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위기의 진짜 이유

2012-09-12     딘 베이커

미국은 종종 아시아 국가들과의 산업 경쟁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1997년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를 겪었을 당시, 자국이 이 국가들에 충격요법과 같은 긴축재정을 요구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 뒤,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 확대를 통해 달러 축적에 나서기로 다짐했다.

미국 경제가 겪는 불균형을 분석하면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무역 적자의 파장을 과소평가하고(하지만 중요하다), 게다가 무역 적자 자체에 무관심하다. 무역 적자가 생겨난 원인에 대해서는 더욱 환기하지 않는다. 무역 적자는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때 미국 재무부가 입안한 구제계획의 직접적인 결과였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적용된 이 구제계획으로 인해 부동산 거품이 일어났고, 2007년 이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 재정 시스템이 붕괴됐다.

1997년 이전에 미국의 무역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예산 적자 감소의 주요 목표 중 하나를 금리 인하에 두었고, 금리 인하는 그대로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세계시장에서 미국 상품은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고, 이와 동시에 무역수지도 호전되며, 그 결과 미국 경제도 고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군다나 클린턴의 백악관 입성 뒤 2년 동안 정확히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1993년과 1994년에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고, GDP 대비 무역 적자는 감소했다(연간 성장률은 3%였다).

1995년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로버트 루빈은 강한 달러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비록 그의 선언은 단순했지만 같은 해 중반부터 달러화 가치가 재평가됐고, 결국 1997년 구제계획으로 달러 가치 상승이 확고하게 되었다.

수출 증가를 위한 평가절하

그때까지만 해도 동아시아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모델 양상을 보였다. 이 국가들은 10여 년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한국·대만과 같이 더욱 발전된 나라에서는 삶의 수준이 유럽의 그것에 근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곧바로 이 국가들의 인기영합주의와 부패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IMF는 미국 경제에 부합하도록 이 국가들에 강력한 개혁을 부과했다.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채무 전액을 상환할 것을 요구했고, 이와 동시에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국가 자산을 팔아넘기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수출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약속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화폐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대폭 하락했고 수출은 증가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파장은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섰다. 엄격한 구제계획 조항으로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이 나라들은 IMF를 상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동아시아 국가들이 겪은 경제위기에 비교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기후퇴에 대비해 외환 보유고를 늘리는 것이었다.

이런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수출을 증진시키고 많은 무역 흑자를 내기 위해 자국의 화폐를 평가절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당시 수입국의 달러가 수출국으로 대거 유입됐다. 이것은 1997년부터 일어나던 현상과 같았다. 달러화 가치가 과대평가되면서 미국 무역 적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2000년 마지막 분기 때, 미국 무역 적자는 GDP의 4%를 넘어섰다. 그리고 2001년 경기가 후퇴하면서 무역 적자가 약간 줄어들었다. 그러다 경기가 호전되면서 무역 적자는 다시 악화됐다. 2006년 제3분기 무역 적자는 GDP의 6%에 달했다(8057억 달러, 즉 6300억 유로 규모). 이 수치는 경제 거품이 최고점에 달할 때까지 계속됐다.

미국인들의 달콤한 착각

이런 상황과 부동산 거품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무역 적자로 인해 국내 수요에 불균형이 초래됐다. 국민은 국내 제품보다 수입 제품을 소비했다. 이런 소비 불균형은 건설시장의 호황으로 일부 가려졌다. 하지만 건설시장의 호황은 계속 값이 오를 것 같던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한 저금리 대출이 활성화된 덕분이었다. 계속 상승하는 부동산 가치를 보며 당시 미국인들은 자신이 부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졌고 이는 과소비로 이어졌다. 과소비로 국내 제품 소비 결핍은 완충됐다. 이런 '부의 효과'는 부동산 시세가 절정에 달했을 때 수천억 달러 규모까지 올라갔다. 무역수지가 좀더 균형을 이루었더라면 부동산 거품은 어쩌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싼값에 들여오는 수입품에 내재된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분명 금리를 올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역 적자가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 속에서 미국 중앙은행은 부동산 거품을 경제활동을 지지하는 버팀목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당시 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소규모 부동산 소유자 수가 늘어날수록 미국 국민이 더욱 자유주의 경제에 애착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요컨대 미국의 무역 적자로 지난 10년간 부동산 거품이 쉽게 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미국이 달러를 대폭 평가절하하지 않거나 무역 적자 균형을 다시 맞추지 않는 한 활기찬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글/딘 베이커 Dean Baker 경제학자, 워싱턴DC 소재 미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번역/변광배 프랑스 인문학연구모임 '시지프' 대표. 주요 저서로 <존재와 무 -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 등이 있다.