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이란 이름의 기만

2012-08-13     알랭 드발포

대규모 국토개발 사업이 언제나 필요에 의해 시작되는 건 아니다. 이용할 뜻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고속철도(TGV) 신노선이나 굳이 공항이 필요 없는 지역에 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엔지니어, 개발업자, 사업시행자는 사업적 기교와 화려한 수사학을 서로 뽐낸다. 불필요한 것을 필요한 것이라 믿게 만드는 일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됐고, 우리는 대규모 사업에 대한 ‘가상’ 세미나의 한 발제자를 통해 이런 문화의 규칙과 관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여러분이 건설업자라고 가정해보지요. 어느 날 큰 뜻을 품고 새 천년을 내다보는 대성당을 짓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의 의도는 순수하고 고귀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언제나 그 마음을 알아주진 않습니다. '그래서 무얼 하시려고요?'라고 반문하며 여러분의 프로젝트에 반대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발제자들이 공유해주신 소중한 경험담은 잘 들었습니다. 이제 제가 여러분이 꿈을 이룰 수 있게 중요한 전략적 방향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교통 분야부터 시작해보지요. 현대 건설업자들에게 둑 위를 섬광처럼 지나가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시골 풍경은 큰 위안이 됩니다. 이동성이 좋아졌다는 건 성공을 의미합니다. 우리 사회는 인터넷의 속도로 살고 있어요. 경제는 재고를 최소화하고 얽히고설킨 유통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인간은 이런 흐름에 순응해야 합니다. 이 분야에 다양한 기회가 잠재돼 있어요.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우선 장황해야 합니다. 소속 엔지니어들에게 장대한 계획을 세우도록 하세요. 알프스에 터널 50km를 뚫어 리옹∼토리노 간 고속철도 노선을 건설하든지, 낭트 지방의 전원에 공항을 세우려고 수천m²의 녹지를 개발하든지, 바르셀로나 지하를 파든지 말입니다. 국가적 자부심을 고양시키는 기술적 위업은 현지 주민들의 불만을 감출 수 있습니다.

대도시 간 경쟁을 적당히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경쟁은 갈수록 큰 것을 추구하게 만드니 여러분의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겁니다. 정계도 살펴야 합니다. 자신의 도시에 에펠탑을 세우기 꿈꾸는 유명한 지역의원들의 야심을 은근히 자극하세요. 한번 신뢰를 얻으면 이분들이 다른 지역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할 겁니다. 프로젝트로 얻을 성과야 서류에 적힌 게 전부지만 자금도 쉽게 모일 거예요. 반대에 부딪히고 싶지 않다면 이 프로젝트가 일자리 생산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사가 끝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의 명예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경제분석안을 제시하면 됩니다. 경제위기요, 경제위기! 정부에 있는 친분을 이용해서 공익 라벨을 받으세요. 행정적 타이틀은 진정한 무사통과 통행증이 된답니다.

서류를 복잡하게 만드는 기술의 달인인 건축사무소를 고용해 아예 이해할 수 없는 서류를 만드세요. 가장 하찮은 사실이라도 추상적인 방식으로 풀어놓으면, 제아무리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도 포기하기 마련입니다. 과학이 과학자의 전유물이듯, 이공계 기술자만이 시간 t 동안 노선 L의 열차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역의원들이 의견을 제시하려면 여러분이 제출한 진중하고 진실하며 의도가 명확한 조사 결과를 참조하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반면 지역언론과 친해지려고 지나치게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지역언론은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아군이고, 여러분의 광고대행사가 보여준 넉넉한 인심은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이 분야에 언론의 자유를 위한 자비로운 행동으로 인식될 테니까요.

지역의원 및 언론과 협조적인 관계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자금조달 계획을 내놓으세요. 프랑스 고속철도 분야는 빈틈없는 체계에 따라 움직입니다. 프랑스철도시설공단(RFF)은 수백억 유로의 빚더미에 앉아 있습니다.(1) 고속철도 노선 몇 개는 적자 상태이고, 지선망도 노화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소수의 관계자는 TGV의 혜택을 보고 있으니 기뻐해야겠지요. 고속철도 분야의 리더 스페인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km당 평균 2천만 유로의 예산이 드는 철도 2천km 신설 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대범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성이 의심스러운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려면 민관파트너십(PPP)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간접자본의 건설, 유지·관리, 운영권을 따면 여러분에게 전권이 있는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여러분께 손발이 꽁꽁 묶인 셈이지요. 여러분에게 소속된 전문가들은 여러분이 낸 수익이 애국심을 반영한다고 설명할 것이고, 무거운 공공부채는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일자리에 비해 미미한 악재라고 미화될 것입니다.

불필요가 고수익을 낳는다?

현재 재정 적자의 규모를 볼 때 제출된 총예산은,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겠지만, 출자자들 눈에 천문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국민에게 수십억 유로의 세금을 걷어내기 위해 가장 의심이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킬 만한 수치를 제공하세요. 어떤 자료는 축소하고, 또 어떤 자료는 과장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수요를 조작해 시민들에게 최면을 거는 거지요.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주저 말고 운송화물과 탑승객 수에 수백만을 곱하세요. 여러분이 돈을 번 이후에야 예상이 틀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니까요.

철도운송업에서 수익성 높은 사업이 많긴 하지만 항공업계도 놓치지 마세요. 노트르담데랑드에 건설될 대서부공항을 보시지요. 물론 낭트에 있는 공항도 이용률이 낮고, 막다른 곳에 있는 그 지역에만 벌써 공항이 12곳이나 됩니다. 하지만 요즘은 잠재성의 시대입니다.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꼭 필요성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시대와 발맞춰 나아가려면 비용이 듭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넓은 생물다양성 보존 지역을 매몰시키는 것은 분명 가슴 아픈 일이지만 얼마간의 희생은 필요한 법이지요. 법적 제약이 점차 강화돼 여러분의 프로젝트가 생태적·조경적 측면에서 조화를 이룰 것이란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철근과 콘크리트에 고품질환경인증 녹색 라벨을 붙이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지역농산물 박물관이나 태양열 전지판, 녹색지붕 등 말입니다.

이 점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약속을 하든지 생태학자들은 맹렬히 공격할 겁니다.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여기에 합류하게 될 텐데, 그들이 순수하게 접근해오면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은퇴한 사람들이 때로는 집요한 적이 되어 여러분의 계획을 편집증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고속철도 프로젝트에서 일어났던 일이지요. 이 사업에 의구심을 품은 두 사람(2)이 밝혀낸 반론이 불러온 뜨거운 논의가 대안방송망을 통해 중계되고 있습니다. 홍보부를 통해 그런 사람들이 대규모 언론매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반대운동이 확대돼 사회적 이슈가 되거나, 행정법원에 소송이 제기되지 않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숫자전쟁'으로는 동종 업계의 적수만 상대할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적 논리에는 여러분이 고용한 전문가들의 기술주의적 정확성을 내세우세요. 선구자적 열정으로 국가적, 더 나아가 전세계적 이익을 앞세워 반대론자들의 구시대적 관점에 대처하세요. 여러분이 얼마나 성실하고 투명한 태도로 공공의 합의에 참여하고 있는지 언급하세요. 정부와 언론의 지원에 힘입어 적절한 방식으로 소통하면 별로 걱정할 것 없습니다.

반대운동은 점점 거세질 거예요. 여러분은 언론을 통해 중상모략 선전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만약 여러분이 반대운동 초반에 이를 무마하지 못했다면 로비한 사람들이 여러분을 위해 반대파를 몰아세워주겠지요.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정당성에 대해 제도적 적법성과 공권력으로 응대하세요. 여러분이 궁지에 몰렸다면 결단력을 보여주세요. 여러분도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습니다! 공익의 이름으로 시위대에 화염병을 던지고, 무더기로 벌금을 물리고, 완력으로 검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신역사에서처럼 말이지요. 무력으로 승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수사 계곡의 'No TVA'(3) 운동의 급진적인 후작의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말이지요. 사건의 경과에 따라 공사 현장을 '전략적 요충지'로 지정하는 방법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대규모 공공계약을 따내려면 점점 더 공을 많이 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요즘 공공계약은 반세기 이상 진행되곤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나 주주에게 수십 년의 부가 보장되는 거지요. 게다가 앞으로 이런 시장은 병원그룹, 쇼핑센터, 비즈니스지구, 체육기반시설, 고층 건물(4) 등으로 점점 확대될 겁니다. 조지 오웰은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말을 빌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불필요는 고수익이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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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드발포 Alain Devalpo 언론인.

번역 | 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Marc Fressoz, <고속파업>, 르세르시미디, 파리, 2011.
(2) Pierre Recarte, François Tellier, <비이성적 철도, 아키텐과 다른 지역의 초고속철도>, 뉘비스, 파리, 2011.
(3) ‘No treno ad alta velocita’(고속철도 반대).
(4) Thierry Paquot, ‘다음에 지어질 건물이 가장 높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3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