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으로 만나는 블라블라카의 카풀 세계
나는 파비앙(평점 4.8점/후기 30개)이다. 내 첫 카풀은 2009년 장 뤼크(평점 4.8점/후기 65개)의 차에 탔던 것으로, 당시의 경험은 꽤 좋은 기억을 남겼다. 물론 장 뤼크와 만나기 위해 카풀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하는 대단한 뜻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툴루즈에서 파리로 가는 가장 저렴한 교통편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청소년 할인 기차표를 구입할 수도 없는 입장이니만큼 카풀은 사실상 나의 유일한 선택지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에 ‘카풀(covoiturage)’을 검색했고, 검색목록 최상단에 떠 있던 ‘covoiturage.fr’을 클릭했다.
그곳은 꽤 흥미로운 사이트였다. 장 뤼크가 올린 카풀 운행 정보를 살펴보니 내가 원하는 이동 시간대와 딱 맞아떨어졌다. 특히나 저렴한 가격이 압도적인 장점이었다. 나는 곧장 회원가입을 눌렀고, 단 세 번의 클릭으로 회원이 되었다. 카풀 연결 서비스는 무료였다.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지는 금전 거래 역시 전혀 없었다. 카풀 이용을 마친 뒤 운전자에게 직접 돈을 건네며 데려다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식이었다. 2013년 ‘블라블라카(BlaBlaCar)’로 이름을 바꾼 이 사이트의 서비스는 이제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다른 많은 이들처럼 나 역시 어딘가 속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장거리 카풀시장 독점한 블라블라카, 플랫폼 자본주의 산물
여느 스타트업 기업들이 그러하듯 블라블라카에도 한 가지 탄생 스토리가 있다. 블라블라카의 창업자 프레데릭 마젤라는 어느 날 동생의 낡은 차를 얻어 타고 프랑스의 A10번 고속도로를 한창 달리고 있었다. 그때 도로 옆 철로를 따라 기차 한 대가 지나갔다. 표를 구하려고 해도 자리가 없어 탈 수 없었던 바로 그 기차였다. 도로 위에도 수많은 차들이 줄을 지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동승자 없이 운전자 혼자서만 탑승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프레데릭은 생각했다. ‘맙소사, 빈자리가 이렇게나 많았다니. 그 자리들이 기차가 아니라 차 안에 있다는 게 문제지만!’ 그 후 이 사실을 깨달은 프레데릭은 사흘 밤낮 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했다.(1)
2000년대 초, 치솟는 유가와 더불어 인터넷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었다는 건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사실이다. 덕분에 카풀 시장도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프레데릭이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5년이었으나 그가 첫 카풀 사업자는 아니었다. 개중에는 1997년부터 카풀 중개 서비스를 해 온 업체들도 있었다. 당시 그는 단돈 11.84유로에 도메인 ‘comuto.eu’을 사들였고, 2006년에는 2,000유로를 들여 ‘covoiturage.fr’를 매입했다.
하지만 더욱 몸집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했다. 그래서 그는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디지털 장관을 지냈던 피에르 코시우스코 모리제와 훗날 프랑스산업연맹(MEDEF)의 회장이 될 조프루아 루 드 베지외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프랑스의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이사이(Isai)로부터 100만 유로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한편 더 많은 투자금, 특히 달러 자본의 필요성을 느낀 프레데릭은 2012년에 이르러 딜리버루(영국 온라인 음식 배달회사)나 페이스북 등의 투자사로 유명한 미국의 액셀 파트너스(Accel Partners)로부터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번 투자액은 한 자릿수가 늘어난 1,000만 달러였다. 뒤이어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도 또 한 번 자릿수가 늘어난 1억 달러를 투자하고 나섰다.
투자는 계속되었고 2015년 블라블라카의 총 투자유치액은 무려 2억 달러에 달하게 됐다. 2021년, 다국적 기업이 된 블라블라카의 가입자 수는 1억 명을 넘어섰고 기업 가치는 20억 달러에 육박했다.(2) 블라블라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카풀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프랑스 국내에서는 적어도 2014년부터 장거리 카풀 시장을 거의 독점한 상태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블라블라카의 어떤 점을 보고 투자를 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와 같은 이용자들이 블라블라카에 ‘잡혀’ 있으며 ‘커뮤니티’를 이루어 활동한다는 점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마찬가지로 블라블라카 역시 ‘공유 경제’라고도 불리는 이른바 플랫폼 자본주의를 따르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기업들의 수익성은 대부분 시장 내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는 데서 나온다. 사실상 그것이 전부다.
처음에는 무료서비스, 이제는 운임의 7~30%나 유료수수료
블라블라카의 서비스는 본래 무료였다. 그런데 2011년에 이르러 충분한 수준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얻게 되자 수수료가 생겨났다. 하지만 이용자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블라블라카가 장거리 카풀의 공급과 수요를 거의 전적으로 독식하고 있는 탓이었다. 공공의 이익과 연관된 분야에서 독과점이 일어날 경우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블라블라카는 사용자 간 운임 미지불 혹은 일방적 취소 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사 플랫폼을 통한 카풀 비용 거래를 의무화하였는데, 수수료 역시 같은 방식으로 결제되도록 했다. 수수료 비율은 운임의 7~10% 수준으로 운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용자가 다른 운전자로 예약을 바꿀 위험이 높을수록 수수료 비율을 높게 책정하는 식이었다. 현재는 그 비율이 약 30%에 달하고 있다.
블라블라카의 창업자이자 CEO인 프레데릭은 2012년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이러한 수수료 정책으로 이용자들은 신뢰감을 얻을 수 있으며 이 신뢰감이란 것은 가치가 있는, 즉 비용이 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3)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새로운 상대와 새로운 상황에서 신뢰 관계를 쌓는 데에 평균적으로 매달 약 다섯 시간 이상을 들이고 있다. 이 짧다면 짧을 다섯 시간을 유럽 인구 전체로 따져 비용으로 환산하면 무려 4,000억 유로에 달한다. 그저 신뢰감이 부족한 탓에 4,000억 유로라는 큰돈이 허비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제는 시간 낭비를 멈추고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끝내자는 것이다. 수수료 제도를 통해 운임을 받지 못할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점 제도’로 악성 이용자와의 동승을 피할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서로를 평가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이를 신고한다. 이로써 마침내 모두가 안심할 수 있게 된다. 행복한 공생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블라블라카 버스, 대중교통이 우버화된 케이스
디지털 기술 덕분에 우리는 곧 ‘실제 세상’에서처럼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나누어볼 필요 없이도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놀라운 세상에 접어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파비앙은 좋은 이용자입니다, 적극 추천합니다!”라고 적힌 나에 대한 후기를 읽고 있을 때면 개인적으로는 내가 꼭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냉장고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어쨌든 2022년 블라블라카의 비재무 성과보고서의 서문에 적힌 프레데릭의 말을 빌리자면 블라블라카의 이용자들은 “신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그는 “이 신뢰감은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것이며 이용 상대가 직접 작성한 개인별 후기와 ‘평점’을 종합해 형성되는 것으로, 장기간에 걸친 투자 없이는 결코 모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4) 정말 그렇다. 이는 플랫폼 기반 거래에서 큰 강점이 아닐 수 없다. 투자자들이 보기에도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블라블라카의 투자자 명단에 프랑스철도공사(SNCF)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조금 뜻밖의 사실이다. 자본금 전체를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인 SNCF는 2019년 당시 블라블라카의 전신인 코뮈토(Comuto)의 전환사채에 9,000억 유로를 투자하기도 했다.(5) 현재 블라블라카에 대한 SNCF의 지분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6) 그리 큰 비중은 아니다.
그러나 이 지분은 이른바 ‘마크롱 버스’라고도 불리던 SNCF의 도시 간 고속버스 부문 자회사 ‘위버스(OuiBus)’를 블라블라카에 넘기는 과정에서 인수하게 된 것이었다. 2019년 SNCF는 재무보고서를 통해 이 과정에서 “양도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적고 있다.
한편 블라블라카는 카풀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버스 노선 도입을 최적화하였으며, 버스를 ‘우버화’하여 유연성을 극대화했다. 이전에는 SNCF 소속 운전사에 의해 운행되던 것을 이제는 전적으로 외부에 맡기는 식이다. ‘블라블라카버스’에는 소속 운전사도, 소속 차량도 없다. 100% 외주 형태다. 대중교통이 우버화된 케이스다.
프레데릭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르노의 이사회에도 참여한 바 있으며, 블라블라카는 고속도로 운영사인 ‘빈치 오토루트’와도 협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블라블라카의 가장 흥미로운 파트너사는 다름 아닌 토탈에너지스다. 블라블라카는 오래전부터 신규회원 혜택으로 토탈(2021년 토탈에너지스로 사명 변경)의 주유 상품권을 제공해왔다. 게다가 2023년 1월부터 프랑스 정부가 카풀 지원금 제도를 신설하면서 두 기업의 연합은 지속됐다.
토탈에너지스가 돈을 내놓으면 블라블라카가 이를 가져가고, 정부는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에너지절약인증제도(CEE)로 이를 승인해주고 있는 형태다. 실제로 해마다 에너지절약인증제도에는 약 50억 유로의 거액이 들어가고 있다.(7) 방식은 간단한데,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 등에 재정 지원을 해서 에너지 공급 업체가 정부가 지정한 연간 절약 목표를 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히트펌프 설치나 단열 지붕 시공, 그리고 카풀이 있다.
환경보호 내세운 마크롱 정부의 대폭적인 금융지원
토탈은 이처럼 카풀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서 다른 경쟁사들을 제치고 블라블라카의 발전을 돕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정부의 새 지원책은 카풀 업체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다. 2023년 1월 1일부터 신규 카풀 운전자들은 각각 100유로씩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카풀 업체는 첫 카풀 운행이 이뤄질 경우 그보다 더 큰 금액을 지원받으며 운행 횟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가면 두 배 이상의 지원금을 받는다. 블라블라카가 2023년 한 해 동안 이렇게 벌어들인 돈이 1억 유로에 달한다. 같은 해 글로벌 매출 총액이 2억 5,300만 유로였음을 고려한다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8)
사실 이러한 유인책들로 이득을 봐야 하는 것은 서민 운전자일 것이다. 차를 나눠 탄다는 생각 자체가 어쩌면 ‘부자 같지 않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학생들처럼 이동수단은 보유하고 있지만, 여유가 크지 않은 이들이 고려할만한 선택지인 것이다. 실제 조사 결과 카풀 운전자들은 대부분 월 소득 2,000유로 미만, 다시 말해 프랑스의 중위 소득 이하 가구에 속해 있으며, 운전자 네 명 중 한 명은 월 소득이 900유로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9)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는 오로지 환경 보호라는 미명 하에 토탈과 블라블라카의 파트너십에 금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블라블라카에게 좋은 것이 정말 나라에도 좋은 것일까? 철도 파업이 있을 때마다 블라블라카를 찾는 사람들의 수는 급증한다.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아예 “파업 시 카풀 이용을 고려하세요”라고 적혀 있을 정도다. 고속도로협회 측에서는 이 문구가 “당국의 요청으로 게시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글·파비앙 지니스티 Fabien Ginisty
기자, 본 기사는 저서 『BlaBlaCar et son monde. Enquête sur la face cachée du covoiturage 블라블라카와 그 세계 : 카풀의 이면에 대하여』(2024)에서 발췌하여 편집했다.
번역·김보희
번역위원
(1) Frédéric Mazzella, Laure Claire, Benoît Reillier, 『Mission BlaBlaCar : Les coulisses de la création d’un phénomène 미션 블라블라카 : 새로운 현상 탄생의 내막』, Eyrolles, Paris, 2022.
(2) ‘BlaBlaCar fait le plein d’utilisateurs grâce à la hausse des prix à la pompe 유가 상승으로 인해 블라블라카 이용자 급등’, <Les Échos>, Paris, 2021년 1월 19일.
(3) ‘La confiance, moteur de partage : Frédéric Mazzella at TEDxPantheonSorbonne 신뢰는 공유의 동력 : 프레데릭 마젤라 TEDx소르본1대학’, 2012년 12월 19일, www.youtube.com
(4) ‘Premier rapport d’impact de BlaBlaCar 블라블라카 첫 번째 영향 평가 보고서’, 2023년 6월 12일, https://blog.blablacar.fr
(5) ‘Rapport financier annuel groupe SNCF SNCF그룹 연간 재무보고서’, 2019년 12월 31일 https://medias.sncf.com
(6) Pauline Damour, ‘Pepy (SNCF) et Mazzella (BlablaCar) : “les raisons de notre alliance” 페피(SNCF)와 마젤라(블라블라카) : “우리가 연합하는 이유”’, <Challenges>, Paris, 2018년 11월 13일.
(7) Matthieu Glachant, Victor Kahn, François Lévêque, ‘Une analyse économique et économétrique du dispositif des certificats d’économies d’énergie 에너지절약인증제도(CEE)의 경제학 및 계량경제학적 분석’, i3-Cerna, 2020년 10월, www.cerna.minesparis.psl.eu
(8) Cf. Adrien Sénécat, Maxime Vaudano, ‘Derrière le succès de BlaBlaCar, un contrat secret et des économies d’énergie surévaluées 블라블라카의 성공 뒤에는 비밀 계약과 과대평과된 에너지절약 효과가 있었다’, <Le Monde>, 2024년 4월 6일.
(9) Mathieu Chassignet (dir), ‘Enquête auprès des utilisateurs du covoiturage longue distance 장거리 카풀 이용객 대상 조사’, Agence de l’environnement et de la maîtrise de l’énergie (Ademe), Angers, 2015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