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포위된 퀘벡 프랑스어

2012-08-13     앙드레 브라앵

캐나다 퀘벡주의 몬트리올 만원버스 안, 운전기사가 승객들을 향해 "뒤로 전진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쉽사리 들을 수 있다. 문법적으로 일관성이 없는 이런 문장은 현재 퀘벡의 언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식적으로 캐나다 연방정부와 뉴브런즈윅주의 공용어는 프랑스와 영어다. 하지만 보통 사용되는 공통어는 영어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퀘벡 외에서 프랑스어가 사용되는 범위는 개인적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 사람들은 프랑스어의 존재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퀘벡에서조차 프랑스어의 위상과 미래는 논쟁거리다.

프랑스어는 1974년에 퀘벡주의 공용어가 됐다. 1977년 퀘벡 프랑스어 헌장(일명 '101호 법')이 채택되면서 프랑스어의 위상은 강화됐다. 헌장 전문에는 "토착어 사용 공동체와 영어를 사용하는 퀘벡인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캐나다 내 교육·통신·상거래시 프랑스어를 사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사람들은 캐나다의 다른 주에서 영어가 공통어로 사용되는 것처럼 퀘벡에서 프랑스어가 공통어로 사용되기를 원했다.

101호 법이 채택되기 전 퀘벡의 상용어는 영어였고, 프랑스어는 소규모 직장에서 사용되는 언어였다. 예전에 존재하던 언어 사용자들 사이의 명백한 경제적 불평등은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이 부분이야말로 101호 법이라는 언어정책이 거둔 괄목할 만한 성공 중 하나였다. 예전에는 캐나다로 이주해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식을 영어를 사용하는 학교에 보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이 법이 '언어적 평화'를 만들어내고 퀘벡에서 프랑스어의 위상을 결정적으로 보장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함이 남아 있다.

퀘벡의 특징 중 하나는 언어의 다양성이다. 첫째, 토착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크리어와 이누이트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토착어가 위기에 처해 있다. 두 번째로는 프랑스어가 있는데, 주민의 80%가 프랑스어를 쓴다. 그리고 영어가 있다. 퀘벡 주민 8%가 영어를 모국어로 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주민들이 사용하는 이주어(소속 집단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언어)가 늘어가고 있는데, 주민의 12%가 이 언어들을 사용한다. 이런 다원주의는 필연적으로 보편적인 관용어법(고유어·방언)을 사용하기 마련이고, 상호 소통을 위해 흔하게 선택되는 것이 영어다. 그런 까닭에 오늘날 퀘벡은 기껏해야 2개 언어가 사용되는 사회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 사회 안에서 프랑스어는 대다수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지만 자신의 관할구역 내에서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라고 강요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언어로 존재하는 것이다.

퀘벡 주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101호 법은 아마 영어권 캐나다가 가장 싫어하는 조치일 것이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를 국가적으로 드러내는 행위가 자폐 또는 민족적 성격을 띤 반동행위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낀다. 캐나다에서 헌법에 의거한 권리와 프랑스어를 말할 권리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은 종종 '울보'(Chialeux)로 간주된다. 어쨌거나 그들이 2개 언어를 말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퀘벡에서 프랑스어로 말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은 '분리주의자'가 되고 만다.

101호 법은 일상적으로 조롱당하고 있다. 이 법이 채택된 지 35년이 지났음에도, 법 적용을 담당하는 퀘벡 프랑스어청(OQLF)은 이 법을 위반한 사람들에게 형사상 적용이나 강제적 법집행을 피하고 설득하는 쪽에 역점을 두고 있다. 게다가 이 법은 주정부 관할 영역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프랑스어청의 재량권은 은행, 통신업체 등 퀘벡 소재 연방 관할 기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 27만8천여 명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퀘벡 소재 연방 행정부에서는 2개 언어를 사용한다. 프랑스어를 장려하고 캐나다 전역에서 프랑스어가 가시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공용어에 관한 연방법이 캐나다 의회에서 채택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어와 영어의 평등을 보장하는 이 법을 퀘벡주에 적용하면서 오히려 프랑스어 강화에 방해가 되고 있다.

101호 법에 따르면 퀘벡의 행정어는 프랑스어다. 하지만 실제 행정 서비스는 철저하게 프랑스어와 영어로 행해지고, 하이드로 퀘벡 전력회사 같은 국영기업체나 프랑스어권을 선언한 몬트리올 같은 행정구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노동조합이나 전문 동업조합도 2개 언어가 실제적으로 사용된다. 101호 법이 프랑스어 이외에 다른 언어의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2개 언어 사용을 정당화한다. 그렇다면 왜 유독 영어만 사용하는가?

왜 꼭 영어야만 되지?

퀘벡 정부가 현재 처한 상황과 정책은 부조리하다. 실제로 전혀 평등하지 못한 2개 언어의 평등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영어와 프랑스어, 두 언어를 유지하는 동시에 영어를 사용하는 소수 주민들이 퀘벡의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것을 소외시킨다. 또한 부당하게 영어 사용을 장려하고, 이주자들에게 영어 사용에 합류하도록 부추긴다. 왜냐하면 영어가 캐나다의 공통어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도 아닌 퀘벡 내에서 프랑스어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이민은 퀘벡의 인구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2006년 이후로는 양상이 달라졌지만 역사적으로 이민은 영어를 사용하는 소수 집단에 도움이 되어왔다. 그전에는 이민자들의 태반이 퀘벡에 도착할 때 이미 프랑스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런가? 새로운 이민자들의 성공적인 사회 통합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학교는 배움의 장소이자 사회 통합의 장소이다. 퀘벡에서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은 보통 프랑스어로 한다. 영어 학교 입학은 영어 사용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제한되어 있는 편이다. 영어 사용 공동체는 완벽한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탁아소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뿌리가 잘 내렸다. 캐나다 여타 지역에서 중시되는 상황과 다르게, 퀘벡에서 영어 학교에 들어갈 권리를 얻기 위해 법정에 신청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어나 타 언어를 사용하는 부모들이다. 영어권 학교를 성공적인 2개 언어 사용의 핵심요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 직업교육과 대학교육은 교육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퀘벡 프랑스어청 통계에 의하면 이민자 학생의 과반수와 프랑스어 사용 학생의 상당수가 영어로 교육하는 교육기관에서 학업을 계속하는 쪽을 선택한다.

노동 또한 사회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1호 법에 근거하면 퀘벡의 노동어는 프랑스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혼돈이 계속되고 2개 언어 사용이 마치 채용 조건처럼 요구되고 있다. 대외 업무상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어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동료나 상사가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거나 고객에게 2개 언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이유로 영어를 요구하기도 한다. 101호 법은 퀘벡에서 노동자들이 프랑스어로 근무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지만, 고용주들은 대개 부당하게 영어 습득 정도를 채용 기준으로 요구한다. 이런 행태는 퀘벡에서 다른 식의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인상을 준다. 퀘벡 정부가 한편으로는 새로운 이민자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시장에 더욱 잘 대비하기 위해 영어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확인하는 일은 참 난처한 일이다.

상업어로서 프랑스어의 입지는 어떤가. 퀘벡 프랑스어청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고객들은 퀘벡 전역에서 프랑스를 사용할 수 있지만 몬트리올에서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영어로 답을 듣는 일이 흔하고, 그럴 경우 고객 중 4분의 3은 역시 영어를 사용한다.

101호 법이 그 목적을 달성하고, 프랑스어가 진정 퀘벡에서 공통어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주민들의 확실하고 단호한 참여가 필요하다. 퀘벡의 상황은 대부분 프랑스어 사용 주민들이 스스로 보여주는 모호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프랑스어)를 희생시켜서라도 2개 언어를 중시하려는 것 같다. 또한 이런 상황은 퀘벡이 겪고 있는 정치적 분열에서 기인한다. 어떤 사람들은 퀘벡에서 101호 법이 캐나다 연방주의와 양립 불가능한 분리독립주의 대책과 같은 것이라고 여긴다. 오늘날 언어적 평화는 자유방임과 짝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헌법 차원에서, 그리고 언어 차원에서 프랑스어권 퀘벡은 어정쩡하고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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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브라앵 André Braein 캐나다 오타와대학 법대교수

번역 | 김계영 canari6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