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사들이 정부의 ‘사회적 선별’에 반대하는 이유
센생드니의 많은 교직원이 3개월 넘게 파업을 하고 있다. 프랑스 교육부가 발표한 ‘지식 충격(Choc des savoirs)’이라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시발점이었다. 2023년 말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중학교에 ‘수준별 그룹 수업’을 도입하고 중학교 졸업시험(brevet)을 고등학교 입학시험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대대적인 개혁은 진정한 ‘사회적 선별’ 정책으로, 프랑스에서 공공 서비스가 가장 취약한 지역 중에서 제일 빈곤한 데파르트망에 속하는 센생드니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조직화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센생드니는 교육부의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운동의 선봉에 서 있다. 노조 연합은 교사와 보조 인력, 교무 직원 8,500명을 채용할 것과 노후화된 건물 개보수를 위한 자원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은 위 사항을 요구하며 하나가 됐고, 그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파업 외에도 ‘텅 빈 학교’ 작전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열악한 학교 시설을 촬영했고 해당 영상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갔다.
공장에서 제조된 벽, 외장재와 골격이 1979년 현장에서 조립되어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에 녹아 들어갔다. 당시 표준화된 도면 덕분에 대량으로 학교를 지을 수 있게 됐고, 노동 계급 아이들도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을 제공하는 ‘단일 중학교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산업화된 건축의 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천장의 석면까지 모든 것이 처음 그대로다. 적은 비용으로 여러 번 재도색했다. 빈티지한 느낌이 나면 좋겠지만 그저 오래돼 낡았을 뿐이다.
화장실은 ‘영광스러운 30년’ 이후 빛을 잃었다. 1층 화장실은 자물쇠로 잠겨 있고 관리인만 사용할 수 있다. 2층에는 교사, 교무 직원, 청소 인력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이 단 두 칸밖에 없다. 쉬는 시간이면 서로를 밀치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지저분한 탓에 이곳의 특징을 제대로 감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벽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코팅된 게시문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화장실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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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나가시는 분은) 나가실 때 불을 모두 꺼주세요.”
“저희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정확히 조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 청소 담당자가 담당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아래 사항을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세면대에 음식물이 든 통을 두지 마세요.
- 목록에 없는 청소용품을 반입하지 마세요.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소 책임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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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은 악취를 참다못해 자비로 (목록에 없는) 소독약품을 사다 놓기도 했다.
외견상 청소 담당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하다. 사실 그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그들은 일손이 부족한 상태에서 청소가 불가능한 부분을 청소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민관 협력 프로그램 덕분에 학교가 새로 건설되자 여성 인력들이 데파르트망 전역에 ‘재배치’됐다. 그 이후로 남은 인력은 두 번의 급식실 업무를 보면서 중간에 청소를 한다. 예전에는 누군가 아프면 데파르트망에서 자체적으로 대체 인력을 보냈지만, 이제는 사디오나 살리마타라는 이름의 외국인 인력이 하루나 이틀 동안만 파견된다. 그들은 청소 회사에 소속된 파견 직원으로 업무에 따라 돈을 받는다. 그들은 전날에는 푸 베르(Feu Vert)의 차고 청소를 했고, 다음날은 까르푸 마켓 영업이 끝나면 진열대를 청소한다.
외국인 노동자 알리는 더러운 계단에 남아 있는 철자가 틀린 낙서를 재빨리 페인트로 덧칠한다. 하지만 유지보수 작업자가 모든 것을 고칠 수 없다. 창틀로 바람과 비가 새어 들어온다. 셔터는 돌풍에 망가진 지 오래라 무용지물이다. 소나기라도 내리면 복도가 젖는다. 리놀륨 바닥재는 들뜨고 바닥재의 접착제에는 석면이 포함돼 있다. 뒤틀린 바닥에 왁스 칠 작업을 많이 하는 외국인 노동자 아이샤는 최근 오른쪽 폐에 반점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게 무엇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
(불행히도 망친) 수학 시험지를 작게 뭉쳐서 벽에 난 구멍을 막아놓았지만, 겨울철 한기를 막아주지 못한다. 이 학교가 ‘지속 가능한 중학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은 학생들이 그토록 재활용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어떤 교사가 지리 수업 대신 원예 동아리를 운영했는데 프랑스 생태부 장관은 그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높이 사서 이 상을 주었다. 그 수업에서는 사과나무를 심었다. 양봉업자가 와서 주차장 뒤에 벌통도 몇 개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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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을 먹지 마세요!
양봉업자가 방금 학교에서 키운 꿀이
식용으로 부적합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미 비서실에서 꿀단지를 받아 가신 분들은
폐기 바랍니다.
학생들에게 나눠줄 계획은 취소됐습니다.
- 교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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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추가 자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적이 있었다. 교육 보조원 수가 모자라자 쉬는 시간에 사고가 발생하고 복도에서 이동하는 학생들이 위험해졌다. 학생들이 다치거나 싸움이 벌어져도 통제하기 힘들어졌다. 두건을 쓰고 철봉으로 무장한 무리가 학교에 침입해서 교직원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교직원들은 용기를 내 파업에 들어갔다. 교육부 데파르트망 운영국(DSDEN)은 교사들의 추가 채용 요청에 귀를 막고는 ‘학교 환경(climat scolaire)’ 교육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이례적으로 반나절 수업이 이어졌다. 교육청에서 사람들이 도착했다. 보좌관은 “여기에 있는 저희는, 교육감님이 여러분을 지지한다는 것을 전해드립니다”라고 말했다. “파업은 항상 과하지만 여러분의 심정은 이해합니다. 학생들의 수업을 빼앗은 이 교류의 시간이 건설적이길 바랍니다.”
행정부 무리에서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다른 이가 긴 독백을 시작했다. 나중에야 그가 감사를 위해 학교에 파견되는 교육청 교육감의 기술 자문인 ‘교무 관리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강사가 말했다. “팔로알토 학교에 대해 잘 알고 계시죠? 오늘은 메타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교사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여러 ‘워크숍’ 그룹으로 나뉘었다. 일부는 ‘학교에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것’과 ‘새 학교에 바라는 것’을 각기 다른 색의 포스트잇에 적어야 했다.
회의실 반대편에서는 큰 목소리가 오갔다. 몇 명은 제공된 도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레고가 방 안을 가로질러 날아갔고 분홍색 플레이 점토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반면 세 번째 워크숍 쪽 상황은 순조로웠다. 교장과 생활지도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드지가 채워졌다. 한 시간 후 보고자들은 각 그룹의 작업 내용을 나머지 참석자들에게 발표했다.
그리고 워크숍 강사는 ‘생각할 거리’를 몇 가지 전달하며 오후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교육청 직원들이 내린 진단에는 오류가 있었다. 성인 간의 의사소통 문제에 직면했는데 추가적으로 인간적인 수단을 동원한 것이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다음 주에 전체 교직원을 ‘친선 파티’에 초대했다.
파업으로 인해 틀어진 교사와 학교 경영진 간의 관계가 트위스터 게임(회전판을 돌려서 알록달록한 색판 위에 참가자들이 몸을 틀어 자리를 잡는 보드게임)을 몇 판 하면 회복되리라 생각했다. 트위스터 설명서에는 ‘6세 이상 어린이에게 권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학교 분위기는 계속 악화됐다. 이에 학교 경영진은 ‘실험’ 삼아 ‘존중 주간’을 시작했다. 목표는 모든 학생을 교화하는 것이었다. ‘존중’ 전문 ‘외부 강사’들이 초빙됐다.
레이드 어드벤처 오가니제이션(Raid Aventure Organisation)이라는 협회가 그 중심에 있었다. 해당 협회는 RAID(검색, 지원, 개입, 설득) 부서 출신의 전직 경찰관이 설립했으며 교육부로부터 승인까지 받았다. 학교들은 문을 활짝 열고 그들을 환영했다. 해당 협회 후원자 명단에는 다소 그룹(Dassault)과 베텐쿠르트-슐러 재단 이름이 올라가 있다. 또한 경찰 장비 전문 회사인 GK 프로페셔널(GK Professional)도 관대한 후원자였다.
이제껏 교사들은 일상에 찌들어 학생들에게 경찰기동대 방호복을 입혀 뛰어다니게 하거나 ‘좋은’ 암락 기술을 어떻게 하는지 조언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레이드 어드벤처 오가니제이션 협회 웹사이트에는 그날 학생들이 한 활동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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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어드벤처 오가니제이션
웹사이트-프록스 조치 소개
- ‘학생들을 위한 스포츠와 시민의식의 날’
- 자기 통제 및 자기 방어 기술 입문
- 치안 부대의 노하우 시범
(검문 기술, 군견 시범, 도로 통제, 구조 작업, 경찰 장비 및 차량 견학)
- 향후 검문 시 경찰관의 제스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경찰 개입에 사용되는 전문적인 제스처와 기술
(방어봉 다루기, 수갑 채우기, 신체검사, 심문 기술 등) 알아보기
- 경찰 방호복을 착용한 채 장애물 코스 달리기
- 학위가 없는 지원자를 위한 내부 지원 프로그램과
다양한 경찰 직무를 소개하고 채용하는 부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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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부모들은 ‘존중 주간’ 중에 수갑을 찬 학생들이 줄지어 운동장을 행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반대하지 않았다. 학교 내 경찰관의 존재는 ‘금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부 장관은 뉴스 전문 채널인 <LCI>에서 “상황이 안 좋은 학교에 경찰관이 상주하는 것이 왜 안 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안 되겠나?
이미 수년 전부터 학부모협의회연맹(FCPE)의 지역 지부들은 2021년 6월 오베르빌리에에서 그랬던 것처럼 ‘담 바깥’ 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전시회를 여는 것이 관행이 됐고 많은 사진이 찍혔다. 지난 3월 6일에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모여 일드프랑스 지역 의회 철책에서 야외 전시회를 열었다.
예술가 알레산드로 레치스와 알레산드라 판제리(Ale+Ale)는 그 사진들을 이용해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이들이 만든 콜라주 작품에는 안 주르댕의 <학교 풍경> 속 텍스트도 실려 있다. 중등학교 교사인 주르댕은 2021년에 센생드니에 있는 학교에서의 일상을 글로 썼다(안토니 뷔를로, 알랑 포플라르, 그레고리 르젭스키, 『신세계: 신자유주의 프랑스의 풍경(Le Nouveau Monde. Tableau de la France néolibérale)』, 암스테르담 출판사, 파리, 2021).
글·안 주르댕 Anne Jourdain
프랑스 역사·지리 중등 교사
번역·이연주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