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영합하던 국제재판소, 정의 우선하는 독자노선 예고

가자지구 심리하는 국제 법정의 예사롭지 않은 표결

2024-07-31     안세실 로베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국제이사

이제까지 국제재판소는 크게 주목받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 헤이그에서 진행 중인 가자지구와 관련된 두 건의 소송(한 건은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것, 다른 건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지도자들에 대한 것)은 전통적인 지정학적 관계의 변화와 분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재판소는 아프리카와 푸틴 같은 깡패들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 간부가 저에게 말했습니다.”(1)

지난 5월 20일 국제형사재판소의 칸 검사는 <CNN> 인터뷰에서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잘라 말했다. 칸 검사가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쟁 범죄와 반인도 범죄의 혐의로 하마스의 지도자 3명—야히아 신와르, 무함마드 디아브 이브라힘 알-마스리(데이프), 이스마일 하니예—그리고 이스라엘의 총리 네타냐후와 국방부 장관 요아브 갈란트에 대해 체포 영장 청구서를 제출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체포 영장이 청구된 일은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터무니없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해당 검사에게 보복하겠다고 위협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그 무엇도 이스라엘의 ‘정당 방어’ 작전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제사법재판소, 이스라엘에 올해 세 차례 명령 내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전범들을 재판했던 뉘른베르크 군사 법원과 도쿄 군사 법원의 정신을 따르는 국제형사재판소는 외교적 정치적 지위와 상관없이 한 개인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반면, 국제사법재판소는 국가의 잘잘못을 판단한다.

2023년 10월 7일 대학살과 함께 시작된 가자 전쟁은, 현재 헤이그에 위치한 두 개의 사법 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각기 다른 소송에 동시에 걸려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48년 집단학살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을 기소한 상태이다.(2)

지금까지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에 대해 총 세 번의 명령을 내렸다. 역사의 무게,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면면(학살에 연루된 국가와 지도자), 희생된 민간인 수, 가자지구의 피해 규모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이스라엘 정서가 높아졌고, 몇몇 국가에서는 대규모 항의 시위와 격렬한 정치적 논쟁도 일어났다.

이 전례 없는 두 건의 소송을 통해 우리는 세 가지의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로, 국제 정의는 언제나 뜨거운 화두였지만 이렇게 지정학적 측면의 중심에서 다뤄진 적은 처음이다. 2024년 1월 26일에 발표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첫 번째 명령은 TV로 생중계됐고, 재판소 본부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으로도 재송출됐다. 얼마 전에 은퇴했지만 언론의 관심과 대중의 시선을 꿰뚫고 있었던 조앤 도노휴 당시 ICJ 소장은 4월 26일 <BBC>와의 긴 대담을 통해 해당 명령에 대한 몇몇 측면을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칸 검사 역시 5월 20일 <CNN>과 만나 이러한 청원의 동기를 밝히고 그로 인해 자신이 어떤 위협을 받고 있는지를 털어놓았다.

이러한 놀라운 상황은 외교관들과 UN 산하 정치 기구들의 무능함 때문이다. 가장 먼저 안전보장이사회만 해도 투쟁을 중단시키고 갈등의 돌파구를 찾을 능력이 없다. 반면에 UN의 모든 기술 기구들은 현장으로 출동해 현지 주민들의 구조와 치료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유엔난민기구(UNHCR),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이 대표적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본래 신중한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각종 경고를 날리고 세계 곳곳을 방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및 긴급구호 사무차장은 2024년 6월 4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다양한 갈등을 인도주의적인 지원이 아닌 정치적 솔루션을 통해 해결하려 든다면 설사 해결이 된다 해도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7년 넬슨 만델라가 역대 노벨 수상자와 퇴임한 지도자들을 모아 조직한 비공식 기구인 디 엘더스(The Elders)는 5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의 실패”를 규탄하고 강대국들이 다자간 협력을 위한 책임을 다해줄 것을 촉구했다.(3)

1948년 집단학살 협약의 조항을 들먹이는 것은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일이자 불명예스러운 경우로, 때로는 한 국가를 국제사법재판소로 소환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국제사법재판소를 인정하지 않지만 이 협약을 비준한 153개국 중에 속해 있으며, 이 협약의 제9조는 체결국과 관련된 모든 분쟁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의뢰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적 조항에 의거해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를 피고석에 앉힐 수 있었지만, 여기에 서명하지 않은 중국은 위구르족에 대한 학살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오로지 영국만이 어떠한 조건 없이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수용한다. 그리고 이 5개국 중 영국과 프랑스만이 국제형사재판소에 가입돼 있다.

 

국제형사재판소, 외교적 면책 우회해 처벌 가능

1998년에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는 임기 중인 대통령 또는 군부 수장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국제적인 제재를 피하려 들 때, 이들의 외교적 면책 특권을 우회해 처벌할 수 있게 한다. 체포 영장이 발급되면 당사자는 국가 간 이동이 사실상 제한되는데, 국제형사재판소에 소속된 124개국은 자국에 입국한 당사자를 체포해 재판에 넘길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8월 말에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같은 이유로,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해 국제형사재판소를 인정하는 15개 EU 회원국은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급될 경우에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인권 단체와 활동가들이 이들 국가의 국제적인 의무를 상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EU에 속한 21개국을 포함해 국제형사재판소의 93개 회원국은 5개국(벨기에, 팔레스타인, 칠레, 세네갈, 슬로베니아)이 발의한 국제형사재판소 지지 선언에 최근 서명했다.(4)

두 번째로, 올해 1월 26일, 3월 28일, 5월 24일에 발표된 세 차례의 명령과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의 체포 영장 청구는 국제적으로 허용되는 일의 범위, 즉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경우의 범위를 정의하고 있다. “여러 의견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 재판소는 인류가 겪는 고통의 심각성을 인정했고, 따라서 예방의 목적으로 그 책임자들을 지목했다.”(5) 제임스 A. 골드스턴 법관은 이렇게 평가했다.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아닌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앞으로 몇 년 뒤에나 나올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에 정립된, 집단학살 범죄를 정의하는 엄격한 법적 기준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박스 기사 참조).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거나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1948년 협약은 최초의 전조 증상이 나타난 직후부터 해당 인구를 ‘만약의 상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예비 경고 메커니즘을 마련해 놓았다. 실제로 집단학살이 일어났는지 아닌지와는 상관없다. 가자지구의 경우에 이스라엘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주장이 완전하고 명백하게 터무니없다면서 국제사법재판소에 이를 기각해줄 것을 요청했다.

 

집단학살 행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침해당한 사실 인정돼

그리고 이스라엘은 민간인 보호와 관련된 국제 인권법이 요구하는 모든 예방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파괴, 사망률 등)과 일부 이스라엘 정치인의 ‘비인간적인’ 발언을 근거로, 국제사법재판소는 재판관 17명 중 15표라는 압도적인 표결로, 팔레스타인인들이 1948년 협약에 의거해 가질 수 있는 권리, “예를 들어 집단학살 행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사실이 ‘타당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올해 1월 26일 명령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해당 권리가 “돌이킬 수 없는 침해의 실질적이고 절박한 위험” 아래에 놓여 있으며, 따라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6) 이러한 판결은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민족, 권리, 무장 갈등을 위한 옥스퍼드 연구소의 공동 소장인 자니나 딜에 따르면, 이처럼 중대한 결정, 특히 민주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비판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타당하다고 인정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7)

이스라엘 재판관을 포함해 투표로 결정된 예방 조치 중 하나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유발 행위”를 중단시키고 처벌한다는 내용을 명백하게 명시한다. 이스라엘은 또한 자국 군대가 1948년 협약에 의해 처벌되는 그 어떠한 행위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하며, 범죄의 증거를 보존해야 한다. 그리고 재판소는 이스라엘에게 “긴급한 상황에서 기본적인 서비스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어려운 생활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명했다.

 

두 차례 후속 명령, 전염병 유행과 영양실조 확산 우려 명시

그다음으로 이어진 두 차례의 후속 명령(3월 28일, 5월 24일)은 1월 26일 명령에 따라 결정된 조치를 확인하는 한편, “예외적으로 심각한” 상황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으며 전염성 질병의 유행과 영양실조의 확산이 우려된다는 사실을 추가로 명시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의 의무를 상기시키고,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전체적 또는 부분적인 신체적 파괴가 유발될 수 있는 열악한 생존 조건에 놓이게 하는”, 라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를 중단할 것을 이스라엘 측에 명했다. 또한 집단학살과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기근의 위험도 경고했다.

(국제형법재판소의 소관인) 형법에서, 사람들을 고의로 굶주리게 하는 행위는 전쟁 범죄(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혐의)와 반인도 범죄(다섯 번째 혐의)에 해당한다. 6명의 독립적인 전문가가 작성한 보고서와 현장 관찰 결과에 의거해, 카림 칸 검사는 이스라엘 지도부가 “박해”와 “비인간적인 행위”(반인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고의로 민간인을 겨냥하고, “그들에게 의도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거나 신체의 일부분 또는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그들을 “잔인한 방식으로 취급”(전쟁 범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마스 지도부는 “고문”, “성폭행과 성추행”(반인도 범죄)을 저지른 사실과 “인질”, “포로 상태에서의 인간의 존엄성 침해”(전쟁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자로 지목된 5명의 공통된 죄목은 “반인도 범죄인 말살과 살인”이다.

 

두 개의 진영, 두 종류의 법치 국가

세 번째로, 이러한 법적 절차가 전 세계에 미친 충격은, 국제 질서의 균열과 ‘이중 잣대’의 확산을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다. 칸 검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의 사무실과 재판소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상황에서, 전쟁 중에도 지켜야 하는 기준인 국제 인권법이 무장 갈등의 당사자들에게 불평등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널리 알려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모든 인류의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8)

즉, 피고인들 사이가 아닌 피의자들 사이에서 불평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의 힘의 관계, 구체적으로는 경제 및 군사 대국인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야심은 다소 순진해 보인다. 그러나 복잡한 지정학적 측면에서 보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더 가디언>의 최근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이스라엘이 수년 전부터 재판소를 상대로 한 스파이 활동과 로비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과 칸 검사를 협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분명히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9) 공식적으로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4개국(콜롬비아, 멕시코, 니카라과, 리비아)과 직접 법적 조치를 실행하겠다고 발표한 국가들(브라질 등)과 같이 점점 더 많은 남부 국가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오늘날 지정학적 측면에서 두 개의 진영, 두 종류의 법치 국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이 사안은 국제 정치학과 전략적 이익의 ‘산안드레아스 단층’(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의 경계에 위치한 단층-역주)에 위치해 있다”라고 칸 검사는 말했고, 자신을 위협하는 이들을 향해 이렇게 선언했다.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원하는 대로 말씀하십시오. 우리는 정의를 수호하는 임무를 절대로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칸 검사는 줄리언 어산지의 폭로 이후 아프가니스탄이 미군을 제소한 사건을 2021년 9월에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포기한 뒤로 미국의 이익을 따르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이러한 그의 발언은 더욱더 울림이 컸다.(10)

골드스턴 법관의 설명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미국의 비호를 받는 이스라엘을 공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법정 전략’, 즉 과거 자신들이 정립한 국제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려 하는 서구 강대국들에 영합하지 않고 정의를 우선시하는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글·안세실 로베르 Anne-Cécile Ro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국제이사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2024년 5월 20일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 검사가 <CNN>의 크리스티안 아만포와 가진 대담
(2) Anne-Cécile Robert 안세실 로베르, 「Comment l’Afrique du Sud défend une cause universelle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보편적인 입장을 지지하는 방법」,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4년 2월호.
(3) Cf. The Elders warn that failures of political leadership risk collapse of international order, 2024년 5월 29일, https://theelders.org
(4) Cf. le communiqué diffusé sur X de la représentation permanente de la Belgique auprès de l’ONU le 14 juin 2024. 2024년 6월 14일 주유엔 벨기에 대표부의 공보.
(5) James A. Goldston, 「Strategic litigation takes the international stage : “South Africa v. Israel” in its broader context, Just Security」, 2024년 1월 31일, www.justsecurity.org
(6) Anne-Cécile Robert 안세실 로베르, 「La CIJ évoque le risque plausible de génocide à Gaza 국제사법재판소가 가자지구의 집단 학살 가능성을 인정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4년 2월호.
(7) Top experts’ views of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ruling on Israel Gaza operations (South Africa v Israel, Genocide convention case), 2024년 1월 26일, www.justsecurity.org
(8) Déclaration du procureur de la CPI, Karim A. A. Khan KC : dépôt de requêtes aux fins de délivrance de mandats d’arrêt concernant la situation dans l’État de Palestine 국제형사재판소 검사 카림 A. A. 칸 KC의 발언 : 팔레스타인 국가의 상황과 관련된 체포 영장 발부 청구서 제출, 2024년 5월 20일, www.icc-cpi.int
(9) Yuval Abraham, Harry Davies, Bethan McKernan & Meron Rapoport, 「Spying, hacking and intimidation: Israel’s nine-year ‘war’ on the ICC exposed」, <The Guardian>, London, 2024년 5월 28일.
(10) Déclaration du procureur, Karim A. A. Khan KC, après avoir demandé aux juges, en vertu de l’article 18 2, de statuer sur sa demande d’autorisation de reprise des travaux d’enquête dans la situation en Afghanistan 국제형사재판소 검사 카림 A. A. 칸 KC의 발언 : 제18 2조에 의거해 재판관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한 조사 작업 재개 허가 요청서를 제출한 이후, 2021년 9월 27일, www.icc-cpi.int

 

 

반인도 범죄의 기원이 된 ‘집단학살(제노사이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란 단어는 1944년 폴란드의 변호사 라파엘 램킨이 저서인 『Axis Rule in Occupied Europe 점령된 유럽에서의 축의 법칙』에서 처음 사용했다. 나치 ‘말살주의’의 규모와 성질을 세상에 알린 책이다.

제노사이드(genocide)는 ‘종’ 또는 ‘부족’을 뜻하는 그리스어 접두사 genos와 ‘제거하다, 죽이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caedere에서 유래한 접미사 cide로 구성된다. 1946년에 유엔총회는 집단학살을 반(反)국제법 범죄로 정의했으며, 1948년에는 아예 이 단어가 들어간 협약이 체결됐다.

집단학살 협약은 집단학살 범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으로, 지금까지 153개국이 비준했다. 전쟁 범죄, 반인도 범죄, 폭행 범죄와 함께 집단학살 범죄는 국제형사재판소의 기소 대상이다.

집단학살 범죄는 국제법에서 가장 심각한 형법 위반 범죄로, 직접적인 행위(예를 들어, 학살)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의 고유한 특성(종, 민족, 종교)을 이유로 그들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두 번째 기준인 ‘의도’는 입증하기가 어려운데, 범죄 당사자가 자신의 계획을 명백하게 알리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사법재판소는 이 의도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문제의 학살 행위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려 했다는 의도 외에는 그 어떠한 논리적인 결론도 도출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사실 전쟁 상황에서는 어떤 행위를 설명하는 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인정된 집단학살은 단 4건뿐이다. 나치가 행한 유대인 학살과 집시 학살, 르완다의 투치족 대학살(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스레브레니카 지역의 이슬람교도 학살(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국제사법재판소), 크메르 루주 정권의 베트남 국민과 참족 학살(캄보디아 법원 특별 법정(ECCC))이다.

집단학살 범죄가 정의된 1946년 이전에 일어난 사건들은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는 개인의 요청에 따라 그리고 해당 국가의 법에 의거해 1915~1916년 오토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도 집단학살로 인정했다. 2021년 독일은 아프리카 나미비아를 식민 통치할 당시에 헤레로스족과 나마스족을 학살했음을 인정하고, 나미비아 정부에 11억 달러의 재정적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