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의 공장’이 나타났는가?

2024-07-31     베네딕트 마니에 | 인도 전문기자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을 제한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자, 아시아 강대국인 중국에 오랜 시간 의존해온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다국적 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기업이 표적 시장을 인도로 이전한다면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2023년 12월, 인도 정부는 애플 아이폰의 주요 제조업체인 대만기업 폭스콘이 인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에 있는 공장에 초기 투자 예정금 약 5억 5천만 유로에 추가로 16억 7천만 달러(15억 3천만 유로)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은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자기가 늘 주장해오듯 인도를 새로운 “전자제품 제조의 세계적 중심지”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일까?

의심할 나위 없이 인도는 현재 세계적인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 움직임의 수혜자다.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기업들이 중국 ‘리스크’ 노출을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언론을 살펴보면 아시아에서 ‘대대적인 전환’이 이뤄지기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진 것 같다.

인도는 2022년에 식민지배국이었던 영국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 대국(구매력 기준)이 되었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3년 6.7%에 이어 2024년에도 6.5%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중국의 예상 성장률은 4.6%이다.(1)

2023년 8월에 인도의 성공적인 달 탐사선 발사는 많은 이들에게 인도의 부각에 대한 은유로 여겨졌다. 인도가 ‘새로운 세계의 공장’이 되리라는 발상은 각국 정부와 언론을 매혹시켰지만, 현실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인도의 인구는 약 14억 2천만 명으로, 2023년에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되었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인도의 경제활동인구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9억 7천만 명이고, 2030년에는 10억 명 이상에 달할 것이며 2050년까지 꾸준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디리스킹의 수혜자이지만, 노동력 교육수준이 낮아 문제

게다가 인도는 젊은 국가로, 국민의 40%가 25세 미만이며 중위 연령은 28세로 중국의 39세에 비해 낮다. 매년 천만 명 이상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인도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그렇지만 인도 노동력의 상당수는 교육 수준이 심각하게 낮다. 특히 농촌 지역의 학생 수백만 명은 특별한 자격증 없이 교육 시스템에서 나가고, 기술 교육은 발전되지 못했다.(2) 인도는 중국보다 젊은 층 인구가 많지만,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공부한 학생의 수는 더 적다. 2020년 중국의 졸업생 수는 357만 명인데 비해 인도는 255만 명에 불과했다.(3)

더 큰 문제는 인도의 엔지니어 80% 이상이 기업이 요구하는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4) 폭스콘은 중국 협력업체 14곳에서 인도 현장에 지원을 올 수 있도록 승인을 신청해야 했다.(5) 또한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의 문맹률과 영양실조 비율은 각각 24%와 17%로, 두 지표 모두 3%인 중국에 비해 꽤 높다.

산업계에서 모디 총리가 2014년 집권하면서 추진한 의욕적인 ‘메이크 인 인디아(제조업 활성화)’ 정책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 정책은 2022년까지 제조업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25%까지 끌어올리고 일자리 1억 개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지만 이 부문은 여전히 GDP의 약 15% 수준에 머물러 있고, 고용인구는 2016~2017년에 510만 명에서 2023년 356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6) 상상을 초월하게 낮은 이 숫자는 왜 노동력의 80%가 비공식 경제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지 설명해준다.

인도는 기업에 효율적인 교통시설을 갖추고 창업 절차를 간소화한 경제특구(SEZ)와 국가투자제조특구(NIMZ)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투자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SEZ에서는 수출에 대한 세금 혜택(5년간 면세, 이후 5년간 50% 감면)을 주고, NIMZ에서는 노동법 및 환경법을 완화해준다.

또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절차도 간소화했다. 관료주의적 장벽을 허물고 기업에 매력적인 진출 조건을 갖추려고 공공서비스의 신속한 디지털화와 약 3만9,000개의 규제 철폐를 약속했다. 각 주 정부도 기업을 유치하려고 대출 이자 할인, 전기세 특별요금제 도입, 용지 구매 시 보조금 지급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 중이다.

그러나 성과는 미진하다. 인도 정부 정책연구소 NITI Aayog의 라지브 쿠마르 부소장에 따르면, 국내투자(국내 경제주체들의 투자)는 감소세로 2012년에는 GDP의 39%를 차지했지만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평균 31%에 그쳤다.(7) 인도 국내투자의 절반은 기업계, 3분의 1은 인도인들(부동산 투자, 초소형 및 중소기업 설립), 12~13%는 공공 부문에서 이루어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인도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점차 증가해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이 유치했다고 보고했다.(8) 그렇지만 2022년에 인도가 유치한 투자금 490억 달러는 미국 2,850억 달러, 중국 1,890억 달러(거의 4배), 브라질 860억 달러 등 다른 주요 국가의 유치 자금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2021년 말, 피유시 고얄 인도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회에서 인도 내 외국기업 자회사 약 1만 2,500개가 있고, 1만 700개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설립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포드, 제너럴 모터스, 홀심(시멘트), 할리 데이비슨, 소매업체 까르푸와 메트로를 포함한 기업 2,700곳이 인도를 떠났다.(9)

코로나19로 기업 철수 현상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지만, 다른 이유는 기업들이 인도 내에서 기대하던 시장을 찾지 못했고 지지부진한 관료주의, 일관성없는 규제, 용지 취득상 어려움, 부패, 관세 장벽 등 불리한 사업환경에 직면해서다. 실제로 인도의 수입 관세는 평균 18.1%로 중국의 7.5%에 비해 훨씬 높다.(10)

인도는 사회간접자본(SOC) 개선도 필요하다. 인도 기업가들은 2020년 도로망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고 물류망은 체계적인 조직과 현대식 창고가 부족해서 중국이나 태국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11) 인도는 ‘산업 회랑(Industrial Corridors)’을 만들고, 철도를 현대화하고, 주요 대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여 부족한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일부 인프라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혹독한 날씨 때문에 훼손됐다. 2023년 봄, 두 차례의 홍수로 인해 북쪽의 다리와 제방, 고속도로 여러 구간과 100킬로미터가 넘는 철도 노선이 파손됐다. 또 태양광·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하고 화력발전소 가동을 위한 석탄 생산량도 늘렸지만 정전도 여전히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연구소 리쇼어링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인도는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인건비’가 낮은 점이 장점이다. 기계공의 연봉은 약 2,500달러로 중국의 1만 5,000달러, 태국의 1만 달러, 베트남의 5,000달러에 비해서도 매우 낮다.(12) 그러나 인프라, 물류, 관세, 생산성 및 생산 품질 등 기업이 지출하는 전반적인 비용을 감안하면 중국이 여전히 더 매력적이라고 결론지었다.

 

 

글·베네딕트 마니에 Bénédicte Manier
인도 전문기자. 지난 30년 동안 인도 사회의 진화에 관해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번역·서희정
번역위원


(1) ‘Mise à jour des perspectives de l’économie mondiale 국제경제 전망 개정판’, 국제통화기금(IMF), Washington, DC, 2024년 1월.
(2) Santosh Mehrotra, ‘Technical &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in India : Lacking vision, strategy and coherence’, <CSE Working Papers>, n° 37, Azim Premji University, Bangalore, 2021년 2월.
(3) Brendan Oliss, Cole McFaul & Jaret C. Riddick, ‘The global distribution of STEM graduates : Which countries lead the way ?’, Georgetown University, 2023년 11월 27일.
(4) ‘80% of Indian engineers not fit for jobs, says survey’, 2019년 3월 25일, www.businesstoday.in
(5) François Miguet, ‘La troisième économie mondiale en 2030, 2030년 세계 경제 3위 국가’, <Le Point>, Paris, 2023년 12월 21~28일.
(6) Udit Mishra, ‘Explain Speaking : Why Indian manufacturing’s productivity growth is plummeting and what can be done’, <The Indian Express>, Noida, 2023년 7월 12일.
(7) Rajiv Kumar & Nikhil Gupta, ‘India’s investment rate declines to 31% of GDP from 39% peak’, 2022년 9월 16일, https://economictimes.indiatimes.com
(8) ‘Foreign direct invesment’,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UNCTAD), https://hbs.unctad.org
(9) Kirtika Suneja, ‘2,783 foreign companies shut India operations since 2014 : Govt to Parliament’, 2021년 12월 8일, https://economictimes.indiatimes.com
(10) ‘Profils tarifaires dans le monde 2023’, World Trade Organization, www.wto.org
(11) ‘Reimagining India’s supply chain’, Confederation of Indian Industry (CII), Arthur D. Little, 2020년 12월, www.adlittle.com
(12) Rosemary Coates, Michael Gherman & Rafael Ferraz, ‘Global labor rate comparisons. The impact on manufacturing location decisions and reshoring’, The Reshoring Institute, 2022년 9월, https://reshoringinstitute.org

 

식민 지배 설명서

영국인 15만 명이 인도인 3억 명을 지배한 비결은?

 

소설가 아비르 무케르지는 역사 스릴러 『L’attaque du Calcutta-Darjeeling 캘커타-다르질링 침공』(프랑스어 번역서, 리아나 레비 출판사, 2019)에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도 식민지 사회를 살폈다. 인도의 독립운동은 대영제국 여왕 치하 군대의 거친 무력 진압을 불러왔다. 아래는 런던에서 온 한 상인이 수사관에게 현지 상황을 냉소적으로 분석해 설명하는 대목이다.

“제 의견을 말씀드리면, 최악인 사람들은 폭력적인 원주민이 아닙니다. ‘비폭력’을 설파하는 이들이 진짜 위험하지요. 그들은 이를 ‘평화적 비협조’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경제 전쟁입니다. 예를 들자면 영국산 직물 불매 운동이요. 이 업계에는 직격탄입니다. (중략) 그리고 이런 일은 벵골에서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끔찍하게도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중략) 원단을 파는 일을 하는 저는 그 사람들(독립주의자들)을 전혀 동정하지 않는다고 장담합니다. 그렇지만 아일랜드인으로서는… (중략) 인도에 있는 영국인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 대위님? (중략) 15만 명입니다. 딱 그 정도예요. 인도인은 몇 명일까요? 제가 말씀드리죠, 3억 명입니다. 영국인 15만 명이 어떻게 인도인 3억 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중략) 바로 정신적 우월감입니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려면 지배자가 피지배자에게 우월한 아우라를 보여줘야 합니다. 물리적, 군사적 우월성뿐만 아니라 정신적 우월성도 필요한 것이지요.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피지배자들이 자신들이 열등하다고 여기며 지배를 받는 게 자신들을 위해서라고 믿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플라시 전투(1757년, 영국이 인도 통치를 시작한 계기가 된 전투) 이후에 우리가 한 일이라곤 원주민들에게 우리의 지도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득해서 그들을 제자리에 묶어두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들의 문화는 야만적이고, 종교는 거짓된 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심지어 건축물도 우리보다 열등한 것으로 보여야 했습니다.”   


번역·서희정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