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파급 없는’ 파리 올림픽, 성과는 글쎄?
2024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이며, 연대적인 올림픽을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림픽 시설 대부분이 건설된 센생드니 주(州)에서 노동 조건과 경제·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한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약속은 그 성과뿐만 아니라 한계도 같이 드러냈다.
2023년 9월 23일, 파리 올림픽 사회헌장 모니터링위원회 공동 위원장 자격으로 생드니의 시테 뒤 시네마에 마련된 무대에 오른 베르나르 티보 전 프랑스 노동조합총연맹(CGT) 위원장은 “모범적이지는 않더라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시각, 무사 H.는 퇴근을 하는 길이었다. 그 역시 시테 뒤 시네마를 잘 알고 있었다. 몇 달 전부터 바로 옆 올림픽 선수촌 공사 현장에서 불법 근로자로 일했기 때문이다. 가을 햇살 아래 우리와 마주 앉은 무사는 여유로워 보였다. 말리 출신으로 2008년 프랑스에 도착한 그는 이제 막 유효기간 1년의 체류자격을 취득했다.
“그동안 두려움에 떨며 살았다. 퇴근 후 저녁에 집에 있을 때조차 체포될까 봐 두려웠다.” 그동안 그는 체류증 없이 일을 해왔다. “15년 동안 3개월 이상 일을 쉰 적은 한 번도 없다. 건설 현장에는 항상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있다.” 올림픽 시설 건설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항상 지갑에 넣고 다니는 건축·토목(BTP) 노동자 신분증 덕분에 그는 생드니 센 강변에 새롭게 조성된 플레엘 지구 중심부에 있는 선수촌 건설 현장에 매일 출입할 수 있었다.
올림픽 건설 현장을 점거한 불법 외국 노동자들
그는 1,000~2,000유로의 아주 적은 자본금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청산하는 건설 하청업체에 가명 직원으로 고용됐다. “임시직 소개 사무소가 아니라 입소문을 통해 고용된 것이다. 문자나 왓츠앱(WhatApp)으로 서류를 보내면 다음날 바로 일할 곳의 주소를 알려준다. 진짜 신분증이 맞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CGT 보비니 상설 사무소에 따르면 올림픽 시설 건설 현장에서 일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수는 최소 100여 명으로 약 2,000만 시간의 노동시간이 투입된 것을 감안하면 전체 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았다.(1)
2022년 6월, 노동감독 조사에서 올림픽 시설 건설 현장 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존재가 밝혀진 후 보비니 검찰은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 몇 달 후, 무사를 비롯한 10명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건설·토목 대기업 빈치(Vinci), 에파주(Eiffage), 스피 바티뇰(Spie Batignolles), GCC와 하청업체 8곳의 노동 착취 행태를 노동재판소에 고발했다.
이 사건으로 25명의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40대의 무사는 “우리는 고용 계약이나 급여명세서 없이 일했다. 휴가나 초과근무 수당은 더더욱 없었다”라고 호소했다. 작업화나 안전장비도 지급받지 못했다. “안전모와 일주일 동안 사용해야 하는 장갑 한 짝이 전부였다.”
건설 현장에 고용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벽돌쌓기, 착암기, 청소, 거푸집 해체 등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무사는 “매일 아침 팀장이 어떤 작업에 투입되는지 알려준다. 거부하면 해고된다. 우리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2018년 6월, 5개의 대표적인 노동조합과 고용주 단체는 사회헌장에 서명하고 이를 자축했다. 파리 올림픽 유치 단계에서부터 작성된 사회헌장은 유치 캠페인의 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사회헌장 서명 직후 모니터링위원회가 수립됐고 베르나르 티보와 도미니크 카르라크 프랑스 경제인연합회(MEDEF) 부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파리 올림픽 시설 건설·납품을 책임지고 있는 공공기관 솔리데오(Solideo)는 2021년 3월 4일 보도 자료를 통해 “불법 노동, 반경쟁적 관행, 차별을 근절하고 더 나아가 양질의 노동 환경을 보장해 올림픽 시설 건설 현장이 사회적 모범이 되도록 감독”할 것을 약속했다.
장파스칼 프랑수아 CGT 건설노조 사무총장은 솔리데오의 사회헌장에도 불구하고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헌장의 존재는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노조가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의향서 단계에 지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약속과 달리 공사 참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체류증 없이는 올림픽도 없다”
그 이유는 계단식 하도급과 원청의 책임 입증이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필리프 세르발리 ‘그랑 파리 일드프랑스 건축업연맹’ 회장은 “결국 가격의 문제이다. 종합건설사는 하청을 주고 마진을 남긴다. 그런데 중간 단계를 많이 거칠수록 ‘손’이라고 부르는 하청업체에 돌아가는 돈이 줄어든다. 그래서 하청업체는 속임수를 쓰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앙투안 뒤 수이슈 ‘솔리데오’ 전략·혁신 이사는 말리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발 사건 후 “실제로 건축·토목 업계에서 매우 흔히 벌어지는 일이지만 올림픽 공사 현장은 이러한 관행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모범이 되겠다는 것은 이러한 관행을 변화시키겠다는 뜻”이라고 못 박았다. 노동감독관들은 1,000건이 넘는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몇 달 후인 2023년 10월, 100여 명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라 샤펠 지구의 아레나 실내 경기장 건설 현장을 점거했다.
전국노동자총연맹(CNT-SO)의 지원을 받은 이들은 “체류증 없이는 올림픽도 없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합법적인 체류자격 부여를 요구했다. 12월, 이들은 또다시 현장을 점거하고 10월 시위에 참여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했다.
집계에서 제외되는 현장 사고들, 무리한 작업 강행
2024년 초, 사회헌장 모니터링위원회는 올림픽 공사 현장에서 총 167건의 산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 중 27건은 심각한 사고였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장파스칼 프랑수아 CGT 건설노조 사무총장은 “올림픽은 전 세계 미디어의 이목이 쏠리는 행사이기 때문에 사고 예방 및 근로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시행됐다. 하지만 올림픽 공사장에서 도로 하나만 건너면 나오는 다른 공사 현장들에서는 사망 사고가 속출한다”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조직위는 그랑 파리 엑스프레스 역사 건설이나 센강 수질 개선사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사망자 수는 집계에서 제외했다. 일례로, 고용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된 21세의 세이두 포파나는 2023년 4월 콘크리트 슬래브 추락으로 사망했다. 같은 해 7월, 51세의 아마라 디우마시는 소형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프랑수아 사무총장은 “그런데 이 현장들은 올림픽에 맞춰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금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측면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홍보 요란한 지역 활성화 효과, 성과는 글쎄?
사회헌장이 노동 환경 개선과 함께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지역 경제 활성화다. 솔리데오는 올림픽 시설 공사 계약 금액의 25%, 약 5억 유로에 해당하는 계약을 영세기업, 중소기업, 사회연대경제(SSE) 단체에 할당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경제 활성화의 혜택은 대부분의 경기가 열리는 센생드니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돌아갈 것으로 기대됐다. 2019년 4월, 입찰 관련 정보를 통합하고 영세 및 중소기업과 사회연대경제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2개의 온라인 플랫폼, ‘Entreprises 2024’와 ‘ESS 2024’가 개설됐다.
그로부터 4년 후, 니콜라 페랑 솔리데오 대표는 “공사는 정해진 일정, 주어진 예산, 설정된 목표에 맞게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언뜻 보면 사회헌장의 목표를 초과 달성한 듯하기도 하다. 지난 12월 기준, 2,241개의 영세 및 중소기업과 119개의 사회연대경제 단체에 총 7억 8,000만 유로의 계약이 돌아갔다. 하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는 미미했다. 작년 7월 기준, 센생드니 현지 업체가 체결한 계약 금액은 전체의 5.5%에 해당하는 1억 300만 유로에 불과했다.
필리프 세르발리 ‘그랑 파리 일드프랑스 건축업연맹’ 회장은 “사람들은 1억 유로가 넘는 올림픽 수영경기장 공사를 중소기업에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지 중소기업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부차적인 공사도 있다. 그런데 중견기업, 즉 직원 수천 명을 거느린 국영기업에 우선권을 주기 위해 여러 건의 계약을 한 데 묶어 입찰을 공고한 것을 발견했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일드프랑스 건설경제협회(CERC-IDF)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영세 및 중소기업에 돌아간 계약의 비중은 마감 공사의 경우 33%였지만 구조공사에서는 14%에 불과했다.
솔리데오가 구체적인 수치로 설정한 두 번째 목표는 노동시간의 10%를 고용시장에서 소외된 구직자나 정책적 우선 지역 주민 고용에 배분하는 것이다. 이 목표는 2023년 12월 말 목표치를 108.8% 초과 달성하며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마티외 아노탱 생드니 시장은 “해당 인력의 절반 이상이 현지 출신이기 때문에 두 배로 의미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서류상으로 보면 알라주(Halage)협회는 예상치 못한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30년 전 일생드니에 설립된 이 고용연계단체는 현재 13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 중 90명은 녹지 개발 및 도심 유휴지 재개발 분야 고용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일하고 있는 직원이다. 알라주협회는 3년 사이에 다수의 식물 재배 및 올림픽 시설 녹화 사업 계약을 따냈다.
솔리데오와 직접 체결한 계약도 있고, ‘전통적인’ 기업과 공동으로 체결한 계약도 있으며, 일부 구획을 담당하는 하청업체 형태로 체결한 계약도 있다. 스테판 베르둘레 알라주협회 공동회장은 “우리를 인정한다는 증거다. 심지어 우리의 존재가 입찰에서 유리한 작용을 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라고 기뻐했다. 그는 “그동안 외면당했던 고용연계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존엄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덧붙이면서도 입찰에 실패한 경우와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몇몇 난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장 실망감이 컸던 경험은 비옥토 생산 계약에서 우리보다 수십만 유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 회사와 경쟁했던 일이다. 경제적 약육강식 논리가 적용됐다. 우리 같은 단체가 올림픽 관련 사업 계약을 따내려면 여러 단체가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입찰 기한이 매우 짧아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계약 때문에 기존 주요 고객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히려 쓴 경험이 된 고용연계 프로그램
고용시장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고용연계 프로그램과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는 단체 레지 드 카르티에(Régie de quartier, 이하 RQ)의 생드니 지부 직원들은 올림픽으로 이미 쓰라린 경험을 했다. 마티외 글레만 생드니 RQ 대표는 “부동산 개발업체 이카드(ICADE)는 6~7차례 회의 끝에 선수촌 13개 동 건설 사업 입찰에서 우리를 언급했다. 4년간 20만 시간의 노동시간에 해당하는 도장작업을 수주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우리 RQ의 500명 직원들은 단 한 시간도 일하지 못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11월, 실제로 솔리데오는 올림픽을 대비한 선수촌 건설과 올림픽 사용 이후 주거 건물로 변경하는 사업에서 D 블록을 담당할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카드, 예금금고(CDC), 예금금고의 부동산 임대 자회사인 CDC 아비타(CDC Habitat)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토지 양도 직후 스피 바티뇰과 건물 12개 동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불법 고용 및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고용으로 고발당한 전적이 있는 스피 바티뇰은 결국 생드니 RQ에 도장작업을 맡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글레만 생드니 RQ 대표는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듯했지만 이카드도, 솔리데오도, 시 당국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라고 한탄했다.
니콜라 페로네 ESS 2024 대표는 “안타깝게도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시행사는 입찰 단계에서 허황된 약속을 남발하며 RQ와 같은 단체를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제약 요소와 건설사의 입장 때문에 이러한 약속이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라고 인정했다.
앙투안 뒤 수이슈 솔리데오 전략·혁신이사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RQ를 도장업체로 선정하는데 있어 이카드가 건설사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인정했다. 솔리데오는 또한 고용연계 프로그램 노동자 채용 불이행 시 1시간의 노동시간당 60유로의 벌금을 도입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글레만 생드니 RQ 대표는 “기업들이 이 비용을 계약 금액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수영경기장 도장작업과 현장 청소 계약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글레만 대표는 “전자의 경우 우리는 시간당 요율을 직원 1인당 25유로로 낮추는 데 동의했지만 부이그(Bouygues)는 이조차 너무 비싸게 여겼다. 후자의 경우 정말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라고 말했다. 이 계약은 결국 5,000유로 더 낮은 금액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안”한 SP3에게 돌아갔다. SP3는 센생드니 현지 사업체가 아니다.
고용연계 프로그램에 할당된 노동시간을 달성한 나머지 경우는 주로 임시직파견회사(ETTI)(39%)와 견습 계약(14%) 덕분이다. 고용연계 프로그램 및 기존의 계약직 고용을 통한 노동시간은 각각 8%와 6%에 불과했다.(2) 엥세르에코93(Inser’Eco93)에서 대관(對官)업무를 담당하는 앙리 바일은 “ETTI와 비교했을 때 RQ는 고용에서 더 소외된 사람들을 지원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연계’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것은 ETTI다. 센생드니의 ETTI는 4개에서 11개로 늘어났다. 이 중에는 전국에 걸쳐 다수의 사무소를 보유한 곳도 있다. 아데코(Adecco) 그룹의 자회사 위만도(Humando)가 대표적인 예다.
대기업이 포용성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계약을 따내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전략은 비영리단체와 민간 기업을 합친 사회적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2019년 10월, ID’EES 그룹은 서로 이웃한 두 지역인 발드마른 주(州)와 오드센 주(州)에서 각각 바세오(Baseo)와 빈치(Vinci)건설, 트리데브(Tridev)와 유로비아(EuroVia)로 구성된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COJOP)는 솔리데오와 달리 목표를 수치화하는 대신 27억 유로에 달하는 계약에 관한 입찰자 선정 규범을 수립했다. 마리 바르사크 조직위 ‘영향력·유산’ 이사는 “우리는 모든 계약에서 순환경제, 탄소발자국 제한, 고용 창출, 지역 내 파급효과에 대한 기여도를 업체 선정 기준에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법은 계약을 분배하거나, 현지 업체들이 제안하는 서비스에 상응하는 계약을 공고하는 ‘리버스 소싱(reverse sourcing, 전통적인 소싱 방식을 뒤집는 전략적 접근방식)’을 시행하거나, 고용연계단체 및 장애인 고용연계단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올림픽 폐막 이후가 더 걱정되는 사회적 파급효과
센생드니와 파리 남부의 9개 단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선수촌 세탁실 운영권을 따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이 이용할 11개의 세탁실을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내용으로 2개월에 170만 유로가 넘는 계약이다. 고용연계단체 에네르지(Energie)의 퀴뮈르 귀네슬리크 대표는 “최대 400명이 투입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팡탱 소재 기업인 레몬 트리(Lemon Tri)도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쉬에즈의 대규모 폐기물 처리장과 붙어있는 이 분리수거 업체의 창고에는 폐박스가 쌓여있다. 고용연계 프로그램 인증 업체인 레몬 트리는 2021년 말 올림픽 실내 경기장과 수영 경기장 관중석 좌석 제작용 코르크 마개 수백만 개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레몬 트리는 또한 최근 코카콜라로부터 모든 올림픽 시설에서 플라스틱병을 수거하는 대규모 계약을 따냈다. 오귀스탱 자클랭 레몬 트리 공동창업자는 “중소기업, 사회연대경제기업, 현지 업체라는 세 기준을 충족한 우리는 이상적인 후보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입찰을 망설인 계약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단기간에 대량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계약을 할 때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계약의 규모가 너무 크면 실행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업체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확실한 이익 창출 보장이 없었다면 50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수백만 유로의 장비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니콜라 페로네 ESS 2024 대표는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credit) 창시자이자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의 주도로 센 강변에 설립된 유누스 센터 접견실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그는 처음부터 올림픽을 사회연대경제 기업들에 개방하는 전략을 지지했다.
“쉽지만은 않았다. 주요 계약 결정권자들을 설득해야 했다. 기술이 필요한 대규모 서비스를 소규모 업체 한 곳에 맡기거나 무수히 많은 소규모 업체에 동시에 맡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회연대경제 기업의 이점을 인정하는 일부 부서와는 순조롭게 계약이 성사됐다. 하지만 행사를 비롯한 다른 담당 부서들이 중시한 것은 무엇보다 성대한 개막식을 연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이 모델이 파리 이후의 올림픽까지 이어져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진짜 도전은 올림픽 이후 벌어질 것”
조직위는 기존 공공사업의 경우 업체 선정 기준에 입찰가를 60% 반영하지만 올림픽 시설의 경우 30~40%밖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현지 업체, 고용연계업체, 장애인 고용연계업체들은 비용과 기한이라는 올림픽의 필수 조건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럼에도 고용연계 프로그램 노동자 채용 불이행 시 부과하는 벌금의 성격과 액수 공개를 거부한 조직위에 따르면 “약속에 부합하는, 일부 경우 심지어 약속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벌금을 부과한 경우는 없었다. 이는 올림픽 관련 전체 서비스의 거의 절반을 제공하면서도 조직위가 설정한 목표의 제한을 받지 않은 오랑주(Orange), 코카콜라, 알리안츠(Allianz), 소덱소(Sodexo) 등의 10여 개 파트너사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다.
“시장으로서 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지역의 강점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각자 맡은 책임이 다르다. 우리는 조직위가 아니다. 따라서 나는 선택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 이미 결정된 일을 통제할 능력도 없다. 나중에 전반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계약 할당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회피했던 아노탱 생드니 시장 겸 9개 소도시 연합체 플렌 코뮌(Pleine Commune) 대표는 올림픽 폐막 후 이번 대회가 남긴 유산을 둘러싼 문제가 더욱 거세게 제기될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제기될 문제는 센생드니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다.
아노탱 시장은 “올림픽이 창출한 일자리가 모두 영구적인 것은 아니다. 올림픽 사업에 고용된 이들이 이러한 일자리를 거치며 직업적 역량을 강화해 올림픽이 끝난 후 고용 적격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플렌 코뮌 소속 오베르빌리에, 에피네쉬르센, 릴생드니, 라 쿠르뇌브, 피에르피트쉬르센. 생드니, 생우앵쉬르센, 스탱, 빌타뇌즈의 시장들은 지역의 변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이 지역을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일드프랑스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다. 아노탱 플렌 코뮌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관광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관광서비스업은 타 지역으로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주민에게 오롯이 혜택이 돌아간다”라고 역설했다.
공공주택 비율이 52%를 차지하고 4개의 지하철 신규 노선이 들어선 변화는 생드니의 주택 가격 및 접근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6월 24일, 빈치는 선수촌 북쪽의 아포제 레지던스 내 아파트 174채 분양에 착수했다. 1㎡당 평균 7,000유로(센생드니 주(州) 내 다른 지역의 경우 2,000~4,000유로)의 분양가가 책정됐다. 생드니 현 주민 대부분은 자신들은 이곳에 살 수 없을 것을 알고 있다. 2017년 파리가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을 때 베르나르 티보 2024 파리 올림픽 사회헌장 모니터링위원회 공동 위원장은 “진짜 도전은 올림픽 이후에 벌어질 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글·마르고 에므리슈 Margot Hemmerich
기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Vincent Biausque & Cécile Le Fillâtre, ‘Plus de 45 millions d’heures de travail pour livrer les ouvrages olympiques 올림픽 시설 완공에 4,500만 시간 이상의 노동시간 투입’, <Insee Analyses Île-de-France>, n° 179, Saint-Quentin-en-Yvelines, 2023년 12월.
(2) Stéphane Mazars & Stéphane Peu, ‘Rapport d’information en conclusion des travaux de la mission d’information sur les retombées des Jeux olympiques et paralympiques de 2024 sur le tissu économique et associatif local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이 지역 경제단체들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 2023년 7월 5일, www.assemblee-nationale.f
올림픽 참가를 막았던 제재, 그 사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처음 열린 1920년 올림픽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벨기에의 앤트워프로 개최지가 변경됐다. 패전국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 오스만제국, 불가리아는 초청받지 못했다. 독일은 이후 1924년,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제외됐다. 일본과 러시아는 앤트워프 올림픽에 불참했다.
최초의 성화봉은 나치독일 무기업체가 만들어 그리스 올림피아드에서 점화되어 올림픽 개최도시까지 이어지는 성화 봉송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 나치 정권이 시작한 관행이다. 성화 봉송은 군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히틀러 정권과 올림픽 사이에 연결고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했다. 최초의 성화봉은 나치독일의 대표적인 무기 제조업체 크루프(Krupp)가 제작했다.
메달 메달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국가의 비결은 무엇일까? 초기 연구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메달 수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는 노르웨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사실이지만 1970~1980년대 시상식 단골 국가였던 독일민주주의공화국(GDR, 동독)과 소련에는 해당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후 계량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실시됐고 정부의 엘리트 스포츠 지원 지출의 중요성이 밝혀졌다.
선거 친화성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많은 전직 운동선수들이 프랑스 정부나 국회에 입성했다.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정치적 성향은 확연하게 우파로 기운다. 이는 ‘최고’를 숭배하는 문화와 인류에 대한 계층적 시각 그리고 의지만 있으면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회학적 측면에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엘리트 운동선수들은 평균을 월등히 상회하는 소득을 올리기 때문이다.
특례 IOC는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COJOP)를 통해 절대 권력을 행사한다. 파리 올림픽의 경우 IOC와의 계약은 개최도시 파리의 세금, 도시계획, 환경 관련 법규에 저촉되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2018년 3월 의회를 통과한 일명 ‘올림픽’ 법에 의해 승인됐다. 특히 안전 보장을 위해 국가가 조직위의 전반적인 책임에 관여한다. IOC가 지급하는 금액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고정돼 있다.
소유권 올림픽은 공유 재산이나 국제기구가 아니라 1894년 설립된 IOC의 독점 자산이다. IOC는 헌장에 근거해 올림픽 운동을 지휘하며 “올림픽에 관한 모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IOC는 개최국 조직위를 좌지우지하고 TV 중계방송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 판권을 협상할 권한을 갖는다.
1976년 개최된 캐나다의 몬트리올 올림픽 주경기장은 1987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완공됐다… 개최지 퀘벡 주민들이 투자금을 상환하는 데는 30년이 걸렸다. 프랑스에서는 생니지에뒤무셰로트의 스키 점프대, 알프 뒤에즈의 봅슬레이 경기장을 비롯해, 1968년 그르노블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많은 시설은 현재 방치 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상태다. 다른 많은 올림픽 개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특히 그리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최를 위해 진 부채로 국가 재정이 파탄 났다.
남녀 평등? 쿠베르탱은 남성우월주의자! 2024 파리 올림픽은 참가 선수의 남·녀 비율을 1:1로 맞춰 성평등 올림픽을 이룩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1896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여성 선수가 한 명도 초청되지 않았다. 전체 참가 선수 중 여성 선수의 비율은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4%에 불과했고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도 14%에 머물렀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남성 우월적이고 식민주의적인, 심지어 파시스트 정권에 동조하는 많은 글을 남겼다. 1912년 7월, 그는 <르뷔 올림피크(Revue olympique)>에 “성대한 남자 올림픽 옆에 초라한 여자 올림픽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한술 더 떠 자신이 생각하는 올림픽이란 “국제주의를 근간으로, 충성심을 수단으로, 예술을 바탕으로, 여성의 박수갈채를 보상으로, 주기적이고 성대하게 남성 스포츠를 고양하는 대회”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주최국들은 여성 스포츠 고양을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여성 스포츠는 주로 남성 종목을 모방하는 방식이며 남녀 혼성 종목 비율은 여전히 1%에 불과하다.
올림픽에 맞섰던 대항마 올림픽에 대항하는 다른 스포츠대회를 조직하려는 시도는 수차례 있었다. 주로 노동운동이 이러한 시도를 주도했다. 사회주의 노동자 스포츠 인터내셔널(노동당)은 1925년(프랑크푸르트), 1931년(비엔나), 1937년(앤트워프) 노동자 올림피아드를 개최했다. 적색 스포츠 인터내셔널(공산당)은 1928년(모스크바), 1931년(베를린) 스파르타키아드(Spartakiad)를 조직했다. 이러한 행사들은 대규모 인원을 동원한 공연으로 힘을 과시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4만 명의 체조선수가 단체 율동을 선보였다. 앤트워프에서는 2,000명이 동시에 낚시 경기에 참여했다. 1936년에는 인민 올림피아드가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의 쿠데타와 스페인 내전 발발로 취소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자들의 스포츠대회가 다시 열렸다. 1963년, 수카르노 대통령이 통치하던 인도네시아는 비동맹 또는 친소련 51개국 선수단을 초청해 신흥국경기대회(GANEFO)를 개최했다. 1965년에는 북한과 캄보디아에서 GANEFO 아시아 대회가 개최됐다. 1967년 카이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GANEPO의 두 번째 세계대회는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미국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대항하기 위해 리버티 벨 클래식(Liberty Bell Classic) 육상대회를 비롯한 여러 대회를 개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