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미국 대학생 부채

2012-09-11     크리스토퍼 뉴필드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의 경제위기라는 '연속극' 속에서 대학생 부채 문제가 서브프라임 사태의 뒤를 잇게 될 것인가?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학생 부채가 최근 10년 사이 2배로 늘었다. 신용카드 구매 총액을 넘어서는 액수다. 2008년, 대학 졸업생 1인당 평균 채무액은 2만3200달러였다. 공립대학 졸업생은 그보다 약간 못 미치는 2만200달러였다. 유난히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상당수 졸업생들이 그들의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려 있다. 개인파산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대학생들의 채무불이행 비율은 2008~2011년 5%에서 10%로 증가했다.(1)

대학생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결합돼 있다. 첫 번째 요인은 미국 고등교육의 역사와 관련 있다. 종교계 대학의 후계자들과 19세기 부유한 후원자들에 의해 설립된 연구대학(코넬대학, 존스홉킨스대학, 시카고대학, 스탠퍼드대학), 명문 사립대들은 설립 이래 세계에서 수업료가 가장 비싼 대학에 속한다. 하버드대학 1년 학비는 평균 3만6천 달러(생활비까지 포함하면 5만2650달러)(2)에 이른다.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이 대학들이다. 각 대학은 최대한 많은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이런 경쟁 속에서 하버드대학 같은 대학에 견줄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출을 늘린다. 국가 지원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 당국은 비용 일부를 등록금으로 충당하므로 등록금을 점점 인상하게 된다. 공립대학조차 예외가 아니다. 처음에 사립대학들에 맞서 무상에 가까운 교육을 제공하려는 대안으로 설립된 공립대학의 학비는 이제 학생 1인당 연간 1만3천 달러에 달한다. 원래의 이상은 사라지고 학생들의 학비 부담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학비는 물가상승률의 2~4배 수준으로 인상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고등교육비는 30년 만에 2배로 늘어났다.(3) 인상 추세가 줄어들기는커녕 경제위기가 가속기 역할을 했다. 2011년 사립대학의 평균 등록금인상률은 8.3%로, 이 불똥이 공립대학으로 튀었다. 특히 공립대학에 교육의존도가 높은 서부지역 주에서 심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등록금인상률은 21%, 애리조나주는 17%, 워싱턴주는 16% 등이다.(4)

고등교육의 중요 출자자들인 미국의 50개 주정부 대부분이 점진적으로 손을 떼는 현상과 맞물리고 있다는 점에서 등록금 인상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1990년 워싱턴주는 대학생 1인당 약 1만4천 달러를 지원해, 학생들이 내는 돈은 3천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공공지원금은 5천 달러를 넘지 않고 학생들은 1만1천 달러를 내야 한다.(5) 모든 대학이 학생 부담 비율을 인상했고, 평균 등록금은 1999~2000학년도에 8800달러던 것이 2010~2011학년도에는 1만4400달러로 인상됐다.

1960년대 중반 연방정부가 제정한 각종 장학금(학교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직접 지급)은 당연히 등록금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한다. 여러 장학금 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펠 그랜트'(연방정부의 무상 장학금)는 연간 5500달러 선으로 간신히 1년 평균 등록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주정부의 학자금 대출- 이 역시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에 매달릴 뿐만 아니라, 이자율이 훨씬 높은 일반 은행에도 눈을 돌리는 것이다. 당연히 4만 달러 이상 대출을 받은 채무자 수는 10년 새 엄청나게 증가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게다가 미국 젊은이들이 영리목적의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 대학들은 형편없는 교육에 비해 등록금은 너무 비싸다. 이런 사설 교육기관들은 90% 이상을 지원금에 의존하고,(6) 교육투자비는 공립대학의 3분의 1이 안 되는데다 등록금은 2배 비싸다. 이런 격차는 학업성공률에서도 드러난다. 입학생의 20%만이 최종적으로 졸업장을 받는다. 엄청난 빚에 미미한 자격증을 손에 쥔 상태에서 빚 갚을 만큼 충분한 보수를 받는 직장은 구하기 어렵다.

"미국 자본주의의 무능한 얼굴"

연방정부가 상시 조사대상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영리대학들의 학생모집률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특히 계속되는 긴축정책으로 인해 공공시스템 밖으로 내몰린 취약계층 학생들이 많이 몰려든다. 공공부문 예산 삭감 덕택에 돈벌이가 되는 이 시스템이 계속 번성하고 있다. 학생 부채 부담이 야기할 수 있는 재정 재앙을 우려해 최근 대학 개혁 추진을 포기한 영국과 반대로 미국은 빚을 질 수밖에 없다. 적어도 반 정도는 채무불이행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근거하는 이 분야를 계속 키워나가고 있다.(7)

고등교육 시스템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 앞에는 은행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학생 대출의 지수함수적 증식으로 큰 이익을 보는 은행은 변화를 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2011년에만 1조 달러를 대출했고, 채권 10조 달러를 기대하는 상태에서 300억 달러에 달하는 연간 은행이자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8)

2012년 1월 상황이 너무 다급해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등록금을 지나치게 빨리 인상하는 대학에 대해 공공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의 임기 중에 대학생 지원 연방 프로그램에서 일반 상업은행의 역할을 축소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시도는 고등교육비 문제를 실제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교육비 문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 라이프스타일에 접근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으면서, 실제 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미국 자본주의의 무능함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실패는 30년 전부터 시행되는 긴축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긴축정책은 학교 교육과 의료 인프라의 쇠락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월급 정체와 불평등 급증을 야기했다. 이런 정책을 부추긴 것은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 특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대에 유행했고, 이후 모든 공화당 대통령 후보자들(간혹 민주당 후보자들까지)이 수용한- 이다. 이 이데올로기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트리클다운(Trickle Down) 효과' 이론(9)이 일자리와 부의 창출은 부유한 미국인들의 특권이라는 생각을 받쳐주고 있다. 이 임무 완수를 위해 그들에게 호의적 환경을 조성해주려 애쓰는 국가는 그들의 거대한 우군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이익배당세율을 근로소득세율의 반에 해당하는 15%로 인하하는 게 옳다고 한 것이 그 좋은 예다. 레이건 이론은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투자하고 사회에 유익한 계획들을 이끌어가는 국가, 공공생활의 주역으로서의 국가라는 생각 자체를 여론에서 상당 부분 지워버리기에 이르렀다. 소심한 의료보험 체제 개혁마저 '사회주의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자유 기업에 대한 족쇄로 여겨지는 보수주의적 기준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나아가 민주당 전체는, 그들이 원한 것 이상으로 신자유주의자들로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암담한 예산 삭감의 지난 몇십 년이 대학에는 약탈자와도 같았다. 하지만 신레이건주의자들은 공공 고등교육 비용을 민간에 전가할 것을 계속 권장하고 있다. 변화가 시작된 지 30년, 그 결과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평범한 미국인의 4분의 3이 대학 졸업장을 얻는 데 그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

글/크리스토퍼 뉴필드 Christopher Newfield <대학 파괴: 중산층에 대한 40년간의 공격>(하버드대학출판부·2008)의 저자.

번역/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화사>(2006),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