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의 런던, 산문의 파리

2012-08-13     윌리엄 프렌디빌

<런던: 운문으로 보는 역사>(1)는 이해를 위해 큰 소리로 읽어야 하는 운문으로 시작된다. 700쪽을 훌쩍 넘기는 이 책은 처음처럼 마지막도 운문으로 끝난다. 16세기 중세 영어로 쓰인 운문부터 영국의 옛 식민지에서 쓰던 방언으로 적힌 운문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런던의 6세기에 걸친 역사를 재발견하게 된다.

도시의 변화는 언어 변화로 이어진다. 런던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르며 중세시대 영어의 난해한 모음과 복잡한 자음 부분이 사라지면서 근대 영어의 기틀이 마련된다. 운문 역시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다. 제프리 초서(1342∼1400)의 시가 외설적이고 노골적인 표현이 가득했다면, 윌리엄 워즈워스(1770∼1850)와 존 키츠(1795∼1821)는 낭만주의 시를 추구했고, T. S. 엘리엇(1888∼1965)과 에즈라 파운드(1885∼1972)는 과학적 근대주의 시를 추구했다(참고로 엘리엇은 1927년 영국 자연주의 시인으로 변신했다). 시 양식은 '샹소네트'와 '소네트'의 뒤를 이어 구전 운문인 '발라드'가 등장하고, 서정단시인 오드가 거리의 아이들이 읊던 '리토르넬로'와 가까워진다.

런던 한가운데에는 템스강이 흐른다. 16세기에 에드먼드 스펜서는 템스강을 '은빛 물결'로 묘사했고, 산업혁명 시기에 윌리엄 블레이크는 시에서 '허가받은 템스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엘리엇이 쓴 '유령 도시'에는 템스강이 소재로 등장한다. 엘리엇의 걸작 '황무지'는 문학의 대변혁을 일으켜 영국의 시가 엘리엇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였다.

<런던: 운문으로 보는 역사>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비틀스에서 아일랜드 펑키그룹 더포그스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활력 넘치는 현대 노래가 운문 장르로서 다뤄지지 않은 것이다.

파리의 정신을 노래한 작품으로 그람 로브의 산문(2)이 있다. 로브의 저서는 시는 거의 없고 죄인, 공무원, 연인, 건달, 정치인들의 편지와 증언이 주를 이룬다. 그의 작품은 팔레루아얄에서 창녀에게 동정을 잃은 청년 보나파르트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훗날 나폴레옹이 되는 보나파르트의 개인 일기를 바탕으로 글을 전개해간다. 이외에 '드레퓌스 사건'에 숨겨진 폭력성을 폭로한 졸라 부인의 이야기, 1959년 10월 15일 밤에서 16일까지 일어난 우익 분자의 프랑수아 미테랑 테러 시도 사건을 묘사한다. 마지막 장인 '사르코, 부나와 지에드'는 2005년 클리쉬수부아에서 발생한 이민자 소요 사태를 다루며 근대의 평화로운 파리가 아닌 혼란으로 점철된 현대의 파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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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프렌디빌 William Prendiville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런던: 운문으로 보는 역사>(London: A History in Verse), 마크 포드 편집,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s, p.726, 25유로, 2012.
(2) Graham Robb, <파리를 만든 사람들이 들려주는 파리 이야기>(Une Histoire de Paris par ceux qui l’ont fait), Flammarion, 파리, p.641, 10유로,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