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공격에 취약한 파리 올림픽
최근 전쟁에서 재래식 포, 지뢰, 장갑차, 포격, 참호, 땅굴 등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현대 공중전에서 하늘은 대개 무기가 탑재된 무인기들, 즉 드론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2년 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중요한 공격 수단으로 활약 중인 드론은 2024년 4월 13~14일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할 때도 주요 무기로 동원됐다.
2000년대 초 군사용 드론을 제작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미국, 이스라엘 등 오로지 소수의 국가에게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80개국 군대가 군사용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종류도 불과 몇 그램 중량에 불과한 나노 드론에서부터 시작해, 전투기나 여객기에 버금갈 정도로 육중한 비행체에 이르기까지, 무려 수백 개 모델이 존재한다.
감시 및 정찰용 드론은 ‘무빙 아이’란 명색에 걸맞게 다양한 장점을 누린다. 먼저 시간과 에너지 소모를 줄여주는가 하면, 조종사를 탑승시킬 필요가 없어 인력도 아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영상을 촬영하거나 전송할 수도 있다. 또한 당연히 무기나 포탄을 포함한 각종 화물 운송이 가능하다.
흔히 경량 형태로 이른바 ‘강자에 대항한 약자의 무기, 가난한 자들의 무기’로 불리는 드론의 활용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때로는 조립용 키트를 이용해 간단히 제작하거나, 또 때로는 상점에서 수십~수백 유로에 일반 드론을 사서 손쉽게 군사용으로 개조해, 장갑차, 전차, 레이더망 등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한계에 다다른 적의 방어 시스템이 뚫리기를 기대하며 한꺼번에 벌떼 드론 공격을 감행해볼 수도 있다.
이란 드론 방어에 10~13억 달러 들어
이제는 비단 무인기 개발에 한참 앞선 강대국들이나 소국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튀르키예, 이란, 인도 등 수많은 나라가 드론 산업에 뛰어들어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유도 미사일이 탑재된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20여 기(진정한 무인 비행기인 이 드론들은 1대당 가격이 5백만 달러에 달한다)는 2022년 블라디미르 푸틴이 파견한 러시아군 기갑 차량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진격하지 못하게 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군은 이란이 개발한 샤헤드를 대대적으로 활용했다. 샤헤드는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에 비해 가벼운 게 장점이지만, 속도가 훨씬 느려 적의 공격에 취약한 약점이 있다. 무인기 샤헤드는 지난 4월 13일 이란 혁명 수비대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도 역시 사용됐다.
하지만 ‘역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최근 대규모의 화려한 드론 공격은 군사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실패’로 간주된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에 따르면, 모두 300대에 달하는 자폭 드론과 탄도 미사일이 이란의 공격에 동원됐지만, 그 가운데 99%는 이라크, 요르단, 혹은 이스라엘 영공에서 사전에 격추돼 차단됐다. 역내에 배치된 미국, 영국, 요르단, 프랑스의 대공 미사일 방어체계가 숨은 공신으로 활약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대공 방어체계가 탁월한 방어 능력을 보여준 덕분이었다.
가령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체계 ‘애로우’는 표적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초고도상에서 일찌감치 탄도 미사일을 차단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로켓포·드론 방어체계 ‘아이언돔’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이후 이스라엘군이 운용 중인 ‘아이언돔’은 이후 미국의 지원을 받아 더욱 확장되고 현대화되어, 표적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적의 로켓포와 드론, 그리고 소형 미사일을 격추한다.
사실상 4월 13일 토요일 이스라엘 영토를 뚫고 들어온 미사일은 10기를 채 넘지 않았다. 그 가운데 이란의 미사일 1기는 이스라엘의 네바팀 공군기지를 타격했지만 이스라엘군의 피해는 경미했다. 또 다른 미사일 1기는 이스라엘 공군의 C130 허큘리스 수송기 1대를 파괴한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에는 막대한 비용을 초래했다. 어쨌거나 4월 15일 <i24뉴스>에 인용된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의 전 재정고문, 림 아미노아치 준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 대응에 쏟아부은 재정은 무려 40~50억 셰켈(10~13억 달러)로 추산된다.
앞다퉈 민간드론 개조해 전력화
드론 및 안티드론 생산의 선구자로 통하는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벌인 전쟁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동원해 상시 전장 감시, 땅굴 탐사, 표적 식별 등에 사용했다.(1) 우크라이나군도 민간드론 개조, 음향탐지망 구축, 첨단 교란 및 ‘요격’ 기술 개발 등 드론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초기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러시아도 최근 수개월 새 상당한 드론 전력을 확보했다.
2019년 튀르키예는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이미 조직적으로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같은 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정유시설도 20여 대의 드론 공격에 피격을 당했다. 당시 그 배후로 이란이 지목됐다. 한편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 역시 이란제 드론을 사용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생하자, 후티족은 바다를 지나는 선박들을 잇달아 공격해 국제교역을 방해하는 등 홍해에서 새로운 전선을 형성했다.(2) 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때 아제르바이잔도 아르메니아를 상대로 다량의 저가 드론을 활용했다.(3) 이는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벌떼 드론 공격을 벌이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
드론 전력에서 뒤처진 유럽
군사용 드론, 특히 중고도 장기체공(MUAV) 드론을 둘러싼 경쟁에서 후발주자로 통하는 유럽은 해외 구매에 의존하고 있다. 가령 독일의 경우 이스라엘 제품을 도입하는가 하면, 프랑스는 대규모 감시와 무장용으로 12여 기의 리퍼 시스템을 미국에서 구매했다. 체공 시간(24시간)이 길고, 항공기(20미터)에 버금가는 육중한 크기를 자랑하는 이 드론들은 특히 헬파이어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다.(4)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부 장관은 드론 분야에서 ‘프랑스가 유감스럽게도 다른 나라에 상당히 뒤쳐져 있음’을 인정했다. ‘10~15년 전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2014~2030년, 육해공 3군의 뒤처진 드론 전력을 만회하기 위해 50억 유로를 투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육군은 이미 ‘드론화’에 상당한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각종 드론 2,000기를 보유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3,000기까지 운용 드론을 확대할 예정이다. 감시 및 정찰 능력을 확보하고, 표적 식별을 돕고, 타격수단으로 삼기 위해 드론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운용 드론의 종류도 초소형에서 초대형까지 다채롭다. 일명 ‘전투원 드론’(허리에 휴대 가능한 33그램 중량의 블랫호넷3 등)에서, 첩보 활동 등에 특화된 ‘특수’ 드론(중량 15킬로그램, 크기 4미터, 체공 시간 2시간 반에 달하는 탈레스의 SMDR 등), ‘지휘 드론’(내년부터 운용 가능한 사프란 패트롤러(영상 정보 수집 및 활용에 능통한 제61 포병연대 지휘관은 “이 드론을 이용하는 경우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도 적군의 전투 명령을 감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등)까지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한편 최근 프랑스 국방부 장관이 툴루즈 소재 소형드론 제조업체 들레르에 ‘특별주문’한 드론 일부도 조만간 우크라이나군에 지원될 예정이다.
프랑스 해군의 목표는 상대적으로 소박하다. 수년 전부터 해군은 세 가지 모델을 검토 중에 있다. 중형 무인 헬리콥터, 소형 무인 항공기, 그리고 기뢰 제거용 무인잠수정이 바로 그 모델이다. 하지만 이 무인기들은 수년 안에 실전 배치가 쉽지 않아 수입 제품(특히 잠수정)으로 보완이 불가피하다. 사실 성능이 우수한 무인기를 조금 더 일찍 도입했더라면, 감지체계와 요격체계를 서로 분리함으로써, 현대식 호위함 구매를 조금 더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호위함은 비록 성능은 우수하나 크기나 비용이 부담스럽고 방어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혹은 원격 조정이 가능한 무인기지 설치 등을 통해, 태평양 인근을 비롯한 해외영토의 넓은 해역에서 전력을 더 강화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5)
다소 항공사가 개발한 미라주나 라팔 전투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 공군은 처음에는 기존의 전투기 구매를 좀처럼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프리카 내 군사작전을 위해 미국에서 긴급 도입한 리퍼 조종 인력을 뒤늦게 부랴부랴 확충해야 했다.
드론 벌떼 공격을 막아내기는 힘들어
“드론 공격을 막아내기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안보드론연맹 소속 프랑스 연구이사 티에리 베르티에는 점점 구하기도 쉽고 개조도 간편한 드론이 위력적인 무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수의 드론이 동원된 ‘간단한’ 공격의 경우, 공항, 경기장 등 보호구역에 대한 드론 침입 여부를 탐지하거나, 드론 비행을 교란하거나,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방에서 동시다발로 수십 대 혹은 수백 대의 드론을 띄우는 이른바 드론 ‘벌떼’ 공격은 막아낼 재간이 없다. 30대가 넘어서는 순간,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사실 이는 오는 7월 26일 개최될 파리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최악의 사태에 해당한다. 각 군은 특히 개막식과 폐막식을 중점적으로 올림픽이 개최되는 한 달 동안 최악의 사태에 만반의 대비를 하려고 한다. 가령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프랑스어로는 SDCA, 영어로는 AEW&C) 1대, 보급기 1대, 지상과 영공에 라팔과 미라주 전투기 수대를 준비시키는 한편, 지대공 미사일 포대를 배치하고, 명사수를 탑승시킨 헬리콥터를 대기시키며, 헌병 특수부대(GIGN)(6)와 경찰 특수부대 RAID(7), BRI(8)를 파견할 예정이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안티 드론 기술도 동원할 것이다. 가령 근거리 요격 무기, 전파 방해 건, 바살트 신원확인시스템(파리 공항), 밀라드(전파 방해 레이더) 혹은 라디앙(경찰 운용 드론 탐지 및 요격 시스템)은 물론, 지난 3월 중순 파리와 마르세유에서 실시된 수많은 시험 테스트 결과 ‘명목상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많은 상원위원들의 우려를 낳았던 탈레스의 파라드 방공시스템도 동원될 예정이다.(9)
공군 홀로 한 달 동안 동원하는 병력만 사실상 2천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공군의 스테판 밀 참모총장은 상시 ‘드론 전력 상황’을 총괄하며, 상황에 따라 “악의적인 드론을 탐지하고, 식별하고, 교란하고, 차단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교전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공군이 앞장서서 부처 간 대드론 공조를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드론 작전의 선구자로 통하는 헌병 특수부대(GIGN)의 지슬랭 레티 사령관은 올림픽 준비 상황을 ‘낙관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인정했다.
글·필리프 레마리 Philippe Leymarie
저널리스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과 <RFI> 라디오방송에 안보, 아프리카 문제 등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번역·허보미
번역위원
(1) 이스라엘 참모총장은 비공식 기준을 토대로 가자지구 내 3,000여 개 표적을 식별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 Tristan Colma, ‘Les houthistes défient Washington 후티 반군, 워싱턴에 도전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4년 3월호.
(3) <Marianne>에 따르면, 국가 간 분쟁 차원의 최초의 사례, 2020년 10월 26일.
(4) 해당 드론의 조종은 전장 인근에 배치된 4명의 조종사(파일럿)와 운용병(오퍼레이터)으로 구성된 승무원이 담당했다. 반면 미군은 해당 드론 3,000기를 보유하는 한편, 대부분 미국 영토 내에서 조종한다.
(5) Cf. Léo Péria-Peigné, ‘La France doit-elle investir davantage dans les drones navals? 프랑스는 해군 드론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할까?’, <Polytechnique insights>, 2023년 1월 31일.
(6) 국가헌병대개입부대.
(7) 수색, 지원, 개입, 억제.
(8) 수색개입여단.
(9) Cf. <Marianne>, 2024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