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콕토와 그의 연인, 장 데보르드

2024-06-28     질 코스타즈 | 기자, 피에르 마크 오를랑상 위원회 회장

장 콕토 서거 60주기를 맞아, 서점 진열대에는 증언집과 수필집, 개정판 도서가 가득 쏟아졌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없다. 이 ‘아편의 시인’(1)은, 흐르는 세월에 흐려진 불빛 속에서도 반짝인다. 장 콕토가 가장 흥미롭게 여기며 추구했던 것들은 그의 친구들과 연인들 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

 

작가 장 콕토와 배우 장 마레의 오랜 교류를 그린 만화(2)가 있다. 이 만화책의 출간은 아름답고 경이로운 이벤트다. 그림 작가 모란 마자르와 스토리 작가 이자벨 보티앙은 풍부한 참고자료들, 때로는 신문기사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사건들과 인물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이야기 속에 담긴 자유로움을 잘 살려냈다. 잔잔하면서도 또렷한 환희의 순간들을 강렬한 색상의 대비를 통해 각기 다른 느낌으로 구성하며, 격정적인 동성애를 표현했다.

이 이야기는 마레가 콕토와 함께 연극 공연을 하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공연을 시작한 1937년부터 펼쳐진다. 그들은 전쟁(1939~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몇 년 동안, 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이 앨범이 완성되는 1944년은 시인 막스 자콥이 드랑시의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한 해다. 콕토는 자콥을 구출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자콥은 해방을 보지 못한 채 죽었다. 한 쌍의 연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그들의 강렬한 개성과 격렬한 논쟁이 폭발했던 시절이 하나의 장이 돼 펼쳐진다.

콕토의 이전 파트너 중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인 장 데보르드는, 이 앨범에서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에 대해, 그리고 격렬한 그들의 관계에 대해 ‘시인의 왕자(Prince des poètes, 프랑스에서 다양한 국적의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시인에게 비공식적으로 주어지는 명예로운 호칭-역주)’라는 찬사를 더해 관심을 보인 책이 두 권 더 있다.

 

이와 관련한 세부 내용은 예술사가인 마리조 보네(3)가 편집한 콕토와 데보르드의 대화(서간문집) 안에 담겨있다. 주된 내용은 이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들로 구성된다. 이 편지들에서 콕토와 긴밀한 사이가 될 매우 젊은 데보르드를 만날 수 있으며, 특히 희곡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그의 탁월한 필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데보르드가 그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저술가 모리스 삭스의 말 등도 있다. 그리고 특히 이 시대를 재편성할 만큼 중요한 내용은 끝부분에 있다. 그들은 결별했고, 이후 거리를 둔 채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한쪽은 자신의 영광을 지켰고, 다른 한쪽은 자신의 용기를 따라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 콕토는 나치에 협력한 언론사가 가장 싫어하는 작가로 찍혔으나, 나치는 그에게 관대했다(이에 대해, 나치 독일에서 공공작품으로 유명했던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아르노 브레커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박수를 쳤을까?).

 

레지스탕스 활동 중에 결혼한 데보르드는 1944년 붙잡힌다. 그는 나치의 잔혹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단 한 마디 정보도 발설하지 않은 채 38세로 생을 마감했다. 데보르드와 콕토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온 두 번째 책은 올리비에 샤르뉴가 쓴 소설 『축복받은 자와 배척당한 자』(4)이다. 이 소설에서는 그 몇 년의 시간을, 그 엄청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샤르뉴는 젊은 작가와 시인이 서로에게 매혹되는 순간들을 묘사한다.

콕토는 자신과 결별한 데보르드가 겪은 시련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그의 강렬한 목소리를 발견한다. 이 사랑의 춤과 작별 인사는 언제나 은총과 함께 기록된다. 보네와 샤르뉴에 의해 재평가된 데보르드는, 확실히 이전보다 위대한 모습이 된 것이다.

 

 

글·질 코스타즈 Gilles Costaz
기자, 피에르 마크 오를랑상 위원회 회장

번역·김진주
번역위원


(1) 장 콕토는 30세였던 1919년, 16세의 미소년 시인 레몽 라디게(Raymond Radiguet, 1903~1923)를 만나 열정적인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라디게는 불과 4년 후 20세의 나이로 급사한다.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절망한 장 콕토는 아편에 빠지고, 이후 아편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집필한 작품이 『Les Enfants terribles 무서운 아이들』(Bernard Grasset, 1929)이다.(-역주)
(2) Isabelle Bauthian et Maurane Mazars, 『Jean Cocteau et Jean Marais - Les choses sérieuses 장 콕토와 장 마레, 진지한 이야기』, Steinkis, Paris, 2023년.
(3) Jean Cocteau, “Je t’aime jusqu’à la mort 나는 죽을 때까지 너를 사랑해”. 『Correspondance avec Jean Desbordes, 1925-1938 장 데보르드와의 대화 1925~1938년』(Albin Michel, Paris, 2023년)와 『Jean Desbordes, Les Forcenés 장 데보르드, 광란자들』(Interstices Éditions, Bon-Encontre, 2022년) 이 두 책에서 찾을 수 있음.
(4) Olivier Charneux, 『Le Glorieux et le Maudit. Jean Cocteau - Jean Desbordes  : deux destins 축복 받은 자와 배척 당한 자. 장 콕토 - 장 데보르드 : 두 개의 운명』, Seuil, Paris,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