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의 슬픈 마리오네트 인형들

Spécial 오늘의 중국

2012-08-13     사라 오펜하임

문화혁명 동안 만신창이가 돼버린 유형·무형 문화유산 보존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중국 산시성 허양의 오래된 전통 마리오네트 인형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그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보호막이가 덮여 있는 몇 개의 나무 상자 안에는 40여 개의 먼지투성이 마리오네트(머리, 몸체, 팔다리에 붙인 끈과 막대기를 이용해 조작하는 인형)가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천천히 곰팡이가 슬어가고 있다. 그것들이 허양에서 1천 년 넘게 이어져온 중국 전통 최후의 잔재라고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산시성 동쪽 경계에 위치한 허양 마을퇴직기금 건물의 콘크리트 정원 한쪽 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마리오네트 인형들은 신이공연단 책임자인 당펭주 여사의 것이다. 작은 키에 통통하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당 여사는 이 지역 전통을 대변하는 최후의 인물 중 한 사람으로, 2006년 중국 정부가 '현존 인간문화재'로 지정했다. 자신이 가진 기술로 살아가고, 또 그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연간 8천 위안(약 830유로)의 연금을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녀는 한 번도 그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전통예술의 보존은 중국 문화정책에서 중요한 작업이다.

중국은 이 분야의 선구자에 속한다. 2005년 중국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존 협약(PCI)을 승인했다. 이 협약은 세계 각국이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전통 표현 양식들을 선정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 협약이 그들의 소프트파워를 확장하고, 해외에서의 중국 이미지를 개선하며, 중국의 문화관광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임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대중예술 보존 정책의 일환으로 허양 정부는 허양 마리오네트 보호센터 개설을 위해 최근 베이징으로부터 20만 위안(약 2만2천 유로)의 지원을 얻어냈다. 허양 도심에 보호센터 간판은 걸었지만 건물은 텅 비어 있다. 콘텐츠를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마리오네트 전문가도, 전시할 컬렉션도 하나 없다.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예전에는 황하 가장자리에 있는 이 지역에서 마리오네트는 하나의 관습과 같은 것이었다. "마리오네트를 보지 못한 사람은 허양을 제대로 본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50년간의 정치·경제적 격변은 2천 년 넘게 전해 내려온 이 마을의 전통을 단절시키기에 충분했다. 20세기 초, 청 제국이 몰락하고 1911년 공화제 중화민국이 탄생할 때만 해도 '반은 농부, 반은 예술가'라 할 수 있는 농민들로 이루어진 인형극단이 70여 개 활동했다. 마오쩌둥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을 때에도 이 지역에는 유명한 20여 개의 인형극단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대에 뒤처진 것'과의 투쟁, 그리고 문화혁명이 상황을 바꾸어놓았다. 인형극은 혁명 영웅들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안의 거리 공연에 뛰어들 생각까지 하다

1980년대 민주화와 더불어 지역 지도자들의 추진으로 허양의 마리오네트 인형은 새로운 영광의 순간을 맞았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발전과 TV 같은 새로운 여가 수단의 발전, 그리고 농경 리듬의 변화는 인형극에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예전에는 사찰 축제, 잔치, 장례 등 큰 행사에 늘 인형극이 함께했음을 생각하면, 오래된 전통예술보다 더 쇠락한 것은 바로 집단의 유대와 지역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정부의 인형극단은 관광지에서 민속공연을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고, 대중 극단의 공연을 볼 기회는 다섯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다.

당 여사는 "공식 공연단이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들의 기술과 예술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지역정부와 허양 공식 공연단의 '무능함'과 '뒷거래'를 비난한다. 그녀는 한 푼의 보조금도, 연금도 받지 못한다. 마을퇴직기금 건물의 수위로 일하는 남편이 한 달에 800위안(약 87유로)을 받으며 아들과 함께 20㎡ 아파트에 살고 있다. 무대 위에서 일생을 보냈지만 그녀의 인형들은 이제 고작 1년에 다섯 번 정도 빛을 볼 뿐이다. 당 여사는 산시성의 성도 시안으로 이사하려 한다. 그곳에서 관광객을 위한 공연을 하며, 남편과 함께 석고에 칠을 한 얼굴만 있는 작은 마리오네트 인형을 만들어 팔 생각이다. 그녀는 "지금 나는 60살밖에 되지 않았고, 아들 결혼도 시키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당 여사와 마찬가지로 64살의 궈추이쳉도 이 지역 최후의 민간 극단 중 하나의 책임자였다. 그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존 협약의 날 공식행사가 열린 2005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공연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2년 전에 시안으로 떠났다. 세 아들 중 어느 누구도 그의 뒤를 이으려 하지 않아서, 그는 기술을 전수할 수 없었다. 그 후 그는 당나라 시대의 전통 건축물을 흉내낸 웅장한 쇼핑센터들이 들어서 있는 거대 관광단지 광장의 민속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무형문화유산 보존의 명소가 되기 원하는 가족적 분위기의 셀프서비스 레스토랑이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산시성의 특산물을 맛보고, 수공품을 싼값에 구입하고, 짤막한 인형극 공연을 관람한다. 궈추이쳉은 2시간마다 당나라 시대 의상을 입고 식당 문 앞에서 민속식당임을 알리는 영업을 한다. 손님을 끌기 위해 타악기 소리에 맞춰 몇 분간 공연을 한다. 나머지 시간에는(하루 12시간) 공연을 요구하는 고객들을 끈기 있게 기다린다. 식사를 제공받고 한 달에 1천 위안(약 110유로)을 받으며, 한 달에 나흘은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 이 지역의 오래된 마리오네티스트(마리오네트 인형 조종사)들 사이에는 운 좋은 사람으로 여겨진다.

털모자를 쓴 루자오싱은 도시로 떠나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그 점을 퍽 자랑스럽게 여긴다. 65살인 그는 황하에서 10여 km 떨어진 메마른 황갈색 흙으로 덮인 이 마을에 여전히 산다. 마당을 한가로이 돌아다니는 암탉들 사이에 있으면 시안이 멀게만 느껴진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최후의 마리오네트 조각가인 그 역시 '무형문화유산 후계자'로 지정받았는데, 당 여사와는 달리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에서 지정받은 것이다. 산시성은 무형문화유산이라는 개념이 지역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재정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했다. 콘텐츠가 풍부한 산시성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산시성의 보존 계획이 야심찬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좀 다르다.

이론적으로 루자오싱은 2006년 이후 최소한 자신의 기술을 전수할 5명의 후계자를 교육할 수 있었을 것이고, 허양에는 마리오네트를 제작·판매하는 작업장과 박물관이 들어서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집 근처에는 작업장도, 박물관도 없다. 물론 제자들도 없다. 끈질기게 싸운 끝에 그는 2009년 연간 4천 위안(약 440유로)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금액은 그가 받아야 할 금액의 절반에 해당하고, 그의 유일한 수입이다. 나머지 금액은 관료 행정의 복잡한 절차 속에서 증발해버렸다. 극단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에 그는 아무것도 팔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당 여사나 궈추이쳉과 달리 자신의 방식을 시장의 요구에 맞춰나갈 생각이 없다. "마리오네트 인형 하나를 만드는 데 많은 돈이 든다. 이 기술은 이익이 남는 장사가 아니다. 국가의 재정 지원 없이는 자유주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예전에 마오 치하에서는 생활비가 덜 비쌌다. 1위안으로 많은 것을 살 수 있었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됐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이 직업을 계속할 수 없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농부인 그의 아들은 뒤를 이으려 하지 않는다.

40대인데도 상당히 허리가 굽은 리샤오강은 마리오네티스트들의 운명을 여전히 걱정하는 유일한 사람처럼 보인다. 마을 일을 담당하는 그는 남는 시간에 마리오네트 인형들을 돌본다. 당연히 지역 문화부서가 해야 옳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돌보지 않는 일을 그가 담당하고 있다.

극작가이자 연구원이기도 한 그의 할아버지는 마리오네티스트들에게서 구전 전통을 수집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리샤오강은 이 일을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전통 공연 레퍼토리 100여 작품에 대한 40여 편의 대본을 수집했다. 실제로 그 역시 관광 마리오네트들을 제작해 상업화하고 싶어 한다. 적절한 가격의 수공예품, 다시 말해 최대 10위안(1유로 약간 넘는 가격) 정도 하는 플라스틱 인물 인형들을 만들어 파는 것이다. 그는 허양의 마리오네트 인형이 수익성 좋은 무형문화유산 시장과 산시의 대량 수공업 시장에 다시 들어가게 되기 바란다. 허양의 마리오네트들이 마오 티셔츠와 자수 덧신과 함께 시안의 진열대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당 여사의 마리오네트 인형들은 허양의 퇴직기금건물 마당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계속 곰팡이가 슬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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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오펜하임 Sarah Oppenheim 2012년 5월 프랑스를 순회공연한 연극 <지옥의 심판자 처형>의 연출자.

번역 | 김계영 canari6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