학살이라고 지칭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맥도널드 의원은 2월 말에 맨체스터 로치데일에서 치러진 보궐 선거에서 노동당이 참패하면서 의원직에 복귀했다. 이 선거에서 승리한 조지 갤러웨이는 노동당에서 제명된 뒤 독자적인 활동을 벌여오던 정치인으로, 이번 선거를 ‘키어 스타머를 지지하느냐, 이스라엘 전쟁을 지지하냐’의 대결 구도로 만들었다.

 

영국 외교의 신뢰도에 불명예스러운 상처

사실 갤러웨이의 승리는 격렬한 논쟁이 있은 후에 일어났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은 하원에 휴전 발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노동당은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집단 징벌”과 “무고한 시민들의 학살”이라는 부분을 삭제하기를 원했다. 또한 휴전을 촉구하는 명백한 표현을, 베냐민 네타냐후에게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좀 더 완곡한 표현으로 수정하기를 바랐다. 노동당이 제안한 문구는 “이스라엘 국민은 2023년 10월 7일의 공포가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권리가 있다”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국민이 10월 7일 이후(그리고 그 이전)의 공포가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권리에 대해 노동당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스타머는 하원의원들이 SNP의 동의서에 반대하기도 그렇고, 기권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린제이 호일 하원 의장에게 발의서를 표결에 부치기 전에, 노동당이 발의서를 수정해도 될지를 먼저 표결에 부치자고 했다. 이렇게 스타머가 하원 절차를 명백하게 위반하면서, 제3당은 영국 국민의 대다수가 바라는 휴전 찬성 입장을 선택했다.

그러나 노동당의 휴전 반대는 노동당 지지자들의 의견을 완전히 거스르는 것이다. 2월에 실시된 유거브의 조사에 따르면, 이전 총선에서 노동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83%가 이스라엘이 군사적 공격을 중단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 중 단 3%만이 작전을 계속하는 것에 찬성했다. 사실, 베냐민 네타냐후의 전쟁을 지지하겠다는 스타머의 고집은 반(反)유대주의 투쟁과 이스라엘 지지를 구분하지 않는 것에서 기인한다. 스타머는 예전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 수호와 유대인을 향한 적대감을 연관 지어 왔고, 이러한 이유로 그가 노동당 대표직에 취임한 2020년부터 노동당 내 좌파 성향 정치인들은 소외됐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당 내부의 갈등은 다음 총선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문제다.

끊이지 않는 폭력과 끔찍한 전쟁 범죄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지만, 영국의 2대 정당은 이스라엘 지지에 있어서 확고부동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수당 상원 의원인 니컬러스 솜즈와 노동당 소속의 런던 시장 사디크 칸과 같은 주요 정치인들이 영국 정부에 자국산 무기를 이스라엘에 팔지 말도록 촉구하고 있음에도, 수낵 총리와 스타머는 이스라엘 전쟁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늘날까지도 고수하고 있다. 설사 이러한 입장이 향후 몇 주 내에 변한다 해도, 그들은 이미 자신의 명성과 영국의 외교적 신뢰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글·대니얼 핀 Daniel Finn
기자, <뉴 레프트 리뷰> 부편집장. 저서에 『One Man’s Terrorist: A Political History of the IRA』(2019)가 있다.

영불 번역·니콜라 비에이스카즈 Nicolas Vieillescazes

불한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Patrick Wintour, Majority of voters in UK back banning arms sales to Israel, poll finds, <The Guardian>, 런던, 2024년 4월 3일. Cf. Matthew Smith, Israel-Palestine: fundamental attitudes to the conflict among Western Europeans, 2023년 12월 20일 & « British attitudes to the Israel-Gaza conflict: February 2024 update, 2024년 2월 15일, https://yougov.co.uk
(2) Alex Barton, Former supreme court judges say UK arming Israel breaches international law, <The Telegraph>, 런던, 2024년 4월 4일.
(3) Rajeev Syal and Aubrey Allegretti, Waving Palestinian flag may be a criminal offence, Braverman tells police, <The Guardian>, 2023년 10월 10일.
(4) Haroon Siddique, Police accused of stifling protest after Manchester arrest over Palestine chant, <The Guardian>, 2024년 3월 21일.
(5) Nandini Naira Archer, Arrest rate at “openly criminal” Palestine protests is lower than Glastonbury, 2024년 2월 7일, www.opendemocracy.net 
(6) Ben Reiff, A “no-go zone” for Jews? The making of a moral panic in London, 2024년 3월 13일, www.972mag.com
(7) Poppy Wood, Donelan asked to explain secret dossier on academics after libel case, 2024년 3월 8일, https://inews.co.uk 
(8) Nadeem Badshah, Archbishops of Canterbury and York warn against new extremism definition, <The Guardian>, 2024년 3월 12일. Cf. Peter Oborne, UK extremism: Michael Gove is turning British Muslims into an enemy within, www.middleeasteye.net, 2024년 3월 19일.
(9) Elizabeth Short, Profoundly anti-democratic and repressive, <The Morning Star>, 런던, 2024년 3월 12일. https://morningstaronline.co.uk/article/profoundly-anti-democratic-and-repressive 
(10) Alexandra Rogers, Sir Keir Starmer seeks to clarify Gaza remarks following backlash from Labour councillors, 2023년 10월 20일, https://news.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