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서 민중가요까지

Spécial 오늘의 중국

2012-08-13     레오 드 부아지송

요즘 젊은이들은 어떤 노래를 듣는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지만 나이에 따라 다르고 사회계층에 따라 다르다. 청소년들은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고 부유한 젊은이들은 힙합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새로운 현상이라면, 아직까지는 극소수이지만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노래들이 등장하고 축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상점가의 한 미용실, 잡음이 찍찍거리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거리에 울려퍼진다. 두 명의 젊은 미용사가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노래의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휴대전화를 두들겨대고 있다.

디스코텍에서 듣는 것처럼 알기 쉬운 멜로디, 중독성 있는 리듬, 'I miss you, I miss you everyday'처럼 아주 초보적인 영어 문장을 연결한 나긋나긋한 노랫말. 요즘 인기 있는 수많은 소녀 가수들 중 한 명인 이시(Yixi)가 부르는 이 노래는 다른 노래들과 비슷비슷하다.

이런 사랑 노래를 '카우스거'(叩詩歌·Saliva Song)라 부른다.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전염성 강한 이 노래들은 대도시와 농촌에서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혹은 노래방 등 어디에서든 들을 수 있다.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간에, 어느 누구의 머릿속에서도 떠나지 않는다. 대만의 톱스타 저우제룬이나 섹시 여가수 차이이린 등에 의해 표준 중국어나 광둥어로 번역되어 불리는 이런 노래는 저스틴 비버, 마돈나, 마이클 잭슨 같은 해외 아티스트들의 노래와 번갈아 나온다. 엘렌(프랑스의 <엘렌과 소년들> 시리즈물 주인공인 왕년의 스타)이나 야니(지금은 잊힌 그리스 가수)처럼 자국에서는 완전히 한물가고 중국에서 제2의 인생을 찾은 가수들의 노래가 나오기도 한다.

유행음악이 주도권을 갖는 장소에서는 플레이백 녹음반주를 틀거나 노래 한 곡(어떤 곡은 1980년대 말 히트곡을 리메이크했다)을 수십 번 반복해 내보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불행하게도 팝음악이 세계적으로 획일화되면서 이런 현상이 유독 중화제국에만 존재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창조적 발전을 저해하는 만성적 해적 행위(불법복제)는 중국 시장의 특징이다.

"지적재산권 존중에 대한 생각이 부족해 혁신을 방해한다. 팝가수들은 싱어송라이터(가수 겸 작곡가)라기보다 마케팅 제품에 가깝다. 그들은 기껏해야 서너 곡이 수록된 CD를 만들어내고는 상업적 콘서트나 광고 덕택에 먹고산다." 모던 스카이의 프로모션 책임자였다가 현재는 포털사이트 소후닷컴(Sohu.com)의 음악 분야 디렉터로 있는 제임스 장의 말이다.

"우리 업소 오는 애들 반항아 아닌 소비자들"

앞서 말한 두 미용사 중 한 명인 뤼강은 저우제룬의 열렬한 팬이다. 그의 발라드곡에 감동받기도 하고 알앤비(R&B)(1)도 좋아한다. 그는 "저우제룬은 위대한 아티스트"라며 "자기가 곡을 쓰고(중국 쇼비즈니스계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사랑을 노래하는 동시에 가족의 가치를 말한다"고 설명한다.

아시아에서 저우제룬은 마돈나 부럽지 않다. 매년 수백만 장의 앨범(물론 불법복제본은 제외한 수이다)이 팔리고, 대형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형광봉을 흔들며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팬들로 꽉 찬다. 콘서트 퍼포먼스는 하나하나 치밀하게 조직되고 무대연출은 화려하다. <슈퍼 제너레이션>이라는 타이틀의 최신 앨범 프로모션 투어에서 그는 인조 보석으로 장식된 무사 복장을 하고, 깃털로 만든 기타를 든 채 공중 부양하는 큰 거품 모양의 공 안에 들어 있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나중에는 레이스로 된 레딩고트 차림으로 등장해 꽃으로 장식된 그랜드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기도 했다.

뤼강은 저우제룬 말고는 에이핑크, 틴탑, 2AM 등 K팝 가수들을 좋아한다. 한류는 2000년대 중반 J팝 열풍의 뒤를 이어 중국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지역 인터넷 매체는 한국 젊은 스타들의 소식으로 꽉 채워진다. 가수뿐만 아니라 TV 연속극의 남녀 배우들 또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사이버펑크에서부터 옥스퍼드 대학생 스타일까지 여러 가지 스타일이 뒤섞여 있지만 그래도 항상 멋지기만 한 한국의 보이밴드들은 수많은 청소년 추종자들을 끌어모은다. 비위생적인 싸구려 식당에서 진행되는, 프랑스의 <누벨스타>('뉴스타'라는 뜻)에 해당하는 중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블라서밍 플라워>에 참여하는 것 같은 옷차림을 한 청소년들의 모습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의 일부러 꾸민 듯한 스타일은 침울한 거리 모습과 확연하게 대비된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사는 마을의 단조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준농촌 지역으로부터 베이징이나 상하이로 일자리를 찾아온 청소년들이다.

괜찮은 집안의 젊은이들 역시 한국식 '블링블링' 문화에 빠져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외에도 미국의 모든 상업적 힙합을 아낀다. 1980~90년대 부유한 신흥중산층의 외동 아들딸로 태어난 독자세대 청소년들은 중국어로 '시하'(힙합)라 불리는 이 유행이 예찬하는 부의 모든 외관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고급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된 승용차 안에서 릴 웨인와 카니예 웨스트, 비욘세의 음악을 들으며 저녁마다 도시를 누비고 다닌다. 물론 좀더 강력한 주장을 하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룹들도 있지만 브레이크댄스 그룹이나 외모지상주의에 묻히고 만다.

베이징의 초대형 디스코텍 중 한 곳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왕웨이는 "우리 업소를 찾는 청소년들은 반항아가 아니라 소비자들"이라며 "그들은 자신과 친구들을 위한 테이블 예약과 매그넘 사이즈 위스키, 그리고 가라오케 순례를 위해 하룻밤에 1천 유로를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글로벌화한 상업적 맥락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은 여전히 창조적 무대의 역사적 명소다. 상하이보다 좀 덜 매력적이고 덜 국제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베이징은 특별한 예술적 탐구심을 가지고 있다. 강한 지역적 정체성을 간직하면서도 세계화를 소화해내는 독특한 베이징만의 방식에 예술적·음악적 창작에 적합한 분위기가 덧붙여진다.

덩샤오핑 치하에서 밀수입된 품목인 록음악은 상대적으로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비틀스와 이글스의 초기 카세트들은 대학가 상점 깊숙한 구석에서 나왔다. 그곳은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모든 상품(영화·책·해외 음악)들을 찾아낼 수 있는 알리바바의 동굴이었다. 개인주의적·자유주의적 정신을 가진 록음악은 1989년 학생들에게 음(音) 테이프 역할을 했고(특히 톈안먼 광장에서), 6월 탄압으로 이상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의 생활 속으로 계속 파고들었다. 이 흐름의 선두주자인 가수 추이젠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 참여적 내용이 담긴 중국 록음악의 도래에 일획을 그었다. 그 이후에 첫 펑크 세대인 두웨이, 탕 다이너스티 밴드가 베이징대·칭화대 등의 명문대와 소규모 언더그라운드 바가 밀집해 있는 우다오커우 대학가에 등장했다. 그리고 록음악은 분화됐고, 섹스 피스톨즈에서부터 너바나, 조이 디비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향을 받은 각종 얼터너티브록이 탄생했다.

2000년대에는 CD롬 불법복제에서 불법 다운로드에 이르기까지 인터넷과 해적판 제품의 간접적 '혜택' 덕분에 수백만 명의 중국 젊은이들이 유럽 문화와 미국 문화의 여러 층을 발견하게 됐다.

현재 베이징의 젊은이들은 독일의 크라우트로크, 신세틱 팝, 동유럽의 실험음악, 베를린의 테크노를 아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두반닷컴 같은 소셜네트워크에는 모든 종류의 예술적 경향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 비디오들이 넘쳐난다. 이는 결국 젊은이들이 대중적인 유행과 상반되는 첨단 취향을 과시하면서 자신들의 개성을 확인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초기 펑크 그룹 중 하나인 브레인 페일러(Brain Failure)의 가수로 현재까지 활동하는 샤오룽은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보다 훨씬 요구하는 것이 많다"면서 "1998년에는 함께 모여 포고춤(펑크나 록 콘서트에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뛰며 서로를 밀치는 춤)을 추는 것만으로 대중이 열광했다. 기기는 조악했지만 분위기만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베이징의 주말, 중국 로커들과 젊은 외국인들이 뒤섞인 관중들이 우공이산, 2Kolegas, 마오(MAO) 같은 콘서트홀에 삼삼오오 모여든다. 그곳에서 해외 투어 중인 외국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다. 특히 카식카스(Carsick Cars), 레트로(Re-Tros), 서브(Subs), 옴니포턴트 유스 소사이어티(록그룹, 포스트록과 펑크), AK47, 미저러블 페이스(Miserable Faith) 같은 중국 아이돌의 노래를 듣는다. 에이전트들과 해외 커넥션, 그리고 마이스페이스나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사이트들을 통해 몇몇 베이징 신예 그룹들은 넷상에 진입해 해외에 이름을 알리기에 이르렀다. 몇 년 만에 레트로, 카식카스, 뉴팬츠(New Pants)는 저명한 뮤직 페스티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웻(SXSW)과 미국의 코첼라(Coachella)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그들 대부분이 세계 대중에게 좀더 손쉽게 다가가기 위해서 영어로 노래하는 쪽을 택했다. 내몽골 출신으로 지금은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항가이(Hangai) 같은 그룹은 1천 년 넘게 전해 내려온 출신 지역의 전통음악과 록의 혼성을 시도하고 있다.

25살 이하만 4억 명… 발전해나갈 문화산업

오늘날 록음악과 록집단은 1990년대보다는 덜 위험하게 여겨진다. 중국 정부가 문화산업을 우선개발 목록에 올린 이후 베이징(미디 페스티벌 또는 스트로베리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장쑤성, 광둥, 푸젠 등 중국 전역에서 페스티벌이 탄생했다. 25살 이하 청년층만 해도 4억 명에 달하는 중국이 음악의 영리적 가능성을 파악한 것이다. 페스티벌이 '사회주의' 풍속을 존중한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중국 정부는 대부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검열은 절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스트로베리 페스티벌에는 5만 명이 운집했다. 반대로 장쑤성 쑤저우에서 열리기로 한 페스티벌은 마지막 순간 당국에 의해 취소되었다.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마이크로블로그를 통해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확산하려 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자택연금 상태에 있는 화가 아이웨이웨이에게 자유를 요구하는 "아이웨이웨이에게 자유를!"이라는 메시지에 정부가 즉각 진화 명령을 내린 것이다.

록 운동은 여전히 감시 대상이다. 록 운동이 올스타나 리바이스 같은 파트너 브랜드와 교대하면서 유행 형태로 표현한다면 허용된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전복적이면 당국이 자유의 바람을 차단해버린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티스트들은 현 사회를 말하는 방법으로 음악을 이용한다. '쭈오샤오쭈저우'(Zuoxiao Zuzhou·주로 '저주하우'라 부른다)나 관용과 검열 사이를 피해 다니는 저우윤펭이 그런 경우다. 저주하우는 톰 웨이츠 방식으로, 저우윤펭은 밥 딜런 방식으로 세계의 아름다움과 추함, 권력의 남용과 정부의 무관심을 노래한다. 저우윤펭은 특히 <중국의 아이들>이라는 노래로 유명해졌다. 이 노래는 화재가 발생한 날 공무원들의 늦장 대응으로 수백 명의 아이들이 사망하고 만 사건을 노래한 것이다. 저주하우는 아이웨이웨이와 함께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때 공공건설 사업을 담당한 기업이 제공한 불량저질 자재로 건축된 학교 건물 잔해에 매몰된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를 노래로 만들기로 했다.

콘서트와 블로그를 통해 저주하우와 저우윤펭은 그들의 음악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사회참여에도 관심을 보이는 수만 명 팬들의 주의를 집중시킨다.(2) 물질만능주의와 해외 트렌드를 넘어서 소수 중국 젊은이들은 가까운 주변을 기준으로 삼아 시민으로서 양식을 키워가고 있다.

2012년 중국 젊은이들은 거대한 동시에 복잡하다. 그들은 음악에 가치와 욕망을 반영한다. 주류 팝, 로큰롤, 그리고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이 차례차례 도시와 농촌의 삶을, 희망과 우울을, 동양적인 욕망과 지역적 창조의 도래를 노래한다.

제임스 장은 이렇게 말한다. "젊은이들 사이에 독자적 문화가 형성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음악 취향과 미학적 센스는 경제발전에 필요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개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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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 드 부아지송 Léo de Boisgisson 86/33 Link & Kaiguan 공동 설립자. 베이징에 살면서 중국-유럽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번역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1) R&B: 1950~60년대 아프리카계 미국 흑인들의 리듬 앤 블루스에서 출발, 이후 힙합과 소울을 결합한 상업음악 스타일을 지칭하는 표현이 되었다.  
(2) 저우윤펭의 팬은 26만 명으로 공식 집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