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된 언론의 우버화

2024-07-31     뱅상 브레송 | 기자

다른 근로자들의 업무와 마찬가지로 언론인들의 업무는 아웃소싱되고 있고 근무 조건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언론사는 기관의 홍보자료를 그대로 복사한 것 같은 표준화되고 뻔히 예상할 수 있는 기사의 생산을 장려하면서 기자의 자리를 저임금 사원으로 채우려 하고 있다. 그나마도 그 자리를 대체할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등장하기를 기다리면서...

 

클라라 랑드리외(1)는 기자가 되기를 꿈꾸며 대학의 언론학과를 졸업했지만, 취업 후 8개월째 현장 취재나 최소한의 정보 수집도 없이 온종일 기사만 작성하고 있다. 침체된 취업 시장에 뛰어든 이 젊은 여성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끝에 얻은 직장이다.

친구가 그녀에게 <시스메디아(6Médias)>라는 언론 대행사와 그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영양가 있는 요령”에 대해 말해줬을 때 그녀는 운에 맡기고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클라라의 말에 따르면, 채용 절차는 “거의 자동으로” 검증되는 필기시험으로 이뤄졌고, 그다음 날 수습교육일에는 몇 시간 내에 무려 기사 8편을 써내야 했다.

수습이 끝나면 <시스메디아>의 기자들은 소정 원고료를 받고 <르푸앙(Le Point)>, <갈라(Gala)>, <제오(Géo)> 같은 유명 언론매체의 사이트에 올릴 ‘기사’를 작성한다.  대부분의 독자는 그런 언론매체의 기사 생산이 하청계약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독자들은 모든 기사가 해당 매체의 편집부 기자가 쓴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업계에서는 ‘우버화’라 하지 않고 콘텐츠 제작이라고 하죠”

언론 소유주가 보기에는 독자의 기대에 더 잘 부응하기 위해 이런 형태의 ‘우버화(Uberization)’를 택하는 것이 합당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매우 효율적인 인력 활용 방식을 택했던 한 신문의 전직 웹 편집장은 즉각 말을 바꿨다.

“업계에서는 ‘우버화’라 하지 않고 콘텐츠 제작이라고 하죠. 현실은 우리가 신문을 관리하는 것처럼 웹사이트를 관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웹에서 인기를 끄는 콘텐츠는 대개 품질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 인사를 다룬 기사, <AFP 통신>을 그대로 받아쓴 기사, 선정적인 기사나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단 기사가 대부분이죠. 언론사에서는 구글의 정보 피드인 디스커버(Discover)에서 기사가 금방 밀려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예를 들어 ‘압사를 간신히 피한 어린이’ 같은 제목을 붙이는 겁니다. 그 일이 페루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건 제목에 밝히지 않고요. 그렇게 하면 조회수가 줄어들 테니까요.”

이는 예전 편집국에서는 볼 수 없던 일이며, 몇 해 전부터 광고 부서에서 새 계약을 따내려면 사이트 조회수를 늘려야 했기 때문에 이런 관행이 도입된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웹 편집장의 희망과는 달리, 경영진은 외부 언론 대행사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저는 인력 채용을 제안했지만 이는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최근 도입된) 이런 관행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미친 속도로 기사를 써야 하는 언론대행사의 전사들

광고가 주 수입원인 무료 인터넷 매체로서는 조회수를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2)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옛날 방식도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스메디아>, <콤프레스(COM’Presse)>, <ETX 스튜디오>—이 시장을 지배하는 3대 기업—같은 언론 대행사의 기자 전사들이 등장한다. 네티즌의 시선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높은 기사를 쓰고, 기사에 따라붙는 광고도 늘리기 위해, 이 전사들은 시간당 거의 “논문” 한 편 분량에 달하는 기사를 써낸다. 거의 미친 속도로 기사를 써내야 하는 것이다.

클라라 랑드리외는 “온종일 공장에서 일하는 것처럼 기사를 써야 합니다. 기사 한 편을 써내면 바로 다음 기사를 써야 하죠.”라고 한탄했다. 언론 대행사의 이같이 ‘유연한’(?) 업무 관행은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로 이어진다. 직원들은 격무를 견디지 못해 퇴사하기도 하고 상사의 질책을 받고 퇴사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취재한 언론 대행사 직원들은 평균 8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직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언론 대행사의 총책임자인 레미 뒤발 씨는 “지난 12년간 우리 회사가 노동재판을 받은 건 딱 한 번뿐이었는데 승소했지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옥 같은 업무속도는 언론계의 “아웃사이더들”에게 박탈감을 초래했다. 게다가 언론계에서 글쓰기는 고객이 지정한 주제에 맞춰 언론 대행사에서 보내준 내용을 줄이거나 재구성하는 “짜집기”이거나 경쟁사에서 수집한 정보를 “복사하고 붙인” 다음 출처도 밝히지 않고 전체 내용을 다시 쓰는 일이 되고 말았다.

덕분에 언론계의 “인사이더들”은 취재하거나 기사를 쓸 시간을 더 벌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이들의 작업 결과물은 언론계 일각에서 더 보람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인쇄출판물로 발행되기도 한다. 젊은 언론 지망생들은 이 같은 언론 취업 시장의 이중 구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학교에서 언론인이라는 직업의 비전에 대해 배울 때 이런 불안정한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걸 몰랐어요. 이런 우버화가 은밀하게 이뤄졌기 때문이죠.”라고 클라라 랑드리외는 고백했다. 클라라는 또한 보수도 너무 낮다고 지적한다.

 

“일반 언론사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고용계약이죠”

몇몇 전 <시스메디아> 직원들은 하루 7~8.5시간을 일하고 하루 평균 101유로를, 즉 연말 보너스와 상여금을 제외하고 월평균 세전 2,000유로의 급여를 받았다고 했다. 경쟁사인 <ETX 마젤란>의 급여는 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지만, 2023년에 <팜므 악튀엘(Femme Actuelle)>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우리는 관례적으로 유기(有期) 계약직으로 일하게 되는데, 이는 일반 언론사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고용계약이죠.”

편집장이 십여 명의 기자들과 회의 탁자에 앉아 다뤄야 할 기사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은 에피날 판화처럼 판에 박힌 언론사 이미지에 불과하다. 현실은 많은 잡지사에서 인력 분산 전략을 취하면서 이런 토론 장면은 더 이상 보기 힘든 실정이다.

한 잡지의 전직 기자 장자크 필뢸은 이 상황에 대해 “<리월드미디어(프랑스 최대 잡지 그룹—역주)>가 우리 잡지를 인수하면서 제가 몇 년간 소속되어 있던 편집부도 사라졌어요. 그 뒤로 편집부를 개편하거나 하는 일도 결코 없었고요. 잡지 편집은 한 언론 대행사에 맡겨졌다가 또다시 다른 언론 대행사에 맡겨졌지요. <리월드미디어>가 채용한 관리자가 원격 근무하는 프리랜서들을 관리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3)

필뢸은 아직도 그 잡지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잡지가 <리월드미디어>로 넘어간 후 급여가 30퍼센트나 삭감되었다. 그렇게 생성된 기사에는 인포그래픽과 지도는 최소한으로 들어간다. “일부 기사는 정말 아마추어 수준이라 할 수 있어요”라고 필뢸은 꼬집었다. 

 

우버화된 잡지 편집 방식, 과연 지속가능할까?

하청을 받은 언론 대행사가 웹 기사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 대행사는 인쇄물 출판사로부터 요청이 들어오면 기사 생산을 아웃소싱해서 ‘무기한 정규 계약(CDI)’이나 ‘기간제 계약(CDD)’ 체결을 피하려 한다. 많은 잡지 경영진은 판매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다.

<시앙스에비(Science & Vie)>의 이사와 편집장을 역임한 에르베 푸아리에는 “논쟁의 여지는 있겠습니다만, 저는 우버화된 잡지 편집 방식이 지속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했다. 2019년 <리월드미디어>가 몽다도리 프랑스(Mondadori France) 그룹을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푸아리에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시앙스에비>를 떠나, 새로운 잡지 제작 방식에 질려버린 다른 언론인들과 의기투합해 <시앙스에비>에 대적할 만한 과학 전문 잡지 <엡실룬(Epsiloon)>을 창간했다.

그러나 기자증을 목에 건 기자를 볼 수 없는 미디어 제국은 어떤 것일까? <리월드미디어>의 설립자 파스칼 슈발리에는 2021년 2월 27일 <CB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야 합니다. 불평꾼들의 쓸데없는 장광설은 그만 퍼뜨리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음악계의 스포티파이(Spotify,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역주)처럼 언론계의 콘텐츠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리월드미디어>의 총괄 관리자 고티에 노르망은 이렇게 덧붙였다. “콘텐츠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독자들입니다. 그러니 콘텐츠 제작 방식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우버화는 경쟁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리월드미디어> 같은 상장 그룹뿐만 아니라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과 <라 르뷔 뒤 뱅 드 프랑스(La Revue du vin de France)>를 소유하고 있는 가족 경영 그룹 <마리끌레르>도 콘텐츠 제작의 우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룹 내 일부 직원들은 경영진이 “편집 기능의 풀링(pooling, 공통의 목적을 위해 자원이나 정보를 결합하는 행위—역주) 및 아웃소싱” 프로젝트를 추진할까 우려하고 있다.

전국기자노동조합-노동총연맹(SNJ-CGT)의 프랑수아즈 푀이예 위원장은 “<퀴진 에 뱅 드 프랑스(Cuisine et Vins de France)>나 <마직마망(Magicmaman)> 같은 이 그룹의 일부 매체는 이미 아웃소싱되어 있습니다. 이런 굵직굵직한 매체뿐만 아니라 <아방타쥬(Avantages)>나 <코스모폴리탄> 같은 매체도 이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우려했다.

<마리끌레르> 그룹 경영진은 <리월드미디어>의 전략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사 서비스 제공업체인 <콤프레스>까지 활용하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 생산 전문 기업을 표방하는 <콤프레스>는 페이지 당 각기 다른 요율의 원고료를 받고 원고를 작성하는 300명 이상의 언론인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자사 웹사이트에 다양한 미디어—TV 프로그램 <역사의 비밀(Secrets d’histoire)>과 <시앙스 에 비(Science & Vie)>, <르 푸앙>, <누 되(Nous Deux)>, <몽 쟈르뎅 에 마 메종(Mon Jardin & ma maison)> 같은 잡지의 특별판—에 제공할 잡지를 연간 150~200종 제작한다. 한편, <시스메디아>는 잡지 100여 종을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ETX 마젤란>은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새로운 형태와 규모로 확장되고 있는 근본적인 움직임의 일부에 불과하다. 2004년 <로이터통신>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2000여 개 미국 중소기업에 대한 뉴스 취재를 위해 편집부 일부를 인도로 이전했다.(4)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변화를 통해 급여 및 비용을 60%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언젠가는 AI가 웹 편집자를 대체할 수도…

몇몇 언론인들은 ‘라 데페슈 뒤 미디(La Dépêche du Midi)’ 그룹이 자체 언론사를 설립한 다음 하청계약을 맺는 독창적인 “술책”을 세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벨레(Baylet) 가문의 그룹에 속해있는 언론사 <라 데페슈 뉴스(La Dépêche News)>는 <라 데페슈 뒤 미디>가 2017년부터 언론인 30~40명을 불리한 급여 조건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이들은 프랑스 남서부의 지역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존 방식대로 채용된 직원들과 동일한 초과근로 휴가 일수를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2022년부터 이런 상황이 정상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저는 <라 데페슈>의 언론 대행사 소속으로 일하면서 <라 데페슈>에 직접 고용된 직원보다 최소 400유로 적은 급여를 받고 있지요.”라고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인이 털어놓았다.

새로운 채용 방식이 도입된 후 처음으로 채용된 직원 중 한 사람인 클레어 레이노는 자신의 급여가 직접 채용된 직원의 급여보다 30%가량 낮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산업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고 기나긴 기다림 끝에 1심에서 승소했다. 2023년 6월 30일, 툴루즈 항소 법원은 이 문제는 “어떤 당사자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회사 <라 데페슈 뉴스>뿐만 아니라 <라 데페슈 뒤 미디>그룹과도 실제로 종속 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2022년 2월 3일 상원 청문회에서 <라 데페슈 뒤 미디> 그룹의 총책임자인 장미셸 벨레는 “신문이 계속 발행되기를 바란다면 합리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라 부와 뒤 노르(La Voix du Nord)>는 2022년 말 출범 계획 후 외부 언론 대행사를 창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많은 반발에 직면해 결국 무산되었다. 대신, 더 적은 급여를 받고 앉아서 기사를 쓰는 일자리가 창출되었다.(5)

우버화되고 있는 언론 대행사를 활용한 적 있는 한 전직 관리자는 이렇게 예측한다. “미디어 회사가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빠른 방법을 찾도록 내버려둔다면 그들은 결국 인공지능(AI)을 찾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는 언론인조차 필요치 않고 기계가 생산한 내용을 확인하는 웹 편집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아마 <시스메디아> 같은 회사도 AI로 대체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동 글쓰기 저널리즘이 전성기를 맞게 될 것이다.

 

 

글·뱅상 브레송 Vincent Bresson 
기자. 정치, 미디어, 디지털 등과 관련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번역·김루치아
번역위원


(1) 본인 요청에 따라 가명 처리.
(2) Sophie Eustache & Jessica Trochet, 「De l’information au piège à clics 정보에서 낚시성 링크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8월호.
(3) 본인 요청에 따라 가명 처리.
(4) Randeep Ramesh, 「The Outsourcing of Journalism」, <The Guardian>, London, 2004년 10월 7일.
(5) 「La Dépêche du Midi engage-t-elle des journalistes low cost? <라 데페슈 뒤 미디>가 언론인들을 저임금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La revue des médias>, 2023년 1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