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 다양한 의미

2012-08-13     에블린 피에예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은 '교양이 부족하고 문화정책을 지나치게 대중적인 방향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의 대중화는 원래 전통적으로 좌파가 추구하는 정책인데, 우파인 사르코지가 추진하기에는 맞지 않은 정책이다. 이제 좌파 정권이 들어섰으니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치권 인사들이 문화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문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에 맞춰 문화정책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문화를 정의하는 일이 간단하지는 않다. 2001년부터 최근 선거 때까지 파리시 문화 담당 고문을 지낸 크리스토프 지라르, 그리고 10년 동안 프랑스 외무성에서 해외문화정책을 담당했고 현재 (영국문화원을 본뜬) '컬처 프랑스'의 원장으로 있는 올리비에 푸아브르 다르보르는 문화를 각각 다르게 정의한다. 지라르는 "개인의 발전과 공동 가치를 이뤄내는 문화는 만남과 나눔을 다시 가능하게 하고, 프랑스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중심축에 해당한다"(1)고 봤다. 다르보르는 에세이에서 "문화란 관계, 연대, 만남, 개성에 대한 욕구이다. 문화는 아름다움, 나눔, 전달, 이루어진 꿈이다"(2)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문화다운 문화를 만드는 정책을 마련하려면 개개인의 문화 경험을 높여야 하고(지라르), 시민이 창조 활동에 참여하는 능력을 인정해야 한다. 올바른 문화정책은 문화의 다양성을 높이고 동시에 다양한 대중 사이의 활동을 증진하는 일이다. 푸아브르 다르보르의 말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진정한 문화정책이 마련되려면 보편적 가치로서의 문화를 버리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지역 한 곳 한 곳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수의 선택을 받은 문화 중심으로 몰고 가는 허울 좋은 문화 대중화가 아니라, 하향평준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문화의 민주화가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문화는 개인마다 다른 고유의 가치를 표현하고 타인의 다른 점을 인정하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문화는 '사회관계'와 '자신의 개성 추구'라는 두 가지 이상을 이룰 수 있게 해주고, 모두를 발전시키고 협력하게 해줘야 한다(지라르). 논리적으로 말하면 문화는 세상에 큰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예술도 미적·정치적·윤리적 가치의 우열을 허물고 활기와 창의력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문화정책은 예술과 문화 교육의 기틀을 마련하고, 원작자·배우·관객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디지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지라르).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문화는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 진정한 해방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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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블린 피에예 Evelyne Pieiller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못생긴 씨앗 하나>(2012) 등이 있다.

(1) Christophe Girard , <문화에 관한 작은 붉은 책>(Le Petit Livre rouge de la culture), Flammarion, 파리, p.106, 2012.
(2) Olivier Poivre d’Arvor, <문화, 비상사태>(Culture, Etat d’urgence), Tchou, 파리, p.146,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