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의 구현
19세기는 무장봉기와 전복적 사고의 시대였다.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처음 생겨났고, 페미니즘 문제가 불거졌으며, 실질적 평등의 확립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샤를 푸리에, 피에르 조셉 프루동, 에티엔 카베, 카를 마르크스 등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이들이 빼앗겼던 프랑스 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행동하고 논의하기 위한 조직망을 결성했다.
피에르 르루, 공유재산 공동체 시도
그러나 결국 대부분 감옥에 갇히거나 망명길에 올라야 했고, 공식적인 역사는 이들을 되도록 희미하게, 나아가 아예 보이지 않게 가렸다. 피에르 르루(1797~1871)라는 인물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쇄공인 동시에 위대한 사상의 주창자인 그는 오랫동안 조르주 상드의 지지와 함께 경배마저 받은 인물로, 『인류에 관하여(De l’humanité)』(1840)를 비롯한 에세이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런 그의 학문이자 종교였던 ‘공산주의’는 박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이데올로기로 공유재산체제를 다시금 촉구하는 것이었다. 그는 1844년부터 1848년까지 프랑스 크뢰즈주에 위치한 부삭 지역에서 가족들과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시도하기도 했다. 비록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한편 피에르 르루는 윤회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 공동체는 농업 혁명 구현, 언론을 통한 정치 이념 확산, 임금의 평등화, 직접 민주주의 실현 등을 고안하며 ‘또 다른 사회’를 가꾸는 하나의 실험이었다. 뤼도비트 프로베르가 일요일 연회와 토론회, 애찬식 등을 언급했던 것도 바로 이 공동체에 대한 것이었다.(1) 하지만 1848년이 되면서 이 시도는 끝나고 말았다.
훗날 르루는 의원으로 선출되었지만 1851년에 런던으로 망명했다가 영불해협 저지섬으로 몸을 옮겼다. 그는 무력 사용에 결코 찬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2공화국 초, 일개 노동자가 과도정부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그의 손에 총이 들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장 파업의 투사 샤를 마르슈
르루에게 ‘노동권’을 법적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던 이 노동자의 이름은 바로 샤를 마르슈였다. 마르슈는 무장 파업, 민중회 등에서 활동을 이어갔고, 6월 봉기에 참여하였다가 망명했다.
다른 이들이 그러했듯이 마르슈 역시 미국으로 향했다. 당시 미국은 피에르 르루의 형제이기도 한 쥘 르루가 에티엔 카베의 ‘이카리아 공동체’ 중 한 곳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마르슈의 동료들이 정치 운동을 벌이기도 한 곳이었다. 이후 마르슈는 미국 남북전쟁 동안 연방 편에서 활동했다. 알랭 뤼스텐홀즈는 놀랍고도 난해한 이 인물의 일대기를 전기로 묶어내 공산주의 신조가 지닌 영향력에 대해, 그리고 공산주의 운동가들의 지적 용기에 대해 폭넓게 그려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감정을 움직이게 한다.(2)
모리스 라샤트르, 자유지상주의적 사회주의 전파
모리스 라샤트르(1814~1900)도 이토록 뜨겁고도 웅장한 흐름에 빠지지 않았다. 열성적인 반교권주의자인 라샤트르는 민중 교육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다수의 사전을 출간했는데, 그 내용이 교묘하게 당국의 신경을 거스른 탓에 여러 차례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결국 라샤트르는 망명길에 올라 수년간 프랑스를 떠나 있어야 했다.
중요한 점은 그가 공산주의 금지가 일반화되던 시기에도 르루나 카베, 루이 블랑 등을 내세웠다는 사실이다. 그는 외젠 수의 『민중의 신비』등을 출간했고,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제1권)의 번역본을 펴내기도 했다. 라샤트르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심령술과 동종요법의 원리를 옹호했고, 자유지상주의적 사회주의를 주장했으며, 코뮌을 지지하는 등 그는 결코 굽히는 법이 없었다. 잊히지 않아야 할 인물이 분명하다.(3)
글·에블린 피예에 Evelyne Pieille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김보희
번역위원
(1) Ludovic Frobert, 『Quelques lignes d’utopie. Pierre Leroux et la communauté des imprimeux à Boussac (1844~1848) 유토피아에 관하여 : 피에르 르루와 부삭 지역의 인쇄공 공동체(1844~1848)』, Agone, Marseille, 2023, 235 pages, 18 euros.
(2) Alain Rustenholz, 『Du drapeau rouge à la tunique bleue 붉은 깃발부터 푸른 옷까지』, Editions Syllepse, Paris, 2023, 156 pages, 12 euros.
(3) François Gaudin (sous la dir. de), 『Avec la rouge bannière! 붉은 깃발을 들고!』, préface de Jean-Yves Mollier, Editions Lambert-Lucas, Limoges, 2023, 168 pages, 30 eu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