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제8의 신대륙

2012-08-13     필리프 리비에르

 "지구에서 태어나 화성에서 죽는 것도 꽤 멋져 보이지 않나요? 아, 물론 두 행성이 충돌하는 순간은 아니면 좋겠지요"라고 반쯤 농담조로 말하는 엘론 머스크는 희색이 만연한 얼굴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페이스X사 사장 머스크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성공한 후, '어디로 눈을 돌릴 것인가' 생각 끝에 우주산업에 진출한 기업가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온라인 결제서비스 기업 '페이팔'(Paypal)의 창립자이다. 지난 5월 31일 무사 귀환한 그의 우주선 '드래곤'호의 성공은 우주산업사에 한 획을 그었다. "'스푸트니크'호와 냉전시대의 우주 경쟁 역사를 지나 새로운 민간 우주선 시대를 맞이한 후, 상업 목적으로 민간기업이 개발한 우주선 발사가 거둔 최초 성공은 분명 역사의 큰 사건임이 분명하다"고 전문지 <플라이트 인터내셔널>은 보도했다.(1) 시험 발사 성공을 토대로 스페이스X사는 12번의 비행을 통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450kg의 물자와 식량을 운반하고, 쓰레기를 수거해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자그만치 16억 달러에 이르는 사업 계약이다.

시대가 변하는 것일까? 스페이스X사의 경쟁사 버지니아의 오비탈사이언스도 나사(NASA)로부터 이와 비슷한 계약을 따냈다. 안전성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우주선 관련 비용을 더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주선 분야에서 손을 뗀 후, NASA에 외주화 바람이 분 덕이다. 유인선 운영을 목표로 하는 이 기업들은 NASA를 "세계 최고의 항공우주기관이 소속 우주비행사들을 우주로 보낼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수치심"에서 구해줄 것이다.(2)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들을 경유해야만 하는 현 상황에서 말이다.

우주선을 포함해, 국제우주정거장 물자 보급 임무는 통상 3억~10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된다. 스페이스X사 발사대인 팔콘9는 1회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이 6천만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2002년 창립된 스페이스X사는 열성적으로 채용에 나섰고, 1800명에 이르는 직원은 이미 고객을 위해 40번째 발사를 앞두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인터뷰에서 "모든 종류의 우주 운송 수단을 시도할 것이다. 준궤도 로켓을 제외하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종류와 크기가 다양한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며, 우주기지까지 화물 수송과 승무원 운송을 담당할 것입니다. 우리의 장기 목표는 인류가 지구를 넘어 여러 행성에 거주할 수 있도록 교통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입니다."(3)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구글의 후원으로 피터 다이아몬드는 민간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콘테스트인 '루나 X 프라이즈'(Lunar X Prize)를 발표했다.(4) 3천만 달러의 재원을 바탕으로 500m 이동이 가능하며, 지구로 데이터와 이미지 전송이 가능한 로봇을 최초로 달에 보내는 참가자에게 상을 주게 된다. 26개 기업이 참가했고, NASA는 이미 참가자들에게 "역사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아폴로호의 착륙 지역과 설비에 손을 대지 않도록 조심하기를" 당부한 상황이다.

머스크는 현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부상하던 때와 흡사합니다. 초창기 정부 프로젝트이던 분야에 민간기업이 뛰어든 것이지요. 그 덕분에 개발에 박차가 가해졌고, 일반 대중도 인터넷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지요. (중략) 최초 민간기업에 의한 국제우주정거장 물자 보급 임무가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우주 교통 분야의 기술 발달 촉진에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하며, 또 그러길 바랍니다."

하지만 경제성 측면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주로 운송하는 비용은 거리에 비례하는 것이 아닌, 일정한 질량을 중력으로부터 끌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달과 지구 사이 연결선상에 일정한 부지와 궤도에 따라 계층화되는 시스템이며, 이를 시장이 차례로 지배해나가는 서비스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장 낮은 계층인 첫 단계는 준궤도 비행이다. 버진 항공운항사 홍보에 열성적인 리처드 브랜슨이나, 이보다 더 앞서 있고 좀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XCOR사, 유인선 분야의 베일에 쌓인 블루오리진사가 목표하는 것이 바로 준궤도 비행이다. 매스텐스페이스시스템사나 아르마디요에어로스페이스사 같은 기업들은 무인선 운행을 목표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성층권에서 지구의 둥근 모습을 보려 20만 달러쯤은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마찰을 제거함으로써 엔진이 엄청난 속도를 내게 되면, 중기적으로는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간 비행시간이 2시간으로 단축될 것이다. 이 비행 중 몇 분간은 중력이 감소하며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체험을 할 수 있으므로 자재나 제약연구 기업 같은 다양한 산업군들에도 흥미로운 분야가 된다.

위성이 줄지어 있는 첫 번째 지대는 '저지구 궤도'(LEO)로, 대기층 위 고도 2천km 지점이다. 이 위성들은 빠른 속도로 지구 위를 비행한다. 300~410km 지점에서 볼 수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을 들 수 있는데, 이 거점을 상업용 우주선들이 비행할 것이다. 예를 들어, 비글로우에어로스페이스사가 만든 상업용 우주선 말이다. 장기 체류용 마이크로 중력 상태의 공장이나 예비 연료 따위를 보관하는 지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정도 지점까지 고도비행이라면 국제우주정거장에 물자를 보급하고 위성에 연료를 운송하고, 위성 수리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위성을 지상으로 귀환시키는 임무도 수행할 것이다.

에너지 소모 면에서 더 상위 단계, 즉 거리상 더 먼 지점에는 고도 2만km에 위치한 GPS 위성이나 3만5800km에 위치한 정지궤도 위성을 들 수 있는데, '고정된' 통신위성이나 중계위성이 이에 속한다. 일각에서는 태양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해, 지상으로나 다른 우주 엔진에 마이크로파 형태로 에너지를 전송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지상으로 내려보내야 할 제어 불가능하거나 고장난 위성, 우주 공간을 떠도는 위성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는 전망 있는 시장이기도 한데, 전문가들은 '위성수 과다' 로 인한 충돌 증가 위험, 충돌 사고에 따른 우주쓰레기 증가라는 연쇄작용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우주의 '무기고화', 즉 궤도 무기화와 인명살상용 인공위성들은 우주 탐사에 큰 위협이다. 프랑스 우주연합사령부(CIE)의 이브 아르노 장군은 "2007년과 2008년 중국과 미국은 공격용 인공위성을 시범발사했는데, 이는 우주 공간이 이미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 장이 되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5)

다음 거점은 지구와 달 연결선상의 '라그랑주점'(L1)이라 불리는 지점으로, 달 가까이에 위치하며 정지궤도 위성과 연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비교적 낮다. 이 지점은 물리적 특성상 우주선 정박에 용이한데, 두 행성 간 중력이 상쇄되는 지점이므로 큰 에너지 소모 없이 물체가 정지 상태에 있을 수 있다. 또한 라그랑주점이 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저궤도 위성들을 오염시키는 인공 쓰레기로부터 자유롭고, 물체의 자연 그대로 상태가 완벽히 보존된다. 미국의 비정부 단체 '더문소사이어티'(The Moon Society) 회장 켄 머피는 우주 경제발전 전망에 대한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지구 밖의 지역으로 활동이 팽창하고 있습니다. L1점을 넘어선 근접 거점으로 일단 진출하면 달을 비롯한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이 매우 쉬워질 것입니다."(6)

L1점에서부터 달 표면에 착륙하거나 화성으로 혹은 지구근접물체(Near Earth Object)로 여행하는 데는 에너지상으로 크게 비용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이 지점을 거점 삼아 비자동화 저궤도 위성을 향해 발사함으로써, 부메랑 원리로 발사점으로 돌아오면서 고장 난 위성이나 잔재들을 수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상에서 발사된 수소 저장고와 달 표면 물질에서 추출되거나 지상에서 발사한 산소 저장고들을 설치해 주유 거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화성은 시간상으로 매우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유인선 왕복이 몇 년에 걸친 임무이기 때문인데, NASA는 이를 2030년 목표로 설정했다. 민간기업들은 이보다 빠른 2025년부터 화성까지 운행하기를 희망(혹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다.(7) 혹시 모르는 일이다. 그 와중에 우주산업 시장의 옹호자들은 달과 지구궤도 사이 인프라 시장을 꿈꾸며 즐거워하고 있다. 아직 상상할 수 없는 미지의 기업군들에 서비스를 제공할 인프라 말이다. 예컨대 인류에게 위험한 소행성 파괴나 감시 서비스가 있겠고, 이를 실제로 고려하고 있는 민간재단도 있다.(8) 새로운 자원의 보고일까? 달의 광물, 희귀한 지표면 및 산소매장량은 이미 각종 공상과학소설의 주제가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 출신이자 억만장자인 나빈 제인도 이를 꿈꾼다. "달에는 지구상 그 어느 곳과 비교해도 20배가 넘는 티탄과 백금이 매장되어 있고, 헬륨3 매장량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헬륨3은 특히 많은 이들이 미래 지구와 우주의 에너지원으로 꿈꾸는 희귀한 동위원소입니다. 우리 목표는 달을 제8의 대륙으로 삼아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9) 구글의 공동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은 "소행성들을 올가미로 낚아채 지구 궤도 내로 운반한 뒤 광물을 추출"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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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프 리비에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 | 김윤형 hibou98@naver.com

(1) ‘대범한 시도, 그러나 비용은 치러야 할 듯’, <플라이트 인터내셔널>, 런던, 2012년 5월 25일.
(2) ‘우주, 영국의 새로운 인프라 개척지’, 기업경영자연구소(Institute of Directors), 런던, 2012년 5월.
(3) 스페이스플라이트 나우, 2011년 5월 18일.
(4) ‘2100년에 우리는 모두 불멸의 삶을 살 것이다’, 싱귤래리티대학 창립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12월호 참조.
(5) ‘우주의 재정복’, 제오에코노미, n° 61, 파리,  2012년 봄호.
(6) 켄 머피, ‘달과 지구 사이의 경제생태계’, 2012년 2월 20, 27일,
(7) ‘화성을 향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4년 12월호.
(8) <AFP>, 2012년 6월 28일.
(9) 제레미 카플란, ‘달을 캐는 사람’, <폭스뉴스>, 2011년 10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