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의 가면을 벗어라!”
프랑스 공공서비스부의 스타니슬라스 게리니 장관은 부임 전에, 자신의 아버지처럼 그랑제콜인 고등상업학교(HEC)를 졸업하고 기업을 운영했다. 행정부를 관리하게 된 현재, 게리니 장관은 ‘게으름뱅이’들을 더욱 쉽게 해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부는 올해 100억 유로를 절약해야 한다.
2022년, 게리니 장관이 보유한 자산은 농촌 주택 두 채, 면적이 200㎡가 넘는 파리의 아파트 한 채를 포함해 400만 유로에 달했다. 2023년에 서민임대주택(HLM)을 얻지 못한 8만 명의 공무원과 소득이 낮아 집을 구하기 어려운 수백만 명의 시민에게, 정부는 공공 주택 공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거주 자격 소득 상한선을 초과하는 세입자들을 임대 주택에서 내쫓겠다고 약속했다. 2021년, 전문가 그룹 ‘그라쿠스’가 한 문서에 언급한 것처럼 “공공 주택의 회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중앙은행의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총재 역시 이 싱크탱크 소속이다. 드갈로 총재는 매달 주택 수당 6,182유로와 2만 5,321유로의 급여를 받는다.(1) 신념을 지닌 이가 받는 대가다(사회적 가톨릭주의는 약간의 여유로움을 배제하지 않는다). 드갈로 총재는 지난 3월에 열린 한 강연에서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15년이 흘렀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정부가 공공지출을 좀 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르루아 총재는 인력을 감축하고, 여러 부서를 폐쇄하며 예산 절약의 모범을 보였고, 지난해 중앙은행 직원 3명이 자살했을 때 즉시 ‘직장 내 복지 프로그램’을 가동했다.(2)
피에르 모스코비시 회계감사원장은 빌르루아 드갈로 총재가 “뼛속까지 공공서비스 정신이 깃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모스코비시 감사원장도 공공부문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다. 지난 2월, 정부가 재정 적자가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때, 모스코비시 감사원장은 정부 지출에서 500억 유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는 “성역화되는 분야는 없어야 한다. 사회 영역도 기여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위공직자 급여에 국회의원 연금과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위원 연금을 합쳐 매달 2만 3,000유로를 받기로 한 사람의 말이다.
장르네 카즈뇌브 국회 예산보고관은 4월 17일 <로피니옹>과의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인심을 베풀 수는 없다”고 말하며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나 각종 사회 보조금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르네상스당 소속 제르 지역 국회의원인 카즈뇌브는 자산 소득을 관리하고 연구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금융자산 과세 개혁안은 단번에 배제했다. 지난해 카즈뇌브 의원은 과거에 몸담았던 부이그 텔레콤의 주식을 35만 3,000유로어치나 보유하고 있었다.
총리실 산하 정책 연구기관 ‘프랑스 전략’이 지난해 가을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소득에 대한 일정 세율 과세 신설, 부유세 폐지, 기업세 인하 등 2017년부터 추진된 정책은, 부유한 납세자들의 금융 소득만 증가시켰다. 하지만 브뤼노 르메르 경제부 장관은 이 정책을 계속해서 유지하려 한다. 그는 지난 3월 23일 트위터에 “포퓰리즘의 가면을 벗어라!”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글·그레고리 르젭스키 Grégory Rzepsk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부편집장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Rapport annuel de la Banque de France 2023, 2023 프랑스 중앙은행 연례 보고서」, 2024.3.15., https://www.banque-france.fr
(2) Clotilde Mathieu, 「Banque de France : dès 2019, un rapport pointait le risque de suicides 프랑스 중앙은행: 2019년 이후, 보고서에 드러난 자살 위험」, <L’Humanité>, Saint-Denis, 2023년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