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기지 맨섬을 아시나요?

2012-08-13     필리프 리비에르

티켓 하나에 2천만 달러인 달 관광이라… 아직은 티켓값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지난 6월 19일부터 두 기업이 판매에 나섰다.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이라는 두 강대국 간 맞대결인 초창기 우주탐험 경쟁은 21세기에 접어들어 아마추어들에게 넘어갔다. 바로 미국의 스페이스어드벤처나 맨섬에 있는 엑스칼리버알마즈 같은 민간기업에 말이다.

영국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아이리시해 중앙에 위치한 인구 8만의 작은 섬나라, 맨섬(Isle of Man)의 전설 속 도깨비 요정 '피노데레'(털북숭이)는 근면한 어부와 농부를 돕는 것이 즐거움이었다.(1) 밤사이 농작물을 수확해놓거나, 오두막을 짓는 데 필요한 돌을 마당에 쌓아놓기도 했다. 새벽에 일 나온 어부들을 위해 그물과 어선을 말끔히 수리해놓는다.

이제 맨섬 요정의 요술지팡이는 다름아닌 면세 천국이다. 수혜자들은 더 이상 어부나 농부가 아닌, 2004년부터 새롭게 우주 정복에 나선 사람들이다. 아일랜드해 한가운데 있는 맨섬은 양떼 천국이며, 날씨가 좋으면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영국, 멀리는 웨일스의 해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작은 섬나라를 전문기관 어센드는 유인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킬 수 있는 차세대 국가 순위에서 다섯 번째로 지목했다.(2) 어떻게 주민이 8만5천 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섬나라가, 연구소는커녕 대학도 없어 대학 진학을 하려면 해외로 가야 하는 섬나라가 '라이트플라이급이 아닌 헤비급'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어떻게 우주탐험 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된 것일까?

대학도 없는 작은 섬나라

수도 더글러스에서 비즈니스와 관공서가 집중된 구역은 어선과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작은 항구 근처 협소한 지역이다. 맨섬 상원의회 소속 알렉산더 다우니는 우리를 국회인 타인왈드에서 맞이하며 바이킹에 뿌리를 둔 이 초미니 국가의 역사를 상기시켜주었다. "우리 맨섬 의회는 회기가 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회기를 지속해온 국회 중 세계 최고령 국회입니다. 이런 정치적 안정성은 전통적인 정당제의 부재 덕분입니다. 24명의 하원의원 대부분이 독립적인 무소속이며, 따라서 의회는 합의와 개개인의 투표 의사에 따라 기능합니다." 매년 7월 5일 섬 서쪽의 작은 마을 세인트존, 하원의원 전원이 결혼 케이크를 연상시키는 언덕에 모여 그해 가결된 법률을 공포한다.

엘란 반닌 전 산업무역부 장관은 "맨섬은 마치 중소기업과 같은 역동성을 토대로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여건과 수요에 맞춰 법률도 변화하고 위험 감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04년 맨섬이 줄리앙 오르드에게 바이크 레이싱 경기 창설 추진 허가를 주기 위해 법률을 채택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제한속도가 시속 32.3km인 영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투어리스트 트로피'(Tourist Trophy) 레이싱, 일명 TT레이싱은 순식간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레이싱 경기가 되었다. 매해 경기 기간에 4만 명의 관광객이 맨섬을 찾으며, 수도 인구는 2배가 된다. TT레이싱은 매년 5명에서 많게는 10명의 사망자를 내는데, 지난 6월에는 훈련을 시작하기도 전에 바이크 레이서 4명이 사망했다.

오래전 맨섬의 어부와 농부들의 생활은 고달팠다. 섬 주민에게 충분한 식량을 공급할 여력조차 없어 맨섬은 청년층의 해외 이민을 장려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섬 북부 랑크시 광산의 유명한 사진들은 섬 주민들이 배고픔에 허덕임을 보여준다. 맨섬은 영국 근해 블랙풀 맞은편에 있어, 20세기 초 관광산업에 새로운 고용 창출을 가져왔다. 또한 전세기 도입은 기후가 좋은 지역으로 휴양객 수의 증가를 가져왔다. 더글러스에서는 1970년대에 들어서며 역외금융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며 섬의 큰 고용 창출 산업이 되었고, 맨섬에서 실업률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관광업·어업·농업은 전체 일자리의 3%에 지나지 않는 반면, 은행·보험·기업서비스 분야는 27%로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위험 감수, 시장에 대한 민첩한 대응, 공정한 과세(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대부분은 맨섬이 면세 천국이 아니라 했으니 말이다), 기업과 협동하는 정부, 정치적 안정, 모든 재산 형태에 대한 안전성, 고도로 안정되고 신중한 금융제도 등 맨섬이 갖춘 장점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 장점들만으로 우주 정복의 선두를 차지하기는 무리다. 우주 정복에 대한 수요에 부응해서 가능했는데, 바로 강대국들의 우주를 향한 야심이 남긴 잔재를 토대로 형성된 수요였다.

더글러스 최초로 2004년 우주산업 분야 전문교육을 이수한 톰 마허 기업전문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가 우주선 분야에서 철수하고(3)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정부가 예산 삭감을 결정하면서 우주산업은 전적으로 상업성을 띠게 되었습니다. 유관 정부기관은 민간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되었고, 국제우주정거장도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우주선 정착역이 될 것입니다. 지구에서 가까운 행성의 수송과 관련해서는 점차 민간기업 소속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유관 정부기관은 더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 탐사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주산업 분야에 대한 민간 영역 진출이 더 활발해질수록 규제와 과세 측면에서 기업에 유리한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해외기업 창립전문 신탁회사 카벤디시트러스트의 티나 로울린슨 상무 의견도 마찬가지다. "우주산업 시장은 작지만 수치상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우주가 국제시장화되면서 그동안 모든 이들의 비웃음을 사온 가격도 주요 관건이 되었습니다. 전략상이든 우연의 일치든, 요즘 우리는 참가하는 콘퍼런스마다 우주산업에 관심 있는 기업이면 맨섬으로 진출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보험에 대한 면세 덕택에, 예를 들어 인공위성 한 대의 수명을 통틀어 운영 기업은 1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마치 일반 기업들이 중국이나 인도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로울린슨의 동료인 프리테시 데사이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시각의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 간 공조가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지만, 국가들의 정치적 동기나 무언가를 증명해보겠다는 욕구는 약화되었습니다. 우주를 향한 국가 간의 경쟁은 쇠퇴했고, 중국이나 인도가 현재의 충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주 정복에 앞다투어 나서지 않는 한, 국가기관은 민간기업에 밀릴 것입니다. 민간기업들은 단순히 인공위성뿐 아니라 우주관광과 마이크로 중력 상태 체험에까지 관심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맨섬의 국적과 세제, 재산세도 혜택을 받는 항공업과 해운업이 우주산업과 어느 정도 공통점을 보이기는 하지만, 우주산업은 다른 산업과 차별되는 독특한 분야이다. 미국의 경우, ITAR(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군수품 수출 관련 규제)에 의해 1999년부터 민군 겸용 기술의 수출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그런데 우주선 로켓의 엔진은 미사일 엔진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마허 변호사는 "현재까지 이런 방식의 규제 때문에 기업이 해외로 이주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미국 기업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해외 기업과 일정 기술을 공유하려는 경우, 그 선택의 폭은 매우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맨섬은 ITAR 규제 측면에서 영국과 같은 특혜대우를 받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인공위성 분야에 진출한 세계 54개 기업 중 30개 기업이 맨섬에 법인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부터 맨섬은 이 기업들에 '우주 주차공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인공위성 궤도점을 부여해주고 있는데, 맨섬 출신의 크리스 스토트가 설립한 기업 '맨새트'(Mansat)와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해서이다. 이안 재릿트 금융담당자는 "미국 우주비행사 니콜 스토트의 남편이자, 록히드마틴이나 보잉사 같은 기업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크리스 스토트는 맨섬을 우주산업의 궤도에 올려놓으려 했고, 자신의 능력과 인맥을 십분 활용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크리스 스토트는 엑스칼리버알마즈라는 우주관광 기업을 설립했고, 소비에트연방으로부터 우주기지를 사들여, 섬 북쪽 격납고에 보관하고 있다. 부유한 은퇴자들에게 달 관광 상품을 판매해 우주기지를 다시 활용할 계획이다.

맨섬 정부도 '국제적으로 우수한 평가'에 대해 자부심이 높다. 무역부 우주산업국장 팀 크레인은 "우리는 투명성 부분에서 주요 20개국(G20) 내 우수국 리스트에 오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세제 시스템 요건을 모두 충족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단순히 맨섬의 세제뿐 아니라 맨섬이 스트라스부르 국제우주대학에 전문가들을 보내는 등의 노력을 통해 얻은 전문성을 높게 평가합니다. 맨섬의 새로운 역할을 여실히 드러내는 예로, SDA(Space Data Association·우주데이터협회) 같은 비정부기구가 맨섬에 설립을 결정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위성 운영자들 간 협조는 운영자들이 보유한 인공위성의 궤도 정보를 모두 집계해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혹시 발생할 충돌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궤도를 예측하고, 충돌 위험 정도에 따라 궤도 수정을 목표로 한다. 법무법인 케인스 소속 변호사 헤터 고든은 "사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과거 국제적 규제가 풀지 못한 실질적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인스의 주요 고객들은 세계적 인공위성 운영 및 발사 기업들이다. 이와 비슷한 접근 방식으로는, 여러 인공위성 간의 주파수 충돌을 막기 위한 주파수 관리 협조책을 들 수 있다. 기술적 원인으로 교신이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시간당 손해 비용이 10억 유로 이상이기 때문이다.

고용 창출은 16명, 그러나 수익은 수백억

이미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교육과 국가 연구의 큰 수혜자가 된 우주산업에 대한 무과세 정책으로 인해 맨섬이 우주산업의 납세 의무 회피를 조장하지 않는가? "각국이 법을 개정하려 한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현 상황이 다른 나라의 구미에 맞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어쨌건 현 상황은 맨섬에 간접적이지만 괄목할 만한 이득을 주고 있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통해 맨섬은 2005~2013년 동안 약 3400만 파운드의 세수를 확보했다. 맨섬의 민간 부문은 2011~2013년 동안 160억 파운드의 수익을 낼 것이다. 그러나 우주산업 분야 풀타임 고용 창출은 고작 16명뿐이다.

그렇다면 맨섬은 단지 서류작업만 하는 곳이라는 뜻인가? 맨섬 상원의회 소속 알렉산더 다우니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한다. "물론 맨섬에 수천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공장이 들어설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20~50명의 직원을 둔 소규모 정밀작업소들이 들어서기 바랍니다. 예컨대 로켓 엔진 부품을 제작하는 곳 말입니다." 이미 맨섬 내 이런 종류의 정밀작업소가 들어서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우주산업 분야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더글러스 북쪽에 위치한 온찬에는 1972년부터 고에너지 레이저용 렌즈를 생산하는 CVI 테크니컬 옵틱스 제작소가 있는데, 2008년 화성탐사 로봇 '피닉스 마스 랜더'의 화성탐사 레이저 원격탐사기가 이곳에서 제작되었다. 그 밖에 맨섬에는 사출좌석 제작소가 있는가 하면, 롤스로이스 비행기 엔진 부품을 납부하는 공장도 들어서 있다. 드비어스사도 모조 다이아몬드 제작소를 두고 있다.

마허는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맨섬 주민 중 어린 소년이 섬에서 우주로 위성을 발사하는 법을 발견할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목표는 아닙니다. 각국은 전문화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우주로 로켓을 발사할 수는 있지만, 그곳에 기업을 세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카이퍼벨트 내 태양계 끝에서 채취한 광물을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으로 운반하는 것은 가능한 선택이지만, 맨섬으로 이를 수송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맨섬의 강점은 바로 사업 거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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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프 리비에르 Philippe Rivér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 | 김윤형 hibou98@naver.com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 졸.

(1) Edward Callow, 피노데레와 맨섬의 전설들, J. Dean & Son, 런던, 1882.
(2)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다음이며, 영국와 이란을 앞선 순위이다. ‘달로의 귀환 경쟁과 참가자들: 인간의 달 착륙을 재현할 다음 나라는 어디인가?’ <스페이스인텔리전스> 뉴스(Ascend), 서튼, 2010년 8월호 참조. 화성발 유인 우주선 첫 발사에 대한 분석 결과는 러시아, 미국, 중국 순이다.
(3) 1981년 4월 12일부터 2011년 7월 21일까지 총 135번 우주선을 발사했다. 5대 중 2대가 실패해 승선한 승무원들과 함께 희생되었다. 1986년 1월 28일 발사 73초만에 폭발한 ‘챌린저’호와 2003년 2월 1일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중에 대기권에서 폭발한 ‘컬럼비아’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