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혁명 중단시킨 극우 정당 ‘셰가’

포르투갈의 극우 돌풍

2024-05-31     산드라 몬테이로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포르투갈어판 발행인

8년간 집권 여당이었던 사회당이 포르투갈 총선에서 패배했다.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가운데, 우파 연합정당이 근소한 차이로 1당을 차지했다. 의회 내 소수당 정부 수장이 된 루이스 콘테네그루 사회당 당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극우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극우 돌풍에서 예외였던 포르투갈에서 이번에 극우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4월 25일은 포르투갈의 카네이션 혁명(Revolução dos Cravos) 50주년 기념일이다.(1) 그러나 3월 10일 극우 정당이 포르투갈의 3당으로 떠올랐다. 2022년 총선에서 7.15%를 기록했던 극우 정당 셰가(Chega, ‘이제 그만!’이라는 뜻)는 이번 총선에서 18.07%를 기록하며, 의석이 12석에서 50석으로 4배나 늘어났다.

(2005년 이후 최고치인 59.84%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총선에서 사회민주당(PSD) 중심으로 결성된 우파 연합정당인 민주동맹은 28.85%를 얻으며 80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과반 116석에는 한참 모자랐다. 2022년 단독 과반을 차지했었던 사회당은 이번에는 28%를 득표하며, 78석을 차지했다. 이제 야당이 된 사회당 지도부는 우파와 연립정부를 협의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파시스트 독재자 안토니우 드 올리베이라 살라자르와 마르셀루 카에타누를 끌어내린 지 반세기 만에(2), 이번 포르투갈 총선에서 6명의 유권자 중 1명꼴로 극우에게 투표했다. 2014년부터 매우 인기 있는 스포츠 채널의 해설가로 유명해진 안드레 벤투라가 5년 전 셰가를 창당했다. 오랫동안 사회민주당(PSD) 당원이었던 안드레 벤투라는 2017년 지방 선거에서는 로르스 시(리스본의 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공산당이 우세)에서 사회민주당 선거를 지휘했었다. 이후에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사는 집시 공동체에 대한 비판으로 화제를 모았다.(3) 그의 이러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사회민주당의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대표(2011년~2015년 총리로 재직함)는 그를 지지했었다.

벤투라는 중도우파 정당인 사회민주당에서 당권을 잡는 데 실패하자, 자신의 정당을 창당했다. 그는 동성애 결혼 등 소수자에 대한 적대적인 연설을 심화시키며, 포르투갈의 사회민주주의 가치를 위해 일하겠다며 반복해서 말했다. 또한 유력한 사업가의 재정적인 지원도 받고, 선거 공약이나 정책과는 무관하게 레거시 미디어는 물론 SNS에서도 많이 노출되었다. 반면 좌파 연합이나 포르투갈 공산당(PCP) 같은 다른 정당들은 미디어와 SNS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극우 정당 셰가, 사회복지와 치안 공약으로 표심 얻어

그런데 의회 내 극우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유럽 국가 명단에 포르투갈이 합류하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시간이 흐르면 독재자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카네이션 혁명으로 두려움의 상징이었던 비밀경찰 배지가 리스본에서 사라지면서, 독재자의 기억도 지워졌다. 이런 면에서 스페인 복스(Vox)당의 등장은 포르투갈에게도 일종의 경고였던 셈이다. 2013년에 창당된 극우 정당 복스는 2018년 선거에서 첫 승전보를 울렸다.(4)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과거에 반민주적인 독재체제를 겪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유권자를 유혹하기 위해 셰가는 신자유주의 포지션에 사회복지 제안을 섞었다. 셰가는 퇴직연금을 최저임금과 맞추기 위해 퇴직연금을 200에서 300유로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2015년에는 505유로였던 최저임금은 2024년에는 820유로로 인상되었다. 2023년 중위소득은 1500유로이다.)(5) 벤투라의 정당은 ‘포르투갈을 청소하자’는 슬로건처럼 반체제, 반부패 기치를 내세우는 한편, 경찰, 식민 전쟁의 퇴역군인, 보건의료인, 교수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이들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셰가는 또한 치안 불안정에 대한 불안 심리의 덕을 보았다. 포르투갈에서는 차별 범죄와 증오 선동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2022년~2023년 38% 증가).(6) 셰가는 포르투갈 집시를 비롯하여 동남아시아 이민자, 포르투갈어권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에 대한 공격에 집중했다. 이민자들은 주로 농업 분야와 디지털 플랫폼에서 일하고 있다. 벤투라는 포르투갈이 예전 식민국가들이 맺은 조약 폐기를 주장했다. 그는 저임금과 공공서비스 예산 압박 상황 속에서 논란을 일으켜 성공했다. 현재 포르투갈 실업률은 2013년 16.3%에서 2023년 6.5%로 낮아졌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은 20.3%로 높아졌다.(7)

 

좌파 사회당은 노동 개혁 실패와 경제 침체로 고전

셰가의 전략은 2015년까지 우파가 이끈 긴축 정책과 부분적으로 거리를 두면서도, 좌파 정부의 실책과 부족함을 질책하면서 표를 끌어내는 데 있다. 2015년 사회당, 좌파연합(블록), 포르투갈 공산당(PCP), 녹색생태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는 임금과 연금의 삭감을 재고했고, 2019년까지 내수를 조금 활성화했다. 이 기간 동안 포르투갈은 임금이 상승했고(특히 최저임금), 사회복지비(특히 저소득층)가 약간 올랐으며, 공공서비스 분야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비록 의료분야 등에서 많은 인력이 외국이나 사기업으로 빠지는 것을 막지 못했을지라도 말이다. 연립정부는 또한 대중교통비 할인과 어린이집의 무료 인원 확대를 자랑했다.

그러나 좌파 사회당은 민영화 무효, 개혁 파기와 같은 구조적인 변화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특히 2011년부터 유럽중앙은행, 유럽위원회, 국제통화기구가 강요한 노동 개혁을 파기하지 못했다.(8) 국가재정 안정화에 집착한 사회당 정부는 2019년부터 국가 예산의 흑자를 실현했지만 재분배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임금과 연금 인상만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 하락,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을 막지 못했다. 정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크고 작은 부패 혐의 고발이 이어지자 지난 11월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는 사임했다. 검찰은 그를 기소했고, 논란이 되었다. 총리의 사임으로 선거가 앞당겨졌고, 3월 10일 대지진이 일어날 조건이 갖추어졌다.

선거 운동의 추이를 보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벤투라의 극단적인 성향은 나라 일부를 분노케 했고, 민주동맹의 대표 루이스 몬테네그루는 중도적 외형의 민주동맹에 금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 당의 한 후보는 농촌의 치안을 지키기 위한 민병대의 결성, 더 나아가 군사 개입까지 언급했다. 파수스 코엘류 전 총리는(임기 2011~2015년) 이민과 치안 불안정을 명확히 연결지어 발언했고, 사회민주당(PSD)의 파트너인 중도민주사회-인민당(CDS-PP)의 한 후보는 임신중절 법안 폐기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했다.

벤투라 혼자서 새로운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 그가 사회민주당(PSD) 소속이었던 2010년, 파수스 코엘류는 “국가를 재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2014년 파수스 코엘류는 총리직에 오른 후 사회복지비를 삭감했다. 16년 동안(1998~2005년, 2007~2016년) 중도민주사회-인민당(CDS-PP)의 대표였던 파울루 포르타스는 오늘날의 셰가 대변인과 똑같은 말을 했다. 그는 “이 게으른 자들은 일하기를 원치 않는다”라며 보조금에 의존해 사는 사람들의 ‘남용’과 ‘사기’를 비판했다.

게다가 파울루 포르타스는 2002년부터 선거 운동에서 직접적으로 주로 집시들인 행상들을 겨냥해 보조금 낭비라고 비판했다. 2010년 그는 퇴직연금 인상을 재정지원하는 사회동화기금(RSI)의 하향 조정을 제안한 선구자였다.

1974년 4월 카네이션 혁명 이후, 극우가 영향력을 갖는 것을 막아온 수많은 성벽이 있다. 가톨릭은 독재정권과 타협한 과거 때문에 저자세를 유지했고, 사회적 가치들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식민지 해방 후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포르투갈인의 동화에 대한 집단 기억은 이민자 공동체에 이입되어, 외국인 혐오 담론을 막았다. 포르투갈 공산당(PCP)과 노조의 강력한 영향력은 노동 조건을 개선했고, 사회적 진보에도 일조했다. 치안 면에서 혁명군은 반독재 역할을 하며, 우파가 치안 주제를 자기 것으로 삼기 어렵게 만들었다. 사회주의 영향 아래 개헌된 1976년 헌법은 카네이션 혁명으로 얻은 국유화, 무상 의료 등을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부터 성벽이 조금씩 무너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77년과 1983년 두 번 개입했고, 1986년 포르투갈은 유럽경제공동체(CEE)에 가입했다. 그리고 1989년에 개헌이 이루어졌다. 개헌으로 경제 시스템을 개방하고, 민영화가 쉬워지고, 국가 주도 계획경제의 무게를 줄이고, 토지 개혁에 관한 헌법 조항을 제거하며, 공공서비스 붕괴의 서막이 열렸다.

 

극우, 경제적으로 이득이 더 높은 공약으로 유혹

물론 유럽 통합으로 유입된 자금으로 일부 분야(통신, 도로 인프라, 금융)의 현대화를 이룩할 수 있었지만, 발레 도 아베(Vale do Ave, 북부지방)의 섬유 산업은 시장 개방으로 무너졌다. 포르투갈이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많은 자본이 유입되었지만, 개방과 2008년 금융위기가 일어나자 새로운 생산 모델이 개발되었다. 근본적으로 부동산과 관광업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다. 환경, 영토, 사회경제 면에서 포르투갈의 심각한 불평등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당수의 국민은 관심을 못 받고 있다고 느끼며, 위기 때마다 더 큰 이윤을 쌓은 금융과 부동산 분야는 현재 극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극우는 그들에게 더 높은 경제적 이득을 안겨줄 공약을 내놓기 때문이다.

셰가 지도부의 목표는 명확하다. 번갈아 정권교체를 하는 자유당, 사회당의 양당 체제를 종식하고, 신자유주의, 공공치안, 반(反)이민 기치를 내세우며 삼자 구도로 만드는 것이다. 셰가는 부동산과 농업이 주 수입원인 중산층과 자본주의의 가장 보수적인 계층에 의존한다.

총선 당일 저녁 벤투라의 선언은, 50년 전 태동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이들에게 경고처럼 울려 퍼졌다. “오늘 우리는 역사의 한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4월 25일 혁명 이후 우리의 역사와 함께(...), 수십 년간 극좌와 좌파가 지배하고 조작하고, 우리의 경제, 기관, 언론이 동조하고,(...) 아무 말도 못하는 나라였습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4월의 나라가 4월의 실망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포르투갈인들의 기억 속에서 혁명의 기준이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좌파는 이를 다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글·산드라 몬테이로 Sandra Monteiro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포르투갈어판 편집장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Victor Pereira, 『C’est le peuple qui commande. La Révolution des Œillets(1974~1976) 카네이션 혁명은 국민들의 명령이다』, Éditions du Détour, Bordeaux, 2023
(2) Alcides de Campos, ‘M.Caetano partique habilement “la répression dans la continuité” 카에타누는 능숙하게 지속적으로 억압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973년 8월호
(3) ‘Há minorias que se acham acima da lei. Temos tido excessiva tolerância’, 2017년 7월 12일, www.noticiasaominuto.com
(4) Pauline Perrenot, Vladimir Slonska-Malvaud, ‘Le franquisme déchire toujours l’Espagne 스페인을 찢어놓은 프랑코주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11월호
(5) ‘Evolução da Remuneração Mínima Mensal Garantida(RMMG)’, Direção-Geral do emprego e das relações de trabalho, 2023년 11월 17일, www.dgert.gov.pt
(6) ‘Crimes de ódio em Portugal subiram 38% em 2023’, Diário de Notícias, 2024년 2월 9일, www.dn.pt
(7) ‘Texa de desemprego aumentou para 6,6% No 4.° trimestre de 2023 e para 6,5% em 2023’, Instituto nacional de estatística, 2024년 2월 7일, www.ine.pt
(8) Mickaël Correia, ‘La face cachée du miracle portugais 포르투갈의 기적 뒤에 숨겨진 이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