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 인상, 무상교육 파괴 공작인가

2012-09-11     이자벨 브뤼노

 

 

프랑스전국대학생연합(이하 대학생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한 학기에 드는 비용이 지난 10년간 50% 인상되었다. 이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 가운데에는 각종 싱크탱크와 국제기구들의 등록금 인상 권장도 한몫했다. 그러나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수많은 학생이 대출받은 등록금을 갚지 못하는 일이 빈번할 것이다.

발레리 페크레스 고등교육연구부 장관은 2007년 장관직에 취임하자마자, 9월 27일자 <레제코>에 "향후 2012년까지 1968년 5월 혁명이 남긴 폐해를 시정하겠다"고 공표했다. 고등교육의 신자유주의식 개혁 완수라는 도전장을 던졌다. 현재까지 성과를 보면 페크레스 장관은 자신이 일군 성공을 자랑할 만하다. 클로드 게앙 내무부 장관에 따르면, 2007년 여름 의회에서 가결된 '대학의 의무 및 자유에 관한 법률'은 퇴임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법이라 한다.(1) 정부의 굴레로부터 대학 자유화가 목적이던 '역량 및 책임 확대'로의 전환은 80개 대학 중 8개 대학을 학장 감독 아래 '감시하의 자율권' 처지에 놓았고, 그 외 대학들은 자율적인 재정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당면했다. 기업을 돌며 재정 지원을 호소하고, 모교 출신들에게 지원을 구걸하며 등록금을 인상하는 등 말 그대로 대학은 '판촉 행위에 나선'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대학들이 새롭게 얻은 역량이었다.

그런데 대학이 가격을 매겨 팔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공공재로 간주되는 지식은 더 이상 성공적 소득원이 아니었다. 남은 것은 과학 연구를 특허 획득이 가능한 상품으로 변환시키고, 교육을 '개인화' 코스로 바꾸고, 돈벌이가 되는 학위를 딸 수 있는 '전문직화'로 변환하는 것이었다. 대학 교육은 소비 능력이 있는 대중을 대상으로 패키지화되고, 마케팅을 하며, 선별적이 되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에 부합한다는 증명서도 받고, 인기등급도를 매기는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대학 교육은 상품화되고, 개중에 명성 높은 대학들은 사적 재정 확보에 익숙해진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학 선전물과 전단지, 대학 박람회, 대학 안내서 및 기타 광고물에 혹하고, 향후 진로 선택은 마치 투자 선택과 다름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학 등록금 납부는 취업 시장에서 협상 가능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투자이다. 유럽, 나아가 세계의 고등교육은 '이동성 강화'와 '투명성 고취'라는 명목하에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를 걸고 사업을 벌이는 기업가이자, 동시에 고객이 되어 거래를 성사하는 공간이 되었다.

소란스럽기만 한 논쟁

프랑스에서는 비장학금 수혜자인 대학생들의 등록금이 매년 장관령에 따라 고정 금액으로 고시되는데, 2011~2012년 학기 기준 학사는 177유로, 석사는 245유로, 박사는 372유로였다. 여기에 사회보장제도 혜택에 따르는 금액 203유로가 추가되면, 대다수 학생의 등록금은 380~575유로이다. 반면 사립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대학 재량에 따라 자율적인데, 이 대학들은 최근 몇 년간 이런 자율권을 마음껏 활용했다. '국제 경쟁 심화', 졸업생들에게 약속했던 '투자 회복', '직장'의 재정보조를 앞세우며 경영대학원들은 가차 없이 등록금을 배로 올렸다(대학의 연간 등록금이 1만 유로 수준을 넘어섰다). 공과대학들도 덩달아 등록금 상승을 뒤따라가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일부 국립대학도 '우수 대학', '경쟁력 있는 대학'을 추구한다. 이 기관들은 국가의 재정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등록금을 올려 받는 것이 '지식 시장'에서 돋보일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고 대학의 '추가 등록금' 결정권을 활용한다. 이같은 추가 등록금 징수 증가는 수차례 비난을 받았다. 대학생연합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대표적인 단체이다. 대학생연합이 2011년 학기 개강시 24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4개 대학의 등록금이 1천 유로 인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점차 노골적이 돼가는 등록금 인상 경쟁은 두 가지 논리가 복합되어 있는데, 해외 대학과의 비교와 금융위기이다. "미국이 우리의 모델 아닌가? 양질에는 그만큼 비용이 따르는 법이다"라고 일각에서는 주장한다. 유명한 아이비리그대학의 연간 학비는 6만 달러에 이르는데,(2) 공립기관들의 등록금에 비해 평균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 30년간 공립기관들의 등록금이 배로 증가했음에도 말이다. "북미까지 볼 필요 없이, 영국을 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재정 적자 축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영국의 자유당과 보수당 연맹은 국가 지원 삭감을 상쇄하려고 등록금 상한선을 상향 조정했다. 상한선이 3천 파운드에서 6천 파운드, 심지어 예외적 상황에서는 9천 파운드로 인상되었다. '예외적 상황' 조항이야말로 많은 대학이 현재 근거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3) 스페인은 지난 4월 학비 조달을 위한 학생들의 기여 수준 증가를 위해 학생 부담이 15%에서 25%로 증가하게끔 지방정부에 등록금 인상을 허가했다. 한편 캐나다의 퀘벡에서는 학생시위를 통해 비싼 등록금이 미국만의 특수성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장 샤레 정부의 등록금 인상 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75% 인상을 예상하는데, 이로써 퀘벡은 세계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 교육의 행렬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4)

현재 고등교육의 비용 인상 경쟁은 지극히 중요한 사안이지만, 그 원인을 단순히 경제 여건이나 다른 나라의 상황에서 찾을 수는 없다. 등록금 인상 경쟁에 뛰어드는 국가가 점차 증가하는데, 이는 지난 30여 년간 권력자들이 추구해온 노력의 산물이다. 이른바 '교육서비스 제공자'들은 여전히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가격 책정권이 없다. '지식 시장' 옹호론자들의 눈에는 터무니없는 제약일 따름이다. 따라서 이들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하듯, 그리고 대학 기관의 경쟁력 있는 차별화와 유리한 입지 선택 전략에 맞도록 그런 제약을 없애려는 것이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도래 이후, 특히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재정원 다각화, 즉 민영화를 정당화하는 현 금융위기로 더욱 맹렬해진 대학 등록금 규제 완화는 성공일로를 걷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5)와 유럽위원회(6), 대학총장협의회(CPU)(7), 그리고 각종 싱크탱크와 국가위원회들의 최근 보고서에는 프랑스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학 등록금 문제를 쟁점화하며 등록금 인상 가능성의 길을 열었다.

공리주의적 관점의 함정

등록금 인상에 대한 강한 반발을 프랑스 특유의 보수 성향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칠레, 캐나다 퀘벡, 핀란드, 오스트리아를 아우르는 등록금 인상 거부 움직임은 고등교육 비용을 둘러싼 논쟁이 OECD 국가 대부분에서 격랑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8) 이 국가들 대부분이 최근 등록금 인상을 단행했고, 그 외 독일 주정부들은 무상교육 전통을 깨고 등록금 징수를 결정했다. 덴마크나 아일랜드처럼 일부 국가는 일반적 관행에서 벗어나 자국 내 유학 온 국제학생들에게 고액 등록금을 부담시켰다. '파노라마2011' 교육 통계에서, OECD는 단 8개국만이 자국민들에게 공립 교육기관 무상교육 정책을 유지했고(9), 3분의 1 이상 국가에서 연간 등록금이 1500달러 수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등록금에서 프랑스는 중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등록금은 실상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장학금제도와 학비보조제도는 발전이 미미한 상태다. 이 때문에 학생들에게 학비 부담을 지우는 안은 오랜 기간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회당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테라노바' 같은 진보단체가 부수려는 '금기'가 바로 이것이다.(10) "대학 준비 과정을 포함해 무상에 가까운 고등교육제도는 심각한 불평등의 원인이며, 대학에 학생들을 위한 양질의 교육 제공에 원천이 될 수 있는 자원을 박탈하고 있다"(11)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고등교육 유상화는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두 가지 논리를 내세운다.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는 이들의 결정적 주장인데, 유상화를 통한 비용 인상은 장학금 혜택과 학자금대출제도 마련을 통해 상쇄될 것이라 한다. CPU는 학자금분할상환대출제도의 도입을 내놓았는데, 서민층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대출해주고 향후 특별과세 형태로 상환하는 방법이다.(12)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저금리 대출제도를 마련해, 졸업 후 첫 취업 시작과 동시에 급여 수준에 맞춰 상환'하게 하는 안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시장인 미셸 데스토를 비롯해, 현 장마르크 에로 총리 정부의 고등교육연구부 장관에 임명된 준비에브 피오라조(데스토 의원의 전직 비서실장)였다.(13) 그러나 등록금과 학자금 지원의 개인 부담화는 교육에 내재해 있는 공동체 논리를 부정한다. 대학생들은 더 이상 국민이 아닌, 언제가 됐든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일 따름이다.

등록금 인상을 지지하는 이들은 사회 불평등 논리뿐 아니라, 학비 인상을 통해 교육의 가치 제고를 꾀한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운다. '학생 스스로의 학비 부담'을 통해 학생들은 금전적 가치를 인식해 학업에 더욱 열중하고, 학업 태만도 방지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데스토 의원은 이 때문에 "학비 지원을 개편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며, 학부모의 소득수준을 고려한 지원제도를 마련하되, 수혜 학생들의 동기 유발을 위해 수혜액도 높여 학생들을 격려해야 한다. 이로 인해 수혜 학생들도 자신의 성공적인 학업 성취에 좀더 책임의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학비지원제도를 철회가 가능한 '청산 가능한 권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점점 더 건실하고 까다로운 '고객들'로 인해 대학은 끊임없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함으로써, 이는 하나의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총장직, 연구직, 교수직에 국제시장에서 스타급인 인물들을 임용하는 추세에서 나타나듯, 로비와 브랜드 가치 제고, 광고 및 마케팅에 드는 값비싼 지출은 질적 향상보다는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경제학자 애니 비노쿠르에 의하면,(14) 미국 공립 교육기관의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학생당 교육비 지출은 1960~2001년 17% 증가했고, 행정관리비는 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 연구보다는 행정 처리를 우선시해 관료제만 비대해진 것이다.

또한 학생과 대학 간의 상업적 관계는 지식에 대한 공리주의적 관점만 부각시킬 수 있다. 대출에 의한 학비 지불이 일종의 투자로 인식되면서 수익성이 최고 가치가 되고, 배움의 즐거움은 순응적 태도에 의해 잊히고 말 것이다. 대출받은 학비 상환을 위해 전략적·물질만능주의적이 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학생들은 신속한 이윤 확보에만 골몰할 것이다. 영국만 해도 이미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는데, 런던정경대학 교수들은 돈과 권력에만 집착하는 세대에게 비판정신을 불어넣는 것을 단념한 듯하다.(15)

등록금 인상 문제를 '부유한 청년층의 문제'로 한정하려는 주장도 있다. 결국 부유층이 더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이 공평한 일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야말로 퇴직자 문제만큼 사회에서 중요한 쟁점 하나를 민주적 논쟁에서 제외하는 셈일 것이다. '자본화에 따른 교육'과 '재분배에 따른 교육'(16) 사이의 대안 속에서, 공동 재산으로서 지식 공유를 보장할 세대 간 연대를 향한 투쟁은 계속된다.

글/이자벨 브뤼노 Isabelle Bruno

<연구 시장을 향한 유럽의 리스본 전략: 제자리, 준비, 땅!>(크로캉출판, 벨콩브앙보주, 2008), <유럽의 대변혁: 교육과 신자유주의>(실렙스, 피에르 클레망·크리스리앙 라발 공저,파리, 2010) 등의 저자.

번역/김윤형 hibou98@naver.com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 졸.

(1) <프랑스 앵테르>(France Inter), 2012년 1월 19일.
(2) Rick Fantasia, ‘미국 대학 시장의 정보 누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4년 11월호.
(3) David Nowell-Smith, ‘영국 대학에는 씁쓸함을 안겨준 선거 결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3월호.
(4) Pascale Dufour, ‘퀘벡 대학생들의 끈질긴 등록금 투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6월호.
(5) ‘2011년 교육 분석: 파노라마’, OCDE, 파리, p.62~63.
(6) ‘고용과 성장 지속을 위해: 유럽 고등교육제도 현대화를 위한 제안’, 브뤼셀, p.10~11, 2011년 9월.
(7) ‘프랑스 고등교육 재정 확보, 재분배 효과와 형평성,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제모델 재개편’이라는 제목의 ‘고등교육경제’ 실무단 견해 종합문. 파리, 2011년 9월.
(8) 2009년부터 국제학생운동(International Student Movement)은 세계 학생운동에 대한 이미지와 정보를 집계하고 있다.
(9) 덴마크, 핀란드,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멕시코, 노르웨이, 체코, 스웨덴(2008~2009년 수치).
(10) Alexander Zevin, ‘테라노바, 싱크탱크인 줄 착각하는 아이디어 제안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2월호.
(11) Terra Nova, ‘학생들의 성공이야말로 곧 프랑스의 진보이다. 지식 사회를 위한 도약’, 콩트리뷔시옹, n°12, p.18,  2011년 8월.
(12) Claire Bornais, ‘대학 등록금 인상’, <대학의 해방>, 마르세유, n°34, p.23, 2012년 3~4월호.
(13) Michel Destot, ‘연구와 고등교육의 미래: 2012~2017년’, 장조레스재단, p.44, 2012년 4월. 
(14) ‘고등교육서비스 구제를 위한 추가 비용 분담인가?’, 파리10대학, 2009년 4월.
(15) <파이낸셜타임스>, 런던, 2009년 12월 3일자.
(16) David Flacher, Hugo Harari-Kermadec의 기사 제목 인용. 테라노바의 제안에 대한 답변으로 <르몽드> 2011년 9월 6일자에 실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